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12/07/30 23:08:29 |
Name |
Eva010 |
Subject |
첫 소개팅 이야기... |
가족과 떨어져서 지방에 와서 살게 된지도 어언 8개월째...
정말 서울에 살며 집에서 출퇴근 할 때는 차를 살 생각이라던가 결혼에 대해서라던가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회사에 입사한 뒤 서울 본사가 지방이전을 한다는 청천병력같은 소식을 들은 뒤 저의 모든게 바뀌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원래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면 인프라가 잘 발달되지 않은 지방의 외각쪽으로 많이 배치를 받습니다. (신입때가 아니라 저희 배치 지역 대부분 오지입니다)
하지만 저는 상위 1%의 행운이 따라 여자동기 한 명과 함께 부산으로 배치를 받게 되었지요.
원래 신입 사원때 부산으로 발령 받는건 제가 2번째인데 그 때문에 동기들에게 많은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제가 다니는 회사는 지방 순환제 근무기 때문에 저도 몇 년후에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가야됩니다.
회사 동기들에 정말 매일 하는 소리가...
"넌 정말 천운이다... 지금 여긴 여자는 눈코빼기도 안 보이고 할머니 아니면 꼬맹이들 밖에 없다. 여긴 인구 고령화의 절정을 맛 볼 수 있는 곳인데 넌 정말 행운이다. 빨리 부산 있을때 여자친구도 만들고 결혼을 해라 안 그러면 정말 답이 없다."
그리고 회사 선배들도...
"넌 정말 행운이다. 신입사원때는 보통 오지로 가서 고생 좀 하다가 30대가 되어서 여길 오는데 그 때문에 결혼도 못 하거나 늦게 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넌 지금이 기회다."
"빨리 여자를 잡아 결혼해라 안 그러면 넌 다른 지방으로 강제 발령을 받을 수도 있어"
회사 선배님들도...
"내가 오지에서 진짜 얼마나 여자가 없었으면 하숙집 아줌마 딸이랑 결혼을 했겠냐... 그때는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거긴 정말 여자라고는 찾아 볼수가 없어"
등등 각종 선배님들의 진심어린 충고들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회사 선배님들한테는 정말 매일 같이 듣는 이야기가...
"차사라~(어차피 다른 지방가면 차 사야되니 미리 사라) "
"빨리 여자친구 만들어라 안 그럼 나처럼 된다"
이런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거의 매일 듣습니다.
또 회사 선배님이...
"너? 우리 회사에 베트남이나 조선족이랑 결혼한 사람이 있는거 알고 있냐? 그 사람들이 뭐가 아쉬워서 그런 사람들이랑 결혼했는지 아냐... 오지에서 계속 일만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30대 후반 40이 되서 선을 봐도 마땅한 상대가 없고 결국에는 어쩔수 없이 외국인과 결혼한 사람들도 있어...
기회가 있을때 잡으란 말처럼 너도 빨리 기회를 잡아라...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전 지금 회사에서 인사쪽을 담당하기 때문에 선배말이 사실인 것도 알고 정말 이런 분들이 꽤 있다는 사실에 저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만약 회사에서 다른 지역으로 강제 발령을 받게 되면 보통 결혼을 했거나 애기가 있으면 발령 유보 신청을 할 수가 있는데 결혼을 안한 독신의 경우는 발령 유보는 커녕 짤없이 전근을 가야 됩니다..
회사 평균 연령 40대 20대 직원이 유일하게 2명 밖에 없어서 그런지 선배들은 정말 너무너무나 깊은 관심을 보여주시더군요.
만날때 마다 선배들이 매번 차를 사라고 말씀하셨는데 결국에는 이번 달에 차도 구입할 예정입니다..
지방에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다보니 요즘 너무나 외롭기도 하고 선배들의 말을 매일 같이 듣다보니 마치 세뇌 당한것처럼 결혼에 대한 촉박함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 선배가 소개팅을 시켜주겠다고 하더군요.
태어나서 소개팅 같은건 한 번도 해본적도 없고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겠더군요.
지금은 부산 주변에 아는 사람이나 친구도 한명도 없고 도저히 소개팅 아니면 답이 없다는 생각에 어쩔수 없이 OK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키와 몸무계 이상형 혈액형등 여러가지를 물어보시더니 저에게 10일안에 소개팅을 구해줄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소개팅을 하기전까지 하루 하루가 정말 길었습니다.
사무실에 전화가 올 때마다 그 선배의 전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정말 사무실에 오는 전화도 다 땡겨받고 저에게 오는 전화는 울리자 마자 바로 바로 받았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지만 선배에게는 연락이 오질 않았습니다.
선배는 나랑 한 약속을 잊어버린것일까? 아니면 그냥 빈 말로 해본 이야기일까?
전 언제든지 퇴근후 소개팅을 할 수 있도록 가방에는 면도기 왁스와 립크로즈등을 넣어서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9일째 되는 날...
저는 거의 소개팅을 포기했습니다.
왜냐면 10일째 되는 날은 주말이라 선배가 고향으로 내려가니 사실상 소개팅을 해줄 수 있는 날짜는 오늘밖에 없는거죠.
금요일날 퇴근시간도 거의 다가오고 저는 일이 남아서 야근을 하려고 하는데...
퇴근 10분전 갑자기 저에게 소개팅을 해주겠다는 선배한테 전화가 오더군요.
"야~너~ 오늘 시간있어?"
!!!!!!!
이 전화는 초인종 누르고 택배 배달부가 택배 배달 해주는 것 보다 더 기대었습니다.
선배가 나를 잊지 않고 소개팅을 시켜줄려는구나? 하는 사실에 ....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고 가슴이 벌렁벌렁거리고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소개팅녀 사진도 본 적이 없는데 상대방은 과연 이쁠것인가? 하는 생각이 저의 뇌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일단 이쁘든 안 이쁘든 무조건 만나고 봐야겠다는 생각에...
하던 일을 모두 집어치우고...
"네 ~! 물론 시간있습니다"
라고 말을 하니 선배가 차를 가져 올테니 퇴근하자마자 정문 앞으로 나오라고 하더군요.
저는 일단 밀린 일들은 주말에 출근해서 처리하면되고 일단 샤워장가서 샤워부터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한 약속을 잊지 않고 지키는 선배가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샤워를 하면서 여기오면서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회상해 봅니다.
여지껏 제가 존경하는 선배는 밥 잘 사주는 선배님이었는데...
이제는 이 분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삼아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5분만에 후다닥 샤워를 한 다음에 평소에 안 바르던 왁스도 머리에 바르고 입술에 립크로즈도 바르고 나름대로 치장을 하고
정문으로 나갔습니다.
역시나 아까 말씀대로 선배차가 세워져있더군요.
그리고 선배는 저를 태우고 어디론가 이동가 이동합니다.
차 속에서 선배는 저보고...
"야 ~ 너 힘 좀 쎄냐?"
라고 저에게 물어보시더군요.
저는 소개팅녀에게 저를 힘쎄고 터프한 남자라고 소개를 시켜논 것으로 이해하고...
"제가 이렇게 보여도 근육은 없지만 힘은 좀 씁니다"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차타고 가면서 소개팅녀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했지만 너무 방정맞아 보이고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으면 소개팅에 나가서 물어볼 말도 없고 소개팅은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방을 알아가야 되는데 그런게 모두 사라질거라 생각해서 선배에게 소개팅녀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선배차를 타고 어디론가 저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다 왔다 내려라~"
소개팅 장소가 얼마나 가까운건가? 근처에 커피숍은 차를 타고 20분은 가야지 있는데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커피숍이 있었던가?
차를 탄지 10분도 안 되었는데 선배가 저보고 내리라고 하더군요.
차에서 내리니 여긴 커피숍이 아니라 회사 근처 사택이었습니다;;;
아마 선배가 사택에 무언가 놓고간게 있어서 차를 잠시 세워둔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차안에 있을려고 했는데....
선배가 차에서 안 내리고 뭐 하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속으로...
"아... 내 헤어스타일이나 지금 패션이 영 아니니 사택에 가서 옷 좀 갈아입고 차려입고 나오라는 이야긴가 보구나
생각하고 사택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제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을려고 하는데...
선배가 뜬금없이 자기방으로 오라고 하더군요....
설마???
저는 선배가 자기방으로 소개팅녀를 데리고 온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소개팅녀는 선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여자인가? 혹시 동생인가?
하는 생각도 하고
"뜬금없이 선배를 닮은 동생이면 분명 안 이쁠것"이라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선배방을 들어가는데....
정말 너무 떨려서 심장이 터질것만 같더군요...
그리고 조심스럽게 선배방을 들어갔는데....
헉~!!!!!!!
이럴수가....
선배방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ㅡ.ㅡ;;;
이게 대체 어찌된일인지 어안이 벙벙하더군요.
그러더니 선배는 갑자기 저에게....
"내가 지금 방에 있는 침대랑 소파랑 테이블 위치를 바꿀려는데...도저히 무거워서 혼자 못 들겠다... 같이 좀 들자"
라고 말하시더군요...
....
..
.
으아아앙아아아악~!!!!!!
진짜.....
와...
눈에 핏대가 서면서 화가 머리 끝까지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이럴거면 진작에 전화로 처음부터 집에 짐 좀 옮겨달라고 말을 할 것이지
사람을 잔뜩 기대하게 분위기를 잡아놓고 이제와서 집에 가구를 같이 옴겨달라니.... -_ㅠ
정말 너무너무나 열받더군요;;;
금요일날 야근을 했으면 주말에 나와서 일을 안 해도 되는데...
그 날 야근을 못해서 주말에 나와서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정말 너무너무나 열받고 제 자신이 어리석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선배가 저에게 전화를 했을때?
제가 무슨일 때문에 그러시나요?
이렇게 한 마디만 물어봤어도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날밤 선배방에가서 짐을 다 옮기고 나니 선배가...
"다음주에는 꼭 내가 소개팅을 해줄께~!"
라고 말을 하시더군요....
하지만 그 날로 부터 벌써 2주가 지났는데....
선배에게 소개팅 소식은 아직까지도 들리지 않고 있네요...
아....정말 허무하고 외롭고 쓸쓸하네요...ㅜ.ㅜ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8-1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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