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3/03/24 00:45:22
Name sungsik
Subject [역사] '태종실록'이 너무 보고 싶은 세종 ㅠㅠ


때는 세종 13년, 춘추관에서 태종실록 개수를 마치고 36권을 완성하여 왕에게 올렸다.
하지만 왕에게 바쳐도 왕은 내용을 보지 못하고 실록은 바로 사고(역사서를 보관하는 창고)로 직행할 상황.
세종은 신하들을 불러 의논을 한다.
 

세종 : 과거 제왕들이 선왕의 실록을 보지 않은 적이 없으니 나도 아버지의 기록을 보고 싶다!
아버지가 태조실록 안 본 것도 원래 하윤은 봐도 된다 했고 변계량은 안 된다 했는데,
그냥 변계량 얘기 따른 거 뿐이잖아.
마침 태종실록을 춘추관에서 편찬 마쳤으니 내가 한 번 검수해 보는 나쁘지 않을까?

맹사성,윤회,신장 등등등 : 오 전하. 말도 안 되는 소리. 제발 노노.
이미 우리가 제대로 다 검수했음요. 고칠 것도 없고 고칠 게 있다고 해도
왕님이 그런 일을 한다고 하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근데 만약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태종실록 보면 후대 왕도 따라서 볼 거고
그럼 사관은 왕이 볼까 쫄아서 제대로 기록하지 않을 것이고
그럼 후세에 진실이 전달이 안 될 것이고 그럼 나라가 망하고 세상이 망하고~~

세종: 그래... 뭐 맞는 말이긴 하네 ㅠㅠ



7년 뒤...

아무리 생각해도 태종실록이 너무 보고 싶은 세종.
다시 신하들을 부른다...



세종 : 옛날 제왕들이 친히 전대 왕의 기록 본 적이 많았잖아. 당태종도 보려했는데!
당태종이야 당대의 일을 보려고 하니 주위 신하들이 못보게 한 거고,
난 내 이야기 보려는 것도 아니고, 울 아버지 일을 보려고 하니까 괜찮지 않을까?
내가 아들로서 아버지의 훌륭한 업적을 알아야 그걸 따라 왕노릇을 제대로 할 거 아니냐.

황희, 신개 등등: 당태종이 보려고 하자 저수량과 주자사가 뭐라 했냐면
'너님 혼자만 보면 상관없는데 당신 자손들도 너님보면 줄줄히 따라 볼 거 아님.
하다못해 사관이 좀만 왕의 기분에 안 맞는 기록을 하면 모가지 날라갈테고
그럼 전부다 제 몸 보전하느라 제대로 기록 안 할 거고, 제대로 기록 안 하면 후대에 대체 뭘 믿을 수 있겠슴둥.' 라고 했음요.

만약 왕님이 진짜 선대왕에게 본받으려 역사의 기록을 보려 한다면,
역대 다른 왕조의 사기가 널려있으니 그거 실컷 보며 본받으시고 태종실록은 보지 마셈.
지금 태종실록에 기록되어 있는 신하들이 상당수 멀쩡히 다 살아 있는데 님이 본다고 하면
그들 기분이 졸라 찝찝하지 않겠음?? 그니까 보지 마셈.


하니, 임금은 마침대 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세종!!
이틀 뒤 혹시나 아버지 태종이 태조실록을 열람한 적이 있나 없나 알아보도록
춘추관에 연락해서 알아봤는데.. 안타깝게도 없음 ㅠ.ㅠ

결국 죽을 때까지 보지 못함 ㅠㅠ




출처 : 조선왕조실록

세종 51권 13년 3월 20일 (갑신) 2번째기사 / 《태종실록》을 보는 것에 대한 논의
세종 80권 20년 3월 2일 (병술) 4번째기사 / 임금이 《태종실록》을 보려 했으나 신하들이 반대하다
세종 80권 20년 3월 4일 (무자) 3번째기사 / 태종이 《태조실록》을 열람했는가를 상고하여 아뢰게 하다
의 기사를 각색






* 信主님에 의해서 자유게시판으로 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04-22 08:33)
* 관리사유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3/03/24 00:52
수정 아이콘
효자였으니까요..
김치만두
13/03/24 01:09
수정 아이콘
저때 봤으면 후대 실록의 객관성이 완전 똥망으로 갔을수도 있었겠군요
낭만토스
13/03/24 01:15
수정 아이콘
왕정국가에서 저럴 수 있었다는게 정말 신기합니다.
냉면과열무
13/03/24 02:16
수정 아이콘
진짜 보고싶은데 못보면... 흐흐흐흐
.Fantasystar.
13/03/24 02:50
수정 아이콘
사초를 본 연산군이 결국 폭군으로 쫓겨난게 정말 천만다행이지 않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네요
만약 연산군이 그런 엄청난 행동들을 저지르고나서 편하게 죽어서 세자에게 왕위가 이어졌다면
연산군도 봤는데 뭘?하면서 다 한번씩 보려 했을테니.....

그나마 연산군이 그렇게 쫓겨났으니 후대 왕들은 그 전례떄문에라도 더더욱 실록에 대해 조심할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흐흐
사티레브
13/03/24 04:09
수정 아이콘
이방원이 잘못했네 왕권강할때 쫌 봐두지 그러면 왕권이 대대로 강할텐데
는 뻘..
억울하면,테란해!
13/03/24 06:13
수정 아이콘
그런데 다시 이 이야기를 읽고서 퍼뜩 드는 생각이,

임금이 죽음을 예감했을때나 혹은 왕위를 이미 물려준 뒤에 실권 다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보는 건 허용했다면 어땠을까 궁금합니다.

'죽기 직전 최후의 즐거움' 정도로,,,?

하긴 이것도 악용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왕들이라면 다들 보고 싶어서 평생 소원이었을텐데, 좀 불쌍하긴 합니다. 이런 식으로 소원 성취 해주었다면 어땠을까... '난 이제 여한이 없다'하고 조용히 사망...
애니가애니
13/03/24 09:39
수정 아이콘
조선 왕조 실록은 진짜 그 가치가 엄청난 것 같아요.
13/03/24 12:34
수정 아이콘
학문적 성취도 이룬 사람인걸 볼때 호기심도 대단했을텐데... 진짜, 정말정말 궁금했을 거 같아요. 크크
13/03/24 15:40
수정 아이콘
이런글 너무 좋습니다. 크크 재밌게 잘 봤습니다.
아케르나르
13/03/24 17:04
수정 아이콘
스스로도 보면 안된다고 생각은 했을텐데, 참 호기심이 많았나봐요.
깃털티라노
13/03/24 21:40
수정 아이콘
저럼데도 수정실록이 나와야 했던 시대의 이해관 득실을 보면
초코다이
13/03/24 23:06
수정 아이콘
현대어로 각색하니 진짜 웃기네요 크크크크
풋사과
13/03/25 00:44
수정 아이콘
이렇게 보니 재밌네요!!
GreatObang
13/03/26 11:32
수정 아이콘
sungsik님의 역사 관련 글, 요즘 제가 가장 'Hot'하게 찾아보는 글입니다. 크크크

항상 좋은 글 감사드려요 ^^
Neuschwanstein
13/04/23 17:21
수정 아이콘
끝까지 개긴 신료간지...
결국 끝까지 안본 세종간지...
간지조선..
겜알못
13/04/23 23:49
수정 아이콘
정말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이 500년 넘게 간 원동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후덜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229 [LOL] 미드 카직스 공략 [20] 집정관9125 13/03/30 9125
2228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추게 글 모음. [78] OrBef17971 13/03/30 17971
2227 피지알은 생활이다. [33] '3'8030 13/03/28 8030
2226 커뮤니티와 친목질 [177] 절름발이이리16030 13/03/28 16030
2225 [리뷰] 조선탕수실록 - 그들은 왜 탕수육을 찍어먹을 수밖에 없었나 [24] Eternity12169 13/03/26 12169
2224 닭고기 탕수육을 만들어보자 [49] Toby9612 13/03/26 9612
2223 [야구] 기억하라. Mr.Clean, 켄그리피주니어, [13] 민머리요정7734 13/03/26 7734
2222 [LOL] 갓만렙 유저분들을 위한 랭크 챔프 추천(정글, 봇) [91] 낭천10130 13/03/31 10130
2221 [LOL] 갓만렙 유저들을 위한 랭크 챔프 추천(탑,미드) [72] 낭천16800 13/03/29 16800
2220 네안데르탈인들은 왜 멸종했을까?...혹시 여러분들 때문에??? [43] Neandertal10366 13/03/26 10366
2219 Stardust [112] OrBef12524 13/03/25 12524
2218 인간의 조상들은 왜 직립보행을 했을까? 혹시 그냥??? [86] Neandertal18598 13/03/25 18598
2217 탕수육으로 본 조선시대 붕당의 이해 해석본 [68] 순두부33392 13/03/27 33392
2216 탕수육으로 본 조선시대 붕당의 이해 [313] 순두부147401 13/03/26 147401
2215 [LOL] 2013 LOL Champions Spring 발로쓰는 프리뷰! 4탄! [16] 키토7029 13/03/28 7029
2214 [LOL] 2013 LOL Champions Spring 발로쓰는 프리뷰! 3탄! [38] 키토6963 13/03/27 6963
2213 [LOL] 2013 LOL Champions Spring 발로쓰는 프리뷰! 2탄! [25] 키토6897 13/03/26 6897
2212 [LOL] 2013 LOL Champions Spring 발로쓰는 프리뷰! 1탄! [42] 키토7779 13/03/25 7779
2211 [역사] '태종실록'이 너무 보고 싶은 세종 ㅠㅠ [17] sungsik9103 13/03/24 9103
2210 [LOL] 롤챔스 스프링 12강팀 팀원별 발자취정리 (북미시절-현재까지) [28] LOO8336 13/03/24 8336
2209 그들의 죽음 - 조선의 선비들 [18] 눈시BBbr8311 13/03/22 8311
2208 [야구] 성실했던 한국형 용병, 덕 클락 [24] 민머리요정10363 13/03/20 10363
2207 누가 과연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나? [12] Neandertal9442 13/03/18 944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