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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2/19 02:50:31
Name 시퐁
Subject 송병구, 프로토스의 영혼이 보고 있다.
아직도 다시 돌려보면 두근거리는 경기가 있다. 김동준 해설이 불같은 목소리로 비명처럼 '이게 이게 힘이 실리거든요'라고 외치는 순간, 김창선 해설이 '지금이에요'라고 부르짖던 그 순간 보여준 화면은 얼마나 전율이었던가. 캐리어, 하이템플러, 리버, 다크 아칸, 아칸이 동시에 Requim의 어두운 입구를 박차고 나올때의 그 모습은 얼마나 화려했던가.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심장이 뛰고 손이 떨리는 경기, 내 생에 최고의 경기, 그리고 송병구라는 프로토스가 언젠가 프로토스의 새 역사를 쓰리라 믿어 의심치 않게 했던 그 경기를 어떻게 잊을 수 있으랴.

첫 등장은 챌린지 리그였다. 서지훈을 반격할 타이밍조차 주지 않은채 질럿에 이은 다크 템플러로 무너뜨렸고 이재훈마저 끌어내리며 스타리그의 4번 시드로 당당히 이름을 올려놓았을때 사람들은 흥분했다. 프로토스에 목말라 있는 팬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의 등장은 기존의 프로토스의 강자를 자극시켰고 새로운 체제를 예고했다. 방송에서조차 두려움을 몰랐던 이 신인은 전투에서의 강력함과 놀라운 컨트롤로 상대를 압도해나갔다. 하지만 신인이기에 경험의 부재는 어쩔 수 없었고 운영에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16강에서 탈락하고 만다.

김가을 감독은 그를 에이스 결정전에 자주 기용했다. 패배가 쌓였고 두려움도 배웠다. 그렇게 경험을 쌓으며 그는 '운영'을 배워나갔다. 장기전을 즐겨하게 되었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2005년 전기 리그에 에이스 결정전에 무수히 출전하고 패배와 승리를 번갈아하며 그는 성장했고 그 진가가 후기 리그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케스파컵에서 강민을 순수 전투력만으로 패퇴시키고 서지훈의 철통같은 방어벽을 뚫었다. 삼성 칸은 언제나 극적인 승리를 이루어냈고 그 중심엔 송병구가 있었다. 데뷔한지 얼마 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데뷔가 빨랐던 오영종이나 박지호와 더불어 '신3대 토스'라는 명칭도 얻게 되었다.

후기리그 준플레이오프, GO와의 경기에서 전성기가 막 시작된 마재윤 선수와 에이스 결정전을 치룬다. 셔틀을 활용하고 리버의 스캐럽을 채우고 스톰을 뿌리고 커세어로 웹을 뿌리고 캐리어를 운용하는 그 모든 동작을 '동시에' 해내는 모습에 사람들은 놀라고 최고급 유닛만으로 어려운 전투를 이겨낸 그로 인해 삼성 칸의 기세는 거침없어진다. 자신에게 수모를 안겨줬던 박정석 선수를 잡으면서 KTF를 4:0으로 무너뜨리는 견인차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사람들이 가장 기억하는 경기중 하나인 박태민 선수와의 '레퀴엠 대전'을 치루게 된다. 또한 그와 마재윤 선수의 경기를 철저하게 분석해온 박태민을 상대로 끊임없이 견제하고 공격하는 대 혈전을 통해 해설자들겐 '양 종족간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의 플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결국 한방으로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

그 경기는 많은 화제거리를 낳았다. 박태민이 만약 9시 확장으로 병력을 보내 소모시키지 않았더라면, 내지는 송병구가 그 순간 집중력을 잃어 프로브 디펜스도 못하고 다크 아칸을 활용시키지도 못한채 허무하게 뚫려버렸었더라면, 송병구가 체제를 전환하지 않았더라면, 저그의 생산과 생산 사이의 타이밍을 노려 진격하지 않았더라면, 마엘스트롬을 그렇게 강렬하게 시전하지 않았더라면..패배의 빌미가 될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그는 승리했다. 프로토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프로토스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극적인 한방으로.

그가 자신감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패배를 했고 그 패배는 그에게 '두려움'을 심어주었다. 그의 플레이에서는 예전만큼의 과감함이 보이질 않는다, 그것은 저그의 시대와 맞물린 것일수도 있고 그의 상대가 당대 최고를 바라보는 이들이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송병구에게 느낀 처음의 그 감정을, 프로토스의 팬으로써 결코 잊을 수 없다. 전장에서 마엘스트롬을 거침없이 난사하며 디바우러와 울트라, 오버로드를 혼란시켰던 그의 다크 아칸을 잊을 수 없다. 나는 나의 이 기대를, 믿음을 송병구가 알아주길 바란다. 신인일때의 자신감을 잃어버렸다면 가장 강렬하고 화려한 종족 프로토스의 팬이 가지는 믿음을 기억해다오. 그것이 발걸음에 힘을 실어줄 것임을 믿고 다크 아칸처럼 분노해다오. 아이우는 멸망했지만 그 정신은 죽지 않았음을 기억해라.

프로토스의 영혼이 언제나 그대의 전진을 보고 있다.



안녕하세요, 시퐁입니다. 언제나 송병구 선수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제대로 써본적은 없네요. 경기 감상문이라든가 프로리그 예상이라든가 하는 비축해둔 글은 몇개 됩니다. 요즘 논란을 일으키기 위해 무진장 애쓰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논란이되 논란이 아닌 글'을 쓰고 싶고, '팬들의 바램이 잊혀지길 원하지 않기에' 그런 시도를 자꾸 하게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글, 선수들을 오로지 칭찬하기만 하는 그런 글들로도 가끔 찾아뵙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즐겁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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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19 02:52
수정 아이콘
송병구 선수... 성장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왠지 성장이 더딘 선수죠... 참 아쉬운 선수.... 본문내용에 언급되지 않은 것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815논쟁때 논쟁을 한방에 불식시킨 아비터 한방이 기억나네요
yonghowang
06/12/19 02:55
수정 아이콘
신3대 프로토스중 가장 기대했던 선수였는데 오히려 오영종 선수가
기세를 제대로 타더군요..물론 기복이 무척심해서 문제였지만..
이선수 하면 역시나 이윤열 선수와의 아이어관광 게임이..
06/12/19 02:56
수정 아이콘
성장이 더딘 선수라기보다는 그냥 기복이 심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잘할 때는 플토의 극을 보여주고 못할때는 그저그런 평범한 토스의 모습..... 참 기대 많이 한 선수인데 안타깝습니다. 더더군다나 요즘은 슬럼프라서 더욱 안타까워요.
06/12/19 02:59
수정 아이콘
잘 할수 있어요... WCG 리플 봤는데 잘하더라구요.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길..
06/12/19 02:59
수정 아이콘
태그를 실수하는 바람에 글의 일부가 보이지 않더군요. 왜 그런지도 모르고 한참을 보다가 " 하나를 안집어넣은걸 발견했습니다. 이런 -_-

그날, 후기 리그 결승 현장에 계셨던 분들이 1경기가 벌어지는 동안 관중들의 분위기를 코멘트로 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06/12/19 03:00
수정 아이콘
후 정말 듀얼에서 이재훈 선수를 잡았을 때부터 눈여겨 봤고 당시 뜨던 플토인 오영종 선수나 박지호 선수 등 보다 더 높은 평가를 내렸던 선수인데 아쉽죠. 솔직히 올해 시작하면서 전상욱-이병민 중 한 명은 우승을 하고 송병구 선수는 4강에는 오를 것이다....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하나도 맞은게 없네요ㅜ.ㅜ 2007년에는 삼성 칸과 함께 높은 곳에서 봤으면 합니다.
안티테란
06/12/19 03:08
수정 아이콘
저도 송병구 선수의 팬입니다. 저도 오영종, 박지호와 함께 신3대 토스라고 불리우던 시절에 송병구 선수를 가장 높게 평가했었지요. 탄탄하다 못해 극강의 수준이었던 토스전(승률도 엄청났죠), 레퀴엠이나 네오 포르테에서 보여준 엄청난 수준의 저그전 등을 보면서 '이 선수만이 토스의 부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하고 생각했었습니다. 한 때 삼성팀에서 송병구 선수가 저그전 승률이 엄청나다는 식의 인터뷰도 나오고 해서 참 기대를 했었는데 바로 묻혀버렸습니다. 너무 안타깝네요. 토스 유저가 가져야 할 덕목 중에는 실력도 있지만 자신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병구 선수가 부디 자신감을 찾았으면 합니다.
제로벨은내ideal
06/12/19 03:25
수정 아이콘
안티테란 님이 anti-terran님 맞으신가요?
안티테란
06/12/19 03:35
수정 아이콘
제로벨은내ideal님, 아닙니다. 저도 anti-terran님을 볼 때마다 닉네임을 바꿀까 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종합백과
06/12/19 04:33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토스가 참 하기 힘든 종족이죠...

송병구 선수 일어서는 모습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06/12/19 09:19
수정 아이콘
송병구 선수... 뭔가 개인적인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올 한해 너무 부진하군요. 다 떨쳐내고 일어서시길. 아직도 815에서 이윤열 선수를 멀리멀리 보내버렸던 그 포스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구경플토
06/12/19 09:31
수정 아이콘
정말 머리 둘에 손 넷이라 생각될 정도의 그 엄청난 컨트롤...꼭 다시 보고 싶습니다.
하하하
06/12/19 09:42
수정 아이콘
박용욱선수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선수 입니다. 잘할때는 정말 우주최강이라는 소리가 아깝지 않을정도로 극후반까지도 세세한 유닛컨트롤에 극을 보여주고, 어쩔때는 정말 방송경기로 보기 힘들정도의 운영을 보여주죠. 신3대토스중에서 가장 덜 익은(?)선수 같습니다. 내년에 기대하고있습니다.
Lunaticia
06/12/19 10:13
수정 아이콘
송병구선수... 변은종 선수와 더불어 절 초열혈삼성칸광신도로 만든 주범이죠^^ 정말 하하하님 말씀대로 박용욱 선수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선수입니다. 잘할때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말도안되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못할때는 한숨나올정도로 어이없게 지는...

그래도 아직 나이가 많은 거도 아니고 (제 동생뻘인 88년생이더군요.) 이번에 양대 피시방으로 추락하자마자 한번에 뚫어버리는거(가슴아프게도 온겜에선 죽음의조급의 조에 걸려서 다시 떨어졌지만) 보면서 아직 송병구는 더 높이 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송병구 선수! 내년을 기대하겠습니다^^
My name is J
06/12/19 10:28
수정 아이콘
아 시퐁님 잘읽었습니다.
경기본지 오래되서 얼굴도 기억안나는 우리 병구선수...크흑-
여전히 기대가 더 많은 선수죠. 미래는 물론이고...

길게 더 고생하고 더 힘들테지만- 그래도 꾸준히 나아가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그의 손에 프로토스의 미래가 쥐어질 날이 올테니까...
모또모또
06/12/19 10:54
수정 아이콘
송병구 선수 한단계 더 발전하려면 mbc나 cj 또는 ktf와 같은 나름대로 배울점이 있는 플토유저가 있는 팀으로 가서 좀 더 업그레이드 되었으면 좋겠네요
sway with me
06/12/19 13:54
수정 아이콘
꽤 오래 전부터 주목해왔던 선수인데...
생각보다 성장이 느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능성도 있고, 아직 나이도 어리니까요.
계속 지켜볼랍니다.
06/12/19 16:36
수정 아이콘
송병구 선수 화이팅! 저도 무지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한 고비만 넘으면 개인전도 좋은 성적을 낼수 있을거 같은데 16강에서 꼭 탈락해버리더군요... 다시 비상합시다. 송병구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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