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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2/25 09:15:18
Name nickyo
Subject [일반] [라쿠고]nickyo의 고전! 옛날 이야기 2탄 - 석 장의 서약서(1)
등장인물: 도편수(우두머리 목수), 한코(종이가게 주인), 긴코(표구점 주인), 기세가와(유녀), 여주인(찻집의 여주인)

개요:원제는 <삼매기청[三枚紀請]>이며, 옛 노래에 유곽(현재로 보면 호스테스)의 여자의 사랑은 참된 사랑이며, 남자가 돈을 싸 들고 오면 더욱 진정한 사랑에 이르게 된다"라는 말도 안되는 노래가 있었는데, 이 유곽의 유녀들은 좋은 말솜씨로 어수룩한 남자손님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었다. 이 때에, 남자들에게 새해가 밝으면 꼭 당신을 만나러 가겠다는 '서약서'를 쓰며 사랑을 맹세하고는 했는데, 이 서약서는 불교의 성지인 구마노 신사의 상징인 까마귀를 그려넣는 풍습이 있었다. 약속을 거짓으로 쓰면 불법을 범하는 일이 되며, 구마노의 까마귀가 죽는다는 속설이 있기에 당시 사람들에게 약속을 지켜야만 하는 맹세로서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진한 사내들에게 거짓 약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유녀로서는 늦잠을 자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까마귀가 죽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속는 사람, 속이는 사람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우스개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본문--------------------------------------------------------

한코: 실례합니다~.

도편수: 아니, 이게 누구야? 한코구먼!! 어서 올라오게.

한코: 이야~ 이거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도편수: 그러게 말일세, 아니 어째 연락 한번 없었나 그래. 그런데 자네 요즘, 집에 잘 안들어온다고 어머니께서 여기까지 찾아와 걱정을 하시고 가시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혹시....노름판이라도 전전하는 것은 아니겠지?

한코: 아닙니다. 도박은 무슨...

도편수: 얼라리? 자네 도박 싫어하나?

한코:거야 뭐 좋아하긴 합니다만...

도편수: 그럼 그렇지, 도박하러 다니는 것 맞지? 내 그럴줄 알았네.

한코: 아니에요. 요즘은 좀 시들해져서 도박 손 뗐습니다.

도편수: 시들해졌다고? 왜? 영 끗발이 안좋나?

한코: 그것이..요..여자때문에..프히히히

도편수: 뭐? 여자 때문에?

한코: 네.

도편수: 어떤 여자인데? 흑이야? 백이야?

한코: 에이 도편수님도 참, 검은 개도 하얀 개도 아니에요. 사람이에요.

도편수: 사람이란 건 나도 알지~, 어떤 사람인가 묻고 있는게 아닌가.

한코: 요시와라(주1)의 여자인데요...

도편수: 그럼 검정이구만 아주 새까맣지 않은가!

한코: 네. 맞습니다. 속이 아주 시커멓죠 프히히히..

도편수: 뭐? 시커멓다고? 그렇다면 닳고 닳은 여자라는 소리 아닌가 응? 그 여자 혹시 자네에게 푹 빠져 있나?

한코: 네. 저한테 완전히 반해버렸지요. 사실 저의 어머니께서는 제가 삼사일 안 들어가도 그냥 걱정만 하실 뿐이지, 생명에는 아무 지장이 없잖아요. 하지만 그 여자는 제가 삼일만 만나러 가지 않아도 죽겠다고 난리니... 저야 뭐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다니는 거에요.

도편수: 정말?

한코: 정말이라니까요.. "내년 3월, 새해가 되면 당신과 부부가 되고 싶어요. 그러니까 새해가 될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라는 말에는 당할 수가 없더라고요. 프히히히히..

도편수:  그런데 말이야, 그 말 믿어도 되는건지 모르겠네. 도도이츠(주2)에도 나와있지 않은가. "새해가 되면 당신 곁으로 꼭 가겠습니다. 당신의 사랑을 거절하러..."라고말야 푸하하하.

한코: 에이 어르신 그런 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도편수: 왜?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가?

한코: 그 여자한테 문서를 받아 놨거든요.

도편수: 문서를 받아 놨다니 자네, 혹시 서약서를 받아놓았나?

한코: 네 맞아요!

도편수: 어디, 좀 보세.

한코: 그건 좀 곤란한데요..

도편수: 아니 왜?

한코: 어떤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겠다고 약속 했거든요...

도편수: 어떤 일이 있어도라니? 너무 한 것 아냐? 그러지 말고, 좀 보여주게. 보지 않고서야 어찌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가 있나?

한코: 안되는데.. 그럼 도편수님께만 살짝 보여드릴께요. 프흐흐.. 하지만 꼭 비밀로 해주셔야해요. (부스럭 거리며 품 안에서 서약서를 꺼내며) 이것인데요, 보시려면 손도 씻고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 보셔야 해요. 저를 위해 직접 써 준 사랑의 서약서니까요 푸흐흐흐흐..

도편수: 쯧쯧 손은 무슨 바보같은 소리 좀 작작 하게나. 어차피 새까만 여자아닌가! 흠... 써준 것은 틀림 없군.. 에 어디보자.. 서약서.. 나는 내년 3월 새해가 되면 당신과 부부가 될 것을 약속함.. 요시와라 에도쵸 2번지...아사히유곽......................기세가와 올림?! 올림은 무슨 개뿔 뜯어먹는 !!(화가난 듯 서약서를 왕창 구겨 던져버린다)

한코: 아앗! 어르신 이게 무슨 짓입니까!!

도편수: 에이 바보같은 사람아. 자네 이런 걸 이런 걸 받고 좋아하는 건가?! 이게 도대체 뭔가 이게! 내년 3월에 새해가 되면 뭐? 나 참 웃기지도 말라그래!

한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아무리 도편수 어르신이라 하셔도 이렇게 소중한걸 꾸깃꾸깃 아...

도편수: 바보같은 놈! 다 그만두게... 실은 말야, 나도 자네랑 똑같은 서약서를 가지고 있단 말일세 응? 이것 봐봐 이것!!(품에서 접힌 편지를 꺼내 던진다)

한코: 뭐라구요? (당황한 듯 급히 편지를 읽는다) 서약서... 나는 내년 3월 새해가 되면 당신과 부부가 될 것을...허.. 진짜 똑같네요? 어떻게 저랑 똑같은 서약서를 가지고 계신 거에요?!

도편수: 나도 같은 여자에게서 받았으니까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이봐, 원래 그 유녀는 신쥬쿠에서 살았었다네, 내가 자네보다 3년은 더 일찍 알았다구, 그 여자가 지금은 요시와라로 옮겨온 것이란 말야! 내가 지금껏 마누라 없이 이렇게 홀애비로 사는 이유도 다 그년때문이야. 나에게 "내년 3월, 새해가 되면 당신과 부부가 되고 싶어요."라고 구구절절 애원하는데, 그 3월이 내년3월이 되면 또 내년 3월이 되고 또 내년 3월이 되서 지금까지 이렇게 홀로 기다리고 있는 거라구!

한코: (화가난 듯 떨며) 이런 나쁜 계집...기세가와... 사람을 속이다니....

도편수: 나도 완전히 속아버렸다네..

한코: 정말 그 계집을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나쁜계집..내 속았다니..

도편수: 그만하게, 상대는 보통이 아니야. 화를 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나.

한코: 하지만 너무 억울하잖아요!

도편수: 그만 하게! 어이 이봐 이봐, 수다쟁이 긴코가 왔어. 저 녀석에게 무슨 소리라도 들어갔다간 에도 전체에 쫙 퍼지고 만다네. 그만두자구.


(2)에 이어집니다.

주1-에도시대의 유곽지대. 1607년 시내 각지에 산재해 있던 유녀집을 니혼바시에 모아 놓은 것으로 시작되었다. 1655년 화재로 모두 불타면서 현재의 도쿄의 다이토구 일대로 옮겨 신요시와라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1958년 매춘방지법에 의해 현재는 모두 없어졌다.

주2-구어조로 된 속곡의 하나. 가사는 7775의 4구로 되어있으며, 내용은 주로 남녀간의 애정에 관한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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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인 삼매기청은 이야기가 조금 길어서 끊어서 가겠습니다. 제가 출근도 이제 해야하고.. 아마 2부작이나 3부작이 될 듯 싶습니다. 본 이야기를 좀 더 생동감 넘치고 현대에 걸맞게 각색되었으며, 배우들의 감칠맛나는 최고의 연기를 함께 즐기고 싶으시다면, 일본드라마 '타이거 & 드래곤 0회(SP)'를 보시면 됩니다.

그럼 여러분 이따 오후에 퇴근하고 마저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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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25 10:26
수정 아이콘
오오오오 삼매기청!!!
저의 뜻이 하늘에 닿았나요 흐흐흐

이 편은 드라마에서도 빵빵 터지지요
10/02/25 13:12
수정 아이콘
아............... 중요한 부분에서 끊기다니. 한꺼번에 올려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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