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배포 기념으로, 무거운 글쓰기 버튼을 눌러서 글을 적어볼까 합니다.
부족한 필력인지라 여러 다른 좋은 글들에서 멋진 문장들을 차용한 부분이 많습니다.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필자는 이 게임을 무척이나 재미있게 하였습니다. 취향에 맞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FPS 게임도, 카드 게임도, 리듬 게임도, 그 외 액션 게임 등 운이나 컨트롤을 실력이라고 부르는 부류의 게임들에는
도무지 재능이 없던 제가 이 게임만큼은 그나마 재능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리뷰 글이라는 것은 별로 써본 적이 없기에
보다 잘 적혀있고 형식도 제법 잘 갖춰진 다른 리뷰 글을 하나 추천해봅니다.
https://m.blog.naver.com/eternalguard/221483733756
이 글에서는 한 번이라도 이 게임을 즐겨본 사람, 혹은 이 게임이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지
아는 분들을 대상으로 작성하였기에 어느 정도 스포일러 요소가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이번 글은 아닐지라도 다음에 작성하게 될, "전술/전략"편에서는 한 번이라도 게임을 해보시고 읽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스토리>
혹자는
[[이 게임에 스토리가 뭐가 있냐]] 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말이죠.
파일럿 대사, 미션 진행 중 CEO를 통해서 들을 수 있는 대사,
그리고 게임 파일 속에 꼭꼭 숨겨져있는 파일럿들의 배경 설정 등에서 볼 수 있는 스토리를 간단히 다뤄볼까 합니다.
(* 한글 패치와 관하여 아주 작디 작은 도움을 드린 보상으로 번역된 대사집 문서에 접근할 권한을 받게 되었거든요.)
위에 올려드린 리뷰글을 안 읽고 그대로 내려오신 분들도 계실 수 있으니
간단하게 배경 설정부터 설명해 드리는 것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머나먼 미래, 지구의 해수면이 상승하여 현 지구상에는 4개의 섬만이 존재하고 있으며
각 섬은 국가가 아닌 거대 기업들에 의해서 통치되고 있는 구조입니다.
또한 이 행성에 현재 존재하는 인류는 하드(최고) 난이도 기준, 3만 명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이들을 갑자기 출현한 적, VEK이라고 불리는 괴물들로부터 지켜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사실 VEK이라고 공식 명칭이 있긴 합니다만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셔도 상관없습니다.
망할 벌레놈이라던가, 마수, 괴수라던지, 혹은 키메라 엔트라던지 말이죠. )
각 기업에서는 이 VEK들에 맞서기 위해서 각자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맞서고 있습니다.
첫 번째 섬은 구 지구의 유물들을 창고에서 꺼내와서 맞서고 있습니다.
탱크, 자주포, 폭격기, 지뢰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지요. 섬의 특징이라면 숲과 물 타일이 많습니다.
(기술력이 발달한 이 미래시점에서 정말 문자 그대로 유물인 셈입니다. 다른 섬들의 기술력에 비하면 확실히 유물이죠.)
두 번째 섬은 섬의 환경 자체를 변화시켜 그 어떤 생명체조차도 살기 힘든 사막 환경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만, 놀랍게도 이 망할 벌레녀석들은 그 환경에서도 적응해버렸습니다.
험난한 사막 대신 산이나 계곡에 둥지를 트는 방식으로 말이죠. 숲 타일은 찾아볼 수 없으며 황폐해된 대지와 사막이 대부분인 섬입니다.
(숲을 사막으로 바꾸는 "테라포머" 와 갈라진 땅의 틈새를 메우는 "지각변동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섬은 인공지능, 즉 로봇에 의해서 관리되는 추운 지역입니다. CEO조차도 로봇입니다. (포탈의 GLaDOS를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막강한 로봇들로 벡에 맞서오고 있었습니다만 최근에 들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로봇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오동작을 일으켜서 곤란한 상황에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마치 오버워치의 옴닉사태를 연상케 하는 부분입니다.)
이로 인하여 로봇 파일럿들은 오동작을 일으킨 다른 로봇들처럼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기업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네 번째 섬은 공장지대와 흡사한 환경을 가진 곳입니다. 여기에서는 공장에서 나온 오염물질을 땅속의 벡둥지에 퍼트려서
그들의 씨를 말려버리거나 혹은 폐기물 처리기를 사용해서 벡들을 폐기물의 강력한 산성으로 녹여버리는 식으로 버티고 있지만
적들은 그런 가혹한 환경에서도 산에 둥지를 틀거나 적응을 해낸 것인지 산성 용액 속에서 튀어나오는 모습이 최근 관측되었습니다.
이러한 섬 중 2개의 섬을 수많은 희생을 딛고 벡들을 적절히 처리하게 되면
벡들의 본거지, 군락이라고 할 수 있는 화산섬이 출현하게 됩니다.
파일럿
[[실리카]] 공의 대사에 따르면 녀석들이 충분한 자극을 받아서 해당 섬이 출현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는군요.
("센서에 섬 근방 혹은 상공에서의 화산 분출이 보이지 않음. 벡 군락이 나타나도록 자극해야 함.")
놈들을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녀석들의 둥지를 날려버려야 하기에
파일럿들은 빠르든(2섬) 늦든, 화산섬으로 향하게 됩니다. 최종결전의 순간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매크가 건물 크기만큼 크고 강대하다고 하지만 화산섬은 더욱더 거대하기 짝이 없습니다.
파일럿 대사를 다시금 인용해보자면 매크가 수천 대 있어도 이 섬에 있는 벡을 끝장내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래서 2페이즈에 도달하게 되면 군락을 날려버리기 위해서 랜필드 박사가 제작한 폭탄이 도착합니다.
남은 턴 동안 귀중한 이 폭탄을 적들에게서 잘 지키고
동시에 매크에 동력을 공급해주는 중계기 기둥을 매 턴 몰려오는 적들로부터 지키기만 하면 끝입니다.
(* 매크들은 건물을 중계기로 삼아 기업들이 제공하는 전력망에서 전력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화산섬의 경우 중계기 역할을 수행할 건물이 없으므로 파란색 기둥같이 생긴 중계기를 공급받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끝일까요?
확실히 폭발 시퀀스가 가동되면서
[[이 시간대]]의 군락은 궤멸하였습니다.
그리고 파일럿들은 또 다른 시간대를 구하기 위해서 다시금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겠죠.
여기서 잠깐, 시간 기술 연구를 전공하신 전쟁의 달인이나 박사(Docter)는 되기 싫어하는 아이작존스 박사님의 대사 중 하나를 볼까요.
"렌필드 폭탄이 방출한 타키온 에너지가
[[벡의 잔당을 다른 시간대로 보내진 말았어야 할 텐데요.]] 만약 그랬다면..."
한 시간대를 지키위해서 벌인 짓거리가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시간대의 파멸의 원인이 되어버릴 수도 있겠군요.
(파일럿들이 시간 여행을 통해서 다른 시간대로 넘어가듯, 이 폭탄의 여파로 벡들도 시간여행에 말려들게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무슨 폭탄 돌리기 인가 싶긴합니다. 장르적으로는 무한 루프물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어찌 되었든 이렇게 한 시간대를 훌륭히 구한 파일럿들은 다른 시간대로 무한히 계속될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공식적인 게임 스토리라인입니다.
이제 비공식적인 스토리 요소에 대해서 다뤄볼까 싶습니다.
* 이 문단은 인투더브리치 갤러리의 "니은"님께서 적어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원글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intothebreach&no=1193&page=1
한번 쯤 이 게임을 플레이해본 분이라면 결국 선택에 직면하게 됩니다.
적들이 공격하는 건물은 많고 행동할 수 있는 아군은 그보다는 훨씬 적곤 합니다.
매크 한 대가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게임을 캐리한다? 그런 상황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거대로봇vs괴수의 전투가 주가 되는 전대물과는 다르게 전투 중에 건물이 부서지는 것에 신경을 좀 써주셔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에게 공격 받는 건물 중 어떤 건물을 지킬지 저울질하게 만듭니다.
트롤리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어떤 건물은 더 많은 시민들이 있고, 어떤 건물은 보다 적습니다.
그리고 시민들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CEO가 맡긴 임무인 기차호위와 시민들을 두고 저울질 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 주 : 트롤리 딜레마란 달리는 기차 선로 앞의 1명과 5명 중 누구를 살릴지 결정하는 도덕적문제입니다.)
헌데 흥미로운 부분이라면 처음에는 모든 건물을 지켜보겠다고 고민하고 생각하던 것이
매 미션, 매 플레이에서 그러한 딜레마를 계속 마주하면서 점점 생명을 저울질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무뎌지게 됩니다.
"
축하합니다. 충분히 많은 경험치(EXP)를 얻고 마침내 사랑(
[[LOVE]])으로 가득 차셨군요.
이번 시간대에서는 당신께서 지키지 못한 수많은 희생자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남았고, 당신은 선을 넘지 않았습니다.
벡이 파괴한 저 건물에는 오늘 생일을 맞이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정말 멋진 생일선물이네요!
당신이 건물을 파괴하도록 내버려 두는 그 선택을 클레멘타인은 기억할 것입니다.
"
같은 말들을 이 게임에서는 하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이 게임의 목표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긴 합니다만,
직접 해보신 분께서는 이 글을 읽으면서
[["크크크.. 아니, 모두를 지킨다는 게 가능은 해요?"]] 라는 말씀을 하셨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에 언급한 대사들은 특정 게임들에서 선택지에 따른 텍스트들입니다.
저 게임들을 비난하거나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무튼 이 게임의 근본적인 목표는 건물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괴물들로부터 시민들을 지키는 것입니다만
그러한 생명 중시적인 면 외에도 아이러니하게도 생명 경시적인 느낌도 존재합니다.
루프물에 평행세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번 시간대에 시민들을 못 지켰다면 다음번에 지키면 되지 않겠나?"
하는 식으로 넘겨도 문제는 없습니다. 그리고 게임 시스템적으로도 이번 판에 말아먹었다면
그냥 머리 비우고 리스타트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편이 더 좋을 수도 있고요.
(잘 키운 파일럿 한 명을 LV과 EXP, 능력치 모두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데려갈 수 있습니다. 단순히 버튼 클릭 몇 번으로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파일럿들의 대사에서도 드러나곤 합니다.
아이작 존스 - "저-저들은 저렇게 죽을 이유 따윈 없었어... 다-다-단 한 사람도 없었다고!"
헤럴드 - "유감이지만 어차피 벌어질 일이었어." / "흥미롭군. 벡이 민간인들을 잡아먹으려고 건물을 치는 건 아닌가 본데."
헨리 콴 - "시... 시민들을 전투 지역에 몰아넣은 건 내가 아니었어!" /
"이봐, 난 저 건물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알겠어?"
아베 - "저들은 이곳에 남아 위험을 자초한 거야." / "다른 방법이 없었어." / "이건 전쟁이야."
아르키메데스 -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퍼지지 않도록 언론을 통제해주시길 바랍니다." /
"이 #corp 사의 건물들은 극도로 허약하군요. 인간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카밀라 베라 - "그러려던 게 아닌데... 난 목숨을 지키려 한 거야... 그러려던 게..." / "저 안에 사람들이 있었다고요!"
제작사 측에서 그것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모르지만
시민들이 희생되었을 때 파일럿들의 대사 또한 상당히 갈리는 편입니다.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며 그런 일이 벌어져선 안된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며
냉정하게 판단하고 집중하라고 하는 이도 있으며,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드는 이도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죽은 사실에 전혀 슬퍼하지 않고 적들의 행동에 흥미를 보이는 "테크노패스"라고 불리는 이도 존재합니다.
나름대로 이런 식으로 파일럿들의 대사를 통해서 건물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플레이어에게 계속 그 사실을 주지시켜주기도 하지만, ( 그들은 그렇게 죽을 사람들이 아니었다. )
어떤 파일럿들은 플레이어의 그런 행동들을 합리화시켜주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었다. 내 잘못이 아니다.)
결국 그냥 클리어가 목표인 사람, 혹은 게임에 익숙해져서 건물이 터지는 것에 무뎌진 분들은 적당히 최선의 수를 선택하지만.
이 게임에 몰입한 사람, 혹은 최고점 퍼펙트 클리어가 목표인 이들은 생각하고 고민하여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신의 한 수"를 찾아내곤합니다.
한 가지 재미난 것이라면 수많은 희생자들의 시체를 밟고 그 위에 올라서서 클리어를 하든,
모든 이들을 지켜내서 클리어를 하든. 결과적으로는 똑같은 엔딩을 보게 된다는 겁니다. 어쩌면 아쉬운 부분일 수도 있을 겁니다.
만약 모든 이들을 지켜낼 경우 볼 수 있는 히든 엔딩이 있다고 한다면 좀 더 플레이 타임이 늘어날 지도 모르니까요.
(이 시점에서 한 가지 확실히 말씀드리자면, 하드 난이도 기준으로 단 한 명의 희생자 없이 클리어하는 것은. 분명 가능합니다.)
물론 필자는 가능하다면 많은 이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항상 생각하며 플레이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윤리적으로 바람직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플레이하는 것이 더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머리 터져가면서 어떤 것이 가능할지 고민하는 것. 저보다 훨씬 똑똑하실 여러분들이라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게임의 전략적 요소에 대해서 다뤄볼 생각입니다.
혹자는 그러더군요. 이 게임이 운 요소로 가득찬 망겜이라고. 두 번째로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이 게임에 있어서 "운적인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기껏해야 로그라이크 적인 요소에 해당할 상점 아이템, 건물 저항... 정도일까요.
엑스컴과는 달리 "감나빗"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주어진 정보들을 분석한다면 적들의 모든 행동은 예측범위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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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 적는 글이다 보니 사진도 없고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