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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12 23:50:23
Name kama
Subject 저그를 마시는 새

  - 본 글에는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의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내용 노출을 피하시는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전략)


김정민은 폭발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이 웃기기 때문이 아니라 강렬한 흥분과 실망감 때문에 뛰쳐나오는 것임을 깨닫는 데는 보통의 감각으로도 충분했고, 그래서 이승원은 불쾌해하는 대신 미심쩍은 표정으로 김정민을 바라보았다. 김정민은 괴로워하며 말했다.

"저도 그랬으면 정말 좋겠군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젤나가 유적 탐사가 마침내 성공했습니다. 저는 참관인 자격으로 아이우 계곡에 갔다가 엉겁결에 젤나가 우주선 등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최초의 종족이 남긴 유산을 이용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유산을 통해 우리가 끔찍한 재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황급히 이곳으로 왔습니다. 이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대의 설명이고, 더 긴 설명을 요구하면 당신의 목을 조르는 제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대답하십시오. 이제동 선수는 어디에 계십니까!"

김정민의 눈을 들여다본 이승원은 해설이 절대로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승원은 김정민의 말에 의해 발생하는 무수한 질문들을 잠시 억눌러둔 채 대답했다.

"이제동은 두 분의 본좌 후보를 모시고 다른 게이머들과 함께 배틀 로얄로 들어가셨습니다."

이승원의 시선을 받은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는 이승원의 말이 아직까지 메아리처럼 들렸다.

"지금 스파이어에 들어가셨습니다. 택신께서는 약속하신대로 뭔가 조치를 취하셨습니다만 저는 그것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대답을 하면서 강민은 뒤늦게 도달한 다른 장수들이 자신들이 듣지 못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짐작하기 위해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느꼈다.

이승원은 김정민을 돌아보았다.

"들으셨… 괜찮으십니까?"

이승원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비명을 올렸다. 김정민은 핏기가 가신 얼굴 로 이승원을 멍하니 마주보고 있었다. 그렇게 이승원을 바라보던 김정민은 갑자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잠시 후 그의 입에서 꽤나 평범한 말이지 만 언제나 무시무시한 느낌을 주는 그 유명한 말이 흘러나왔다.

"늦었군요."

해설의 말에서 배어나오는 좌절감은 그들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현주는 자신도 모르게 강민의 어깨를 꼭 끌어안았고 벙키 또한 심상치 않은 기분을 느낀 듯 낮게 으르릉거렸다. 이승원이 마치 도망칠 길 없는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은 사람처럼 거칠게 말했다.

"도대체 뭐가 늦었다는 겁니까, 해설?"

김정민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그의 손 사이로 공포의 예언이 흘러나왔다. 어울리지 않을 만큼의 명징성을 담고서.

"저그는 멸망할 겁니다."



(중략)



김택용이 탐탁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과격한 짓은 영호의 소행인가 보군."

도재욱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 있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지만 서있는 사람들과 비슷한 시야를 가질 수 있었던 도재욱은 저 멀리 숲과 도시의 머리 부분들을 볼 수 있었다.

박찬수는 뮤탈의 등을 덮듯이 엎드린 채 몸을 떨고 있었고 이제동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이영호를 바라보았다.

"왜 이러신 겁니까?"

"미네랄을 부술 수는 없으니까! 너를 부술 걸 그랬나?"

"그러지 않아주셔서 고맙군요."

"고마워할 것 없어! 그럴 수 없어서 안 그러는 것뿐이지, 나는 네 녀석을 박살내고 싶으니까!"

이영호의 포효는 그대로 화염이 되어 그의 입가에서 출렁였다. 이제동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때 도재욱의 등 뒤에서 김택용이 말했다.

"마침내 셋이 모였다."

이제동과 도재욱, 그리고 박찬수는 김택용을 돌아보았다. 아기가 다시 어헝어헝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를 상대하기 위한 셋이 마침내 이 자리에 모였다. 이제 우리는 너를 일깨울 것이다."

이제동은 어리둥절했다. 아기의 말대로 그들이 송병구를 구출하기 위해 온 것이 확실했지만, 셋은 아니었다. 이곳에 도달한 본좌 후보는 둘 뿐이었다. 박찬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택신님. 말씀하신대로 공룡신을 일깨워야겠지만, 셋은 아니잖습니까?"

"나는 공룡신을 일깨우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본좌 수탐자들은 다시 당혹에 빠졌다. 그 때 김택용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하는 이영호가 고함을 내질렀다.

"셋이 다 모였어! 이제 하나를 상대하겠다!"

이제동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 하나가 누군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물론 너지!"

박찬수와 도재욱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앞으로 내뻗은 김택용의 손가락은 이제동을 겨냥하고 있었다.



(중략)



"뭐가 시작되었다는 거야?"

김정민은 멍하니 이현주를 바라보았다. 해설의 얼굴은 침착해 보였지만 그것은 침착성이 아니었다. 이현주는 김정민이 감정적 공황에 빠져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가 다시 김정민의 어깨를 흔들고 나서야 김정민은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는 마치 잠꼬대 같았다.

"셋이 하나를 일깨울 겁니다."

"송병구를 구출한다고?"

"오랫동안 갇혀있던 신이 풀려날 겁니다."

"그러니까, 공룡신을 구출한다는 말이야?"

김정민의 얼굴에 문득 조소 같은 것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 희미했던 조소는 김정민에게 활력을 돌려주었다. 김정민은 훨씬 명확한 어투로 말했다.

"아니오. 동네신입니다."

이현주의 몸에서 소름이 요란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다.

"설명해봐."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경악을 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김정민의 얼굴 을 바라보았다. 김정민은 차분하게 말했다.

"갇혀있었던 것은 동네신입니다. 지금 저곳에 공룡신이 계십니다. 그리고 택신과 소년가장신도 계십니다. 세 분이 모인 거죠. 셋이 하나를 상대합니다. 그 분들은 갇혀 있던 동네신을 해방할 겁니다. 그리고 본좌론을 재생산할겁니다."

이현주는 본좌론을 재생산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때 이승원이 말했다.

"해설. 동네신이 어디에 갇혀있었다는 말씀입니까?"

김정민은 천천히 이승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승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었다.

"동족전이 50%를 넘으면 잘한다고 말합니다. 60%을 넘으면 놀라운 일이 라고 말합니다. 70%를 넘으면 아낌없는 축복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80%를 넘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는 괴물이 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살 수 없는 존재가 됩니다."



(중략)



이제동은 웨이브를 낮은 궤도로 힘껏 휘둘렀다.

도재욱과 박찬수는 숨이 멎는 공포를 느꼈다.

이제동이 테크토닉을 춘 순간 천지를 진동시키는 굉음과 함께 배틀 로얄의 한 구역이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의 형태는 기묘했다. 해처리와 스파이어, 스포닝풀 위로 길이가 수백 미터는 족히 될 호선이 번개처럼 치달으며 잔해의 장막이 비스듬히 뛰쳐올랐다. 배틀 로얄이라는 얇은 맵이 파괴토닉에 의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박찬수는 신음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이제동이 고개를 돌려 박찬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묘하게 찬수와 비슷했다. 이제동 또한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해 불가해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동은 특유의 친절한 태도를 발휘하여 박찬수와 자신 둘 다를 만족시키기로 했다.

"한 번 더 해 봅시다. 그러면 우리 둘 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지 알게 될 것 같소."

박찬수가 거부의 외침을 외칠 틈은 없었다. 이제동은 다시 웨이브를 신고 허공을 향해 있는 힘껏 춤을 췄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톱이 한량없는 적의로 땅을 할퀴는 듯했다. 성큰은 무너진다기보다 터져버렸고 드론과 저글링, 라바 등이 폭풍을 일으키며 치솟았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 잔해와 흙먼지들이 지상에 내려선 구름인 양 꿈틀거리며 압도적인 힘을 가진 것 특유의 무겁고 느린 모습으로 서서히 번져나갔다. 박찬수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만두세요! 예?"



(후략)




한줄 결론 : 저그 선수들이여, 이제동 선수에게 나늬를 소개시켜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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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바람
09/05/12 23:57
수정 아이콘
추게로..저그의 눈물을 마시겠다는 진호...?
airnoids
09/05/13 00:02
수정 아이콘
재밌게 봤습니다.
09/05/13 00:03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계층이긴 하지만 잘 읽었습니다
언데드네버다
09/05/13 00:07
수정 아이콘
죽 읽어내려오다가 어헝어헝거리는 목소리에서 뻥 터졌습니다. 크하하하하하
정지율
09/05/13 00:13
수정 아이콘
나늬는 이미 있지 않나요? 이연희라고.. 흐흐.
09/05/13 00:17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이런 패러디 정말 좋아합니다 크크..
진리탐구자
09/05/13 00:23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크


"동족전이 50%를 넘으면 잘한다고 말합니다. 60%을 넘으면 놀라운 일이 라고 말합니다. 70%를 넘으면 아낌없는 축복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80%를 넘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는 괴물이 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살 수 없는 존재가 됩니다."

여기서 빵 터졌습니다.
09/05/13 00:25
수정 아이콘
동네신입니다 에서 웃어버렸네요 하하
눈마새를 읽은 후라 이해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재밌게 읽고 갑니다~
진리탐구자
09/05/13 00:33
수정 아이콘
아가가 어헝어헝 크크

코아가(아가를 속된말로 뭐라고 하지요?)라고 했으면 더 재미있었을 듯.
먼산바라기
09/05/13 00:34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아직도 추천이 없어서 한방 꾹 눌렀습니다. 너무 재밌게 잘읽었어요 하하하

피마새 패러디도 부탁해요 ~ 하하하;;

참.. 나늬를 소개시켜줬다간 쵸지의 분노가 다가올지도..
밑힌자
09/05/13 00:39
수정 아이콘
박찬수 선수는 우승하고 그 주가를 한껏 이어가려는 찰나에 이제동의 올킬에 희생되고 - _-
도대체 타종족도 아닌 같은 저그끼리...

"그만두세요! 예?"(2)
진리탐구자
09/05/13 00:48
수정 아이콘
르카프 시절, 이제동은 훨씬 조용한 생활을 했었다. 그곳에 있는 그의 숙소에는 다른 공간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연습실이 있다. 그곳에 케이건은 온갖 종류의 마우스, 모니터, 부서진 키보드를 갖춰 놓고 있었고 큼직한 전기의자도 가지고 있었다. 이틀이나 사흘 쯤 걸려 스튜디오로 내려가 경험부족(물론 프로게이머적 의미에서)에 비틀거리는 양산형 저그를 몇 명 잡은 다음 다시 연습실로 돌아올 때까지 이제동은 아무도 만나지 않을 수 있었다. 그곳에는 그의 사냥감에 비명을 지르는 타팀의 팀빠들도, 덜 여문 가치관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에는 경외감을 느껴버리는 커뮤니티의 멍청한 팬들도 없었다. 그 고요한 곳에서 이제동은 저그의 시체를 토막내어 삶아먹으며 평화롭게 살았다.

목가적인 살육의 나날이었다.
오가사카
09/05/13 00:54
수정 아이콘
공룡신과 동네신에서 뒤집어집니다~
잘쓰고못쓰고를떠나서 이런글 정말 잼밌습니다
스웨트
09/05/13 00:56
수정 아이콘
눈마새를 읽지 않았지만, 뭔가 흥미진진하군요.
내일 당장에 도서관으로 달려가야겠습니다.
가우스
09/05/13 01:04
수정 아이콘
진짜 마음에 드네요. 역시 제일 웃긴 부분은 동네신!
제일 전율이었던 부분은 "저그는 멸망할 겁니다." 쪽이랑
"물론 너지!"

아 눈마새의 감동이 아직 잊혀지질 않네요.
09/05/13 01:11
수정 아이콘
스웨트님// 아마 이번주 내에 다 읽게 되실겁니다 흐흐
Thanatos.OIOF7I
09/05/13 01:20
수정 아이콘
아.. 눈물흘리며 읽었네요.
정말 재밌습니다:D
본호라이즌
09/05/13 01:42
수정 아이콘
눈마새 쩔죠... 잘 보고 갑니다!!
09/05/13 08:51
수정 아이콘
이거 빵 터졌네요 크크

간만에 눈마새를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하지만 현실은 군대간 사이에 이사하면서 행방불명...
우왕크굿크
09/05/13 09:00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봤습니다~~~ 여기 언급되지 않은신은 영도신이죠!!!! 좀비들을 양산하는 네크로멘서신~~

눈마새.. 읽는동안 딴짓을 못하고 쭈욱~ 읽어내린 책이지만 마무리가 아쉬워서 슬펐다는....ㅜㅡ
靈感公園
09/05/13 10:46
수정 아이콘
동네신... -_-b
본호라이즌
09/05/13 13:53
수정 아이콘
눈마새 결말은 영도님 이전 작품스러웠지만(개인적으로는 이런 결말도 멋지다고 생각하고 좋아합니다만...) '피를 마시는 새' 에서는 보란듯이 판타스틱한 엔딩씬을...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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