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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1/05 08:55:34
Name canoppy
Subject [펌] [서울대인터뷰]게임을 보는 세대의 스타, 임요환을 만나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왕 임요환을 만나다

SNUnow 엄마엿 01년 12월 31일 14:26

1. 게임을 '보는 세대'의 스타, 임요환

개인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게임을 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어렸을 적부터 오락실에 가면 내가 하기보다는 주로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구경하는 편이었고 피씨방이란 게 등장하면서 게임이 놀이문화를 완전히 점령하고 재편한 이후에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인기 있다는 게임 깔짝깔짝 해보기는 했지만 재미를 붙이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런 내가 게임, 정확히 말하면 스타크래프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바로 게임 중계방송이었다. 내가 처음 본건 iTV 인천방송에서 하는 것이었는데-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케이블 TV 애니메이션 채널인 투니버스라고 한다-보고 있으니 쏠쏠하게 재미가 있었다. 마치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 같다고 할까? 운동은 잘 못해도 기본적인 룰 정도만 파악하고 있으면 중계는 구경할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게 게임 중계를 보고 있다보니 저절로 프로게이머라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스포츠 중계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프로선수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이 바로 임요환이었다. 워낙 잘하기도 했지만 그런 실력 이상으로 그의 플레이에는 보통의 프로게이머들은 가지지 못했던 요소들이 있었다. 뭐 혹자는 반박할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에는 임요환이야말로 최초로 등장한 온전한 의미의 TV 게임 중계시대의 스타였다.

물론 이전에도 김도형이나 이기석, 신주영, 김창선과 같이 정말 실력 좋은 게이머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그 바닥의' 스타였을 뿐이다. 실력이 좋다는 건 게임을 '하는' 이들에게는 매력을 주지만 나와 같이 게임을 주로 '보는' 이들에게는 실력 이상의 뭔가가 있어야 한다. 마치 대중음악판에서 음악적 실력이 바로 대중적 인기로 직결되지는 않은 것처럼 말이다.

게임이 TV로 중계된다는 것은 게임이 '하는' 문화에서 '보는' 문화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쇼'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임요환에게는 '쇼'가 될만한 화려함이 있었다. 물론 그의 실력 자체도 워낙 뛰어나기도 하지만 그러한 실력과 더불어 정해진 공식을 따르지 않고 상대방의 전략의 허점을 공략하는 플레이의 기발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게끔 한다. 그리고 매력적인 외모, 프로로서의 성실한 자세-다른 게이머들은 귀찮아하는 방송 전 메이크업에 가장 성실하게 임하는 게이머라고 한다-이런 것들이 그로 하여금 8만 8천여명이 가입한 팬클럽을 가진 스타가 되게끔 한 것이다.(임요환 팬클럽: http://cafe.daum.net/yohwanfan) GOD 팬클럽이 약 2만 정도라고 하니까.. 정말 대단한 인기지.

스타워즈에 나왔던 말이던가. 모든 세대는 자기만의 스타를 갖는다고. 이제 피씨방과 직간접적으로 어떻게든 관계를 맺고 사는 세대, 스타크래프트를 마치 장기나 바둑두듯이 즐기는 세대, 게임을 TV 중계로 보는 세대의 스타, 임요환을 만나보았다.


2. 임요환을 만나다

그러나 팬을 8만명이나 거느린 스타를 만나는게 어디 쉬운 일이랴. 어쩌다 인맥을 통해 섭외는 하긴 했는데 워낙 바쁜 스케쥴이다 보니 딱히 남는 시간은 없고 게스트로 참석한 앙드레김의 패션쇼 중간에 어떻게 시간을 내서 인터뷰를 해주겠다고 했다. 뭐 그래도 만나 주는 게 감지덕지란 생각에 패션쇼가 열리는 신라호텔로 향했다.

하지만 거기서도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원래 정오로 예정되어 있던 인터뷰는 다른 잡지사의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으로 계속 뒤로 미뤄졌다. 그날 하루에 잡힌 인터뷰 약속이 여섯 개랬나? 하긴 이따만한 카메라와 녹음기를 가진 거대 잡지사에 왜소한 디지털 카메라에 공책을 가져 간 SNUnow가 어찌 당하랴. 역시 만나주는 게 감지덕지지라고 생각해야지.

그렇게 계속 기다리고 있으니까 매니저가 매우 미안해하며 패션쇼라도 구경하면서 기다리란다. 오호, 의외의 횡재. 덕분에 초청장을 받은 유명인사만 구경할 수 있다는 앙드레김 패션쇼를 볼 수 있었다.

제목이 뭐였드라? "앙드레김 코스메틱 환타지아". 아마 이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흠, 직접 현장에서 패션쇼를 구경하니 앙드레김의 디자인에 대해 가졌던 예전의 인상, 그러니까 "옷에 '뽕'을 잔뜩 집어넣은 쓸데없이 화려하고 경박한.. 왜 저런 사람이 세계적인 디자이너일까.."라는 생각을 좀 고쳐먹게 됐다. 뭐 그의 화려함이 단순히 경박하다고 치부될만한 건 아니더라. 전반적으로 꽤 괜찮았다. 특히 중간에 양파 껍질 벗듯 열댓개의 옷을 입고 나와 하나씩 벗는 쇼는 정말 압권이었다. 사진을 못 찍게 하는 바람에 독자들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게 유감스럽군.

쩝, 그러나 패션쇼가 열린 의도가 아무래도 새로 나올 앙드레김표 화장품을 선전하는 것이다보니 1부의 쇼를 볼 때 가졌던 긍정적 인상이 2부의 화장품 간담회(?)를 보면서는 역겨움으로 바뀌었다. 혀를 잔뜩 굴리며 "모든 사회는 그에 걸맞는 명품을 갖는다"라고 하는 무슨 부장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저절로 부르디외가 말하는 "상류취향"이라는 게 생각났다. 돈 많은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노나?

그렇게 어찌어찌하여 패션쇼가 다 끝나고 다른 잡지사 몇개가 더 인터뷰한 후에 세시쯤에 드디어 우리 순서가 돌아왔다. 그것도 짧은 시간 안에 끝내달란다. 다시 한번, 만나주는 것도 감지덕지지. 네네. 알겠습니다. (그러나 매니저는 이에 대해 우리에게 계속 미안해하는, 성격 좋은 분이었다.)

직접 만나 본 임요환씨는 마치 연예인스러울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그냥 평범한 사람 같아 보였다. 몇 개나 되는 인터뷰를 하루종일 하고 있자면 지겨울만도 한데 그래도 그는 꽤 성실하게 우리와의 인터뷰에 임해주었다. 싸가지 없다는 소문에 왠지 가슴 졸이기도 했는데, 사실이 아니었구만...


3. 게임 문화의 성장을 바라보면서...

일단 첫번째 질문은 게임문화의 성장을 바라보는 그의 느낌. 이런 걸 물어본다고 하니까 어려운 인터뷰가 될 것 같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SNUnow: 게임문화라는 게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음지에 있었잖아요. 근데 그게 PC방의 등장과 더불어 대중적인 오락이 되면서 이젠 거의 주류 문화가 된거 같애요. 요새는 아저씨들도 게임을 하더라구요. 거기다 프로게이머가 등장하고 게임 중계방송이 시작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 여기에는 임요환씨 같은 스타분들의 역할이 굉장히 컸던거 같습니다. 지난번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운 몇만의 게임 팬들의 모습에서 정말 그걸 여실히 느꼈는데요. 이에 대한 개인적인 감회는 어떠하신가요?

임요환: 얼마전까지만 해도 게임 문화라는 게 있다고 하기 힘들 정도로 미흡했었죠. 제가 프로게이머를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그가 게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고3때 친구를 잘못 만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솔직히 이렇게 클줄 몰랐어요. 그 때 상황은.. 음.. 암울했었거든요. (웃음) 그냥 게임만 하는 것보다 이걸로 돈을 벌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건데. 그런데 하다보니까 제가 크는 것보다는 먼저 게임계가 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야 제 미래가 보장되기도 하고. 그래서 제 자신을 던져 정말 열심히 했죠. 그런 게임에 대한 일념이 그런 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한 것 같애요.

어려울 것 같다더니 대답 잘 하시네. 그렇다면 세계 최강의 프로게이머로써 세계의 게임문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은..?

SNUnow: 얼마전 World Cyber Games 스타크래프트 부문에서 우승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축하드려요. (웃음)
임요환:  아, 예. 감사합니다. (웃음)

SNUnow:  거기에서 많은 외국 게이머들하고 경기를 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만남도 많이 가지셨을 꺼 같은데요. 외국의 게임 문화는 한국의 게임 문화에 비해 어떤 것 같아요?

임요환: 일단 외국엔 아직 프로게이머라는 게 없어요. 그래서 기욤이나 세르게이 같은 뛰어난 외국 선수들도 한국에 와서 활동을 하고 저와 WCG 결승전에서 경기를 했던 베르트랑 선수도 아직 귀국하지 않고 계속 한국에 머물러 있거든요. 외국은 아직 시작도 못한 단계인 거 같애요. 게임 문화에 있어서는요.

SNUnow: 이런 게임문화의 성장을 스포츠에 빗대는 경향이 많은 거 같애요.

임요환: 예, 그런 것 같애요. 암울했던 시절(웃음)에는 하는 문화였는데 이제는 보는 문화가 됐죠. 바둑처럼요...

SNUnow: 그런 면에 있어서 임요환씨는 이제 스포츠 스타가 됐다고 볼 수도 있는 것 같애요. 팬클럽이 7만이나 되고, 이렇게 패션쇼 같은 데도 나와야 하잖아요? (웃음) 그러다보면 공인으로서 요구되는 사명 같은 것도 있을 것 같은데.. 거기다 친구들을 만난다던지 하는 개인적인 시간도 없을 것이고. 이런 데 대한 부담 같은 건 없나요?

임요환: 행동가짐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불편해요. 많은..음..어린이들(웃음)과 대중들이 제 행동을 보고 있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많죠. 거기다 개인 시간도 없어요. 연습도 해야되고.. 이게 엄청난 스트레스죠.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 1위가 프로게이머인데 걔네는 솔직히 이걸 놀고 먹는 것으로 생각해서 그런거잖아요. 근데 스트레스가 엄청난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할 것 같애요. 시간도 없고 연습도 해야되고.. 거기다 성공률이 엄청 희박하죠. 프로니까. 진짜 성공하려면 정말.. 사명감 같은 게 필요해요.

역시 '프로'로서의 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답. 하긴 어디선가의 인터뷰를 본 걸로는 현역에서 물러나도 계속 게임 만드는 업체에서 일하겠다고 하니, 완전 이 바닥에 뼈를 묻으려 하는 것 같다.

SNUnow: 아까도 소개드렸듯이 저희 SNUnow는 서울대 인터넷 언론이잖아요. 사실 이런 인터뷰를 기획한 것도 이제 대학에서 게임문화라는 게 놀이문화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술자리가 끝나면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는 게 이제 아주 쉽게 볼 수 있는 일이고. 서울대에서도 얼마전부터 축제 때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열기 시작했어요. 대학축제 같은 때 초청 받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임요환: 이벤트 말씀하시는 거죠? 예. 가봤죠. 음... 무슨 대학이더라..

SNUnow: 그런 데서 보시면 피상적으로나마 대학생들의 게임문화와 접하실텐데.. 대학생들이 게임하는 걸 보면 어때요?
임요환: 음.. 별로 보지 못해서..(웃음)

역시 SNUnow의 편집방향에 무리하게 끼워맞춘 질문이었나? 그렇다면 좀 현실적인 질문을..

SNUnow: 음.. 대개 얼마 정도 받고 오시나요? (웃음)
임요환: 예??

SNUnow: 아.. 이런 질문 드리는 건 우리 학교 축제 때 임요환씨 같은 분을 모시면 좋을 거 같아서요. 그럼 얼마 정도 드는지 알고 싶기도 하고.
임요환: 아.. 그런 건 매니저형한테 물어보시는 게.. 저는 좀 말씀드리기 그렇네요.

매니저에 따르면 200만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으미.. 비싸네.


4. 최강자 임요환

SNUnow: 솔직히 너무 강하신 것 같애요. (미리 준비해 간 질문 목록을 보여주며) 여기 보시다시피 다음 질문은 '최강자 임요환'에 관한 것입니다. (웃음) 하루에 열시간 정도 연습하신다고 하는데.. 대개 누구와 어디서 연습하시죠?

임요환: 대개 리그전 같은 데 참가해서 일정이 잡히고 맵이 결정되면 그때부터는 거의 팀원들끼리 모여서 계속 연습하죠. 전략이 새어나가지 않게. 그리고 연습 강도도 되게 높게 하고 해요. 팀밀리(Team meele) 방식으로요. 뭐 평소에는 배틀넷에서 연습하구요.

SNUnow: 팀밀리 방식이요?
임요환: 그러니까 두 진영으로 하는데.. 상대 진영은 둘이 컨트롤하고 이쪽은 저 혼자 컨트롤 하는 거죠.

SNUnow: 그러면 저쪽에서는 한명은 생산 담당하고 한명은 전투 담당하고 그런 식으로 하고 임요환씨는 혼자서 그걸 상대하시는거고?
임요환: 예. 그러니까 1:2로 싸우는 거죠.

마치 무술 수련할 때 팔다리에 돌 같은 거 묶고 대련하는 거랑 비슷한건가? (그러다가 그걸 떼면 훨씬 가벼운 몸에서 전무후무한 신공이 나오는....^_^)

SNUnow: 지금 아무래도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대회가 스카이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일 것 같은데요. 얼마전 4강이 확정됐잖아요. 그 중에 가장 견제하고 있는 대상이 있다면?

임요환: 김정민 선수요. 라이벌이니까. 솔직히 김정민 선수만 이기면 우승할 자신 있어요. 그동안 저는 큰 대회 중심으로 나갔는데 거기서 테란을 만난 적이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v 1.08이 나온 이후로 테란 대 테란 전을 연습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그리고 김정민 선수를 상대로는 몇 번 진 적도 있고..

SNUnow: 김정민 선수를 상대하는 데 특히 부담스러운 점은?
임요환: 연습 시간 부족이요. 김정민 선수와 경기하는 게 이번 주 금요일이거든요. 근데 요새 KPGA 왕중왕전에다가 이런저런 스케쥴 때문에 연습할 시간이 하루밖에 없어요. 그래서 걱정이죠.

참고 : 지난 21일 4강전에서 임요환은 김정민을 맞아 3전 2선승제에서 첫판을 따고 둘째판을 내 준 상황에서 김정민의 초반 실수로 낙승을 거두었다. 결승전은 홍진호를 꺾고 올라 온 김동수와 28일(금) 8시 장충체육관에서. 혹시 갈 사람은 온게임넷 홈페이지(http://www.ongamenet.com)에 가서 입장 교환권을 프린트하고 가면 된단다. 흠, 김정민을 이겼으니 우승할려나??

SNUnow: 이건 그냥 임요환씨의 기호(?)를 알기 위한 건데요. 혹시 가장 아끼는 유닛이 있다면? 실용성은 제쳐두고 뭐 이 유닛이 죽으면 괜히 가슴이 아프다던지..
임요환: 드랍쉽이요.

SNUnow: 역시...
임요환: 사이언스 베슬도 죽으면 가슴 아프죠.

SNUnow 잠깐 상식!!

스타크래프트에는 저그(Zerg), 프로토스(Protoss), 테란(Terran)이라는 세 종족이 등장한다. 저그는 동물성의 종족으로 파충류와 유사하고 프로토스는 정신적인 종족으로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가졌다. 테란은 인간 종족으로 기계적인 성격을 보인다.

이 중 임요환은 테란을 주로 플레이하고-그의 별명이 '테란의 황제'이다-드랍쉽(Dropship, )과 사이언스 베슬(Science Vessel, 왼쪽 이미지 아래)은 바로 이 테란 종족의 유닛들이다. 드랍쉽은 일종의 수송선으로서 우리 편의 유닛을 적진의 후방으로 수송하여 기습하는 데 많이 쓰이고 사이언스 베슬은 날아다니는 연구실로서 여러 가지 기술을 사용한다. 이 중 드랍쉽은 임요환이 가장 유용하게 쓰는 유닛으로 그의 별명은 '살아있는 드랍쉽'이다.

SNUnow: 가장 좋아하는 맵하고 싫어하는 맵은 어떤거죠?

임요환: 일단 본진이 좁아서 건물을 건설하기 힘든 맵이 싫어요. 윈터 콘퀘스트(Winter Conquest)라던지.. 버티고(Vertigo).. 블레이즈(Blaze) 같은 것들. 그리고 헝그리 한 맵, 그러니까 앞마당에 가스가 없는 쇼다운(Showdown) 같은 맵을 좋아하죠. 언덕 있어도 좋아하고.

SNUnow: 중계를 유심히 보면 매번 키보드하고 마우스를 들고 다니시는데.. 특별히 애호하는 메이커가 있다면요. 뭐 기타리스트가 특정 기타를 쓰는 것처럼.

임요환: 삼성 기본 키보드 가지고 다녀요. 근데 개조한 거죠. 단축키 누를 때 잘못 누를만한 키는 다 빼버렸어요. 혹시라도 실수하면 곤란하니까.

SNUnow: 스타크래프트 배경음악을 본인이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바꾸시겠어요?
임요환: 저그는 락 스타일이고.. 프로토스는 웅장한 클래식이고.. 테란은 빠라빰빰....(웃음) 경쾌한 댄스곡 같은 스타일.. 이런게 어울릴 듯 하네요.

SNUnow: 스타크래프트 하다보면 게임에 대해 불만스러운 점 없나요? 이를테면 시즈 탱크가 대공 공격을 못한다던지..

임요환: 시즈 탱크가 대공 공격을 못하는 게 불만스럽긴 한데... 솔직히 그렇게 되면 게임이 엉망이 되서 사람들 다 떨어져 나갈껄요. (웃음) 불만이라기보다는 그냥 들어갔으면 좋겠는게.. 수중전(해상전) 같은 거요. 그게 있으면 더 재밌어 질 것 같애요. 근데 대개 수중전이 들어가면 게임이 복잡해지더라구요. 워크래프트 같은 거라던지..

SNUnow: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같은 것도..
임요환: 예. 그렇죠. 그러니까 스타크래프트 2가 나오면 수중전이 끼되, 대신 밸런스도 맞추고 간단하게 만들어서 정신없지 않게 했으면 좋겠어요.

왠지 좀 뻘한 질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이번에는 식상한 질문.

SNUnow: 아주 식상한 질문인데.. 지금까지 가장 인상에 남는 경기는요?
임요환: 지난 코카콜라배 결승이요. 홍진호 선수와의 경기. 정말 힘들었어요. (그때가 생각나는 듯 흥분하며) 정말.. 살이 쭉쭉 빠지고..

지난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에서 임요환은 신예 저그 플레이어 홍진호 선수와 경기를 하였다. 5전 3선승제의 결승전에서 그는 낙승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일명 '폭풍저그'라고 불리우는 홍진호 선수의 몰아치는 공격에 의해 엄청난 고전을 해야했다. 결국 5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임요환의 승리로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우승에 이어 2연패를 이뤘다. 3연패가 가능할까??

SNUnow: 예.. 저도 봤는데 평소에는 정말 힘든 표정이 없었는데 그 때는 이기고 나서 눈물까지 흘리시더라구요.
임요환: 예.. 정말 힘들었죠.

이건 SNUnow의 독자 중에도 꽤 있을 것 같은 게임광들을 위한 질문.

SNUnow: 지금도 제 2의 임요환을 꿈꾸며 열심히 피씨방에서 연습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서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임요환: 음.. 사실 열심히 연습한다고 해도 솔직히 자기 시간 가지긴 하잖아요. 정말 끊임없이 계속 연습해야 돼요. 그냥 아마추어로 남아 있을 거라면 즐기는 게 중요할테지만 프로를 지향한다면 그래야죠. 조금 쉬어도 금방 손이 굳어요. 정말 프로페셔널하게 자기 시간 포기해가면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하게 연습해야 돼요.


5. 그냥 묻고 싶었던 것들

SNUnow: 게임 말고 다른 취미는 없나요?
임요환: 축구를 상당히 좋아했는데.. 요새는 주위에 팀을 만들만한 사람 숫자가 안 되서 거의 못하고.. 영화 보러 다니죠.

SNUnow: 그렇군요. 가장 최근에 보신 영화는..?
임요환: <아메리칸 파이2>요.

하긴 만약 프로게이머가 안 됐더라면 축구선수를 하고 있었을 그라니까. 근데 영화는 왠지 <해리포터> 같은 게 나올 줄 알았는데..흠.

SNUnow: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나요?
임요환: 모자 푹 눌러쓰고 나가죠.

역시 스타. 팬클럽뿐만 아니라 안티모임까지 생길 정도니깐...

SNUnow: 임요환씨 팬클럽이 거의 8만에 가깝잖아요. 개인적으로도 팬인데요. (웃음) 팬 관리는 어떻게 하시죠?

임요환: 특별히 팬 관리하기보다는 일단 팬들이 속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애요. 그래서 열심히 연습하고.. 그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팬 관리인 것 같애요.

지난번에 게임을 마치고 아나운서가 여성팬들을 위해 한마디를 부탁하니 머뭇거리다
"사랑해요" 한 마디 하구서는 엄청 부끄러워하던 모습이 생각나는군.

SNUnow: 책을 내실 생각은 없나요?
임요환: 이미 냈는데요. 좀 낯간지런 제목이긴 한데.. <스타크래프트의 황제 - 임요환의 드랍쉽>이라는 책을 냈어요.

SNUnow: 아 맞다.. (예전에 그 책 광고를 잠깐 봤던 게 기억이 났다. 인터뷰 준비 부족..--;) 그렇군요. 직접 쓰신 건가요?
임요환: 예. 한 80%를 쓰고.. 출판사에서 수정해주고. 그러니까 제가 쓴 원고로 낸 책이죠.

제목이.. 좀 그렇군. 아차.. 인세를 얼마 받는지 안 물어봤네..^^

SNUnow: 크리스마스 때 계획은?
임요환: 아.. 아까 인터뷰랑 똑같은 거 물어보시네.

SNUnow: 죄송. (웃음) 뭐 사람들 생각이란 게 다 그렇고 그러니까요..
임요환: 음.. 일단 크리스마스 전까지 계획은 좋은 여자 친구를 만나서.. 그러면 크리스마스 때 계획은 당연히 여자친구하고 같이 노는 거죠. (웃음)

여자친구라.. 그때 임요환씨의 옆에는 미스 WCG로 호주에서 날아 온 Anna George씨가 앉아 있었다. 매니저에 따르면 이렇게 인터뷰가 쇄도하는 것도 둘이 엮어보려는(?) 공작이라던가. 하여튼 요새 Anna가 임요환씨에게 관심을 보이는 바람에 여성팬들이 난리도 아니라던데..

SNUnow: 옆에 계신 분은요. (웃음)
임요환: 안나는.. 그냥 쾌활하고.. 이쁜 동생이죠.

왠지 자기 이름처럼 들리는 단어가 나와서 그런 건지 Anna가 의문이 있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SNUnow: Anna, we talked about you.
ANNA: What did he say?

SNUnow: He said, You are very cute, kind... and...
ANNA: (팔짱을 끼며) like sister?

임요환: 아.. 얘한테는 전에 제가 얘기했었어요.

여성 팬들이여. 안심하라.

SNUnow: 예.. 이걸로 저희가 준비해 온 질문은 다 끝났구요. 그럼 서울대의 팬 여러분들한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임요환: 아.. 이것도 똑같애. 아까는 전국의 게임팬들한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이라고 물어보던데...

SNUnow: 마찬가지로 다 그렇고 그런 거니까 (웃음) 그럼 질문을 좀 바꿔서.. 서울대의 팬들은 어떨거 같애요?

임요환: 음.. 서울대의 팬들은 말이죠.. 대개 서울대 하면 모범생들만 다니는 학교로 알잖아요. 근데 제가 봉천동에 살거든요.
SNUnow: 앗, 어디요?

임요환: 봉천 4동이요. 쑥고개 근처.
SNUnow: 아.. 그렇군요.

임요환: 그래서 녹두거리도 가봤고.. 대충 서울대생들이 어떻게 노는지 알고 있어요.
SNUnow: 앗.. 그렇군요. 볼꺼 다 보셨겠네요. (웃음)

임요환: 그러니까 제가 어렸을 적에 공부를 워낙 못해서.. 서울대 사람들은 공부만을 위해 사는 사람으로 알았는데.. 직접 보니까 뭐 공부만 하는 건 아니더라구요. 흔히 사람들이 저를 볼 때도 게임만을 위해 사는 사람인 줄 아는데.. 솔직히 저도 게임 말고 하고 싶은 게 많거든요. 비슷한 거죠. 뭐랄까.. 으음.. 어떻게 수습하지. (웃음)

서울대 사람들은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좋아한다..라는 식의 표현을 피하려는 듯 했다.

임요환: 그러니까 서울대인은 젊은이. 나도 젊은이. (웃음) 그냥 다른 시각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결론이 좀 애매하긴 한데..^^

SNUnow: 예.. 그럼 바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하구요. 사인 좀...

'to SNUnow'라고 부탁하니까 처음엔 잘못 알아들은 듯, 'SNNnow'라고 실수를 했다, 그리고 두번째에 유명한 그의 아이디와 함께 'Slayers-Boxer 임요환. to SNUnow'라고 사인 해 주었다. 진짜 게임에 대해서는 목숨을 건 것 같은 프로. 그러나 인터뷰하면서 자주 뻘쭘해 하는 모습을 보니 스타로서의 자세는 역시 쉽게 안 되는 듯 싶다.

사실 게임 중계 보면서 저기서 반짝거리는 의상 입고 게임하는 사람들 예전에는 옆에서 꽤 보이는 '피씨방 폐인' 부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신기하기도 한데.. 하여튼 별로 스타 같지 않은 스타, 임요환이었다.
쑥고개 근처에 산다니까 언제 길가다가 한 번 볼 수 있을까?

취재, 정리 SNUnow 엄마엿, 임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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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1/05 11:50
수정 아이콘
역시 공부만 하시는 분들이라......전반적인 스타크 지식이 좀...
항즐이
02/01/05 14:49
수정 아이콘
^^ 내가 갔어야 하는데.. 으으 .. 학교 망신이다. SNUNow!! -_-;; 그래도 비권의 언론이라서 괜찮은 편인거죠.. 어디 관악에서 저런 인터뷰 할 생각이나 했겠어요 ^^;; 지난 선거 어느 선본은 경력에 모년 입학, 모년 모월 포트리스 해골, 모년 모월 금달, 뭐 이런 식-_-;; 그러나 여전히 헤게모니는 "권"들이죠 ㅋㅋ
나는날고싶다
02/01/05 15:46
수정 아이콘
ㅇ_ㅇ; 그래도 이런 인터뷰를 했다는게 대-_-단.. 역시 예상대로 비권 언론이었군용..@.@; 좀 더 인터뷰 준비 가 잘되고 스타크 지식이 더 있는 분들이 인터뷰 했음 좋았을걸...~_~
하나랑
재미있네요. 특히 안나양과의 관계는 궁금했는데 :-)
밥팅이..
읔....스타에 대해 넘 모르는 사람이 인터뷰를 한게 아쉽네.....좀 아는 분들이 가지....-_-;;
brecht1005
snunow가 '비권' 언론이라고 하긴 좀 그런데요.. 시간이 지나서 이제 보시는 분도 없겠지만-_-;
베르카노
05/01/15 16:58
수정 아이콘
예전에 봤던 글인데 오늘보니 새삼스럽게 웃음이 나네요... 요환동으로 퍼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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