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요즘 출산율때문에 말이 많습니다.
그리고 관련해서 다양한 말도 많지요.
모성애는 너무 신격화 되어있다.
혹은 아이를 키우는것에 대한 단점만 너무 부각되어있고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대한민국은 애 키우기 힘든 나라다. 애 키우는 것이 벼슬이란 말들을때 까지 지원을 해줘야한다.
등등
다양한 의견들의 공통분모는 애를 키우는 것이 어렵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많이 고민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아이를 가지는 일은 많은 책임감을 요구하는 만큼 심사숙고해봐야할 주제라고도 생각합니다.
저만해도 아이에 대해 생각할때 사람들은 대체 왜 애를 키우는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키우는데 단점은 너무나 많이 알려져있습니다.
돈과 시간이 많이 투자되는데 그것이 회수될것이라고는 대부분 생각하지 않지요.
예전 7-80년대 초반이나 그래도 노후대책으로 자식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지 요즘에는 자식은 오히려 커서도 뒷바라지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많으니까요.
아이를 키우는데 어려움은 나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또 분유값/기저귀값으로 대표되는
[돈], 그리고 학원비, 교육비 등으로 대표되는
[돈] 그리고 아이들이 또래들과 어울리는데 필요한 품위 유지비.. 좋은 옷이나 물품인인
[돈], 자녀를 결혼하는데 필요한 지원
[돈]이 얼마나 드는지, 그리고 자식입장에서 그것이 얼마나 필요한지(못받는 자와 받는자의 격차)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교육열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학원비나 좋은 학군 등등.. 역시
[돈]이죠.
이런 어마어마한 투자에 비해 리턴에 대해 알려져있는 것은 드믈지요.
대부분 행복.. 보람.. 희망 등등
매우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들이 대부분입니다.
인풋과 아웃풋의 균형이 너무나 맞지 않지요.
주변에 물어봐도 애키우는 건 힘들다고 합니다. 키워서 뭐가 좋냐고 물으니 답은 하나에요.
[그런데 예뻐]
그래서 저는 궁금했습니다.
그 널리 알려진 단점은 너무나 많은데 장점은 추상적일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애를 계속 키워왔고 키우며 키울 예정이죠.
인류가 멸종하기 바로 직전까지 인류는 다음 세대를 키울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과연 자녀는 어떤 것을 주길래 인류는 자녀를 계속 키워오는 것일까요?
예쁘다는것이 얼마나 예쁘길래 그리 힘든걸 다 감수하게 해주는 걸까요?
그래서 저도 한번 낳아봤습니다.
0.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신생아는 생각보다 안예쁘다고.
아마도 대중 매체에서 워낙 띄워주다보니 생각보다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나름 마음의 준비를 했지요.
실제로 아이가 태어나기 전, 초음파 영상으로 아이의 얼굴을 볼 기회들이 많습니다.
매달마다 산부인과에 가고, 막달에는 매주가는데 그때마다 초음파를 봅니다.
아이의 얼굴은 항상 보여주는 부분인데요,
그때 보는 아이의 얼굴은 초음파인지라 사진보다는 엑스레이 영상같은 느낌에 더 가깝습니다.
볼때마다 " 이게 눈이래, 이게 코래." 하면서 양눈이 매직아이가 될때까지 영상과 사진을 들여다보지만, 어떤 얼굴인지 감이 잡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솔찍히 상상되는 얼굴은 별로 안예쁩니다.
눈도 부워있는것 같고, 코는 콧구멍만 보이고, 입도 퉁퉁 부워있는 것 같습니다.
절대 예뻐보이는 조합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애가 엄청 못생기면 어떻게하지? 라는 필요없는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어짜피 나오는 조합이야 시댁과 친정에서 아는 얼굴의 조합일테니, 나쁘지는 않겠지 하는 위안을 가져왔지요.
최소한 남편 반만 닮아도 반은 잘생겼을테니까요.
하지만 반면에 눈도있고 코도있고, 입도 있는 것이 신기하긴 합니다.
뱃속에서 조밀조밀 입도 오물거리고 하품도 하고 손발도 휘져어요.
뱃속 아이가 움직이는 것은 잘 알고있지만 실제로 보는건 또 다르더라고요.
뱃속에서 애가 움직이면 7개월 전까지야 뽀로록 뽀록 뽀록 하니까 '아? 뭔가 움직인다. 아기구나.' 정도의 기분이지만,
8개월이 지나고 막달에 가까워지면
' 야! 거기 명치야.. 차지마..' 혹은 ' 야! 거기 배꼽이다. 아파! 밀지마! 배꼽 튀어나오겠다' 의 느낌에 좀더 가까워집니다.
뱃속에서부터도 이미 애와 투닥거려요. 사랑스러움이나 대중매체에서의 이미지와는 좀 달라요.
그러면서도 두세시간정도 움직임이 안느껴지면 식은땀이 나죠.
멀쩡하다가도 뱃속에서 갑자기 사산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야말로 모든 임산부의 공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살아있지? 살아있는거지? 하면서 무서워집니다. 그래서 차라리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상태를 볼수있으니까요.
물론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몸이 힘들어서도 있기는 합니다.
17인치 3~4키로 되는 노트북을 24시간 계속 메고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근데 그걸 백팩으로 등뒤어 매는게 아니라 뱃속에 피부로 지탱해 담고 있습니다.
걷는건 냉기 디버프에 걸린것 마냥 정말 느려집니다.
걸을때마다 배가 흔들리며 무겁고 아프기도 합니다. 뛰는거요? 배가 찢어질것 같아요. 숨도 차고 속도 자체가 나지 않습니다.
신호등의 카운트가 20초 남아있으면 건너는 것을 포기합니다. 건널수 있는 속도가 아니에요. 임신전에는 10초 일때 뛸지말지 갈등했는데 막달엔 파란불로 바뀌고 나서부터 걸어도 겨우 건너갑니다.
그래서인지, 다들 뱃속에 있는 것이 좋을때야, 라고 할때는 몸이 이렇게 힘든데 그럴리가 있나, 하고 생각을 해왔죠.
자, 낳아본 소감으로 개인적인 의견은...
신생아 먹이고 재우고 달래고 하는 것이 보통일은 아니긴합니다. 하.. 정말 인권에 대해 생각할 정도의 노동강도에요.
그래도 낳은 후가 좋더라고요.
왜냐고요? 예뻐요.
1.
못생겨도 너무 실망하지말자, 신생아는 원래 못생겼댔어, 다짐에 다짐을 하면서 처음 갓 태어난 신생아를 봤을때에는 예쁘다 혹은 못생겼다의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작아요.
엄청 작아요.
뱃속에서 애가 나온이후 애를 보는 건 엄청 짧은 시간입니다. 낳은 후엔 회복실로 가고 이후엔 입원실에서 회복하게 되지요. 입원동안 아이를 볼수있는것은 하루 10분도 안됩니다.
신생아 실에서 창문 너머로 하루 두번, 겨우 5분정도밖에 시간을 주지 않아요.
아이를 제대로 보게 되는 건 조리원에서입니다.
그제야 아이를 제대로 안아볼수있게 됩니다.
이미 어느정도 알고있는 사람들을 알겠지만 내 아이를 본다고 갑자기 모성애 뿜뿜하지는 않습니다.
첫 대면 그리고 몇번 뵈도 그냥 말그대로 몇번 본 사람 보는 느낌이에요.
물론 아주 모르는 사람은 아니고, 그래도 간접적으로는 알고는 있는 사람이랄까요.
하지만 가족이고 앞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이죠.
저는 아기를 만나고 이런 느낌에 좀더 가까웠습니다.
' 어..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당신의 엄마가 될 사람인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태어난지 일주일 정도 된 아기는 여전히 너무나 작고 연약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정도 입니다.
예쁘다기 보다는 가엽고 연약해서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느낌이더라고요.
마치 누가 갓 태어난 털도 안나고 눈도 안뜬 강아지를 맡겨둔 느낌이에요.
작아서 귀엽기는 합니다만, 너무 작고 여려서 좀 무섭기도 하고, 키우려니 막막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저랑 달리 남편은 의외로 아기를 예뻐하더라고요. 아이를 별로 안좋아 하는줄 알았는데요.
남편 말로는 진짜로 내 새끼는 다르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합니다.
조리원 생활에 대해서도 쓰려면 또 할말이 많기는 합니다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조리원생활이 다들 천국이라고 하는데 의외로 힘듭니다.
하루 4시간 밖에 못자고 먹고 수유하고 먹고 수유하고의 반복이었어요.
밥도 안차리고 하는 것이라고는 수유 하나밖에 없었는데도 말이죠.
마치 스파르타 기숙학원에 들어와있는 느낌이었죠. 입시가 아니라 수유였을 뿐.
저는 그나마 코로나가 나아졌을 시기라 수유실에서 마스크지만 사람들 얼굴도 보고했는데 (하지만 코로나라 남편 평일 면회불가) 지금 시기 조리원있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것 같습니다.
좀 독방생활 같은 면도 없지않아있거든요. 수유실에서 다른 산모들이랑 대화 안하면 한마디도 안하게 되요.
첫주는 회복하느라 얼떨떨하게 헤메다 보내게 되고 (병원에서 몇일 보내고 나서도 여전히 한주는 온몸이 아프고 걷는게 힘듭니다), 둘째주가 되면 공포에 떨게 되죠.
지금은 다 해주고 수유만 하는데도 이리 힘든데, 조리원에서 나가게 되면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떻게 다 하지? 하고요.
뭐 그 시기를 보낸 입장에선, 뭐 시간은 흐르고 그 시기도 지나갑니다만. 허허.
조리원까지만 해도 아이를 가진 기쁨이나 그런것 보다는 몸이 아프고, 아이를 키워야한다는 부담감과 막막함 이런것이 더 컸습니다.
"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짤에 더 가까웠어요.
2.
집에 와서 신생아를 보는 것은 뭐랄까..
내 인권은 어디에 있나,에 좀더 가까웠습니다만..
아이가 집에 오고 첫 한달동안은 정말 인류가 멸종 안한 이유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일단 잠을 제대로 못자니까 아이가 예쁘고 귀엽고 자체에 대한 감정이 없더라고요.
아이가 2시간, 짧게는 1시간 단위로 먹고 자고 싸고를 다 하는데 일단 먹이고나면 트림시키고 기저귀 갈고 하면 한시간이 지나있어요.
아이가 자더라도 남은 한시간 동안은 잠자고 먹고 집안일을 틈틈히 해야합니다. 젖병도 삶아야 하고요 (초반에 100프로 모유로 아이를 감당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유축도 해놔야하고, 아기 빨래도 해야합니다. 그리고 집안일이 사라지는것도 아니에요. 집안 청소와 요리, 설거지 어른 빨래도 남아있죠. 애가 먼지먹으며 계속 살게 할수도 없는것이고 저도 하루종일 마냥 굶거나 벗고있을수는 없으니까요.
아이가 안자고 울고 보채거나 하면 화장실 갈 시간도 없고 물먹을 시간도 없어요.
요리할 시간의 사치따위는 없더라고요.
잠을 못자는데 그래도 애 먹여야 하니까 젖생산을 위해 틈날때는 입맛 없어도 꾸역꾸역 먹고 먹는 시간 외에는 물마실 시간조차 없더라고요. 화장실요? 마음놓고 가지도 못해요. 잠깐 화장실 간동안 애가 자지러지게 울면 참 비참하더군요.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니 잘 싸지도 못합니다..
씻는것은 당연히 못하죠. 인간으로의 자존감이 바닥을 칩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현상도 해결 못하면서 아기 밥, 기저귀 셔틀을 하다보면 인권이 바닥까지 추락하는 기분입니다. 그 시기만큼은 확실하게 인간이하의 삶이에요.
24시간동안 교대없이 1시간씩 끊어서 가끔 자며 하루 3-4시간 수면시간도 보장도 없이, 식사시간 보장 없이 일하는 경험이 그리 많은지요. 물론 아이가 평생 그런것은 아니지만 신생아시기는 정말 힘들어요.
남편이 퇴근 후 도와준다고 해도 할수있는건 빤합니다. 혼자 애를 보는동안 못했던 식사나 생리현상을 해결할수있게 애를 봐준다거나 쌓인 쓰레기를 버리거나 하룻동안 밀린 설거지를 해놓으면 남편도 잘시간이 됩니다. 여기에 좀더 힘낸다면 추가로 청소기를 돌리거나 빨래를 개는정도 수준이에요. 하는건 많지만 충분하지 않죠. 남편이 못하면 제가 그만큼 해야하는데 그것을 위해 포기하는것이 먹고, 자고 싸는 시간이니까요.
남편이 빨래 개다말고 폰보고 놀고있길래 뭐라하니 힘든건 알겠지만 자신도 일하고 왔는데 잠깐 쉬지도 못한다고 볼멘소리도 합니다. 잘 다독여줘야겠지만 잠도 못자고 몇일간 씻지도 못한상태다보니 입에서 좋은 소리가 안나오더라고요.
힘든건 이해해요. 애 태어나기 전엔 퇴근하고 계속 쉬거나 집안일도 간단히 한두가지 정도만 하고 쉴수있었는데 아이가 생기니 집안일은 어른 둘만있을때보다 배는 늘어있는데 제가 기존만큼 집안일을 할시간이 없거든요. 일하고 집에오면 게임도 몇시간 해야하고 아무생각 안하고 쉬며 뒹굴거리고 놀아야하는데 집은 더럽고 짐승수준으로 전락한 배우자가 계속 집안일을 요구하니 힘들기도 하겠죠.
게다가 남편의 경우 집안일에 센스가 많이 부족한편이기도 했습니다. 조리원에 있을동안 집정리와 수리를 부탁해놨는데 본인도 퇴근 후 평소처럼 청소만 해놓고 따로 시간내서 집 수리나 정리를 제대로 안해놔서 애오고 부랴부랴 같이 하느라 더 힘들었을거에요. 아기용품 택배박스도 하나도 안뜯어놔서 애오고 그제야 뜯고 정리하고 버리느라 삼일 내내 재활용 쓰레기를 버렸으니까요.
그래서 일단 돈으로 해결할수있는 부분은 돈으로 해결하게 됩니다.
제일 저렴한 상품의 산후도우미 2주(기본 고용기간) 고용 비용이 110만원이 조금 안되는데요, (출퇴근, 7시간 근무)
산후도우미가 2주간 해주는 것은 오전에 밤새 애본 산모가 최소한 2~3시간 눈붙일수 있게 아이를 봐주고, 식사를 할수있게 반찬을 만들어주고, 밥먹을 시간을 벌어주고 설거지를 해주고 목욕을 도와주죠. 그럼 7시간이 지나있습니다.
여기에 가끔 시간이 되면 거실청소나 신생아 빨래를 도와주는 것입니다. 산후 도우미가 청소와 빨래 둘다할 시간은 없더라고요.
당연히 산후도우미가 반찬을 하거나 청소나 빨래 할때는 산모가 아이를 보고있어야 하기 때문에 산후도우미가 있어도 잠자는 2-3시간 외에 산모가 쉬지는 못합니다.
한주 50만원이 넘는 비용으로 산모가 보장되는것은 2~3시간의 수면과 식사입니다. 만능은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국가가 보조해줘서 한주 50만원보다는 좀더 저렴하게 이용가능합니다.
그리고 산후도우미와의 2주후에는 배우자 출산 휴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배우자 출산휴가가 10일로 늘어서 그나마 좀 낫더라고요. 몇년전만 해도 3일이었는데, 10일로 늘은건 정말 다행이에요. 마음같아서는 한달정도 줬으면 좋겠습니다.
남편 출산 휴가때는 그나마 남편이 출근하지 않으니 밤 수유를 나눠해줘서 4-5시간정도는 연속으로 잘수있게 해주니 살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좀더 편히 먹거나 씻을수도 있고요. 역시 쉬는것도 일을 나눠하는것도 좀더 자유롭습니다.
육아에서 남편의 역활은 정말 큽니다.
그리고 그제야 남편도 신생아 키우기의 고통을 보고 이해하게됩니다. 출산휴가후에는 자기가 퇴근후 해야하는 집안일이 많다고 투덜거리거나 못쉰다고 짜증내지 않더라고요.
남편이 산후도우미 보다는 훨씬 편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편한건 아니에요. 산모의 기본적 인권이 보장될 정도의 노동강도로 조금 나아지는 것 뿐입니다.
산모 몸 회복해야한다고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밖에도 못나가게 하는데 애보다 보면 손목 허리 어깨 다 아작이 납니다.
몸 조심해야한다고 가벼운 짐도 들지말라고 하는데 애 무게는 3키로에서 시작해서 점점 늘어나요. 그리고 그 애를 거의 하루종일 안고 들고 달래고 하죠. 참 아이러니 합니다.
그래서 아기가 집에 와서 한달정도 지날때까지는 예쁜지 모르고 지났던것 같습니다. 아이가 예쁜 시간은 누군가 봐줘서 2시간이라도 자고 일어나서 좀 제정신일때 보면 참 예쁜것 같은데 그 후로 3-4시간정도 지나고 나면 다시 힘들기 시작합니다.
잠도못자고 먹지도 못하고 싸지도 못하고 있는데 애가 계속 울면 '살려줘' 기분이더라고요. 낳아서 좋다, 힘들다 그런 생각조차 안듭니다. 그저, 살려줘, 자게해줘, 최소한 씻을수 있게 해줘 입니다.
전 우울하지는 않았지만 힘들다 보니 아이가 그렇게 까지 예쁘게 느껴지지가 않아서 (이것이 우울증의 일종일지도 모르겠지만) 산후우울증이 괜히 생기는게 아니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힘든 와중에도 많은 고민을 했죠.
인류가 어떻게 멸종을 안한거지?
고대인들은 애도 많이 낳았는데. 그때는 일회용 기저귀, 분유, 세탁기, 건조기, 젖병 소독기 등 문명의 이기도 없었는데?
이렇게 영양이 충분한 시기에도 잘 못먹고있는데 그 시기 사람들은 어떻게 먹을거을 구하고 젖을 냈지? 특히 천이 귀했던 시기 고대인들은 애가 싸면 어떻게 처리했을까?
사실 고대인까지 갈것도 없기는 했어요.
아니, 어머니는 어떻게 날 키운거지? 나보다 10년도 더 어린나이에 이 힘든것을 어떻게 참고 한것이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리원이니 산후도우미니 그런것도 없었던 시절이었죠.
세탁기나 용품도 지금같지 않고, 천기저귀 시기인데 세탁기도 흔치 않고 건조기도 없던 시절인데.. 그때만해도 많은 가정에서 아직도 연탄불을 쓰던 시대라고 알고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이 새롭게 생겨납니다.
태어나서 첫 한달.. 신생아시기는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그 시기는 지납니다.
정신차려보면 어느순간 아기를 씻기던 대야가 작아서 신생아 욕조로 바꿉니다.
아기가 수유쿠션에 어느덧 꽉 차게되요.
아기의 머리카락이 좀더 길어집니다. 눈썹도 자라나고 속눈썹도 생겨나요
아기가 절 바라보기 시작해요. 초점을 맞추고있습니다.
가끔은 웃어요. 그저 배냇짓이라는것을 알지만 기쁩니다.
모빌을 보기 시작합니다. 화장실 갈 여유가 드디어 생깁니다. 이젠 틈내서 물도 마실수있어요.
조금씩 아이가 예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3.
아이를 재우려고 한없이 안고 달래다 보면 엄마가 섬그늘에, 자장자장, 반짝반짝 작은 별 등 온갖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요, 부르다 보면 어버이 은혜를 부르게 되더라고요.
낳실제 괴로움 다잊으시고
기를제 밤 낮 으로 애쓰는 마음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손 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부르다보니 갑자기 감정이입이 됩니다.
낳을때 괴로움 다 잊지는 않았지만 (아직 또렷해요) 밤 낮 으로 애쓰는 마음은 확실하더라고요, 진 자리 마른 자리, 손 발이 다 닳도록 ..
공감이 팍팍 되더라고요.
아이를 낳아본 사람이 지은 가사로구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다시 한번 숙연해집니다. 역시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이래서 그런가봐요.
4.
50일이 지나고 2달이 되었습니다.
아기도 더이상 신생아가 아니에요.
살도 뽀얗게 올라오고 몸도 제법 튼튼해져서 목도 조금씩 가누려고 해요.
쿠잉 (옹알이 초기단계) 도 시작합니다.
표정도 다양해집니다.
50일 전에 내는 소리는 사람소리라기 보단 강아지 소리 같습니다.
끼융끼융, 끼루룩 끼루룩, 이런 소리였는데 이제 아,아 하는 제법 사람같은 소리도 내기 시작해요.
그리고 아기가 절 보고 웃기 시작합니다.
그전에 아주 드믈게 보이던 미소가 단순히 배냇짓이라면 확실히 웃음이라는 확신이 생겨요. 절 보고 초점 맞추고 웃는 얼굴을 지어줍니다.
얼르거나 달랠때 더 신나서 웃는 얼굴로 팔다리를 휘졋는데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자고 있을때도 예쁘고 울고있을때도 예쁩니다.
그냥 연예인이나 미인을 볼때 느끼는 그런 외모적인 예쁨이 아니라, 절대적 예쁨이에요.
연애인 빠순이로 살아본적은 한번도 없지만 빠순이가 된 기분입니다.
아기가 웃으면, 날 보고 웃어주셨어! 꺄악, 너무 기뻐! 이런기분이 됩니다.
조리원에서 무료로 찍어주는 50일 사진이 너무 예뻐서 사진 원본 구매에 절로 지갑이 열리더라고요. 찍기전엔 굳이 살생각 없었는데 굿즈 구매하는 기분입니다.
가끔 인터넷에서 보면 자기 강아지나 고양이가 예뻐서 소문 못내서 안달난 사람들에 대한 짤방을 본적이 있는데요, 백퍼 공감갑니다.
예쁜 사진이라도 찍으면 동네 사람들에게 소문내고 싶더라고요.
동네사람들! 내 아이가 이렇게 이뻐요!
어버이 은혜에서 "낳실제 괴로움 다잊으시고" 부분도 이해가 갑니다.
이렇게 예쁜데 이 아이를 위해 출산의 고통정도는 감내할수 있을 것 같아요.
전 사랑에 빠졌어요.
누군가 사랑은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하더니, 맞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타인에게 일방적일수도 있는 열렬한 애정은 정상은 아니죠.
다른 말로 표현이 되지 않습니다. 콩깍지도 이런 콩깍지가 없더라고요.
이 아이가 없는 삶이 상상이 안가요.
육아는 힘든데, 애는 예뻐요.
애 예쁜걸로 육아 힘든것 다 참을수 있다는게 이런기분이다 싶더라고요.
육아는 힘들지만 인류는 멸종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식은 너무 예쁘거든요. 이래서 사람들이 애를 낳는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감정에 매우 치우친지라 참 설명하기도 어려운 부분이라 안 낳으면 모른다는 말도 맞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해시킬수없는 말로 설명할수 없는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아, 애 낳은 사람들이 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으면 좋은 이유가 애가 "예뻐"라고 할때 이런 기분이구나. 다른 말로 표현이 안되네. 라는 느낌입니다..
확실히 아이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키우게 되는것 같습니다.
5.
결혼은 해보니 저는 너무 좋아서 남들에게 추천하고 싶더라고요.
제게 결혼은 객관적으로도 단점보다 장점이 많았습니다.
배우자와 살기때문에 생기는 장점과 단점,
배우자와 배우자 가족이 삶에 들어오기 때문에 생기는 장점과 단점,
모두 비교해볼때 저는 장점이 훨씬더 많았습니다.
둘이 벌어 둘이 쓰니 지출대비 수입도 높고 저축이 기능하다 보니 생활이 안정적 됩니다. 놀상대가 항상 있으니 심심하지 않고 여행다니기도 놀러다니기도 좋습니다. 매일, 매 주말이 데이트지요. 힘들때 의논할 상대가 있으니 정서적으로도 안정적이 됩니다.
물론 결혼을 좋은 사람과 했고 배우자 가족도 조금의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 운이 좋은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주변을 둘러 보았을때에도 혼자 살았을때보다 함께 살기때문에 좀더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애도 낳아보니 저는 아이가 있어서 행복합니다.
물론 아이가 생겨서의 단점은 많습니다.
이제 저는 온전한 저는 사라지고 누군가의 부모로서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누리던 휴식과 자유시간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더이상 예전처럼 놀러다닐수 없는것은 확실하지요.
임신과 육아로 몸도 망가졌고 경력도 망가졌죠. 어떤건 회복 가능하고 어떤건 회복이 불가능 하죠.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사회학적으로도 엄마가 되었기 때문에 아빠가 된 남편보다 좀더 많이 잃은 그리고 잃을 부분은 확실합니다.
남편 역시 제가 잃어버리는 부분들 때문에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좀더 고생을 할것 같습니다.
비용이요? 일단 임신부터 생후 두달까지 보험 포함해서 이것저것 합산하니 약 천만원정도 쓴것 같아요.
크게 사치한것도 없고 꼭 필요하다 판단한 부분만 지출했습니다. 입원실을 1인실로 해서 저와 간병하는 남편이 좀더 편히 쉴수있게 해준것과 조리원에서 빠른 회복을 위해 산후마사지 3회 추가해 받은것이 그나마 부린 작은 사치에요. 조리원도 산후도우미도 도저히 뺄수 없더라고요. 할수있는 제일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소기간만 사용했고 육아용품도 거의 다 얻어쓰거나 중고로 받거나 사서써서 최대한 아껴샀는데도 그래요.
아마 앞으로 더욱더 많이 쓰겠죠. 최선을 다하겠지만 항상 돈이 부족할것도 압니다. 그리고 그때문에 마음 아퍼하겠지요.
둘이 살때는 돈에 대해서 크게 스트레스 안받던 남편이 애가 태어나니 갑자기 돈에 대해 더 신경쓰는게 보입니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속상해요.
아마 남편이 아빠가 되면서 포기해야하고 힘들어하는 부분은 제가 포기한것과 힘든것과는 또 다를 부분이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더이상 우리 부부의 삶은 예전과 동일할수는 없겠지요.
그런데 그래도 괜찮을것 같아요.
아이가 예뻐요. 애가 있어서 행복해요.
아이가 가져오는 단점을 모두 상쇄할 정도의 행복입니다.
저는 이 아이가 없는 삶은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2세를 가지는건 확실한 단점이 워낙 많아 결혼처럼 쉽게 추천은 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정도 고려는 해보라고 권유할 정도는 될것 같습니다.
6.
아이를 가지기 망설였던 이유가 남편과의 관계가 지금 같지 않을까봐 걱정되서였습니다. 걱정과는 다르게 저는 아이가 생겼다고 남편과의 관계가 크게 나빠지지는 않았습니다.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줄거나 변하진 않더라고요.
물론 제가 출산이나 육아로 몸이 너무 힘들때는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남편 역시 육아로 함께 힘드니 함께 날카로워지는데요, 그래서 좀더 싸우는 부분은 있지만 그건 어쩔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몸이 회곡되고 애가 조금이지만 크면서 조금씩 그래도 여유가 생기니 조금 더 나아지더라고요. 아마 점차 더 나아질것 같습니다
둘다 최선을 다해 서로 이해해주려고하고 도우려하는 점은 아이가 생기기 전과 동일합니다.
남편과의 사이는 여전히 좋고 함께 애정 뿜뿜합니다.
아이가 있어 더 좋은 부분도 생기고요.
앞으로도 종종 싸울수거나 불편해질수는 있겠지만 남편과도 아이가 생기기 전처럼 알콩달콩 잘 지낼수있을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도 비슷할것이라 생각합니다.
...
아이를 낳고 하고싶은 말은 많아요. 애를 본다는건 단순노동인 부분도 있어서 수다를 떨고싶더라고요.
그러니 잠 안자고 지금 글쓰고 있겠지요.
시간만 된다면 출산 후기나, 조리원에서의 경험담이나, 유용했던 육아용품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싶습니다.
다만 지금 글도 좀더 여유가 있다면 좀더 재미있게 풀어나갈수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뭐든 할수있을때 해야해요. 기회를 놓치면 못합니다. 이 글도 지금 쓸수있을때 쓰지않으면 못쓰게 되겠지요.
아직은 글쓸 틈 내기가 힘들지만, 다양한 경험담과 썰들을 틈틈히 시간내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글을 보시는 육아 선배님들,
육아 초보에게 유용한 육아 팁이나 정보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용품이나 유튜브. 사이트나 서적도 좋습니다.
부족한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06-16 00:2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