PGR21.com
Date 2003/07/15 18:51:59
Name 낭만드랍쉽
Subject [펌]올림퍼스배를 보내며.. 16강 A조 6경기 임요환 vs 이재훈 in Guillotine...
제가 쓴 후기는 아니고, "드랍동"에서 제일 잘 쓴거 같은 후기를 퍼온것입니다.

그 당시 PGR21이 중단 되었던 시기에 있었던 게임이고, 조회수 1위를 기록한 경기이기에

올림퍼스 배를 보내며.. 퍼왔습니다. 다소 치우친 후기일지는 모르나.. 나름대로 괜찮은 후

기라 생각하기에 올립니다^^

이제 겨우  초복으로 접어드는 이 뜨거운 여름.. 우리는 가을시즌의 낭만을 기다리는군요..

정말 너무 기대 되는 다음시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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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YMPUS 배 2003 온게임넷 스타리그 16강 A조 6경기 임요환 vs 이재훈>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며 버스를 탔다. 이미 시간은 7시가 되어간다. 가는 도중에 7시가 되고...아직은 경기를 시작하지 않았으려니 하고 애써 참는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달려서 급히 실시간방송을 클릭했다.

아...경기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시작은 커녕 C조의 경기부터 한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할 생각이구나 싶었다. 역시 C조 다음엔 D조, 그리고 B조의 경기가 이어졌다. (박용욱 선수의 허망한 패배에 잠시 말을 잃었다...하필 오리온 팀에 입단한 2명이 모두 지다니)

그리고...운명의 게임이 시작된다. 자리에 앉아있는 두 선수의 모습. 아...정말 평소때와는 뭔가 다른 분위기다. 메가웹을 꽉 메우다 못해 바닥까지 앉아있는 많은 팬들...이글거리는 눈빛의 임요환과 평소의 여유로운 모습같지만 상당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이재훈. 둘다 긴장한듯 연신 입술을 깨물며 눈을 지그시 감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해설자들은 맵이 기요틴이고...임요환 선수와 이재훈 선수가 어떻다니 하면서 이재훈 선수가 유리함을 전혀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임요환은 임요환이다...이사람이 뭔가 준비해오지 않았을리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맵이 열리는 것을 지켜본다.

임요환 5시 테란. 이재훈 11시 플토. 대각선이다...저그 대 테란이 아니니 그렇게 의미가 크진 않지만 엄재경 해설의 말과 같이 빠른 2팩 조이기를 생각할 경우 조금 곤란해질 수 있다. 이재훈은 정찰을 1시로 보낸 후 5시로 가던 프로브를 7시로 돌린다. 임요환은 원서플 원바락으로 입구를 막는데...서플 완성한 SCV가 바락을 이어받고 정찰은 가지 않는다. 박경락 때와 마찬가지로 뭔가 있다는 생각이 더더욱 강해진다.

프로브가 도착하지만 입구는 막혀있고... 기요틴이란 맵이 원래 원서플 원바락으로 입구가 막히지만 상대는 '뭘할지 모르는 임요환'. 이재훈은 대각선으로 얻은 여유를 조금은 늦췄으리라. 정찰간 프로브도 마린에게 쫓기다 잡힌다. 옆길로 살짝 돌아간 SCV가 이재훈 본진이 대각선임을 확인하지만 이후 테크가 올라가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군에게 잡히고 만다.

팩토리가 올라가는 시점...과연 임요환의 전략은 뭘까? 일단 네이트배와 같은 땡마린은 아니다. 드랍쉽? 임요환인만큼 드랍이 어려운 기요틴에서 환상의 드랍위치를 찾아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어렵다. 벌쳐? 가장 무난히 생각할만한 전술이다. 하지만...원팩이다. 순간적으로 더블커맨드? 란 오싹한 느낌이 든다. 박정석과 전태규를 상대한 원팩 더블 이후 바카닉... 더블커맨드로 간다면 분명 이재훈으로서는 반길 일이다. 그런생각을 하는 순간 임요환의 본진 팩토리 옆에는 익숙한 모습의 건물 2개가 동시에 지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투 스타 레이스?? 이건 정말 아니다...패배...라는 생각도 찰나...바락이다.

타이밍을 노린 바카닉...분명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임요환스러운' 전략이다. 그러나 엄재경 해설은 이재훈선수가 바카닉 정말 잘막는다, 김도형 해설은 이재훈선수가 트리플넥서스같이 무리하다 무너질 상황이 아니다...등의 말을 하며 이재훈의 유리함을 계속 강조한다. 하지만 분명 더블커맨드 바카닉보다는 타이밍상 좋은건 사실이다.

옵저버 테크를 타며 게이트와 넥서스를 추가하는 이재훈. 3바락 1팩에서 마린메딕 탱크가 모이는 가운데 옵저버는 임요환의 전략을 알기위해 먼길을 떠나고...게릴라를 대비해 드라군은 본진수비, 프로브는 7시에 파일런 하나를 지어놓는다. 옵저버가 도착하자마자 임요환의 모든것을 건 바카닉 부대가 출발한다...한부대 가량의 마린과 2 메딕 5 탱크 2 SCV다.
옵저버가 오는 순간을 타이밍으로 정해놓은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든다.

그러나 역시 만만치 않은 이재훈. 무리한 확장을 하지 않고 게이트를 늘렸기에 드라군은 7기나 있다. 그와 더불어 확장 취소하고 게이트를 4개까지 늘린다. 굳이 해설자들이 말하지 않아도 분명 막을수 있는 전개다. 지켜보는 내 입술도 말라간다. 견제를 위해 드라군이 중앙으로 이동하고...분명 사거리를 이용해 일점사를 해가면서 치고빠지기를 하면 마린의 숫자를 줄수밖에 없다.

그런데...상황은 이재훈의 뜻대로 되어가질 않는다. 임요환의 바카닉 부대는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누구보다도 잘아는듯 똘똘 뭉쳐 이동하고...시즈모드를 통해 시간을 지연시키려는 작전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 마린 2마리가 죽지만 드라군 2기가 같이 죽는다...

본진앞 공터 입구 근처까지 바카닉 부대가 진군하자 예상외의 빠른 진군에 약간 놀란 듯한 이재훈은 일단 마린의 숫자를 줄여주기로 결심한듯 드라군을 출격시킨다. 드라군 한기를 마린들 가운데로 이동시켜 스플래쉬를 노리는등 최고의 컨트롤을 펼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드라군은 거의 전멸...하지만 임요환은 탱크1기와 마린 반정도가 전사하는데 그친다. 오늘 두선수 모두 최고의 컨트롤이지만...임요환의 컨트롤은 오늘 정말 극에 달한 느낌이다.

그래도 게이트가 4개이기에 본진을 보니 드라군 수는 상당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임요환의 바카닉 부대에는 본진에서 후속으로 출발한 유닛들이 합류하고...이재훈은 어느새 입구까지 밀리고 만다. 그래도 해설자들은 막을수 있음을 계속 말하는데...

시즈탱크 5대가 입구에서 시즈모드까지 하자 더이상 놔둘수 없는 이재훈의 프로브가 반이상 나와 상당수의 드라군과 합세해 돌파를 시도한다..! 임요환은 탱크가 5대이지만 마린의 숫자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은데...프로브가 시즈모드된 탱크를 향해 돌진하는 순간, 놀랍게도 탱크모드의 탱크 한마리가 앞을 막아선다. 주춤하는 사이, 시즈의 포격에 의해 그 많던 프로브가 아무것도 못해보고 전멸하고 만다...

드라군도 모두 당하고...놀랍게도 임요환의 피해는 거의없는데 후속병력까지 계속 도착한다. 질럿이 나오지만 마린메딕앞에서는 소용없다. 마지막 프로브가 모두 나오지만 이번에도 시즈에 의해 모두 폭발되고...이재훈은 한숨을 내쉬며 gg를 쳤다. 비로소 임요환의 얼굴에도 웃음이 돌고..

입구의 전투는 정말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그전까지 이재훈이 유리함을 계속 말하던 해설자들의 입이 한순간에 벌어졌고,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실시간 방송을 보는 나도 마치 경기장에서 직접 보는 듯 흥분을 감출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그만큼 오늘 임요환의 컨트롤은 '환상의 테란'으로 불리던 그 모습이었다.

모든 것을 건 게임이었다. 바카닉...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전략이 아니었을까? 정말 임요환선수의 말대로 마지막 프로토스이기에 부담없이 쓸수있던 전략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분명 많은 연습을 했을 것이다. 주훈 감독의 지도아래 김성제, 박용욱 선수와 수많은 게임을 했을 것이고...수없이 졌을 것이다. 그러면서 모든 해법을 찾은 끝에 자신과 혼연일체를 이루는 마린메딕을 이 '올인'게임의 파트너로 정하지 않았을까. 옵저버가 오자마자 출발하는 최고의 타이밍도 수없는 연습게임과 수없는 패배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을까.

경기가 끝나고 이런 생각을 했다. 임요환은 파나소닉배 8강에서 떨어진 후 후회하지 않았을까...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 못했다고. 같은 치즈러쉬이지만 KPGA위너스 결승전에서 0:2로 지고 있던 때 "게임은 지금부터다"라고 외치며 치즈러쉬를 감행하던 그때의 모습은 분명 모든 것을 건 모습이었다. 오늘 그는 모든것을 걸고 필살의 러쉬를 감행했고,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수 있었다. 테란의 자존심, 프로게이머의 자존심, 임요환의 자존심을 모두 건 바카닉 부대가 출발하는 순간 나는 그이상의 비장함을 느낄수가 없었다.

다시한번 늦었지만 임요환선수의 8강진출을 축하하며...이런 모습을 계속 보여주며 멋지게 우승을 차지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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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7/15 20:32
수정 아이콘
경기 이후.. 주훈 감독이 프리토크에 이런 말을 남기셨답니다.
임요환 선수가 옵저버가 온것을 확인하고 러시를 출발할 그 시점에서.. 연습할때 프로토스가 보통 드라군이 8기 였답니다.. 근데 이재훈 선수의 드라군이 7기인 것을 보고 승리를 예감했다는 것을 보면 연습의 치밀함을 확인할 수 있겠더군요 ..
하얀로나프강
03/07/15 21:09
수정 아이콘
이야^^:;
정말 긴장감이 ...-_-ㅋ
'N9'Eagle
03/07/15 22:15
수정 아이콘
이 경기 보고 정말 감동 먹었습니다. VOD 조회수 올리는데는 저도 한몫을 했답니다 ^_^; 몇 번을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Lolita Lempicka
03/07/15 23:16
수정 아이콘
소리지르면서 봤던 경기~ ^-^;
저 역시 몇 번을 더 봤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다운 받아서 봤으므로 조회수 올리는데는 동참하지 못했지만;;;
음..근데 주훈 감독님의 그런 말씀이 있었군요~
새삼스레 임요환 선수가 더 대단해 보이네요~ ^-^
세이시로
03/07/15 23:50
수정 아이콘
헉 이거 제 글인데요...ㅇ.ㅇ;; 이글이 PGR에 올라오다는건 조금은 두렵군요 ㅡㅡ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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