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열기가 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모양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의 당근에는 한강 작가가 집필한 소설집들을 판매한다는 글이 꽤 많이 올라오는 편인데, 글이 올라온지 얼마 안되어 곧 무수한 채팅이 올라오고, 금방 '판매완료'로 바뀌더군요.
당근에 왜 검색해 봤냐구요?
그것은...... 저도 판매를 해볼까 하는 생각에.....
사실 제가 최근에 독서를 즐겨하는 편은 아니지만, 30대까지는 그래도 이런저런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한 편입니다.
물론 읽기 편한 소설 위주이긴 합니다만...
히가시고 게이고의 작품 같이 읽기 편한 추리 소설을 좋아했고, 별의 계승자 시리즈가 가장 재미있게 본 책입니다.
인문교양서적들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인류사에서 코쟁이 놈들이 끼친 해악을 파헤친다는 내용이 담긴 책 위주로 몇권 접해보기도 했습니다.
'석유지정학으로 파헤친 21세기 세계사의 진실' 이었나? 제목만 봐도 음모론으로 가득차 있을 게 확실한데 너무 땡기는, 그런 류의 책들이었죠.
그러다가 30대 중반에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책을 읽기가 여간 힘들어지는 게 아니더군요.
물론 아이가 8살쯤 되면서부터는 책을 읽을 여건이 되었지만, 독서보다는 아이와 닌텐도 게임을 하는게 훨씬 재밌어서 그만...;;;
여튼 그러던 차에 작년엔가 제작년인가 '채식주의자'의 맨부커 상 수상으로 한강 작가를 알게 되었고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죠.
뒤늦게 접한 젤다 야숨을 막 다 깼는데, 젤다 왕눈이 나오는걸 어떡합니까?
젤다 왕눈을 다 깼더니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원더라는게 있다네요?
이런 저런 사유로 인해서 한번 멀어진 책을 다시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자발적으로) 계속 되던 차에,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는,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바로 '소년이 온다'를 온라인 구매하고 다음날 아침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구매했습니다.
'소년이 온다' 는 바로 다음날 배송되었는데, 사실 걱정이 좀 되긴 했습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건이 사건이니만큼, 감정 묘사가 너무 구체적이면 어떡하나... 읽을 때 너무 힘들 것 같은데... 하는 걱정이었죠.
책을 펼쳤더니 문체가 주인공들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제3자가 관찰하는 듯한 형식이어서 의외로 읽기는 편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읽을수록 작품 속 사건의 잔혹함과 등장인물들이 겪었을 슬픔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해줬달까요.
토요일 하루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제가 원래 책을 자주 읽지 않아서 그렇지 한번 잡으면 이틀 안에 다 읽는 편이긴 합니다.
이 기세를 이어가고자 바로 '작별하지 않는다' 를 읽으려고 했는데 아직 배송이 안됐네요?
하루 차이로 주문했는데 도착일은 열흘이 차이가 나더군요.
열흘동안 살짝 독서의 의지가 가라앉긴 했습니다만, 잊고 있다가 배송된 책을 보니 다시금 의욕이 불타올라 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소년이 온다'와는 너무 다르더군요.
1. 배경과 (인물의) 감정에 대한 묘사가 상세합니다.
상세해도 너무 상세해서 나무 하나의 모양을 설명하는데만 한 단락이 사용되고, 폭설과 강풍이 몰아치는 날씨를 설명하는데 한 장 이상이 사용됩니다. 이건 정말 제 취향과 안맞더군요.
2. 회상 (플래시백) 장면이 너무 많습니다.
좀 줄거리가 진행이 된다치면 자꾸 회상 장면으로 들어갑니다. 어느 정도냐면, 사실상 회상장면이 작품의 주된 내용입니다.
화자는 2020년대 현재에 사는 인물이고 아시다시피 메인이 되는 이야기의 배경은 1940년대라서 '이걸 어떻게 풀어가려나' 했는데 거의 회상으로 풀어가더군요.
그러다보니 저는 좀 지치게 되더라구요.
아예 '소년이 온다' 처럼 사건이 일어나는 시점에 존재하는 주인공을 등장시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만, 이건 작가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인듯 싶습니다. 작가는 80년대의 광주의 사건과 배경을 개인적으로 잘 기억하고 있지만 40년대의 제주를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해서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3. 그래서 전개가 너무 느리고 지루합니다.
하루 혹은 몇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 책 한권으로 집필된 작품을 많이 알지는 못합니다만 재미있게 읽은 몇개의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노인과 바다' 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입니다.
바다에 나가서 고기 한마리 잡은게 다고, 수용소에서의 하루 노역한게 다인데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요.
그런데 '작별하지 않는다' 는 잦은 플래시백과 너무나도 느린 전개, 왜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묘사했는지 모르겠는 배경과 감정들 때문에 읽는 것이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재..... 중간 정도만 읽고 중단한 상태입니다.
처음에 두 작품을 구매할때는 두 권 다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구매했는데, 글쎄요...
'소년이 온다'는 무조건 소장할 생각이지만 지금 읽는 작품은 다 읽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고, 다 읽는다고 해도 소장할 것 같진 않습니다.
전 역시 노벨문학상 작가의 작품같은 문학의 정수를 느끼기엔 수준이 한참 모자란가봅니다.
그냥 추리소설이나 SF소설처럼 흥미진진하면서 술술 읽히는 책이나 읽으려구요.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제 취향에 안맞았다는 것 뿐이고, 많은 분들은 재미있게 읽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전 이만.... 얼른 퇴근해서 애들이랑 데이브 더 다이버 해야겠습니다.
읽고 있는 책은 당근으로 팔지, 아니면 더 읽고 팔 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네요.
p.s. 읽다가 든 생각인데, 수능 지문으로 나오기에 아주 적절한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1. 노벨상 수상자의 작품 2. 배경과 인물 감정 묘사가 (아주아주) 상세 3. '소년이 온다' 에 비해서는 이념적 논란에서 자유로운 점
4. 채식주의자(안읽어봤습니다)보다는 호불호를 덜 탈 것 같은 점 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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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비슷하시네요
소년이 온다는 읽고 눈물나서 혼났는데, 작별하지 않는다는 좀 더 차분하게 읽은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작별하지 않는다가 책장을 넘기는 행위 자체는 쉬웠지만, 울림은 소년이 온다가 훨씬 더 컸었네요.
한강 작가의 대표작은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순이 아닐까?라는 혼자만의 생각도 했습니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