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2/08/16 23:49:59
Name VKRKO
Subject [번역괴담][2ch괴담]입 찢는 여자 - VKRKO의 오늘의 괴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덧 밤도 깊어, 막차를 타야할 시간이었다.

늦은 시간 때문인지, 나 말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었다.



이상한 사람이었다.

얼굴의 하반부가 완전히 마스크로 덮여 있다.

아직 젊은 여자 같은데...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갑자기 말을 걸어서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여자의 목소리는 묘하게 낮았다.



[아뇨, 딱히 그렇게는...]

여자는 소리를 높여 웃었다.

[상관 없어. 실제로 그렇기도 하니까.]



[네...]

나는 여자가 조금 무서워졌다.

옛날 이런 여자가 나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확실히 이름이...

[조금 걷지 않을래? 어차피 버스는 더 이상 오지 않을테니까.]

여자의 말에 깜짝 놀라 손목시계를 보자, 이미 12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막차는 이미 떠난 뒤였던 것이다.

여자는 혼자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호기심이 동해 여자를 따라가기로 했다.



[밤길에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지. 멍하게 있다가는 어둠에 빨려 들어가 버릴 것 같은 것 말야...]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

나는 으스스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기...]

나는 여자의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라고 부르면 됩니까?]



처음에는 여자가 뭐라고 말했는지 들리지 않았다.

[입 찢는 여자.]

그 순간, 나는 떠올리고 말았다.



어릴 적 자주 들었던 괴담을.

[후후후. 장난으로 위협하는 것 같지? 그렇지만 사실이야.]

어느새인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뺨이 차갑다.

여자는 마스크를 벗었다.

화농이 맺혀서 확실히 찢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의 옆으로 길게 파인 입이 있었다.



나는 말을 잃었다.

여자는 멈춰 서서 중얼중얼 사고로 입이 찢어졌다는 것, 응급 처치를 했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 등, 입 찢어진 여자가 된 사연을 이야기 해 주었다.

여자가 말을 멈추자,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왜 그 이야기를 나에게...?]

여자는 나의 질문이 들리지 않는 듯,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에이즈의 통계에 관한 이야기, 알고 있어? 미국의 유명한 교수가 자기 수업의 학생들에게 "만약 자신이 에이즈에 걸리면 어떻게 할텐가?" 라고 물었대. 몇 년에 걸쳐서 수많은 학생들에게. 그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 거 같아?]

눈치 채기 전에 이미 손에는 땀이 고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왜 이 여자는 버스가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것일까?

그리고...

["에이즈 예방 운동이나 연구에 힘을 써서 자신 같은 비극을 겪는 사람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겠다." 라고 대답한 사람은 20%도 안 됐대. 나머지 80%는 거의 같은 대답을 했어. "섹스를 마구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 같은 절망을 느끼게 하겠다" 고 말이야.]



여자의 목소리는 귓가를 바로 때리는 것만 같았다.

[인간은 결국, 자신이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면 다른 사람도 같은 꼴을 당해야 한다고 생각해 버리는거지... 근데 그거 알아? 나도 인간이야. 나만 이런 꼴이 되다니... 그렇지?]

여자는 코트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칼 같다.

여자는 기묘한 미소를 띄우며 다가온다.

비는 방금 전보다 강하게 내리고 있다.



[처음에 말했지? 나는 입 찢어진 여자가 아니라...]

정적 뿐이다.

[입.찢.는.여.자.라.고.]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 http://vkepitaph.tistory.com )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 http://cafe.naver.com/theepitaph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8/16 23:55
수정 아이콘
뻔한 주제라고 생각했는데도 흡입력있는 필력이 느껴지네요
설탕가루인형
12/08/17 09:46
수정 아이콘
오 오랜만에 보는 빨간마스크 누나네요.
이 누나 아직도 입 찢고 다니시는지...

참고로 엔하위키의 빨간 마스크 항목입니다.
http://mirror.enha.kr/wiki/%EB%B9%A8%EA%B0%84%20%EB%A7%88%EC%8A%A4%ED%81%AC
유리별
12/08/21 18:00
수정 아이콘
정말 오랜만에 보는 빨간마스크 이야기인데 뭔가 새롭네요~
필력 덕분인가 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544 [조선왕조실록 이야기] 왜선 한 척에 유린당하다 <2> [3] sungsik7605 12/12/30 7605
541 [조선왕조실록 이야기] 왜인을 사로잡다 <1> [5] sungsik8001 12/12/13 8001
540 [조선왕조실록 이야기] 잔혹한 살인범인가 정치적 희생양인가 <완결> [8] sungsik8113 12/12/07 8113
539 [조선왕조실록 이야기] 잔혹한 살인범인가 정치적 희생양인가 <5부> sungsik6791 12/12/07 6791
538 [조선왕조실록 이야기] 잔혹한 살인범인가 정치적 희생양인가 <4부> [10] sungsik7240 12/12/05 7240
537 [조선왕조실록 이야기] 잔혹한 살인범인가 정치적 희생양인가 <3부> [2] sungsik7002 12/12/05 7002
536 [조선왕조실록 이야기] 잔혹한 살인범인가 정치적 희생양인가 <2부> [8] sungsik7027 12/12/02 7027
535 [조선왕조실록 이야기] 잔혹한 살인범인가 정치적 희생양인가 <1부> [7] sungsik7702 12/12/02 7702
534 [조선왕조실록 이야기] 6살 아이 다리 절단 사건 <완결> [9] sungsik17736 12/11/25 17736
533 [조선왕조실록 이야기] 6살 아이 다리 절단 사건 <2부> [1] sungsik15084 12/11/25 15084
532 [조선왕조실록 이야기] 6살 아이 다리 절단 사건 <1부> sungsik18440 12/11/25 18440
531 [조선왕조실록 이야기] 세자야 제발 침실에서 힘 좀 써보려구나. [8] sungsik9482 12/11/24 9482
527 [번역괴담][2ch괴담]계승되는 피 - VKRKO의 오늘의 괴담 [26] VKRKO 12153 12/08/20 12153
526 [번역괴담][2ch괴담]차고 앞의 여자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8853 12/08/19 8853
525 [번역괴담][2ch괴담]4년전의 공간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8733 12/08/19 8733
524 [번역괴담][2ch괴담]백물어가 끝난 뒤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8821 12/08/18 8821
523 [번역괴담][2ch괴담]마을 외곽의 오두막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10186 12/08/17 10186
522 [번역괴담][2ch괴담]아무 것도 필요 없어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7445 12/08/17 7445
521 [번역괴담][2ch괴담]입 찢는 여자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7789 12/08/16 7789
520 [번역괴담][2ch괴담]일주일만의 귀가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7395 12/08/16 7395
519 [번역괴담][2ch괴담]사진 속의 남자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7663 12/08/15 7663
518 [번역괴담][2ch괴담]마음 속의 어둠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736 12/08/15 6736
517 [번역괴담][2ch괴담]담 너머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7129 12/08/14 712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