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8/07/02 18:04:03
Name Ms. Anscombe
Subject [Ms. Anscombe 의 사회학 이야기] 사회학을 공부해볼까요?? ~ 일곱번째 이야기
언젠가 친구 녀석이 사회학을 공부해보고 싶은데 어떤 책을 보는 게 좋겠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책 한 권(Peter Berger의 '사회학에의 초대')을 추천해주면서, 개론 책 같이 이것 저것 아무 거나 찌르는 책을 보기 보다는 사회학(넓게 보아 사회과학)을 관통하는 핵심을 잘 파악하면, 어차피 전문가 수준으로 지식을 쌓을 게 아닌 다음에야 사회학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얘기해주었죠.

그 자리에서는 대충 수습하고 넘어갔지만, 막상 그 핵심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기가 쉽지가 않더군요.

사회학이란 무엇일까요? 전문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어떤 분야에 대해 생각하면 그것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 저, 경영학과예요

- 저, 공대입니다

뭔가가 떠오르죠? 하지만,

- 저, 사회학과입니다

라고 한다면? 십중팔구 다음과 같은 대답을 들을 겁니다.

- 사회학이 뭐하는 과죠?

꼭 학문 분야에 대한 이미지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라면 좀 심각합니다. 이미지 메이킹 시대에 나쁜 이미지는 커녕 아예 이미지 자체가 없다니.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인 걸 모른단 말인가. 더 심각한 건 정작 당사자들도 그러한 질문에 대해 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종사자들 자신도 무엇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게 사회학이죠.

자, 언제까지 사회학은 정의하기도 어려운 학문이라는 자부심으로 버틸 겁니까? 정의할 수 없을만큼 어렵다는 건 그만큼 난삽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종사자들조차 설명하기 어렵다면 일반인들은 어이할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는 학문이라면 그것의 의미는 크게 축소됩니다. 사회학이 전문가들만의 학문을 내세우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의 말처럼, 일상 언어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할 수 없다면, 그건 의미가 없습니다. 다루고 있는 범위가 넓다던가, 종류가 다양하다던가, 여러 학문들과 연계되어 있어서 복잡하다거나 하는 것은 더 이상 핑계가 될 수 없습니다. 여하튼 뭔가 그만의 특성이 있으니까 독립적인 학문으로 인정받는 것 아니겠어요?

자연과학이 전문적이고,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기에 난해하다는 인상을 준다면, 사회과학은 좀 더 쉽고 친근합니다. 자연과학이 이미 결정되어 있는 규칙, 기술을 배우는 듯한 느낌이라면, 사회과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제공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죠. 이런 이미지에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사회과학이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고, 현실에 적용하기 용이하다는 점은 분명하니까요. 요즘 최고의 이슈인 2mb 얘기만 하더라도 광우병과 관련된 자연과학적 논의를 제외하면 대개가 사회과학적 관심사에 속하죠.

하지만 실제 사람들의 사회과학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습니다. 사회학이 무엇하는 과냐고 묻는 사람이 태반인 것만 보더라도 그렇죠. 이는 사회과학을 일반 대중들과 유리시킨 사람들의 잘못이지만, 우리들이 사회과학을 너무 만만히, 즉 별로 공부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아는 내용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회학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 볼까 합니다. 미천한 지식이라 대단한 얘기를 할 수는 없겠지만, 몇몇 분이더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을 것 같군요..


[Ms. Anscombe 의 사회학 이야기] 첫번째 : 개관
[Ms. Anscombe 의 사회학 이야기] 두번째 : 탄생 - 쌍둥이 혁명
[Ms. Anscombe 의 사회학 이야기] 두번째 : 탄생 - 과학으로 거듭나다
[Ms. Anscombe 의 사회학 이야기] 세번째 : 칼 맑스, 왜 사회학자인가?
[Ms. Anscombe 의 사회학 이야기] 네번째 : 칼 맑스 - 생산양식과 계급
[Ms. Anscombe 의 사회학 이야기] 다섯번째 : 막스 베버 -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
[Ms. Anscombe 의 사회학 이야기] 여섯번째 : 맥도날드와 합리성
[Ms. Anscombe 의 사회학 이야기] 일곱번째 : 이상주의라는 허울 좋은 비판

* Timeless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2-20 11:36)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marchrabbit
08/07/02 18:15
수정 아이콘
"사회학이 뭐냐고 묻는다면 교수들도 정확히 대답할 수 없을꺼다"라고 선배들이 농담삼아 얘기하고는 했는데, 확실히 광범위해서 실체에 접근하기 어려운 것 같더군요. ^^;
08/07/02 18:56
수정 아이콘
사회현상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사실상 경제,경영,심리학,신문방송학 등등이
사회학에서 파생되어 나온...사회과학이기에 사실 보면 굉장히 광범위적인 학문인 듯싶습니다.
한가지 인상깊은건 우리학교에 사회학과 여자들이 좀 예뻣다..라는거 ?! 음?
진리탐구자
08/07/02 19:24
수정 아이콘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것을 그대로 이야기하자면, '자유'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에 '구조'가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불충분한 정의입니다. -_-;;
08/07/02 20:06
수정 아이콘
보통 구조주의와 경험주의를 비롯해 여러 학파가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한도 안에서의 사회과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회'과학'
과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것은 사회현상 또한 자연과학과 같이 일정한 법칙 또는 규칙이 있으며
이를 찾아내고 분석하며, 그 결과로 여러 가지의 사회현상을 해석하고 그 현상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2) '사회'과학
인과관계가 명확한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과학의 변인들은 대단히 복잡하며 또한 중층적입니다.
특히 사회는 수많은 행위자(개인들과 이해집단들(정치 경제 언론 기타 등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과학은 이들 행위자들의 사회적/정치적/경제적 행위들을 분석하고, 이것이 여타 행위자들과 어떠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집중합니다. 1)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를 통해 '사회'과학은 사회현상들을 분석하고
이러한 현상들이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예측하거나, 혹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회학이라고 불리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회학, 정치학, 행정학, 경제학 등입니다.
경제학이 여기에 포함된 이유는 '(희소한) 자원의 분배와 사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흔히 효용이라고 불리는 기준을 이용하고 있는 현대의 경제학은 고전경제학과는 많이 다르죠.
경제학에 대해선, 안좋아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유시민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을 읽어보시면 쉽습니다.
신문방송학 등은 굳이 분류하자면 응용사회학쯤 될까요. :)
Withinae
08/07/02 20:44
수정 아이콘
서구학계에서도 사회학이 힘을 받던 시대는 지나갔죠.
'사회학은 사회 문제에 대한 분석은 가능하지만 해결은 실패했기 때문에
그 생명이 끝나버렸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그래서 사회경제학, 정치사회학 같이 파생되어야 힘을 얻는다고 하시더군요.
사회학하면 '빨갱이 공부하는겨?' 하시는 분들이 아직도 계시기 때문에...
악마는프로브
08/07/02 20:56
수정 아이콘
강의는 언제부터 시작하시나요? PGR자게 특강...기대하겠습니다.
스피넬
08/07/02 22:35
수정 아이콘
1학년 때 사회학 수업 들었다가 혼났었지요;;
열심히 다시 배워보겠습니다 ^^
08/07/03 09:27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때 사회학 수업을 들었었습니다. 인생에 도움이 많이된 여러 잡학(!?)들을 동시에 들은듯합니다만...
그게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모르겠습니다~
08/07/03 11:01
수정 아이콘
사회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써 매우 그분이 좋아지는 글이네요^^
지도해 주신 교수님 말씀을 빌어서 간단히 사회학에 대해서 정의하라면,
"특별히 잘 하는 것은 없지만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사회학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체들과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대체로 '~~의 사회학'이라고 붙이면서 연구를 합니다.
정치사회학, 환경사회학, 경제사회학, 성의 사회학(젠더), 도시사회학 등....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든다는 것은 특정한 연구주제에 몰입한다는 것이지만 사회학은 특정 분야를 깊게 연구하기보다
그 분야와 다른 분야와의 관계에 대해서 연구한다고 볼 수 있지요^^
Timeless
09/02/20 11:39
수정 아이콘
사회학 이야기가 나온 '사회학을 공부해볼까요??' ~ 본격적인 사회학 이야기 일곱번째 까지 입니다.

좋은 글 감사드리고, 많은 분들이 이런 좋은 지식을 공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밑힌자
09/02/20 15:59
수정 아이콘
드디어 에게로 왔군요~
김성수
09/02/20 16:58
수정 아이콘
저도 사회학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사회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아서 항상 당황합니다.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사회학을 꾸준히 공부하시고 이런 글들을 생산하시는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09/02/23 09:15
수정 아이콘
아.. 군대 가기전에 다 볼 수 있을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887 바둑을 두지 않고 바둑을 즐기는 법 - 바둑을 모르는 분들을 위한 바둑 강좌 [56] 디미네이트16613 09/08/25 16613
886 About Bisu - 김택용에 대한 찬사 (사운드) [44] 귀염둥이 악당16836 09/08/27 16836
885 씬 스틸러(scene-stealer) 변형태. [25] ipa13957 09/08/05 13957
883 안녕, 좁디 좁은 천하여 [41] 코세워다크21557 09/03/11 21557
882 흑백 테레비 [27] zillut.j13821 09/06/02 13821
881 J의 비극 [40] happyend14309 09/05/25 14309
879 [츄리닝의 재구성] 3편 : 지한과 백호, 그리고 의철 [27] Vision20936 09/05/10 20936
878 [야구] KBO 명예의 전당에 관한 글 [71] ClassicMild13072 09/05/04 13072
877 이영호vs조병세 리뷰 [30] 김연우17628 09/04/16 17628
873 남은 눈물은, 나중에 더 높은 곳에서. 같이. [20] The xian12794 09/03/05 12794
871 러브포보아의 09년 3월 초보를 위한 컴퓨터 추천견적입니다~!! [48] 러브포보아13601 09/03/07 13601
870 하늘의 왕. [28] 한니발16614 09/02/25 16614
869 리켈메와 이재훈, 이재훈과 리켈메 [43] 와이숑14040 09/02/23 14040
868 블루칩 이영호. [25] 한마 유지로12132 09/02/19 12132
867 그래프와 함께하는 커리어 랭킹 & 본좌 [83] ClassicMild16810 09/02/19 16810
865 [Ms. Anscombe 의 사회학 이야기] 사회학을 공부해볼까요?? ~ 일곱번째 이야기 [14] Ms. Anscombe10736 08/07/02 10736
864 손끝이 떨려온다. [33] kEn_14441 09/02/12 14441
863 통계로 보는 스타크래프트 [55] 김연우13305 09/02/12 13305
862 '비르투오조' 전용준, '마에스트로' 김철민 [138] legend22874 09/01/21 22874
860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 임요환... [12] Love.of.Tears.11050 09/01/27 11050
859 '판'님 스페셜 #1 - 동물의 왕국- [115] Timeless24250 09/01/23 24250
858 두번 다시 마주 잡은 이 두 손을 놓지 않으리라고 [37] Cand14569 09/01/19 14569
857 "좋아, 아직 할 수 있지" [62] 한니발18437 09/01/15 1843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