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7/05/07 05:32:28
Name ThanksGive
Subject 택용아, 계속 거기서 살꺼야?
안녕, 잘생긴 소년아.
응 나도 알아 넌 MSL 우승자야, 그것도 아주 최근에.

그치만 외적인 부분으로 널 부르니 너도 마음이 상했겠다, 넌 프로니깐
미안해. 하지만 정말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잘생긴'이란 단어가 먼저 나왔어.

내가 못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너처럼 잘생긴 사람만 보면 그냥 좋아보였고, 더 유심히 보게 됐어. (변태는 아니야)
무의식적으로 너의 업적보다는 외적인 면만 보게 됐나보다, 사과할께.

하지만 주위에서도 너를 이야기 할때면 꼭 잘생긴 소년이라는 말이 먼저 나와.
속상하겠지만 아직까지는 너가 가진 게임의 기질에 대하여 확실한 이미지가 없나봐,
예를 들어 괴물 청년이나 꿈꾸는 아저씨, 魔가 낀 지휘자 같이 말이야.

하지만 오늘, 지금까지의 속상함은 비교 할수 없을 만큼 분했을 것 같아.
내기를 하면 임성춘씨 말대로 만명이면 90%는 너에게 걸었겠지, 그걸 너도 알았었고.
처음 경기석, 거기 앉은 너의 얼굴은 아주 평온했고 내가 봐오던 그 온전한 눈빛이였어.
자만은 아니여도 자신감은 가득 차 있던걸?

투니버스 철자 하나하나가 뛰면서 스타 방송이 시작되던 그 때의 향수를 느껴보고
싶었지만, 그래도 너가 이기길 바랬고 상대편에게는 신의 가호가 있길 바랬어.
신의 가호가 너무 쎘던 걸까, 너의 유리한 순간으로 넘어갈때마다 신의 가호가
상대편에 약간의 미스를 회개시켜줬어. 그리고 그는 드랍쉽으로 승리를 봉헌하고
넌 봉인이 되어버렸지.

그의 환한 웃음을 보면서 난 알수 없는 전율을 느끼긴 했지만
점점 페이드 인 되버리는 너의 무표정을 보면서 다시 우울해지고 말았지.

하지만 곧 경기석에서 일어나 동료들에게 다가가 미안함의 웃음을 짓고
머리를 긁적이는 널 보며 생각했어. '다행이다, 주저 앉아버리지 않아서'


5경기 에이스 결정전.


너가 나오길 바랬어, 너는 너 나름대로 너 자신에 대한 믿음을 심어줘야 된다고 생각했어.
혹 너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나와 너의 팀을 승리로 구원한다면 넌 그저 보통의 프로게이머가 될것 같았거든.
그리고 너의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우승자로써의 증거를 잊지 않아야 하기에.

그리곤 너가 나왔어.
일어서서 양팔을 책상에 집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너가 성큼성큼 경기석으로 입장했어.
공군의 엔트리는 신경쓰지 않았어, 어차피 함성의 소리만 들어도 알수 있었을테니깐.

길어진 셋팅 시간 동안 그 곳에 앉은 넌 약간 불안해 보였어.
책임감과 중압감의 기압이 온 몸을 짓누르고 있는 것 처럼 보였지.

내가 혼자 비교하던
황제의 날카로운 눈매와 너의 流한 눈꼬리가 비교하기 무색할 만큼 달라졌어.

너는 흐르는 듯한 눈빛은 사라지고 이 압박에서 벗어나야해! 하며 아둥바둥 되었고
황제의 눈빛은 그의 동료가 준 값지고 값진 승리를 또하나의 승리로 연금하기 위해 매섭게 변했어.



커다란 GG 소리, 그리고 멋진 공군 ACE팀의 경례. 해설진의 정리멘트 이후에도
넌 거기 계속 앉아있었어, 흐릿해진 멍한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자책중이였어.
오기, 복수, 다짐은 없고 오직 자책, 자책, 자책.

나는 무서웠어, 너가 이대로 지쳐버리면 어떡하지? 하면서 또 하나의
프로게이머를 잃는건가 라는 아주 되먹지도 못한 상상까지 해버렸네.





택용아, 여전히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
더 강해질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어서.
황제도, 천재도, 괴물도, 재앙도 시련을 겪으면서 그 자리에 올랐으니.

그 시련을 너도 겪고 있다는게,
너도 이 역사안에 한 획을 그을수 있다는게,
그리고 거기 앉아 자책하고 있던 너의 어깨에 손을 얹어줄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게,
나는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택용아, 계속 거기서 살꺼야?















가자 비수를 더 갈고닦으러.




# 사실 김택용 선수의 응원글이 있으면 그 곳에 리플을 남기려 왔다가
모두 최인규 선수의 응원글이라 어찌 하다보니 첫 글을 남기게 되었네요.
오늘 멋진 경기 보여주신 두 선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

힘내세요, 택용군!



* anistar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5-08 21:08)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Paisano5
07/05/07 05:5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대로 주저 앉아버리는 선수는 절대 아니라 믿습니다....
조만간 멋진 모습 기대할께요....
하늘하늘
07/05/07 05:59
수정 아이콘
gg..
게임이 끝나고
관객들의 환호소리가 귀를 울리고
해설자들의 목소리가 흥분의 극에 달할 즈음..
같이 기뻐하고 환호하고 흥분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예상못한 쪽..

누구보다 컷을 충격에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아직도 그자리에 남아서 모니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모습..

그 모습이 아직도 남아 있을즈음
승리의 팀이 앞으로 나와서 관객의 환호에 답하고 인사를 하더군요..
물론 승리한 팀과 멋진겜을 보고난 감동땜에 감격의 순간이었다지만
환호의 너머로 보이는 김택용선수의 모습은 연민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ThanksGive님 말마따나 오늘의 패배는 더 날아오를수 있는 여지를
확인한것 뿐이라고 생각되네요.
다음에 이런 자리에서 승리해버리면 오늘의 패배는 아무것도 아닌게
되는거겠죠.

김택용선수 힘내시길 바랍니다.
협회바보 FELIX
07/05/07 07:06
수정 아이콘
저는 김택용 선수의 마인드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두 경기 모두 2게이트 옵드라로 시작하더군요. 최근 테란의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장되어버린 빌드로 상대하는 것.
'공군선수쯤이야 불리한 빌드에서 해도 초반 필살기만 막아내면 중후반 기본기로 이겨주마.'
바로 이런 마인드였습니다. 두 경기 모두 테란에 비해 지나치게 멀티타이밍이
늦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마우스를 잡고 방에 조인한 순간부터 두 선수는
동일한 4개의 일꾼을 가지고 경기하는 대등한 존재입니다.

과거 박지호 선수가 스갤리그에서 빠른 멀티하는 아마추어 테란상대로 2게이트
옵드라로 시작했음에도 물량으로 압살시킨 경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김택용 선수의 상대는 프로게이머입니다. 저는
그러한 김택용 선수의 자신감이 패배의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swflying
07/05/07 08:26
수정 아이콘
어제 플토가 쥐고흔들수있는
몬티홀에서의 극수비적 플레이 투게이트 옵드라는 분명 안좋은 수였지만,

팔진도에서는 좋은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멀티를 빨리가져가다가 그맵은 바카닉에 그냥 당할수있거든요.
멀티를 늦게 가져가긴했지만, 섬멀티까지 가져가며
멀티수는 앞서있었습니다.
거기까진 좋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후입니다. 리버를 잃은건
워낙 터렛이 좋은위치에 박혀있었다고 쳐도,

드라군이 평소 김택용 답지않게 마인을 몇개씩 밟는건
심리적으로 완전히 무너졌다라고 밖에 볼수없더군요.

마인떄문에 잃은 드라군, 그리고 체력이 반이상깍인 드라군.
쌩생한 드라군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도저히 이길수가없는 상황이었죠.
2경기는 빌드가 나빠서 진건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김택용선수는 마인드컨트롤을 좀 해야겠습니다.
그것이 타고나는 거긴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강심장을 가질수있어야
본좌급으로 치고올라갈수있다고봅니다.
예전 박지호 선수가 절정의 기량에도 마인드컨트롤을 못해서 추락했듯이
김택용 선수는 그것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쓴경험했다고 치고 이제부터 다듬읍시다.

어차피 프로리그는 리그입니다. 한경기패했다고 끝이아니니깐요.
07/05/07 08:28
수정 아이콘
암튼 이미 패배는 지나간 시간이고... ...
비수에게 이번 패배가 좋은 보약이 되길 바랍니다.
모든 토스 유저들이 김택용선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모든 토스 유저들이 상상하던 마본좌를 결승에서 완벽히 제압하던
꿈을 현실에서 이루어낸 선수... ...
이제 테란전도 저그전 만큼 보여 주길 바랍니다.

다시 도전자의 자세로 김택용 화이팅!!!
nameless
07/05/07 10:32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응원은 하고 싶으나 글재주가 없던 저에겐 너무나 고마운 글입니다.

어제 김택용선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보였습니다. 김동준해설이 지적했듯이요.
근래들어 김택용선수 상대로 초반올인성 러쉬를 많이 선보이다보니 초반에 안심을 못하는
김택용 선수가 보였습니다.
불안한것이 생각이 많은것으로 드러나는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김택용선수가 아직 소년이긴 한가 봅니다.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평정심을 잃은게 눈에 보일정도였습니다.
이 경험이 값진 경험이 될거라 믿고 한층 성숙해질 김택용 선수를 기대 해 봅니다

그리고 최인규 선수 너무나 멋졌습니다.
이글이 김택용선수 응원글이긴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최인규선수를 보고
스타크래프트의 재미를 알게 된 경우라 참 감정이 복잡미묘했습니다.
itv시절 12연승을 달리던 최인규 선수를 정말 좋아했고 그 이후 임요환 선수를 보고
많은 오프경기를 보러 다니며 열렬히 응원을 했었고, 그런데 어찌어찌해서 잠시 게임과 멀어져있다가
현재는 김택용 선수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마치 옛사랑 같은 두 선수와 경기하는 김택용선수를 응원하면서 기분이 묘했습니다.

최인규,임요환 선수 멋진 경기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김택용선수!! 여기서 머물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아직 김택용선수가 이뤄야할것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또 그것들을 이루리라 믿고 있습니다.
기대가 큽니다!!

적의 심장에 날카로운 비수를 꽂는 김택용선수로 다시 일어나 주세요!!
김택용 화이팅!!!
07/05/07 10:43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김택용선수를 응원하는 팬으로서 많이 공감이 갑니다.
다만 문맥상 흐를 流보다 부드러울 柔가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혹시 중의적인 뜻이 있다면 섣부른 지적이겠네요. ^^;
07/05/07 13:11
수정 아이콘
전 택본좌가 테란마저 저그 상대하듯 짓밟고 3:0 우승할꺼라 믿어요~ (다만 최연성 선수만 빼고 ;;)
갑시다가요
07/05/07 14:15
수정 아이콘
펠릭스님 말에동감합니다 택용선수 분명그런생각이였겠죠 옵드라 2게이트 이빌드면 어떤도박적인빌드도 거의 막는다고 보는거니까요 최인규선수가 첫번째겜이 테테전이였나요? 그 겜에서 좀 못했다고할까요 그랬거든요 그 경기를보고 아마 택용선수가 방심하지않앗나싶네요 그래도 상대도 프로게이머라는걸 생각하고 빌드르 잘짰어야했는데
갑시다가요
07/05/07 14:16
수정 아이콘
최인규선수가 정말 이번겜 준비를많이한듯싶었습니다 첫번째 프로리그 출전과는 정말 다른경기를 보여줬죠 방어나 확장이나
07/05/07 16:02
수정 아이콘
'택용아, 계속 거기서 살 거야?' 라는 말에 담긴 팬심이 흐뭇하네요. 어제는 비록 최인규-임요환 선수를 응원했지만 평소 김택용 선수의 경기도 즐겨보기 때문에 그가 혹시 자신감을 잃지않을까 우려했는데, ThanksGive님의 글을 보니 역시 비수와 그의 팬들에 대한 저의 기우였음을 알게되었습니다 :) 모처럼 좋은 글을 읽고나니 안하던 로그인을 다 하게 되네요.
김택용 선수, 파이팅입니다.
07/05/08 22:20
수정 아이콘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글이네요. 잘읽었습니다.
개념은나의것
07/05/09 02:24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981 yesterday once more [27] 올빼미9431 07/05/11 9431
980 너.....내가 누군지 알지? [25] 설탕가루인형10981 07/05/10 10981
979 어설픈 "공감각"적인 글(2) [17] lovehis7149 07/05/07 7149
978 택용아, 계속 거기서 살꺼야? [13] ThanksGive13122 07/05/07 13122
977 최인규 chrh. 1402일만의 승리. [26] 뻬파12123 07/05/07 12123
976 The Loki's Behind Story.. [14] CarlSagan8159 07/05/05 8159
975 어느 일병의 눈물 [90] 임태주15823 07/05/06 15823
974 김택용, 대저그전 심시티를 개선하라 [36] ArcanumToss11196 07/05/05 11196
973 낭만에서 현실로, 청년에서 어른으로 [31] OrBef10948 07/05/02 10948
972 The Irony Man, NaDa [67] The xian8509 07/05/02 8509
971 Force Point Ranking - 4월 [21] ClassicMild5830 07/05/02 5830
970 목동전설을 찬양하다 [23] 하성훈7985 07/04/30 7985
969 스타크래프트의 팬과 안티 [33] keidw7615 07/04/28 7615
968 [설탕의 다른듯 닮은] 저그리와 마홀딩 [9] 설탕가루인형7111 07/04/26 7111
967 프로리그, 조금 더 분발 합시다. [44] 종합백과9518 07/04/25 9518
966 [sylent의 B급칼럼] 그리고 박정석 [47] sylent10946 07/04/24 10946
965 Survivor, Freedom.WeRRa [17] 누리군™7373 07/04/22 7373
964 PGR. 그 빛나는 이름에 묻어가며 쉽게 쓴 글 [14] 信主NISSI7519 07/04/20 7519
963 난 동족전이 좋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26] Zwei7094 07/04/18 7094
962 "이 멋진 세계로 나를 초대해줘서 고마워요." [15] 네로울프8802 07/04/15 8802
961 FP를 이용한 게임단 평가입니다. [19] ClassicMild7352 07/04/14 7352
960 허영무. 부지런함의 미학. [19] 김성수12134 07/04/03 12134
959 3인의 무사 - 오영종, 박지호, 김택용 [20] 나주임8617 07/04/02 861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