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에 대해 많은 분들이 다각도에서 분석을 해주셔서 저도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경기분석을 할 정도로 롤 실력이 뛰어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제 경기를 보면서 재미있는 부분이 읽혀서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크게 새로운 내용은 없고, 어제 오늘 제가 읽었던 분석글들의 총정리가 될 수도 있겠네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저의 추측일 뿐, 양 팀의 실제 의중은 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결과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려다보니 굉장히 결과론적인 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고,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댓글로 잘 채워주시길 부탁드립니다.
I. 양팀이 준비해온 픽밴 전략 카드: 2저격밴 + 1뺏어오기어제 경기에서 양팀의 밴픽은 이해 못 할 정도로 난해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양 팀 다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밴픽을 했었고,
다만 많은 팬들이 지적했던 부분은 시작부터 불리한 조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프로스트였단 것이었습니다.
초식형 정글러로 알려져있는 클템 때문에 타 팀(SK나 오존)에서는 밴 뿐만 아니라 픽으로 활용할 수 있는 리신에
무조건적인 밴카드 소모를 해야했기 때문이지요.
픽밴을 엉망으로 했다기 보다는 놓여진 상황 자체가 약간 치우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 CJ가 준비해온 2 저격밴 + 1 뺏어오기설령 클템이 리신을 뺏어온다 할 지라도, 블레이즈의 헬리오스가 보여준 풀뜯는 리신 이상의 모습은 보여줄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추가적으로 CJ 정글러들이 자주 보여준 앨리스 역시도, 헬리오스의 리신처럼 육식스러운 면모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픽 자체로는 '상대가 못하게 뺏어온다'의 효과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카카오에게 리신이나 앨리스를 쥐어준다면, 클템이나 헬리오스의 리신/앨리스와는 다르게 원맨캐리도 가능할 정도고,
이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카카오가 입증해 내었습니다. (8강 A조 4세트, vs 블레이즈)
결국 프로스트 입장에선 리신/앨리스를 픽 카드로 활용하면 효율이 떨어지며,
밴을 하지 않고 내주게 될 시 그것을 200% 활용 할 수 있는 카카오 때문에 2 저격밴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클템은 자르반 픽을 하게 되는데요, 리신과 앨리스를 쓸 수 없을 시 카카오가 최근에 즐겨했던 픽은 자르반이었습니다.
(8강 A조 5세트 중 3개의 경기에서 리신/앨리스 밴 -> 자르반 활용, 16강 D조 vs LG-IM전 모두 리신/앨리스 사용불가 -> 모두 자르반 활용)
카카오의 자르반 플레이는 리신과 앨리스처럼 원맨캐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이진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만,
팀에 많은 기여를 하는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스트에선 카카오의 최근 픽 성향을 잘 읽어내고,
클템이 자르반을 가져오면서 이렇게 2저격밴 + 1뺏어오기가 완성되었다고 봅니다.
여기서 저는 클템이 자르반을 픽하는 것까지가 준비된 플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무가 밴을 당했기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자르반을 했다기보단, 애초부터 카카오의 카드를 3개나 지워버리는 픽밴전략을 들고 온 것이죠.
클템에게 자르반 픽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바로 엊그제 LG-IM의 라일락 선수가 NLB에서 자르반으로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올라운더였던 라일락은 이제 거의 자르반 장인이 되어버렸지만...)
자르반이란 챔피언은 초식형 챔피언처럼 무한정 허약하기만 하지도 않고, 역갱이나 커버플레이에 능수능란하며,
초반 갱/역갱 상황에 깃창콤보 에어본으로 변수를 만들수 있으면서,
동시에 클템이 좋아하는 궁으로 이니시 & 궁으로 변수 만들기가 가능한 챔피언이기 때문에,
굳이 리신을 가져와 풀뜯게 만드는 어색한 챔프 운영이 아닌, 초식형/커버형으로 운영해도 포텐이 있는 좋은 챔피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르반 픽 자체는 카카오의 픽카드를 하나 더 줄이는 동시에 클템 성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챔피언을 픽함으로써,
효율성 자체는 굉장히 높았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CJ 양팀의 밴픽은 언제나 그렇듯 소드나 진에어의 픽밴처럼 뜬금없거나 즉흥적이지 않습니다.
나름대로의 상대팀과 자팀의 강단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예측하며 그를 토대로
상대의 강한 부분은 약화시키면서, 우리의 약한 부분은 커버해주는 식으로 전략적인 면을 녹여냈다고 생각합니다.
2) KT가 준비해온 2 저격밴 + 1 뺏어오기
결과적으로 드디어 좋은 AD 캐리를 갖추게 되었다고 평가받는 프로스트의 봇 라인을 봉쇄하는 효과적인 픽밴전략이었습니다.
매드라이프 선수를 향한 2 저격밴이 굉장히 특색있는데요,
이것은 KT가 지난 경기의 패배를 토대로 이번 4강전에 대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가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픽밴이었습니다.
매드라이프 선수는 지난 KT전에서 알리스타로 경기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며 CJ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었고,
이로써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입증하였는데요, 이런식으로 매드라이프 선수는 변수를 만들어내어
예측할 수 없는 타격을 주는 플레이로 팀에 크게 기여하는 캐리형 서포터입니다.
이런 식의 타격은 일단 맞기 시작하면 멘탈적인 측면에서 데미지가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쉽게 말리기 쉽고, 이렇게 말리기 시작하면 그 세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날 모든 경기에 영향을 줍니다.
(스프링 8강 vs소드전, 현존 최강 봇 듀오 중 하나라고 불리는 프레이-카인 듀오를 블리츠 하나로 멘붕에 빠뜨렸죠.
카인의 감성센도와, 엉망이 된 프레이의 무빙, 당시 올스타 전을 앞두고 3대1로 완파당한 소드는 팬들이 멘탈을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매라 블리츠의 그렙이 시작이었죠. 쓰레쉬로도 이런 기염을 토해내는 플레이를 자주 보여줬습니다.)
KT가 뛰어난 정글러 카카오를 바탕으로 한 변수 만들기에 능하다면,
CJ는 매라가 이런 역할을 정글러를 대신해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서포터 밴이 아닌,
정글러 저격밴과 맞먹는 가치를 지닌 밴이 되어버립니다.
매라에게 말리기 시작하면 픽밴창에서부터 매라의 픽을 의식해야하며,
여의치않으면 울며 겨자먹기로 서포터에게 밴카드를 소모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서포터를 저격하는 카드를 미리 준비해온 것이랑 현장에서 어쩔수 없이 밴해야만 하는 것은
준비해온 전략의 실현 가능 여부를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에 큰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어떤 변수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안전제일 위주의 플레이로 의도치 않게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어지는 것이죠.
이런 데에 최적화된 챔피언은 알리스타, 쓰레쉬, 블리츠크랭크가 있고, 이는 모두 매드라이프가 선호하는 픽입니다.
결국 예측 블가능한 변수를 없애고 안정적인 봇라인을 이끌어가기 위해서 쓰레쉬, 블리츠는 밴이 되어버리고,
카카오의 자르반처럼 매드라이프가 자주 픽하는 소나마저 가져가 버리는데요.
소나는 매라가 쓰레쉬나 블리츠를 가져가지 못했을 시, 로켓손이나 사형선고처럼 극단적인 변수를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뛰어난 유지력과 견제력으로 테크닉이 떨어지는 AD캐리에게도 안정적 라인전을 보장해주면서
확실한 크레센도로 팀기여까지 하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를 간파한 KT에서 보여준 매라를 저격한 쓰레쉬/블리츠 밴 + 소나 뺏어오기는
스페이스의 투입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프로스트의 봇라인 전력을 생각 이상으로 약화시켜버립니다.
여기까지 오면 제가 위에 언급한, 픽밴단계에서 프로스트는 불리한 측면을 안고 가야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성립되는데,
카카오 2저격+1뺏어오기의 픽밴은 메라 2저격+1뺏어오기와 동급의 효율을 보이는 밴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프로스트는 정글러가 해야될 변수만들기를 서포터가 하고 있었을 뿐이고요.
하지만 여기서 추가적인 픽을 보게 되면,
KT는 빠른별의 그 어떤 챔프도 두려워하지 않았고(좋은 성적을 보여준 빠별 아리 정도는 잠재적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었을 겁니다.),
샤이도 기존에 이끌어내었던 라이즈나 블라디 밴을 끌어내지 못하였습니다.
심지어 블레이즈에서 플레임이 유도해낸 캐넨 밴도 없었습니다.(너프의 영향도 있겠지만, 샤이와 플레임의 캐넨은 다르니까요.)
아무무에 사용한 마지막 밴카드는 아마 갱맘이 나왔다면 오리아나에게 쓰였을 밴카드였을겁니다.
이정도로 KT는 밴카드 운용이 있어서 유리했습니다.
하지만 CJ는 카카오의 기세를 눌러놨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섹의 자크나, 류의 암살형 챔피언들이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밴카드가 굉장히 부족한 편이었죠. 그러나 이것을 그냥 생각없이 방치하진 않았습니다.
빠별이 류의 아리를 가져오면서, 암살형 챔프의 폭을 하나 줄이고,
샤이가 3연쉔을 픽하며 자크와 비등한 라인전을 가져감과 동시에 빠른 궁지원으로
밴카드 운용의 불리한 점을 빠른 합류와 CJ식 운영으로 메꿔보려고 했습니다.
샤이가 캐넨/블라디 등으로 플레임 식의 자크 파훼법을 가져왔다면 어땠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당시 블레이즈 전에선 카카오/류가 미쳐날뛰며 결국 플레임이 아무리 잘해봤자 소용없어지긴 했습니다만,
5경기 블라인드까진 끌고갈 힘이 있었으니깐요.
어쩌면 플레임식 해법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생각에 3연쉔을 한 것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II. 상대의 픽밴에 대한 양팀의 대응
결과적으로 "프로스트가 무너졌기 때문에 프로스트의 픽밴이 좋지 않았다."
100%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지는 팀의 픽밴은 항상 좋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프로스트의 대응도 안좋았느냐? 아니면 프로스트의 대응은 완벽했지만, 결국 실력적으로 차이가 나서 졌는가?
저도 평가를 내리기가 참 애매합니다. 프로스트의 밴픽대응이 완벽했다기엔 3연자크에 너무 속수무책으로 털린 느낌이 있지만,
그렇다고 경기 내용에 상관없이 소드식의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거 / 오늘 잘 풀리는 챔피언'의 밴픽을 보여준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저는 여태까지 CJ 양팀이 전통적으로 밴픽은 참 잘한다고 느꼈습니다. 상대의 강점은 봉쇄하고, 자신의 약점은 감추는 측면에서요.
1) 그 정도는 예측했다: 카카오의 시크한 대처
먼저 2저격 + 1뺏어오기를 당한 카카오는 마치 리신/앨리스/자르반을 못 쓸 것을 당연히 예측이라도 한 듯 이블린을 꺼내듭니다.
그리고 이것은 리신/앨리스처럼 원맨캐리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 했지만,
시종일관 프로스트의 정글을 드나들고, 집요하게 샤이의 쉔을 괴롭히며
결국 CJ가 준비한 2저격 + 1뺏어오기의 밴픽을 극복해 내었습니다.
게다가 빠별의 이블린 픽을 억제함으로 인해, 잘 알려진 조합 쉔+이블린을 억제하는 효과도 불러일으켰죠.
2) 이 정도까진 예측하지 못했다: 한 경기에 4개의 주력챔프를 빼앗긴 매라의 선택
하지만 똑같은 2저격 + 1뺏어오기를 당한 매라는 어땠을까요?
일단 1세트 알리스타는 매라가 심리전을 한 번 걸어봤다고 느껴집니다.
결과적으로 알리는 크게 무너지며 무리수로 평가받게 되었지만, 1세트니깐 가능한 시도였다고 봅니다.
위에 언급한 스프링 8강 vs 소드전에서도 1세트부터에서 블리츠가 활약하자 프레이 + 카인 듀오는 멘탈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급기에 2, 3세트에서는 블리츠를 소드의 밴카드로 소모시키게 만듭니다.
지난 KT전때 알리스타로 상대의 봇라인부터 모든 라인을 망하게 한 트라우마를 한 번 이용해보려는 전략이었고,
성공했다면 매라의 알리스타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일어나면서, 2세트 이후 KT의 밴픽에 혼선을 줄 수 있었을거라고 봅니다.
거기에 CJ의 실수라고 느껴지는 점이 마파의 소나픽을 예측 못했을 거라는 제 추측입니다.
저는 KT의 소나픽에 상당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실제로도 1세트 소나픽은 1픽에서 바로 가져올정도로 KT에서 소나 자체에 엄청나게 무게를 두고 있었습니다.
쓰레쉬/블리츠의 캐리형 서포터를 빼앗겼을때 매라가 선호하는 픽은 소나였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소나는 안정적인 라인전 + 크레센도의 변수를 가지고 있는 쓰레쉬/블리츠의 차선으로 굉장히 좋은 픽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메라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아닙니다.
마파가 소나를 가져왔을 시에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모습입니다.
마파가 블리츠나 알리스타처럼 매라만이 할 수 있는 캐리형 슈퍼플레이는 못하지만,
톱급 서포터답게 시야장악에 능하고 소나나 룰루같은 견제형 서포터에는 굉장히 뛰어난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기 때문에,
마파의 소나 픽은 헬리오스의 리신이나 클템의 앨리스처럼 단순히 뺏어오기 식의 픽이 아닙니다.
상대의 안정적인 픽을 뺏어옴과 동시에 나의 모스트를 활용하게 된 극도로 효율적인 픽이 되어버립니다.
게다가 매라의 제3의 픽, 지난 경기에서 지옥을 보여줬던 알리스타에 대한 유명한 카운터로도 활용이 되죠.
이로써 2밴+1픽으로 매라의 챔프를 4개나 봉쇄하는 엄청난 픽밴이 되어버립니다.
(단순히 메라의 챔프폭이 좁다고도 할 수 없을 겁니다. 한 경기에 4개의 주력챔프가 모두 봉쇄당하는 상황은 쉽게 나오지 않으니까요.)
왜 CJ는 KT가 소나에 무게를 둘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을까?
자크+나미의 조합은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지난 KT전에서는 실제로 마파가 나미를 메인픽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때 당시 매라는 소나로 마파의 나미를 상대하며, 소나를 활용한 장점들이 나미로 인해 봉쇄당하는 식으로 막혀버렸습니다.
매라센도도 마파나미의 물방울과 해일에 의해 큰 효과를 보지 못했죠.
그래서 그 당시 나미에 대항하기 위해 꺼내든 챔피언이 알리스타였고 결국 상대를 붕괴시켰습니다.
이처럼 자크+나미의 시너지 때문에 CJ측에서는 마파가 소나가 아닌 나미를 픽할 것이라 예측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래서 매라가 저격밴을 당해도 소나는 열려 있을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마파는 소나를 픽해버리고(그것도 무려 1픽으로), 이후 매라는 거의 반 강제식으로 나미를 픽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많은 분들도 아시겠지만, 나미는 변수를 만드는 챔피언이 아닙니다. 상대의 변수를 상쇄시키는데 좋은 챔피언입니다.
상대가 100의 데미지를 가진 변수를 걸었을때 20의 데미지로 감소시켜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스타일의 챔피언입니다.
이는 매라가 나미픽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와도 직결되는데,
상대의 100을 20으로 만들어주는데에는 엄청난 효율을 보이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매라입장에선 원하는 순간 엄청난 변수를 만들어내기 힘든 챔피언입니다.
쓰레쉬 블리츠로 0에서 100을 이끌어내는 매라의 스타일상 0에서 20의 변수도 직접 만들어내기 힘든 챔피언이 나미입니다.
단순히 블리츠의 플래쉬+그랩과 나미의 플래쉬+물방울의 위력만 비교해봐도 두 챔피언의 스타일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된다고 봅니다.
블리츠와 쓰레쉬, 알리를 쓸 수 없게 된다면 소나라도 가져와 라인전 우위와 매라센도의 변수를 노려보자는게 CJ의 생각이었겠지만,
KT측에서 나미 대신 소나마저 가져가버리는 바람에, 봇라인 픽밴구도에도 큰 문제가 생겼다고 봅니다.
이것은 1세트 트위치 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트리스타나는 CJ에서 준비된 픽입니다. 애초에 자크를 풀어준 것은 인섹에 자크에 대한 불감증에서 온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트위치나 베인으로 자크 대응하는 것이 아닌 또다른 후반캐리 최강이라는 트리를 변수로 활용해
자크를 찢어보려는 심산에서 준비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자크의 궁극기 진입도 트리의 긴 사거리와 점프를 활용한다면 여타 원딜들처럼 자크에게 무기력한 모습으로 순식간에 찢기지 않을 수 있었으며
후반으로 넘어간 트리의 DPS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코그모가 탈출기를 들고다니는 느낌이죠.
트타 vs 베인은 생각보다 할만하기 때문에 트타에게 변수를 만들어 무너뜨릴 수 있는 트위치를 1세트 마지막 밴카드로 쓴 것이죠.
트타+소나라면 스페이스+메라조합이 이렇게 무너지진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1경기에서 보여줬던대로 트타가 레드를 먹고, 소나의 견제까지 더해지는 봇라인 전략이면,
스코어 베인+ 마파 나미론 트타+소나를 이긴다는건 불가능해 보인다고 추측했을 것이고,
스코어 케이틀린/이즈 + 마파 나미는 해볼만하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소나를 빼앗기고, 2저격을 당한 매라는 서포터로 무엇을 뽑을지 고민해야 했을겁니다.
결국 CJ는 밴픽단계에서 서포터보다 원딜을 먼저 보여줘야하는 입장에 놓였습니다.
트라스타나를 뽑자 스코어는 케이틀린을 가져가며 케이틀린+소나라는 엄청난 봇듀오 조합을 완성시켜버립니다.
결국 메라는 나미를 뽑기에도 준비해온 작전에 차질이 생겨
차라리 지난경기 트라우마를 이용한 심리전 + 플래쉬 Q-W를 이용한 예측불가능한 변수만들기로
알리스타라는 결전병기를 뽑지만, 판 전체를 망칠정도의 패착이 되어버렸습니다.
소나-알리는 전통적인 카운터이며, 애초에 KT측에서 알리스타를 밴카드로 활용하지 않는 대신 소나로 대처하겠다는 심산으로,
지난번 깜짝 알리스타와는 달리 어느 정도 변수는 충분히 예측한 상태로 맞은 알리스타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III. 2세트에 진행된 픽밴: 지는 팀은 이후 픽밴단계에서 항상 불리하다.
이후 2세트에서 KT는 또 소나를 1픽으로 가져가 버립니다.
여기서 왜 스페이스는 케이틀린을 가져오지 못했나?
인섹의 자크가 건재함으로 인해 케이틀린으로 자크를 찢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케이틀린을 가져온다면 자크한테 찢길 가능성이 너무 높았죠.
그렇다고 케이틀린 밴? CJ에겐 밴카드의 여유도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일단 1세트에서 류의 아리를 빠별이 가져옴으로써 류의 강점을 억제할 생각이었지만 예상외로 제드가 너무 크게 활약함으로 인해
안그래도 밴카드가 부족한 CJ로써는 제드에 필연적으로 밴카드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준비해온 카카오 2저격+1뺏어오기의 핵심인 클템의 자르반 픽을 포기하고,
블루 선픽의 이점으로 앨리스 밴카드를 열고 클템이 초식형 앨리스라도 가져오는 한이 있더라도
(그리고 개인적으로 클템의 앨리스는 헬리오스의 앨리스보단 나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드는 밴해야된다는 심산으로 밴픽이 진행됩니다.
CJ에게 초식형 앨리스라도 그런 변수를 주기 싫었던 KT는 퍼플 앨리스 밴을 해버리고,
결국 CJ입장에선 다행스럽게도 아직 카카오를 노린 리신/앨리스 밴은 유효했습니다.
여기에 전 세트에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친 이블린까지 밴함으로써, 제드-이블린 밴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나-케이틀린까지 막을 밴카드는 너무 부족했죠.
게다가 샤이의 쉔으로 자크를 상대하며 궁 로밍과 후반스플릿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첫 픽으로 쉔을 픽해야만 했고,
카카오의 자르반 픽을 막을 수도 없었습니다.
이로써 쉔-트페-람머스라는 조합이 완성되었고, 이 세 챔피언의 특징은 언제 어디서나 엄청나게 빠른 합류를 자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1인 대상 CC기는 타겟 도발-광역 도발-타겟 스턴으로 정말 최강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못해고 발컨이라도 자르반처럼 eq 콤보가 꼬일일도, 리신/앨리스처럼 음파/고치가 빗나갈일도 없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한 명은 무조건 짜를수 있는 무시무시한 탑-미드-정글 조합이었습니다.
결국 개개인의 실력이 KTB에 비해 유리할 것이 없다는건 이번 4강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CJ 내부에서 꼽아본 단점일 것이고,
1세트 플랜이 먹히지 않았을때 CJ가 플랜 B로 준비한 빠른 합류로 수적 우위를 통한 전투로 이득을 보겠다는 컨셉으로 보입니다.
KT는 소나-케이틀린을 완성시키며 안정적인 봇라인전을 형성하고,
CJ는 베인으로 자크를 찢을 여지를 두면서 케이틀린보다 우월한 후반캐리를 믿어보려는,
그리고 약한 라인전은 탑-미드-정글의 빠른 합류로 커버플레이를 하겠다는 전략이었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이 픽밴구도는 그렇게 나빠보이지 않았습니다만,
CJ의 컨셉은 KT에게 픽밴단계부터 읽혀버렸습니다.
빠른별이 트페를 할때 많은 분들이 류의 아리를 예측하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리만으로는 3인이 합류하여 순식간에 5 vs 2, 5 vs 3가 되어버리는 구도를 커버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카서스를 픽해버립니다.
빠른 합은 못따라가지만 5인에게 확실히 들어가는 카서스의 궁으로 도움을 주겠다.
글로벌에는 글로벌로 맞상대하는 카서스 픽을 하는 노련함이 엿보인 것이죠.
이렇듯 밴픽단계가 진행되었고,
CJ는 이번에도 역시 라인전이 불리하다는 자팀의 단점을 빠른 합류를 통한 수적 우위를 노리는 괜찮은 컨셉을 설계했습니다.
KT는 카서스의 글로벌 궁극기라는 적절한 맞대응을 해주었구요.
그러나 실제 경기는 이러한 밴픽싸움이 무색하게 빠별 트페가 렙을 6찍기도 전에 정글러의 개입없이 카서스에게 말리면서
람머스의 발이 미드에 묶이게 되고, 결국 비교적 자유로웠던 카카오가 집요하게 쉔을 공격하면서 CJ는 무너지고 맙니다.
실제로 빠별이 망하기 전에는 람머스가 날카로운 갱킹으로 인섹을 노리는 등, 클템의 람머스 픽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빠별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심하게 무너지는 것은 CJ에서도 예측하지 못했을 겁니다.
IV. 3세트 픽밴: 빠별이 망했습니다.
3세트 CJ 밴픽은 컨셉마저 사라졌습니다. 완전히 말려버린 것이죠.
마파 소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CJ측은 결국 소나를 밴카드로 써버리고,
퍼플 특성상 리신/앨리스 밴은 기본으로 깔고 가야했습니다.
그러나 밴카드가 너무 부족했죠. 이블린은 그렇다 치고, 제드/자크 픽을 막을 밴카드도 필요했는데 말이죠.
인섹이 자크를 픽하게 될 걸 빤히 알면서도 자크를 찢을 수 없는 스코어의 케이틀린을 빼앗아 와야했고,
(실제로 1,2세트때 케이틀린이 단순히 밴픽에서 우위에 선 것 이상으로 케이틀린이 너무 잘했습니다.
자르반 궁을 찝는 투망이라던지, 쉔의 도발을 투망으로 무시해버린다든지.)
후반 캐리고 뭐고, 지금 당장 라인전 단계부터 안 망할 수 있는 라인이 단 한 곳이라도 필요했습니다.
클템은 다시 자르반을 빼앗아왔고, 카카오는 가뿐하게 이블린으로 대처합니다.
이쯤 되면 카카오는 누누나 타 정글러를 픽해볼 여지도 있었겠지만 여전히 탑은 쉔이었고,
샤이 쉔 + 빠별 이블린은 위협적인 조합이 될 수있기 때문에 그러한 변수를 절대 주지 않으면서,
또한 1세트에 전혀 나쁘지 않았던 카카오 이블린을 계속 유지합니다.
김동준 해설은 밴픽단계에서 빠별의 픽을 카서스로 예측합니다.
쉔+카서스의 글로벌 궁극기 조합은 그 자체로도 좋지만, 자크같이 난입하는 챔피언에게 장판 딜이 효과가 좋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빠별은 망했습니다.
카서스로 제드+이블린을 버틸 방도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결과적으로 3세트의 CJ는 라인전 단계에서 1,2 세트보다 망하지 않은 급한불끄기는 되었지만, 승리를 이끌어 낼 수는 없었습니다.
케이틀린 딜은 자크한테 꽂히지 않았고, 그라가스는 앰비션이 망할 때를 픽했던 그라가스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버티긴 버티는데 무쓸모)
1세트부터 준수하게 버텼던 샤이의 쉔은, 카카오의 집요한 탑갱으로 3세트에선 무너질 수 밖에 없었으며,
각 라이너들끼리 궁극기라던가 합류라던가 아무런 시너지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서 아쉬운 것이 왜 3연 자크에 속수무책이었나 하는 것인데,
CJ의 판단으로 자크는 어차피 탑라인에 묶여있는 시간이 좀 있고 라인전 페이즈 이후에 부담스러운 것이라 판단하고,
당장 라인전 단계에서 자신들을 말리게 가능성이 큰 카카오 그 자체나, 소나/제드에 대해 밴카드를 쓰는게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또 이런 생각을 비웃듯 자크가 미드 로밍을 오며, 조금이나마 버티고 있던 케이틀린+나미 듀오를 파괴시켜버립니다.
V. 픽밴단계 총평
CJ가 준비가 부실했는가?
확실히 소드식의 그때그때 즉흥적인 밴픽은 아니었습니다.
플랜 A와 이것이 먹히지 않을때 플랜 B까지는 나름 착실히 준비했습니다만,
기본적인 실력차이로 벌어지는 갭을 좁힐수가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1세트 알리스타의 변수플레이를 노려본거다나, 2세트의 컨셉조합은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무슨짓을 해도 빠른별의 구멍을 막지 못해 결국 3세트 같은 망하지만 말자는 무컨셉조합까지 나와버렸습니다.
확실히 갱맘이라도 나와 빠른별보다 뛰어나진 못해도 오리아나 밴카드라도 강요할 수 있었으면,
픽밴단계에서 이렇게 시달리진 않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사실 저는 KT가 갱맘카드까지 잘 준비해온 느낌입니다.
1세트와 3세트의 아무무밴은 솔직히 갱맘전용 혹은 유사시 활용할 다른 특이 챔피언 밴카드로 여유있게 운영되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KT는 플랜 A, B, C, D까지 착실하게 준비된 모습입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인섹은 자크가 밴되거나 빼앗겼을시 제이스나 말파이트 같은 결전병기가 뒤에 준비되어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고,
카카오는 CJ가 그렇게 밴할 줄 충분히 예측했고 그걸 비웃듯
준비해온 이블린으로 쉔+이블린 시너지를 깨는 동시에 시종일관 정글에서 날아다녔습니다.
류는 애초에 아리를 빼앗겼을때, 제드를 할 수있고 제드를 빼앗겼을때 아리를 할 수 있다는 이지선다로 빠른별을 압박함과 동시에,
CJ의 쉔-람머스-트페에 대해 카서스 픽을 하는 유연한 픽을 선보였고,
스코어는 케이틀린을 빼앗겼을때, 신비한 화살로 CS를 먹으며 크게 말리지 않을 이즈를 픽하는 모습을 보면서
케이틀린을 빼앗길 것까지 당연히 예측한 모습입니다.
마파는 매라의 스타일과 픽밴을 철저히 연구해, 2 저격밴 + 1 뺏어오기로 매라의 챔피언을 4개나 봉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지막 경기의 피들스틱 픽마저도, 혹시나 매라가 결전병기로 꺼내올 예측 불가능한 픽까지 대처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KT가 지난 CJ프로스트에게 대패한 이후 이를 바득바득 갈고, 열심히 준비한게 너무나 잘 보이는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CJ 역시도 소나라는 예측 불가능한 픽에 말렸던 것과, 빠른별이 예측범위 밖으로 너무나 심각하게 망해버렸기 때문에
준비해온 것들이 먹히지 않아보였습니다.
고질적으로 꼽히던 클템의 정글링, 결국 자르반 픽도 eq삑사리를 내며 테크닉 자체에 의문점을 자아냈지만,
픽 자체는 클템의 초식형 스타일의 커버형 플레이에 크게 반하지도 않고,
카카오의 자르반 픽도 억제하는 아주 효율성 높은 좋은 픽이었다고 생각하고,
플레임식의 캐넨/블라디를 활용한 인섹 대응법 대신 샤이의 쉔 역시도 준비된 플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결과가 나오고 압도적인 실력차이로 끝나버린 대결이지만,
레드를 먹은 2렙 스페이스 트타 + 메라 소나의 봇라인이 선전하면서, 후반에 인섹 자크를 찢어버릴 계획이라던가,
빠른별이 류를 잡지는 못해도 끊기지만 않았다면, 쉔+아리의 로밍으로 끊어먹기가 성공했다면
프로스트에게 전혀 승산없는 싸움이었을까 싶지만, 이미 미드라이너의 격차가 운영과 픽밴으로 커버될 수 없는 상황에선,
KT역시 만만찮은 대 CJ전 분석과 준비, 연습량으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KT가 기대되는 것은 밴픽과 전략, 운영에서 뛰어나다는 CJ양팀을 차례로 잡으면서,
픽밴단계에서도 자신들의 실력만 믿고 뜬금포같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닌 철저히 준비되고 계산된 픽밴을 하는 것으로 봐서
앞으로 어떤 팀을 상대하더라도, 분석하고 연구해서 깨부숴버릴 것 같기 때문입니다.
사상 최초로 CJ양팀이 모두 결승에 올리가지 못하게 되어 새로운 기대감과 함께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프로스트 역시도 현재 가지고 있는 카드로는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에,(가지고 있었던 카드 패 자체가 나빴다고 봅니다.)
추후 자팀의 단점에 대해 냉정하게 연구와 분석을 거쳐 리빌딩을 한다면,
그런 브레인이 있는 한 이대로 무너지기만 하진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양 팀 여기까지 경기하느라 모두 수고하셨고,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 라벤더님에 의해서 게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09-0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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