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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2/10 23:55:05
Name 라울리스타
Subject 강민, '자만'보단 차라리 '실력'
강민이 원종서를 누르고 4강 막차를 탔을 무렵, 아마 대부분의 팬들은 강민의 결승 진출을 의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2006년 한해 동안 거둔 대 프로토스전 90% 승률도, MBC게임 내에서 보여준 81%에 육박하는 프로토스전 승률도, 프링글스 S1에서 '천적' 박용욱을 3:0 셧아웃 시킨 포스도, '신인' 김택용의 첫 5판 3선승제라는 부분도, 그리고 강민이 보여주는 대 프로토스전의 오묘한 '운영의 미'도 전부 강민에게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프로토스의 대통령'은 '젊은 패기'가 몰아치는 거센 쿠데타를 이기지 못하고, 완벽한 스코어 '3-0'으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스코어도 스코어였고, 경기 내용도 경기 내용이었지만, 무엇보다 강민이 '힘'이 아닌 '전략과 운영'에서 졌다는 점에서 강민의 팬으로써 더욱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곰TV MSL 4강전 이후 여기저기서 김택용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김동준 해설은 경기가 끝나고 '김택용을 포스를 더 제대로 전달해 주지 못했다' 라고 자책했으며, 이승원 해설은 섣부른 생각일수도 있다고 밝히며, '프로토스의 세대교체'를 거론했습니다. 그리고, 김택용은 각종 커뮤니티에서의 연이은 찬사를 받은것을 비롯, PGR21에서도 어마어마한 평점을 부여받으며,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본좌'이자 '프로토스의 재앙' 마재윤에 대항할 선수로 까지 손꼽히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같은 프로토스로써 '대통령' 강민을 상대로 거둔 완승은 '김택용'을 최고의 프로토스 라인 반열에 올리는데 충분했습니다.

이에 반해서, 강민에 대해 팬들은 대부분 '자신의 프로토스전을 너무 믿고, 상대를 너무 얕본것은 아닌가?' 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어찌보면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강민의 프로토스전은 정석적인 힘싸움보다는 '마재윤'식의 맞춤 플레이를 우선으로 합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살피고, 경기를 조금씩 잠식해나가는 강민의 프로토스전은 어찌보면 상당히 '외줄타기'로 보일수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면에서 1경기에서 김택용의 전략적 플레이를 전혀 예측못한 움직임과 3경기에서 셔틀요격후 안심한 나머지 캐논을 단 1기도 짓지 않은 플레이는 그러한 의견이 매우 타당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저는 차라리 강민이 '자만' 또는 '과신'이 아니길만을 바랍니다. 저는 '안정적으로 했으면, 몰랐다' 라는 소리보다 차라리 '실력에서 완벽하게 밀렸다'가 사실이었으면 합니다.

여러분은 왜 강민을 좋아하십니까?

스타크를 모두 좋아하는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몽상가'적인 플레이 때문인가요?
프로토스로써 보여주기 힘든 '꾸준함' 때문인가요?
아님, 훈훈하고 친절한 그의 '성격' 때문인가요?

물론 저도 그래서 강민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저는 무엇보다 강민의 '프로의식'을 사랑합니다.

마이큐브때 박용욱에게 패하고, 독기를 품은 인터뷰후에 다음시즌을 우승한 강민의 '승부욕'이 너무 멋있었습니다.

GO시절, KTF시절 통털어서 '가장 일찍 일어나고, 가장 늦게 자는' 그의 '부지런함'이 너무 본받고 싶었습니다.

힘들다던 '원게이트'를 완성시키고, 더욱 앞서나가 PC방 예선행을 감수하며 끊임없이 시도한 '더블넥서스'를 정석화시킨 '도전정신'이 아름다웠습니다.

블리즈콘 이벤트전 결승전 홍진호 선수의 인터뷰 내용중 '강민은 이벤트전이든, 정규리그든 매우 꼼꼼하게 준비하기 때문에 힘든 경기가 예상된다'라는 내용에서 볼 수 있듯, 이벤트전이기에 대충한다는 생각보다 팬들에게 보여주는게 우선이다라는 그의 '꼼꼼함'을 존경했습니다.

마재윤, 이윤열식의 '천재적 감각'보다 '연습량'이 보이는 그의 순간 대처와 상황판단을보고 감탄했었습니다.

KTF 팀 동료들의 말처럼 사적인 자리에선 '친절하고 착한 형' 이지만, 공적인 자리에선 '누구보다 엄한 형'이라는 그의 '리더쉽'을 좋아했습니다.

강민 선수, 당신이 절대 '자만'내지는 '상대에 대한 방심' 해서 졌다라고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당신의 '프로의식'을 대한 저의 믿음을 앗아가는 것이니까요. 당신은 완벽히 '실력'으로 패한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당신이 '새로운 천적' 김택용을 제압하고 프로토스의 대통령이 되기를 바랍니다.

강민, 저는 '몽상가' 강민보다 '프로'게이머 강민을 사랑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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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그림자
07/02/11 00:02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강민 선수의 패인은 첫 경기에서 너무 아무 것도 못하고 진데서 있다고 봅니다. 첫 경기의 압도적인 패배가 조금 심리에 영향을 준 것 처럼 보이더군요.
강민 선수의 팬으로서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날아 간게 아쉽지만 또 다시 날아오를 날라를 향해 오늘도 응원합니다.
세상속하나밖
07/02/11 00:05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봤습니다`
그래서그대는
07/02/11 00:09
수정 아이콘
강민선수 노력을 많이하는선수인데
이번 패배가 약이 되길 바랍니다
07/02/11 00:37
수정 아이콘
그 동안 다전제에서 마인드컨트롤을 누구보다도 잘하던 강민이었는데, 하얀그림자님 말씀처럼 지난 경기에서는 1경기 충격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다시 일어나서 정상에 서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S&S FELIX
07/02/11 01:09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입스타가 제일 많다는 피지알에서 박용운코치가 한번도 언급이 안됬다는
사실은 좀 놀랍습니다. 지난 4강은 그냥 강민 vs 김택용이 아니라
강민 vs 김택용+박용운 코치의 대결로 보였습니다.

빌드의 짜임성을 중요시하고 감각보다는 계산으로 플레이하는 강민의
특성상 흔들기에 취약합니다. 그래서 프링4강 박용욱전은 아예 흔들리기 전에
흔들기로 끝내버렸구요. 그런데 이번 김택용전은 그야말로 방심이었
습니다. 김택용은 물량형이니까 초반 견제 없겠지. 한발 앞서 물량 쌓으면
이기겠지. 그리고 '김택용'에 맞춘 빌드와 운영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히어로팀에는 제갈량이라 불리는 박용운 코치가 있습니다.
저는 선수의 스타일은 하루아침에 바뀌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경기에서의 김택용의 경기는 분명히 박코치의 아우라가 뭍어나고
있었습니다. 1경기부터 박용욱스타일의 흔들기로 나가면서 정말 초 패스트
다크. 2경기 역시 물량 싸움이 아닌 타이밍 찌르기. 그 2경기부터 강민
은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전략을 완벽히 수행해 내고 순간적인 셔틀낙-시까지 보여준
센스등 김택용 선수의 경기력 역시 최강이었습니다만, 역시 스타는
전쟁이고 전쟁에서 머리싸움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머리싸움에서 강민은 김택용보다는 박코치에게 패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늘이 있는 방
07/02/11 08:10
수정 아이콘
S&S FELIX//재미있는 의견이군요.
07/02/11 11:53
수정 아이콘
S&S FELIX님//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김택용 vs 마재윤을 기대하고 있는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기대하고 있구요.
이직신
07/02/11 13:29
수정 아이콘
확실히 강민선수는 눈에보였던 김택용만 봤습니다.
4강이란 큰 무대에서는 아무리 고유의 스타일이 있는 선수라도 그 스타일을 버리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달려들 가능성이 충분히 큰데 너무 염두를 안한거 같아요
07/02/11 19:13
수정 아이콘
저도 '몽상가' 강민보다 '프로'게이머 강민을 사랑합니다.
아직 그 충격이 가시지 않지만......ㅠㅠ
강민이라면 다시 그의 꿈을 향해 늘 그러했듯이 더욱 더 노력할 것이라 믿습니다. 강민선수 화이팅!!!
sway with me
07/02/12 11:03
수정 아이콘
강민 선수가 자만했거나 방심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는 졌고, 왜 졌는지 지금쯤은 아마 다 이해했을 겁니다.
치밀하고 꼼꼼한 계산에 의해서 플레이하는 선수이기에, 그 계산에서 벗어난 경우에는 쉽게 무너지는 모습도 보여주곤 했던 강민 선수입니다. 그의 계산이 틀려가기 시작하면서 전성기에서 내려오게 됐지요.

하지만,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그의 계산의 폭이 더 커지는 것을 느끼곤 했습니다.
계산하는 변수가 많아진다고나 할까요.

다음에 김택용 선수를 만나면 더 치열한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뜬금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김택용 선수와 박정석 선수의 대결을 한 번 보고 싶군요. 강민 선수와는 또 다른 색깔의 강자와의 대결도 흥미롭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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