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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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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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런 경험 있으실겁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문자/카톡을 보낸 후 핸드폰을 슬며시 덮어놓고
괜히 신경 안 쓰는 척 다른 일을 하지만, 모든 신경은 핸드폰에 가 있을 때...크크
제가 딱 그랬습니다. 말씀 드렸듯 무쌍에 환하게 웃는 모습은 제 이상형에 가까웠고 연락을 진전시켜보고 싶었습니다.
시험이 있다는 그 말이 싸했지만, 그래도 연락을 준다는 여자분의 말을 믿었죠.
그러나 연락을 주기로 한 날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보통 다음날 출근을 위해 10시쯤 잠드는 제가
밤 12시까지 기다렸으나...!!! 연락은 오지 않았죠.
역시나 내 촉이 맞았네...하며 그렇게 똑같은 월요일을 맞이하고 출근을 하였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평소보다 핸드폰을 자주 보았으나 애꿎은 친구놈들만 그동안 나에게 길들여졌는지
이번 주는 어느 맛집을 가자고 성화였죠. 그렇게 하루 업무를 끝내고 퇴근하여 저녁을 먹고, 여느 때처럼 산책을 가려던 오후 8시 46분,
카톡은 보통 길게 한 번 진동하는데 짧게 두 번 핸드폰이 진동하는 것입니다.
그녀였습니다.
인스타 알림 받아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큰 네모 안에 작은 네모가 있는 로고가 알림으로 뜹니다.
흔한 카톡 로고가 아닌 그 익숙하지 않은 인스타 로고라는 것이 어찌나 설레게 하던지요...
20대 후반에 대학 새내기 시절의 풋풋한 마음을 잠시나마 다시 느꼈더랬지요.
“죄송해요. 시험 공부하고 정신 없어서 이제 연락 드려요ㅠ”
“제가 생각해봤는데, 카톡으로 넘어가는건 조금 부담스러워요. 인스타로 이렇게 얘기 나누는 건 싫으세요?”
처음 20분 가량 연락할 때 제가 괜찮으시면 카톡으로 연락하면 어떠실지 물어봤었거든요. 아무려면 어떻겠습니까.
모든 남자들이 그렇듯 전 그냥 그녀가 답장을 줬다는 사실에 기뻐서 위에는 산책용 바람막이를 입고 밑에는 속옷(...)을 입은 채로
그렇게 3시간 가량을 자기 전까지 그녀와 인스타 다이렉트를 나누었습니다.
그녀의 공대에서 여자로써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고, 골프와 요가를 취미로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며,
같은 천주교인이라는 것과 그녀의 아름다운 세례명 "아나스타시아"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남녀관계가 그러하듯 우리는 남들이 보기엔 시덥잖은 공통점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다해 경탄하며
3시간 동안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고 어느새 호칭은 오빠-이름 이었고 말은 서로 놓게 되었습니다.
아쉬움을 남긴 채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전 다시 한 번 물었습니다.
"우리 대화도 잘 통하고 즐거운데 카톡으로 넘어가는건 어떨까? 너랑 내일도 대화 나누고 싶어"
"음...오빠 나도 오빠랑 대화하는 거 좋은데 그래도 아직은 조금 그래...
온라인으로 만난 사이라서 걱정도 되고..."
"응 알겠어 할 수 없지!"
나중에 들어보니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랑 아는 오빠한테 이 얘기를 했는데 너 그러다 장기 털린다고 조심하라고
얘기를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해보기 전에는 온라인으로 모르는 사람이 연락을 했다고 아는 동생이 했다면
비슷한 얘기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스스로 참 무안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다음 날도 우린 인스타 다이렉트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침인사를 나누었고, 점심식사를 걱정해주었으며, 저녁시간을 누구와 함께 보내는지를 궁금해했습니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누워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솔직하고 당당한 성격이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서 숨김이 없었고 특히 웃을 때 크 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하시겠지만 전 온라인 대화할 때 크 를 많이 쓰는 편이라 그런지 상대방도 같이 그래주면 좋더라고요.
그렇게 그 날도 밤 1시까지 서로의 얘기를 나누었고 전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이제 카톡 넘어가는게 어때?"
"아...글쎄 아직 그래도 걱정도 되고...좀 그러네...ㅠ"
"이렇게 대화 많이 하고 하루종일 연락하는데 인스타 다이렉트 하고 있으면 인스타 만든 사람이 화내지 않을까?
트래픽 좀 그만 잡아먹으라고...음...정 걱정되면 내 민증 보여줄까? 정말 나쁜 사람 아냐ㅠㅠ"
"크크크 응 보여줘!!"
"진짜? 보여주면 카톡 넘어가는거야?"
"응!!!"
여러분, 민증 보여준다는게 농담이지 저걸 진짜로 보여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보여달라는 여자의 말도 그냥 농담인거지 저게 진심일까요...저걸 듣고 보여주면 바보죠 그게...
예, 제가 그 바보입니다 (2)
전 그녀가 너무 좋았고 정말 카톡으로 좀 더 빠르게 꾸준히 연락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인스타는 왠지 불편하더라고요ㅜ
운전면허증을 카메라로 찍어서 보내주었고 그녀의 카톡 아이디를 얻어냈습니다.
그렇게 우린 카톡으로 연락을 하게 되었고 다음날도 그녀와 하루종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날 저녁, 전 그녀가 너무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오늘 공강인데 저녁에 뭐 약속 있어?"
"응? 아니 그냥 집에 있어~"
"그래? 그럼 우리 오늘 저녁 먹을래?"
"응?? 갑자기?"
"응~뭐 어때 이정도면 그냥 오빠동생 사이로 밥 먹을 사이는 된 것 같은데?"
"아...그런가 어디서 만날건데?"
"잠실 어때? 초밥집 맛있는데 아는데"
"오 나 초밥 좋아하는데! 오빠 몇시에 되는데?"
"나 일 끝나고 잠실 가면 7시면 될 것 같아! 넌 괜찮겠어?"
"응응 근데 나 알아볼 수 있겠어? 크크"
"내가 한 번에 알아보면 손 잡아도 돼?"
"뭐?? 뭐야 크크크"
"진심인뎁"
"크크크 아 그런거야? 모르겠네 크크"
그렇게 정말 급작스레 뜬금없이 그녀와 첫 만남을 잡게 되었습니다.
그날따라 왠지 얼굴도 못나보이고 정장도 제가 제일 별로라고 생각하는거였는데...제가 왜 그랬을까 한탄도 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너무너무 만나고 싶었습니다.
유독 가지 않는 시간을 꾸역꾸역 이겨내고 마침내 6시, 아니 5시59분에 나왔던 것 같습니다.
후다닥 회사에서 튀어나와 지하철을 타고 잠실로 갔습니다.
7시보다 훨씬 빨리 도착하여 화장실에서 얼굴매무새를 가다듬고 섬유향수도 뿌렸습니다.
그리고 비가 올 지도 모른다는 얘기에 우산을 하나 샀습니다. 그녀가 좋아한다는 노랑색으로...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그녀와 만나기로 한 잠실역 출구 앞에서 서있었습니다.
과연 그녀를 알아볼 수 있을까, 요즘 포토샵이 심해서 실제로 만나도 못 알아볼 수 있다던데,
오만가지 상상을 하며 기다리다보니 7시가 되었고 제 눈은 계속해서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는 얼굴들을 좇았습니다.
그때, 하늘색 원피스에 하얀 가디건을 입은 그녀가 눈에 띄었습니다.
-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