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4/03/02 16:16:45
Name 작고슬픈나무
Subject 외계어를 비판하며 이모티콘에 대한 중학 국어 교과서와 저의 보잘것 없는 생각입니다.
지금 게시판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문자언어, 즉 글입니다. 문자언어는 음성언어에 비해서 여러 가지 다른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이모티콘이 등장하는 부분은 '상대의 몸짓, 표정이나 억양, 성량 등을 인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학 국어 교과서에 따르면 '시각적 표현'에 해당하는 이모티콘이 사용됩니다. 교과서에 언급되었다고 무조건 따라해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먼저 외계어와 이모티콘의 다른 점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외계어는 언어 파괴 현상입니다. 정상적인 문법과 표기, 맞춤법을 의도적으로 파괴해서 어긋나게 표현하는 것이 필수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고 싶으나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것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통신어체는 외계어와는 다릅니다. 통신어체는 어미의 변칙적 사용(예 : 했어여, 하세염, 넵! 등)이나 준말(예 : 남친, 일욜), 의태어 (예 : 비실비실, 휘릭) 등을 모두 포함하여 사회 방언의 하나로 봅니다. 특정 집단이나 단체에서 사용하는 말을 사회방언이라 부르며 이는 공사장에서 노동자 분들이 사용하시는 말이나 수술실에서 의사들이 사용하는 말, 당구장에서 사용되는 말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같은 사회방언은 장단점이 있어서 무조건 금지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 국어 교과서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중학 국어의 결론은 "일상 생활에서 표준어를 사용하며 통신어체는 통신상에서 사용하되 일상어를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써야 한다." 는 것입니다. 7차 교육과정이 서울대 위주가 아닌 고려대와 교원대 위주로 이루어지면서 생겨난 완화적 입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는 달리 외계어는 통신어체처럼 '시간의 절약, 표기를 하기 위한 노력의 절약, 상대와 대면할 수 없는 문자언어의 한계' 라는 조건 없이 의도적인 "기존 언어 규칙의 파괴"를 기본 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절대로 수용할 수도 없고 수용해서도 안 됩니다. 그러나 이모티콘은 문자 언어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므로 외계어와 같이 보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게시판을 조금 살펴보니, 이모티콘과 문장력의 관계에 대한 언급이 필요한 상황인 듯 합니다. 예를 좀 들어보겠습니다.

"내일 제주도로 출발합니다. ^^"

"내일 제주도로 출발합니다. 일상에 찌든 발을 환상의 섬에 디디면 들숨, 날숨부터 웃음이 묻어나겠지요?"

위 두 문장은 읽는이에게 비슷한 느낌을 주리라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아래 문장이 보다 구체적이고 글쓴이의 심정을 세밀하게 전해줄 수 있을 겁니다. 이모티콘 없이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하면서 문장력도 기르고 어딘가에서 본 좋은 표현도 되새겨보게 된다면 곧 국어 실력 향상의 지름길로 가겠지요.

어린 친구들에게는 힘들다는 의견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어린 친구들일수록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글 쓰는 힘을 길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언어의 발전입니다.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대중, 언중(言衆)이라 합니다만, 의 약속이며 사회 발전에 따라 생성, 발전, 변화, 소멸합니다. 이모티콘이 언어의 미래가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모티콘은 기존 언어의 법칙을 파괴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기존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변종의 하나입니다.

언어 파괴나 보다 좋은 게시판 문화를 위해서라면, 몇몇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일어, 영어의 번역투 추방과 맞춤법 준수가 더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는 좋은 글은 이모티콘 없이도 읽는이의 눈에 "쓰는이의 표정"이 선하게 떠오르는 글입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여기는 "작가 게시판"이 아닙니다. 보잘 것 없는 글을 시간을 지불하고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한글 사랑]

덧붙여 : 힘을 내요 요환군!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3-03 11:12)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4/03/02 16:22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강요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바른 우리말 사랑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프리지아
04/03/02 16:42
수정 아이콘
피지알의 좋은 점 중 하나는 한 가지 사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죠^^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자일리틀
04/03/02 16:46
수정 아이콘
몹시 한 쪽 가슴이 아파 옵니다
저 역시 진심에서 우라나온 바른 우리말 사랑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빛나는 청춘
04/03/02 16:56
수정 아이콘
저 역시 좋은말 감사드립니다.
한글 사랑 나라사랑.. 이런 문구가 떠오르는군요.
두더지
04/03/02 17:00
수정 아이콘
추천게시판으로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있는혼
04/03/02 17:04
수정 아이콘
저역시 추천게시판으로 가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진상훈
04/03/02 17:05
수정 아이콘
잔잔하던 연못에 생긴 파장을 일순간 멈추게 하는 그런 힘이 느껴지는 글이군요.... 감동 감동
04/03/02 17:09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저역시도 추게로 옮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코코마리
04/03/02 17:12
수정 아이콘
역시.. 이미 전문가들의 고민은 현실을 아우르고 있었군요.
좋은 글을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혼의 귀천
04/03/02 18:22
수정 아이콘
저도 알게 모르게 통신어체와 이모티 콘,번역체를 많이 쓰고 있었네요. 되도록 불특정 다수가 읽는 글은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저도 모르게 쓰게 되고 마는 군요.
글을 쓸 때는 좀 더 신중하게 써야 할 것 같습니다.
항즐이
04/03/02 19:40
수정 아이콘
와... 제가 부족한 부분을 또 배웁니다.

늘 많은 분들의 글들이 저를 놀라게 합니다. ^^
감사합니다.
ⓣⓘⓝⓖ
04/03/02 20:10
수정 아이콘
저는 외계어와 이모티콘 모두 언어의 발전과정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런 과정중에서 비판을 받고 사라지게 된다면 없어지는것이고 사람들의 기호에 적합하면서 자주 쓰이게 된다면 그대로 언어로 굳어지는 것이겠지요..
가끔 이런말을 할때마다 욕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언어의 발전과정과 발전이 되었다는 말은 엄연히 다른데도 이해를 못하시더군요.. 가끔 답답하기도 합니다..
bluewind
04/03/02 20:15
수정 아이콘
옯은 말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한번 꼭 담론화 해야할 문제지요. 피지알에서 만나는 더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도 국어 교사지만 조금 그 내용(저자 왕문용)에 대해 의심가는 부분은 없었나요? 전 가르칠 때 조금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걸 느꼈는데 말입니다. 학자마다 다르지만 은어와 속어 그리고 사회적 방언에 대한 정의와 한계가 다르니 뭐라 이야기하기도 그렇지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어떠셨나요? 왜 이런게 궁금한지 모르겠습니다.
안전제일
04/03/02 21:58
수정 아이콘
중학국어교과서라..요새 교과서를 접해보지 못한지 꽤 되어서 상당히 놀라운데요.
이렇게나 긍정적이고 열린시각으로 변화되는 현상을 바라보는 교과서라니..
한번 구해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으하하하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영혼의 귀천
04/03/02 22:22
수정 아이콘
조금 다른 말이지만... 7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들... 다른 과목은 못봐서 모르겠는데 내용이나 구성이 괜찮은가요? 국사 교과서는 구성이 영 꽝이거든요...
물빛노을
04/03/02 22:23
수정 아이콘
멋진 글입니다ㅇㅇd 추게로 고고~^^
세/모/기
04/03/02 23:02
수정 아이콘
이 글의 답글에는 유독 이모티콘이 적게 보이네요. 글 쓰신 분의 의도가 잠시나마 충분히 전달된 듯해요... 흐뭇함에 꺽쇠표 두번 누르는 충동을 억누르기 힘드네요... ^^;;
04/03/03 14:01
수정 아이콘
이모티콘과 통신어, 그리고 외계어를 딱! 소리나게 정의해 주신것 같네요. 느끼는게 많습니다.
프토 of 낭만
04/03/03 22:28
수정 아이콘
중학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을 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이번 국어책은 그전 교육과정 교과서보다(실질적으로 접해본 적이 있습니다.) 확실히 개방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글들이 많더라구요... 또 그런 글이 요즘 학생들의 생각(딱딱한 교과서, 항상 바른것만 고집하는 교과서)을 확 바꿔놓는 시대를 만들었죠..
bluewind
04/03/04 21:58
수정 아이콘
프토of낭만님//확실히 6차 국어 교과서 보다는 개방적인 시각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한 읽기 자료와 구시대적인 작품은 조금 지양되었지요. 하지만 가르치는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6차보다 못한 부분도 많습니다. 논문을 가지치기 해놓은 것도 많고(당연 글의 짜임이 좋지 못하고 내용이 빈약하며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거기다 문법(국어지식)부분은 솔직히 꽝입니다. 더구나 위에 거론된 통신언어는 진짜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니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한번 읽어 보시면 공감하시는 분도 계실거라 생각됩니다. 원문은 제 생각에 모 지식검색하면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위의 거론된 단원은 국어 1-2 5단원 글의 짜임의 소단원(3) 통신언어, 어떻게 쓸 것인가/왕문용 입니다. 혹 밝히면 안되는 건지 모르겠군요.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읽어보시면 좋으실 겁니다.
Legend0fProToss
04/03/06 21:16
수정 아이콘
전 맞춤법 어김은 반대해도 이모티콘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얘기를 하다가 "웃긴다" 라는 말을했을때"웃긴다^^"하면
재밌다는 뜻으로 전달될수있지만
"웃긴다"라고 하면 약간 웃기네,등의 비웃음류 같아지는것 같지 않습니까?
사실 저는 피지알때문에 표준어와 이모티콘사용을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메신저에서도 말이죠(사실 이모티콘은 귀찮아서 못써요)
저에대해 좀 덜아는 애들하고 메신저에서 얘기하다보면
너 화났냐? 이런 말을 듣곤 하지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03 [카툰] 한방이당 전당대회, 이윤열 vs 최연성 [45] ijett33227 04/04/18 33227
302 "SKY 2004 Pro League 공식맵 분석 및 설명" [25] 변종석17412 04/04/16 17412
299 [모음]공상비과학대전-자게편2 [7] homy9442 04/04/12 9442
298 [모음]공상비과학대전-자게편1 [1] homy12280 04/04/12 12280
296 [모음]공상비과학대전-유게편 [13] homy15712 04/04/12 15712
294 "Gillette 2004 Star League 프리매치 공식맵 분석 및 설명" [56] 변종석18723 04/04/08 18723
293 그래서 우린 pgr21을 본다... [43] The Essay12215 04/03/30 12215
292 주간 PGR 리뷰 - 2004년 3월 28일 [18] lovehis10472 04/03/28 10472
291 [잡답] 뱅갈라스들의 독백 [16] 총알이 모자라.10972 04/03/24 10972
290 Adios, my Paradoxxx! [21] Forgotten_12450 04/03/23 12450
289 [잡담] 그들에게 한 다발 꽃을 보내며 [21] 아랑7295 04/03/21 7295
288 Gallery Dahab - 꿈꾸는 젊은 거장 Nal_rA [49] lovehis15175 04/03/24 15175
287 OSL 관전일기 - 제우스, 두가지 편견을 버려야. [55] sylent18961 04/03/19 18961
284 [낙서]12 help yO.. [47] 언뜻 유재석16022 04/03/05 16022
283 어느 두 장거리 육상선수 이야기 - Jju편 [17] lovehis9464 04/03/04 9464
282 아직 다하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 [9] 아제™7722 04/03/03 7722
280 임 빠라고 불리는 막내 종헌이 이야기 [38] 순수나라11611 04/03/02 11611
279 어느 두 장거리 육상선수 이야기 - SC(Silent_Control)편 [23] lovehis9118 04/03/02 9118
278 외계어를 비판하며 이모티콘에 대한 중학 국어 교과서와 저의 보잘것 없는 생각입니다. [21] 작고슬픈나무8053 04/03/02 8053
277 [잡담] What Dreams Are Made Of. [23] Apatheia9187 04/02/29 9187
276 우리집과 스타크레프트. 프로 게이머 이야기 [25] 순수나라11235 04/03/01 11235
275 아직은 더 울어야 할 당신에게(경기결과 있습니다) [37] 공룡15971 04/02/28 15971
274 어느 무명 발라드 가수 Jju [58] lovehis13366 04/02/27 1336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