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레트를 기억하십니까? 당시 맵은 테저전에서 그다지 밸런스가 맞지 않았습니다.
특히 레퀴엠이 가장 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까운 러쉬거리 때문이었죠.
박성준선수가 한동욱선수에게 4드론을 쓸 때 인터뷰를 회상해보면 200판 정도 연습을 하면 10판 정도 밖에 이기지 못했다고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 이후 홍진호선수의 미네랄 넘기기 이후 3가스 체제가 발견되면서 테저전 밸런스가 맞춰져 갔죠.

개척시대의 단순 스펙을 레퀴엠과의 비교로 한번 알아보죠.
러쉬거리?  레퀴엠 보다 가까운 역대 최단 거리.
그렇다고 레퀴엠처럼 방어 위주로 나가면서 앞마당 이외에 추가 가스 멀티를 쉽게 먹을 수 있는가?   불가능
저그가 테란 상대로 힘든 이유?   앞마당을 먹고 성큰을 지으면서 레어 테크 유닛을 기다려야 상대가 되는데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
거기다 러쉬거리가 가까워서 8배럭이 더욱 더 무서워 진다. 따라서 앞마당을 먹기 위해선 선스포닝이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초반 주도권은 완벽하게 테란이 가져가게 된다. 단 9드론 발업 저글링을 사용할 경우만 제외..

여태까지 경기 양상을 보면 저그가 원햇 패스트 러커나 앞마당 이후 다수 해처리 저글링 러커 올인이 먹히는 경기도 한 두 번이지
테란은 천천히 막기만 하고 한방 병력 끌고 나가면 몇발짝 안 지나서 상대 앞마당이고-_-
이거 좀 많이 고쳐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맵테스트 당시 러쉬 거리를 늘려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맵 컨셉때문인가? 아무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애초에 스타팅을 1시, 5시, 7시, 11시 구석으로 몰아넣고 새롭게 맵을 만들 순 없었을까요?

아까 엄재경 해설의 '져도 이렇게 져야죠' 라는 말에서 씁쓸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한 시즌 밖에 쓰이지 않았고 선수들이 새로운 시도와 진화를 통해 맵 밸런스를 맞춰갈거라는 믿음도 가지고 있지만..
저는 말이죠.. 좀 더 기다려보자는 생각 때문에 소수의 선수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예컨대 머큐리 올킬이라던가..) 건 보고 싶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가장 중요한 스타리거가 되느냐 탈락을 하느냐를 가리는 듀얼 2차 토너먼트가 아닙니까!!

온게임넷이 마지막 결정전에 머큐리를 쓴 이후에 실험적인 맵을 최종전에 배치하는 건 무리수가 있다고 생각해서
일단 한 번 져도 가능성이 있는 첫 번째, 두 번째 경기에 배치한 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이란 보이는 대로 믿는 단순한 속성이 있어서-_- 이렇게 연속으로 저그 유저들이 힘도 못쓰고 지면 맵이 싫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대인배사마...ㅠ.ㅠ)

뭐 어쨌거나 저 보다도 경기를 지켜보고 계시는 맵제작자분들이 더 속이 타겠지요.
개척시대가 네오버젼으로 바뀔지 새로운 맵으로 교체될 진 모르겠지만...
남은 시즌동안의 경기에서 저그 유저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프저전에선 플토선수들의 선전을!!)

P.S. 적어 놓고 보니 진지한 얘기는 전혀 없군요-_-;;  그나마 승자전이 즐거운 매치업이 된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