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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7/28 20:36:31
Name 우스타
Subject [일반] MP3의 추억. iAUDIO G3 세척? 수리?기 (수정됨)


얼마 전 본가에 갔었습니다.
찾을 것이 있어서 옛방을 뒤지고 있었는데, 박스 하나에서 MP3 플레이어 몇 개가 나옵니다.






625aMmw.jpeg

그 중 하나가 거원시스템(現 코원시스템)의 iAUDIO G3였습니다.
가지고 있던 iAUDIO 4가 고장나면서 대체품으로 샀던 녀석입니다.







CR9kjGY.jpeg

세월의 흔적이라 치부하기엔 내/외관이 심하게 좋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당시 이걸 세탁기에 넣고 돌렸었습니다.

그것도 두 번.







CMQ1IfV.jpeg

당시 배터리 빼고서 물로 헹구고 한 일 주일 말리고 나서 켜보니 작동을 해서 계속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qhe0TCY.jpeg

부식도 부식이고, 몇 번 떨어트리고 나니 깨져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니, 깨져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lq9tmZM.jpeg

배터리는 무려 AA 배터리가 하나 들어갑니다. 단자에서는 누액으로 인한 부식은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가 싶습니다.







Pt51bXp.jpeg

전원을 인가해봤는데 부팅이 됩니다?







qTwD6fj.jpeg

백라이트는 나오지 않는데, 소리는 거의 안 나오다 시피 했지만... 금단의 비기를 사용하니 3초만에 깨끗한 소리가 나옵니다.

(헤드폰 잭을 잡고 MP3를 빙글빙글 돌려주는 그런 무식한 짓을 한 것은 아닐 겁니다. 아마.)







FISFv8Z.jpeg

곧바로 커버를 전부 분해해봅니다.

생각보다 내부가 깨끗합니다? 어쩌면 당시에 물이 아니라 알콜로 헹궜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RhapLa9.jpeg

내부엔 PCB 두 개가 샌드위치 되어 있습니다. 이걸 분해하기엔 귀찮아질 것 같아서 냅둡니다.







YUIumyB.jpeg

대신 스크린은 제거해줍니다. FPC 커넥터 하나 외에 납땜 포인트가 두 개 있는데, 인두기로 하나를 대니 나머지는 그냥 떨어지더라고요.
아마 이게 백라이트쪽이고, 하나가 납땜이 깨졌나봅니다.
땜납이 녹는 걸 보니 확실히 RoHS 발효 이전 물건이긴 한가 봅니다. 진짜 잘 녹네요. 역시 땜납엔 납이 있어야







uzVSpzR.jpeg

스크린만 떼고 대충 알콜봉투에 넣고 초음파세척기로 조져버립깔끔히 세척해줍니다.







KGptEoY.jpeg

충분히 세척한 다음 또 충분히 말려줍니다. 기다리기 귀찮아서 히팅건으로 조져버립젠틀하게 뎁혔습니다.







DWj2Ut4.jpeg

몇 군데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납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부식의 흔적 같은데, 대충 인두기 대줄 겁니다.


...라고 생각하곤 그대로 닫아버렸네요. 뭐 괜찮겠죠.







o0ET1xG.jpeg

아까 스크린 탈거하면서 실수로 커넥터를 하나 조져버렸습니다.
일단 커넥터를 이번에 끼우는 데엔 문제가 없는데, 나중에 뺄 때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나중에 뺄 때? 그런 때가 올까?







saZcdxK.jpeg
UbW9inJ.jpeg

백라이트 접점을 납땜합니다.







s3BbE0V.jpeg

대충 전원 인가해보니 백라이트가 나오는데...
...그랬습니다. 이 녀석의 백라이트는 파란색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LED는 "무조건 빨간색"에서 "무조건 파란색"으로 바뀌어갔었죠.
효율성이 좋은 파란 LED를 개발한 일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을 업적이었을 정도로 만들기가 어려웠고 고급이었다는 건 이해하는데...
지금 와서는 (일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유해한 블루라이트라면서 차단하고 줄이고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재미있죠.
어찌되었건 잘 나오네요. 유해하건 아니건 간에, 일단 눈이 아픕니다.







zetf43z.jpeg

빛샘방지용 플라스틱이 다시 붙질 않는데, 대충 굴러다니는 양면테이프 잘라서 붙여줍니다.
그런데 백라이트 바로 위에 붙일 플라스틱이 안 보이네요.
...뭐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케이블 찢어먹어서 부품교체 외엔 답이 없는 경우도 아니고. 빛 짱짱하게 새고 마는 거죠.
적당한 까만 비닐 오려서 붙일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만둡니다.







XUFgei4.jpeg

재조립 후 전원 인가하고 시계부터 설정해줍니다.
이 친구는 지금이 2004년이라고 알고 있네요.
친히 2024년임을 알려주니, 1분 후 날짜가 2199년 8월 24일로 넘어가 버립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쳐버린 걸까요. (아님)

...그냥 2004년으로 세팅해줍니다. 이내 안정됩니다. 뭔가 짠합니다. (아님)

2199년. 아마 이 글도,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저나 읽는 이들 모두는 확정적으로 이 세상에 없겠죠.
이 친구의 고장난 시계는 결국 맞을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아 님)


(제조년월이 05년 2월인 건 넘어갑시다.)






XZv8qO3.jpeg

들어봅니다. 얼마 전에 샀던 수월우 스타필드2 물렸습니다.

저는 제 자신이 골든이어보다는 막귀에 한없이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제 귀에도 확실히 고음쪽이 가장 아쉽습니다.
오픈형 이어폰을 썼을 땐 저음도 딸릴 수밖에 없다보니 EQ에 음장효과에 별의 별 자질구레한 거 다 씌워서 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그렇게 듣는 게 정말 재미났던 것 같습니다.

당시엔 폰도 따로 들고 다녔던 시절이기에 1기가라는 용량이 적기는 하더라도 플래시 메모리 기반의 MP3P가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어디서 하드디스크 기반 MP3가 20기가나 그 이상 용량도 제공하긴 했지만 당시엔 제게 음악이 그만큼 있지도 않았고요.







wMASwB3.jpeg

제가 그때 있던 곳은 당시 뭔 과일가게 MP3가 가장 핫했습니다.
무슨 터치식으로 움직이는 게 써보니 괜찮긴 했습니다.
하드 기반이면서도 작으면서 4기가 정도 용량이 나오더라고요.


그래도 제 기준에선 너무 컸습니다. 때는 2005년입니다. 폰도 따로 들고 다녀야 했다니깐?
음장으로 한껏 왜곡시킨 음을 듣던 입장에서도 걔네들 건 들어보면 뭔가 심심했습니다.
배터리도 내장형이고... 아니 이건 AA 하나로 돌아간다니깐?


적어도 세탁기에 두 번 돌려도 살아있던 건 못봤었습니다. (아냐 그건 살아남는 게 비정상이었던 거야...)







DpMGhmL.jpeg

iAUDIO, 그리고 한국의 플래시 기반 MP3P가 최고라는 제 생각은
2005년 9월의 어느 날, 왠 동그란 안경 낀 까까머리 아재가 청바지 시계주머니에서 어떤 물건을 꺼내들면서

철저히, 무참히 박살내버립니다.

제 생각 뿐만 아니라, 시장 자체도 마찬가지로 묵사발을 만듭니다. 수 년간. 결국 자신들이 그 시장을 직접 없앨 때까지.







VyrT9Ud.jpg

다음에 켜볼 땐 살아있을까요?
오늘 그냥 지나쳤던 부식이 그땐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적어도 배터리가 부풀어 있을 일은 없겠네요.


2004년에 살고 있는 iAUDIO는 그때도 하루에 수 번씩 제게 그랬듯이
명랑한 Bye 스크린과 함께
또 보자고 인사합니다.












아 밧데리 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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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루오스
24/07/28 20:41
수정 아이콘
와 반갑네요 크크크크
우스타
24/07/28 20:59
수정 아이콘
iAUDIO 4도 얼마 전에 (주: 10년 전인가 즈음에) 신상으로 하나 구해서 놨었는데 나중에 올려보겠습니다.
얜 확실히 시대를 앞서갔어요. 그때부터 백라이트 RGB가 휘황찬란했으니...
24/07/28 20:4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아련하면서 뭉클하고, 재미있는 글이네요 흐흐흐.
저도 서랍 어딘가에 세모난 모양의 mp3가 있을텐데.. 제 고등학교 생활을 책임졌던 녀석인데 한 번 찾아보고 싶네요. 스테이시 오리코 노래가 갑자기 듣고 싶은 밤입니다.
우스타
24/07/28 20:53
수정 아이콘
아이리버인가 보군요. 저도 iAUDIO 4에 Stuck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24/07/28 20:44
수정 아이콘
저는 삼성 앱초기모델 smc카드 16메가 들어가는 게 있는데...
이게 프린트 포트 사용제품이라 이제 음악을 못 넣더군요...
우스타
24/07/28 20:56
수정 아이콘
스마트미디어는 진짜 깨끗하게 기억에서 지워졌었네요? ;;;
알리에서 smartmedia reader는 생각보다 상당히 비싸고, 차라리 USB to DB25가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호환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다음 글(을 쓴다면) 주제 중 하나인 놈 때문에 본체에 확장카드를 박았는데, 이걸 박고나니 컴퓨터가 꺼지질 않습니다. 아......
혜정은준은찬아빠
24/07/28 21: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가 입사할 때 옆팀에서 만들었던 외장 배터리 제품이네요. 흐흐. 전 그 시절이 30대 초반 개발자로써 가장 찬란했었네요.
결국 한국제품이 경쟁력을 상실한 것은 아이튠즈에 대항해 MS 에 기댈 수 밖에 없었던, 세계적인 플랫폼의 부재로 인한 한계로 생각됩니다. 오직 그 당시 애플만 할 수 있었죠.
컴튜터 음원인 ra 인가 나왔을 때부터 포터블 플레이어를 꿈꿨던 개발자로써, 그 당시 기업들의 현재 모습을 보면, 참 아쉽기만 합니다...
우스타
24/07/28 22:10
수정 아이콘
현직에 계셨던 분이라더니 반갑습니다!! .ra 라면 리얼플레이어 오디오 포맷일 것 같은데요.

확실히 다시 와서 생각해보면 세계적인 시장에서 (그때 까지만 해도 그렇게 불렸던) iTunes Music Store와 iTunes 자체, 그리고 기기까지 연계되는 부분에 있어서 경쟁하기 정말 어려웠겠다 싶습니다.
음악CD에다가도 루트킷을 심던 시대에 페어플레이 DRM은 가장 사용자 친화적인 DRM이기도 했고 말이죠. 물론 아이팟과 아이튠스만 쓴다는 전제 하에요. (???)

D2 Plus는 지금도 신품으로 구매가 가능하던데 이걸 쟁여놔야 하나 고민입니다.
혜정은준은찬아빠
24/07/28 22:34
수정 아이콘
그 당시 미국 쪽 고객들은 USB 연결 후 파일 복사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한다고 했습니다. 반대로 유럽 쪽은 우리나라처럼 음원을 수동으로 복사하는 것을 선호했다고 하고요. 그러다 결국 스트리밍 시대로 넘어가면서, 스마트폰 대비 경쟁력이 사라졌던 것이 지금 mp3 player가 사라진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D2+ 신품을 아직도 판다니, 신기하네요!
24/07/28 21:49
수정 아이콘
이주전에 고향집가서 책상서랍에 있던 cw200 켜보니 재생되던데
우스타
24/07/28 22:13
수정 아이콘
! (밧데리는 빼두셨겠죠?)
성야무인
24/07/28 22:05
수정 아이콘
이소프로판놀을 저렇게 넣어서 세착하는 방법은 생각도 못했네요.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우스타
24/07/28 22:23
수정 아이콘
저도 몰랐는데
전용 솔벤트는 없고 물은 부적합할 때 이렇게들 중탕?을 하더라고요. 쓰는 양도 줄기는 하는데 무엇보다 증기가 안 만들어져서.
24/07/28 22:27
수정 아이콘
DIY는 추천입니다...
메가트롤
24/07/28 23:14
수정 아이콘
와 멋지네요 잘 보고 갑니다
24/07/28 23:28
수정 아이콘
저도 사용했던 기기네요.. 크크 고등학생때니까 어언 20년전.. 세월이 참.. 요즘 다시 포터블에 취미가 생겨서 아스텔 앤 컨 보는데 이것도 가격이 어마무시하더라구요..
24/07/28 23:41
수정 아이콘
저도 가끔 제가 갖고있던 수많은 웤맨, mp3기는 어디로 갔을까 궁금할때가 많아요. 버린기억이 안나는데... 지금 갖다 팔면 돈좀 되었을것을...
김삼관
24/07/29 00:23
수정 아이콘
와 그리운 기기네요. 잊고있던 모양새
24/07/29 02:56
수정 아이콘
저 이거 갖고있고 며칠전에 발견해서 배터리만 교체해서 켰는데

너무 멀쩡히 켜졌습니다 .. 그 당시에도 배터리를 갈아끼우는게 최고의 장점이라며 이 모델을 구입했었는데

그때의 나를 얼마나 칭찬했나 모르겠습니다.

그당시 제가 어떤 음악을 들었었는지... 돌아보는 추억여행이 정말 정말 즐거웠어요 다시 서랍속에 고이 넣어두었지만
엘제나로
24/07/29 09:42
수정 아이콘
전 코원 D2 사용했었습니다
명기였다고 생각해요
서린언니
24/07/29 11:31
수정 아이콘
d2 배터리 알리에서 주문해 교체했습니다.
일본에서 라디오도 잘 잡힙니다.
비상용으로 보관중입니다.
24/07/29 13:21
수정 아이콘
2004년쯤 취업준비 하느라 저 기계로 열심히 토익 공부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전철타고 다니면서 스틱을 조작해 가며 안들리던 부분을 반복해서 들었었죠. 그게 벌써 20년이나 지난 기억이 되었네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을 꺼내주셔서 감사합니다.
24/07/30 16:56
수정 아이콘
무적의 280도로 조져주면서~
24/07/30 23:46
수정 아이콘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초음파 세척기로 세척이 되는군요.
그나저나 이런 타임캡슐형 사건들은 여기까지겠죠. AA 배터리의 위엄일테고... 아마 지금 세대의 일체형 배터리 제품들은 결국 배터리 때문에 장기보관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도 TWS보다는 유선에 집착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기도 하구요. 즐거운 음감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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