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12/07/18 20:34:58 |
Name |
바람모리 |
Subject |
내가 좋아했던 동아리 여자아이 |
전에 쓰다가 지워버린 글인데 타이밍이 지금같아서 올려봅니다.
제목 정하는 것도 나름 머리아픈 일인데 패러디하기 좋은 제목의 글이 올라와서 말이죠.
제게 마법의 가을이 있었다면 이때였을 겁니다.
때는 대학시절
2학년이 되어 한창 즐거운 전공공부에 매진하는 척하던 때였습니다.
당시의 전 동아리 생활에 그야말로 빠져있었고
그 활동을 인정받아 회장이란 짓거리를 하고 있었죠.
동아리는 풍물패, 성향은 빡센 운동권.
비오는 날 만오천명(경찰추산) 앞에서 공연도 해봤습니다.
그당시에 단대는 서로 달랐지만 역시 풍물패였던 통뚱하고 귀여운 여자후배가 있었답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자취를 하던 그애는 참 고민이 많았어요.
밤이되면 자주 전화를 해서 같이 술을 마시곤 했었죠.
맥주 한페트와 과자를 사서 학교 으슥한 곳에서 같이 마셨답니다.
전 항상 진지한 자세로 고민을 들어주었고,
둔탱이였지만 매너남인 저는 항상 그아이의 집까지 바래다주었지요.
일주일에 최소 한번 많으면 서너번을 그랬었답니다.
이게 아마 얼마나 계속되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확실히 한학기는 넘어갔습니다.
한학기하고도 반정도를 그렇게 보냈을거에요.
그런데 어느날 그애가 여자로 보였습니다.
매너남이지만 둔탱이인 저는 반나절 고민끝에 차일 각오를 하고 고백을 했답니다.
"나 니가 좋아!!"
그애는 튕겼어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생각을 좀 해보겠다고 말했죠.
저는 떼를 썻어요.
기든 아니든 지금 결판을 보자고 말했죠.
그애는 그동안의 자신의 노력을 보상받고 싶었나 봐요.
제가 전혀 알지못했던 그시간을 말이죠.
느닷없이 체력장을 열었죠.
전 그저 시키는대로 해야만 했어요.
그만하라고 할때까지 팔굽혀펴기를 했고,
손가락으로 찍은 곳까지 뛰어갔다 왔고,
나름 개인기도 여러개 펼쳐야만 했습니다.
그후로 사소한 말다툼 한번없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돈을 모아서 16만원짜리 백금 커플링도 했구요.
그러던 어느날 꽤 큰 일정하나가 끝난 뒷풀이 자리였습니다.
술이 센 편은 아닌데 그날따라 술을 흡입하더라구요.
누구보다 빠르게 그애는 뻗어버렸고,
당연하게도 제가 업어서 집으로 들고가게 되었습니다.
아오.. 무식하게 무겁더군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집앞에 도착하니 말똥말똥한 눈으로 깨어나는 겁니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하더군요.
"여긴 나 혼자 사는 곳이니까 오빤 절대 못들어와요"
매너남이고 둔탱이기까지한 저는 잘들어가라고 인사한 후 술자리로 향했답니다.
그후로 제가 군대를 가기전까지 즐거운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죠.
딱 백일휴가때 깨졌구요.
그렇게 제 인생에서의 첫 마법의 가을이 끝이 났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 계절은 겨울이군요.
물론 연애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뭐 시간이 지나면 계절이야 변하기 마련이니까
봄과 여름이 지나서 다시 가을이 오기를 기다리렵니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7-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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