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7/05/16 00:03:43
Name 뻬파
Subject 76.9%

퐈돌심에 가득한 글 두개가 에이스 게시판에 올라가있는 것이 무척이나 부끄럽습니다.
조악하기 그지 없는 글에 이렇게 공감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추가: 제가 야구룰을 정확히 모르고 글을 써서 야구 이야기는 오류가 있습니다.
근데 또 막상 지우려니... 맛이 떨어져서... 사전에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점 죄송합니다.
==============================================================================
*

나는 지금 이 스탠드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

교체된 것이 힘든게 아니다. 몸이 아픈것도 아니다.

내 친구와 후배들은 괜찮다고,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고, 잠시 쉬고 있으라고 말하지만.

8회말 1사 1,3루의 찬스를 병살로 날려버린 나에게 더 이상의 기회가 있을까. 벌써 9회인데...

입술을 깨물어 본다. 왜 그때 배트를 휘두르지 않은걸까. 그 중앙에 꽉찬 공은 또 왜 타점을 잘못 맞춘걸까.

오늘을 또 날려버린다면 나는 무슨수로 우리팀 아이들과 코치님과 감독님을 바라봐야할까.

"야"

감독님의 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

"니가 들어간다. 몸풀고 있어."

감독님의 소박한 주문은 그게 끝이다. 전광판을 바라보니 2:2 동점 상황.

1사 2루.

아. 나는 대타로 방금 기용된거구나. 헬멧을 허겁지겁 쓰고, 방망이를 들고 타자 대기석으로 향한다.

"꿀꺽"

... 나는 다시 한번 시험 받는 것이구나.

**

강민이 에이스 결정전이라는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최초 10승 달성 선수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수치만 따져보니 13전 10승 3패. 승률 76.9%

KTF팀이 1승을 챙기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할 5세트에서 강민은 무려 70퍼센트가 넘는 신뢰도를 보여줍니다.

이건 뭐 전성기때 선동렬 선수의 세이브도 아니고, 다른팀 선수들에게 짐싸라는 소리를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자신의 성적. 즉 승과 패가 바로 돈으로, 가치로 화하는 프로라는 세계에서 절대적인 신뢰란건 참 찾아보기 힘든 일입니다.

언제든지 성적이 저조해지면 방출당할 수도 있는 것이고, 팬들에게 먹튀소리를 들어도 할말이 없는 것이고,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많은 후보선수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것도 있는 것이잖습니까.

그런 세계에서 누군가에게 아니 정확히 한집단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얻는 것은 절대 프로라는 이름을 쓰는 조직에서는

찾기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신뢰는 결국 자신의 가치와 연결되지요. 참 안어울리지만 강민은 그런 절대적인

신뢰를 얻는 프로선수입니다. 그만큼 가치있는 선수이구요.

***

강민이 4세트에서 최연성의 괴물같은 물량에 밀릴때에도 2:2란 스코어로 에이스 결정전으로 오게 해버린 장본인인

강민에게 에이스결정전의 에이스로 선택한 것은 팬과 KTF팀 자체였습니다. 4세트는 졌지만, 5세트는 니가 잡아와라

란 걸까요.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한번 졌다라는 건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만만한 상태가 아닙니다.

심리적으로는 위축될 수 밖에 없고, 팬들에게는 '어쩜 좋아'라는 불안감을 있는 힘껏 안겨주는 것이고,

2패로 그 팀의 엑스맨으로 까이고 까이다 슬럼프까지 오지 않을까하는 오만가지 잡상이 그 지리한 셋팅시간에

넘실넘실거립니다. 그런데도 팀과 팬은 강민을 선택했습니다. 참 대단한 선수입니다.

저는 강민이란 선수를 에이스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고, 오늘 보고도 못느꼈냐라고 말씀하신다면

오해하지 말라고, 끝까지 들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강민선수를 트럼프로 따지자면 스페이드 킹이라고 항상 생각해왔습니다. 킹이라는 카드는 왠만해서는 지지 않습니다.

간혹뜨는 에이스는 어쩔수없는 예외상황입니다. 그냥 간단하게 생각해도 내가 킹이라는 카드를 쥐고 있는데

질까?라는 생각은 잘 안들지 않잖습니까. 강민은 바로 그런 선수입니다. 지더라도, 오늘은 운이 없었군 하지만

넌 여전히 스페이드 킹이다. 가치있는 존재인 것이지.라고 납득을 주는 선수. 강민은 바로 그런 선수입니다.

****

"아-"

하는 함성이 경기장에 퍼진다. 나는 긴장해서 바라보지도 못하고 있다 이제 보니.

아웃 카운트가 하나 늘어나 있다. 대신 2사 3루다. 아쉽다는 듯 녀석은 나에게 다가와

"미안하다. 좀 부탁해"

어깨를 툭툭 치고 간다. 시건방진 녀석 내가 너보다 2살 많단 말야. 궁시렁.

여튼 그런 생각을 할때가 아니구나. 덜덜 떨리는 무릎을 겨우 안정시키고 타석에 들어선다.

마운드는 왜 저리 높이 있는걸까.

수비수들은 왜 저리 날 못잡아먹는듯 쳐다보는걸까.

관중들은 뭐가 저리 불안해서 내가 들어서자마라 '우-'하는 소리를 내는걸까.

코치님과 감독님의 저 사인이 뭐더라.

아아 머리속이 하얘.

"스트라익- 투!"

...아?

*****

오늘 강민은 전상욱을 상대로 4세트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확실히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내가 강민이다. 이것이 강민이다. 너의 그 성능좋은 엔진도 오늘은 나의 꿈속에서 공회전할 뿐이지...

라며 캐리어와 막강한 물량으로 압도했습니다.

전상욱은 아쉽게도 번번히 끌려다니는 플레이를 반복해 팀의 승리와 자신의 20승에 아직 다가가지 못했죠.

강민과 전상욱의 기록대결에서 오늘 주인공은 강민이였죠. 스페이드 킹의 승리였습니다.

화려한 세레모니는 스페이드킹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왠만해선 이겨줘야하는 당연한 카드로서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으니, 그걸로 된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강민은 오늘도 별다른 세레모니를 하지 않습니다.

팬들에게 고개 숙여 꾸벅 인사하며, 오늘도 믿어줘서 고맙다고, 코칭스탭에게 하이 파이브를 날립니다.

******

생각해보니 내가 대타구나. 생각해보면 난 참 유리한 상황에 있는거잖아?

하나만 잘 치면 오늘의 수훈장이라고, 앞의 병살이고 뜬공이고 삼진이고 모조리 커버할 수 있구나.

이래서 타자가 투수보다 훨씬 유리하다니까 히히.

-사악-

머리속이 하얗다. 아까까지 잡념이 거짓말같다. 반드시 칠수 있을 것같다. 투수의 와인드업이 느리게 느껴진다.

아아. 왜 이리 느린거야. 이거 한방으로 나는 오늘의 히어로라니까. 어서 오라구.

나는 대타로 7할대의 타율이라니까. 이런 나에게 그런 느린 공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공이 천천히 다가온다.

오케이. 아까 병살을 보고 머리를 굴렸구나. 하지만, 두번 당할리는 없잖아.

이건 저스트 타이밍이야.

기대해. 이걸로 너희들에게 달려가겠어.

*******


강민, 오늘 그 이름을 재확인한 날이였습니다.

저는 몽상가로서의 그보다, 탁월한 전략가로서의 그보다.

그 모든 것이 완벽하게 융합된.

"에이스 결정전의 사나이 강민"이 오늘 너무 크게 느껴지네요.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믿음직한 에이스를 위하여 포기하지 않고 싸우고 싸워 또 한번의 기회를

얻어준 KTF매직엔스 팀원들 여러분들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강민 선수의 에이스 결정전 10승 달성 축하글입니다.:D

Nio.G.Readman the Paper

2줄 요약: 이것이 강민이라는 문구의 뜻은

"탁월한 발상을 하는 이"외에도 "절대적으로 신뢰"라는 뜻도 포함
* anistar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5-18 00:30)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7/05/16 00:11
수정 아이콘
제목 보고 바로 눈치 챘습니다~
광렐루야~
07/05/16 00:14
수정 아이콘
얼마 전 한경기에서 에결까지 2패를 하고..
오늘 다시 좀 아쉬운 패배..
그러나 에결에 다시 등장해서 결국은 팀의 승리를 쟁취하다..

그렇죠. 그는 이미 이전 경기의 승패의 결과 따위는 진작에 잊어버린..
관객이 부르면 바로 콜로세움으로 뛰어들어가는 로마 시절 검투사라고나 할까요..
07/05/16 00:17
수정 아이콘
강민 선수 승리 축하합니다~ 역시 대범함이 차원이 틀리다는 +_+
RoMaN[LuNaR]
07/05/16 00:27
수정 아이콘
근데말이죠 야구 내용적으신거는..
병살이랑 다했는데
또 대타라니요..?
흠흠...;;;



하지만 광렐루야!!
07/05/16 01:04
수정 아이콘
필승의 선수는 아니지만 무한한 믿음이 가는 강민....
얼마전 김정민의 스팀팩에서 조규남 감독님의 초기 강민선수평이
재미나더군요. " (강)민이는 그 당시 할 줄 아는 건 포토박는 거 밖에
없었어..넥서스 지으면 포토만 6개이상 박고 시작하잖아..내가 얘를
계속 데리고 있어야 하나..했지..." ^^
07/05/16 01:28
수정 아이콘
그저...광렐루야...!!
07/05/16 01:28
수정 아이콘
에이스 결정전에 앞서 자리에 들어서는 민선수 표정에서 승리를 예감했습니다~!
그게 강민이거든요~!
카이레스
07/05/16 01:41
수정 아이콘
또 에게로 가겠네요^^
그리고 야구내용은 제가 잘못알고 있는게 아니면
실수 하신거 같네요.
강민선수 오늘도 역시 강민이란 말을 듣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07/05/16 02:2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올리고 싶어도 당췌 글쓰는 재주가 없어놔서..;;
강민 선수 정말 멋드러진 선수지요..
오늘 에결은 정말 최고!!! ^^

케텝의 스페이드 킹 강민선수!!
에결 10승 축하드리고 앞으로 20연승 30연승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광렐루야~!!!
Achillean
07/05/16 08:06
수정 아이콘
RoMaN[LuNaR]님//카이레스님// 야구내용은 며칠전 2패 당한거에 빗대서 이야기 하신거 같네요^^
길시언 파스크
07/05/16 08:52
수정 아이콘
누가 이렇게 글을 잘쓰시나 하고 아뒤를 봤더니 얼마전 최인규선수 1402일만의 승리라는 글을 쓰신 분이군요..
글 잘봤습니다~~ ^^/ 광민만세 우와아아앙~ 홍진호 선수의 1승도 무척 아쉬웠지만
광민선수의 승리로 대리만족!!
07/05/16 09:09
수정 아이콘
강민선수의 팬으로서 가장 기분 좋은 말은 에이스결정전 사나이 강민선수지요 정말 예전 에이스결정전에서의 포스는 잊을수가 없습니다~
에결에서의 강민 앞으로도 쭉 기대하겠습니다~ 화이팅 강민
이권국
07/05/16 09:56
수정 아이콘
뭐랄까? 예전 김택용 선수가 4번째 경기와 에결에 나와서 연거푸 패한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더군요. 아, 전 강민 선수와 박정석 선수의 팬이기도 하지만 플토 빠라서 김택용 선수를 까고 싶다던가 그런거 없습니다. 행여 김택용 선수 팬분들은 오해가 없으셨으면 합니다. ^^;

예전 김택용 선수는 4경기에서 예상 밖의 패배를 해서 그런지 심리적으로 매우 쫓기는 듯한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단적인 예로, 5차전 출전이 확정되자마자 자리에 앉아서 연습 시간도 없이 경기에 바로 조인한 것을 보고 느꼈죠. 그걸 눈치 챈 임요환은 정말 심리전의 달인처럼 느긋하게 연습한다고 시간 끌고요. 그래서 더욱 김택용선수의 심리는 쫓기고 위축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표정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나더군요. 신예라면 신예라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그에 반해서 강민 선수는 적어도 표정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더군요 -_-; 상대 편에 앉은 선수가 최연성 선수든, 전상욱 선수든 .... 그 심리적인 요소도 승패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포커 페이스의 달인이랄까 ^^; 4경기를 패했으면 어느 정도(아주 많은 -_-;) 심리적인 압박이 있었을텐데.... 경기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생기는 연륜이라는 게 있긴 있나봅니다.

광렐루야~
eternity..
07/05/16 10:10
수정 아이콘
에게로 추천합니다.. 광렐루야!!
바람이시작되
07/05/16 11:09
수정 아이콘
글은 좋은데요.. 다른분들 말씀대로 야구얘기가.. ㅜㅜ
8회에 병살을 치고 물러났으면.. 이미 라인업에 포함되있는건데..
룰상 다시 대타로 나설수가 없자나요.. 돌아온 타격순서에 나선것이면 모를까..
암튼.. 강민선수/케텝 화이팅~
마술사
07/05/16 12:05
수정 아이콘
약간 야구 룰이 이상하긴 하지만..
에게로!
KnightBaran.K
07/05/16 13:34
수정 아이콘
광렐루야아~
Brilhante
07/05/16 14:33
수정 아이콘
전성기시절의 선동열감독 정도는 아닌것 같고 지금의 한기주 정도의 포스를 보여주네요. 미쳐버리죠.
바람소리
07/05/16 18:05
수정 아이콘
대타보다 구원투수 정도가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네요. 그래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07/05/18 02:06
수정 아이콘
승리의 광통령
07/05/18 11:17
수정 아이콘
날라 화이팅!!!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004 프로게이머 최근 100전 승률 그래프! [26] ClassicMild13996 07/06/15 13996
1003 기획보도. 관광 시대의 도래 [31] 말로센말로센11113 07/06/14 11113
1002 김택용, 강요된 평화가 부른 혁명의 철검 [61] Judas Pain14615 07/06/12 14615
1001 [sylent의 B급칼럼] 김택용, 거침없이. [47] sylent11321 07/06/11 11321
1000 All for one, One for All - 두 ACE의 이야기 [8] The xian8599 07/06/10 8599
999 이세돌과 마재윤 [31] 더미짱10734 07/06/07 10734
998 16시 24분 [39] 공실이9626 07/06/07 9626
997 [yoRR의 토막수필.#33유머편]고양이, 오해, 그리고 봉변 [17] 윤여광8651 07/06/04 8651
996 [sylent의 B급칼럼] ‘세팅’에 잠들다 [74] sylent14966 07/06/06 14966
995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그대는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까. [69] The xian11697 07/06/06 11697
994 스타크래프트소설 - '그들이 오다' Renewal판 합본 [25] DEICIDE9474 07/06/05 9474
993 [sylent의 B급칼럼] 공군의 임요환 [18] sylent11643 07/06/03 11643
992 [곰TV 2 마재윤vs박태민 그 후] #3 두전성이(斗轉星移)의 굴욕 - 마재윤도 열받았다 [15] 점쟁이8883 07/06/03 8883
991 선수들 경기력 측정의 한 방법 : ELO Rating System [29] ClassicMild10257 07/05/31 10257
990 최연성과 이윤열. 그 둘의 미묘한 관계 [37] Yes13662 07/05/27 13662
989 그대의 길에 앞으로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기를 감히 바랍니다. [31] The xian10301 07/05/27 10301
988 우리는 패배를 모르는 제로스(XellOs) 군단임을 기억하라! [18] 파란무테11026 07/05/27 11026
987 박성준, 마재윤. 그들의 스타일. [11] Leeka10756 07/05/26 10756
986 전부 다, 그냥, 이유 없이 고맙습니다^^ [7] 혀니8872 07/05/25 8872
985 76.9% [21] 뻬파18362 07/05/16 18362
984 기억합니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억할 것입니다. [24] JokeR_10320 07/05/15 10320
983 하늘이 그대를 선택했노라. [6] 파란무테10165 07/05/12 10165
982 March는 아직 연주중 [23] 뻬파9695 07/05/12 969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