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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7/09 00:03:59
Name 눈시BBbr
Subject [일반] 해군, 고대부터 현대까지 - 전편
부산으로 돌아가서 살게 되었습니다. 시원섭섭하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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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관통하는 내용을 쓸 땐 역시 _-)b

인류와 물은 절대 떼 놓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일단 살려면 물이 필요하죠. 개인부터 가족, 집단, 나라까지... 물은 인간에게 많은 것을 주었고 많은 것을 뺏어갔습니다. 살기 위해 물이 필요했고 살기 위해 물과 싸워야 했죠.

집단이 커지고, 인류문명이 탄생하면서 물의 중요성은 더 커져 갔습니다. 생산과정에서 남은 잉여는 곧 국력이 됐고, 그걸 중앙으로 모으는 데 수운만큼 좋은 게 없었죠. 그리고 그 강과 땅들을 연결해주는 바다에 눈을 돌리게 됩니다. 물론 바다에서 뽑을 수 있는 물건들도 어마어마했지만, 여기서 주목할 건 해상무역이죠. 서로의 잉여를 교환하고 (어감이 뭔가 -_-a) 그 과정에서 이득을 얻는 방식 말입니다.

거리가 멀고 상대가 가진 것의 가치가 클수록 무역의 이득은 컸습니다. 육지로 무역할수도 있지만 그 기간에서 큰 차이가 났죠. 바다는 인간에게 절대 호의적인 존재가 아니었고, 뭘 하든 목숨을 걸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많은 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상무역의 역사가 시작됐고, 요충지에 항구가 만들어집니다. 이런 데서 나오는 이득을 뺏기 위해 해적이 나왔고, 이를 지키기 위해 마침내 해군이 탄생합니다.

하지만 이 경계는 흐릿했습니다. 장사하러 가면 상선이고, 장사할 게 없어서 딴 데서 훔치자 하면 해적이고, 오 해적이다 맞서 싸우자 하면 해군이었습니다. 그래도 해군보단 해적 쪽이 훨 빨랐죠. 지키는 것보단 뺏는 게 더 먼저고 그저 지키는 해군을 양성하려면 국가 단위로 나서야 했으니까요. 어쨌든 공통점은 있었습니다. 바다에 익숙해야 했죠. 무역을 하든 침략을 하든간에요.


고대 문명에서 유명한 건 역시 "바다 민족"입니다. 무려 기원전 20세기부터 등장해서 잘 나가던 고대 문명들을 멸망시키거나 큰 타격을 준 이들이었죠. 이들이 대체 누구였는지는 지금도 설이 갈립니다. 그저 바다에서 쳐들어 왔다는 것 뿐. 아무튼 지중해 쪽은 초토화됐죠.

그런 폐허 속에 다른 문명이 탄생하고, 해양민족이 지중해를 떠돕니다. 바다를 통해 곳곳에 진출했고, 식민지를 만들죠. 유명한 것은 페니키아, 그리고 그리스일 겁니다.


특히 바람이 변덕스러웠던 지중해를 주름잡은 건 갤리선이었습니다. 순풍이 불 때야 바람 타고 가면 되지만 역풍에는 노가 필요했죠. 그리고 기동성이 중시되는 해전에서는 노가 얼마냐 있느냐가 중요했습니다. 바다를 중시한 나라일수록 해군을 중시했고, 갤리선은 3단에서 5단까지 발전해 갑니다.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아테네는 해군 강국으로서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줍니다. 살라미스 해전을 통해 전황을 바꿔버렸죠. 결국 전쟁에서 이긴 후 그리스의 제왕으로 군림합니다. 하지만 육지에선 확실히 스파르타에 밀렸죠 -_-;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스파르타는 아테네 외곽을 포위하고 아테네는 해군으로 스파르타의 배후를 찌르는 식으로 진행됐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이후 그리스가 몰락해 가면서 지중해는 페니키아의 식민지로 출발한 카르타고가 지배해 갑니다. 그러다 뜻밖의 상대를 만나게 되니... 한창 발전해가던 로마였죠. 둘이 맞붙은 것이 포에니 전쟁, 로마는 처음엔 까마귀(적선에 다리를 놓아서 선상백병전)라는 편법을 썼지만, 차츰 해전에 익숙해져 갔죠.

한니발 얘기가 나와야겠지만 지금 주제는 그게 아니니... 3차에 걸친 포에니 전쟁에서 로마가 승리했고, 지중해의 주인이 됩니다.


지중해를 내해로 만들어버린 것이죠. 단지 땅만 넓힌 것이 아니라 해군을 동원해 해적들을 다 잡아버립니다. 이를 해낸 것이 폼페이우스였죠.

서로마가 멸망한 후 바다는 동로마 비잔티움 제국과 이슬람 세력의 각축장이 됩니다. 당연히 중심은 동쪽으로 옮겨갔죠. 그런 가운데서 북쪽에서 나타난 이가 있었으니...


바이킹이었습니다. 서쪽으로는 캐나다, 동쪽으로는 흑해를 넘어 카스피해까지 진출했죠. -_-a 무시무시. 뭐 이들도 여기저기 자리잡고 눌러앉고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전설로만 남게 됐지만요.

동쪽에서는 오스만 제국이 비잔티움 제국을 멸망시키고 땅으로 바다로 서쪽으로 진격합니다. 바다에서 도시국가 베네치아 공화국이 열심히 막고 있던 상황, 서유럽에서 새로운 시도가 나옵니다. 동방과의 무역이 단절되면서 지중해가 아닌 다른 길로 무역을 할 수 없을까 하는 거였죠.


바로 이 후추 때문에요. (...)

15세기부터 이른바 대항해시대가 시작됩니다. 이를 이끈 건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포르투갈과 스페인이었습니다. 상업으로 먹고살아야 했기에 다른 루트를 찾아야 했고, 나침반 등 항해술의 발전이 이를 도왔습니다. 원래 새로운 시도는 목 마른 쪽에서 나오기 마련이죠.

포르투갈은 남으로 남으로 가면서 1488년에는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까지 도달합니다. 이어 1498년에 인도의 캘리컷에 도착하죠. 16세기 초에는 이를 막는 이슬람 세력을 격파하고 인도부터 동남아시아까지 식민지를 확보합니다.

한편 한 발 뒤진 스페인은 서로 서로 가면서 신대륙, 아메리카를 발견합니다. 아메리카 곳곳을 정복하고 마젤란은 세계일주를 했죠. 세계를 반분한다는 조약(토르데시야스 조약)을 맺을 정도였으니 (...);;

망망대해를 건너는만큼 위험은 컸습니다. 피해도 어마어마했죠. 하지만 살아돌아올 수 있다면, 인생역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에게나 국가에게나요. 식민지에서 오는 향신료와 귀금속은 이 두 나라를 어마어마하게 키워줬죠. 여기에 다른 나라들도 뛰어들면서 대항해시대는 모험의 시대에서 식민지를 두고 싸우는 쪽으로 변해갑니다. 무역의 중심도 지중해와 북해가 아닌 대서양이 됐죠.

+) 뭐 어차피 낭만적인 모험 하는데 그런 거랑은 거리가 훨 멀었죠. -_-a 인생역전을 위한 부를 위해 뛰어든 게 많으니까요. 그리고 이들에게 식민지가 된 이들의 입장은...

이렇게 시대가 변하면서 해전의 양상도 바뀌어 갑니다.


그 전에는 어디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열심히 노를 젓고 가서 충각으로 적선을 들이받고 노도 깨뜨리며 무력화 -> 선상백병전이었죠. 원거리 무기로 활과 투석기가 있긴 했지만요.

총과 대포의 발달은 이런 흐름을 바꿉니다. 물론 막판은 선상백병전이었습니다. 당시 대포로 목선을 격침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아예 격침시키기엔... 아까웠어요 -_-a 하지만 맞붙기 전에 충분한 타격을 줄 수 있었죠. 이는 갤리선의 도태로 이어집니다.


갤리선 테크의 끝이라 할만한 베네치아 갤리어스

1571년 레판토 해전은 대포의 위력을 충분히 보여준 해전이었습니다. 특히 이 때 베네치아 공화국에서 내민 갤리어스는 오스만 해군에게 충격이었죠. 다수의 대포로 무장했고 노꾼들이 배 안에서 보호받으며 노를 젓는지라 공격하기 힘들었습니다. 오스만 해군은 이들을 무시하고 다른 쪽을 공격했죠 (...);

베네치아에서는 정말 머리와 돈을 열심히 굴려서 나온 거였고, 이후 다른 나라들도 이런 갤리어스를 만듭니다만... 이건 갤리선 테크의 끝이었을 뿐, 대세를 따라가긴 힘든 거였습니다.

갤리선은 기본적으로 많은 노꾼을 필요로 합니다. 조선의 판옥선만 해도 격군이 전투병력보다 많았죠. 그러면서 대포를 많이 탑재하기는 또 어려웠습니다. 뭐 범선에 비해 흘수선에 가까운 아래쪽을 포격한다는 이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대포가 많은 쪽이 훨씬 유리했으니까요. 반대로 대포를 맞으면 무력화 되기 쉬웠습니다. 범선이야 돛을 저격하기가 힘들지만 갤리선은 지네다리같이 노가 잔뜩 달린 아래쪽을 대충 쏴서 대충 맞으면 (...); 그걸로 기동이 약해지니까요. 이 쪽에 피해를 입을 경우 복구하기도 힘들었구요.

대항해시대 같은 게임에서야 노꾼도 전투병력으로 치지만 (뭐 노꾼도 전투에 참가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실제 전투에 참가하는 병력에서 차이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갤리선은 아무리 커져봐야 한계가 있는 반면, (베네치아 갤리어스도 왠만하면 다른 배가 끌어줬습니다) 범선은 계속 커지고 있었거든요. 전투병력의 비율은 비교가 안 됐구요.

그 많은 인원을 조달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멋진 뱃사람 같은 환상이 있지만 어느 나라든 이걸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대항해시대를 주도한 것 역시 더 이상 잃을 것 없어서 인생역전을 노린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힘만 들고 얻는 건 없는 노꾼은? 심심하면 소금물에 다리를 담궈야 되고 잘 되든 못 되든 죽어라 노만 저어야 되는 상황이라면 하고 싶을까요?

1인당 노 하나만 저어야 됐던 시절에는 그래도 대우가 좋았습니다. 기술이 필요했으니까요. 하지만 여러명이 하나의 노를 저으면 되는 단순노동으로 바뀌면서 노예가 많이 쓰였죠. 노꾼을 떠나 어느 나라든 뱃사람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납치하거나 죄수(가벼운 죄도 크게 만들어서)를 동원하거나 역시 중노동을 하고 사는 광부를 동원하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 중에 가장 힘든 노꾼을 구하기는 정말 어려웠죠. 그래놓고 그 배가 적에게 격침되거나 나포되면 그 많은 인원을 잃는 거였습니다.

+) 임진왜란 때 수군이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도 수군은 천역으로 인식됐고 탈영병이 계속 나왔습니다. -_-a

그래도 갤리선이 범선보다 이점은 있었습니다. 기동성이죠. 범선은 바람을 타야 되니까요. 하지만 사각돛(순풍에 유리), 삼각돛(역풍에 유리)을 섞은 복합돛이 발전하면서 이 이점도 점차 사라져 갑니다. 근해에서 벌어지는 해전에서야 그래도 유리했지만 범선이 이걸 따라잡아 가고 있었고, 이것 외에 불리한 점이 너무나 많았고, 갈수록 심해졌죠.

해전이 아닌 무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갤리선이 유용했던 건 바다는 좀 잔잔하고 바람은 변화무쌍했던 지중해였습니다. 파도가 심했던 북해는 9세기에 이미 범선으로 갈아타고 있었죠. 그 유명한 한자콕 같이요. 인원은 덜 필요하고, 크기를 더 쉽게 키울 수 있으니 실을 수 있는 물건도 많았던 범선, 그리고 그 범선이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대양으로 무대가 옮겨지고 있었던 것이죠. 18세기쯤 가면 북아프리카의 바르바리 해적들도 범선(지벡)으로 갈아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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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범선하면 캐러밸은 탐험용, 카락은 상업용, 갤리온은 전투용인 것 같아요 (...)a

대항해시대 초기에는 캐러밸이 유리했습니다. 카락이 더 크긴 했지만 캐러밸이 인원도 덜 필요하고 변화된 상황에 대응하기도 더 쉬웠으니까요. 때문에 초기 탐험가들의 배는 주로 캐러밸이 떠오르죠. 배수량은 100톤 전후, 아담했습니다. 아 원피스의 고잉 메리호도 캐러밸입니다.


콜럼버스가 탔던 산타 마리아 호 복원

카락은 탐험용으론 캐러벨에 좀 밀렸죠. 크기가 있다보니 임기응변에 약했으니까요. 하지만 항로가 어느 정도 잡힌 후 대항해시대의 주력이 됩니다. 공간도 넓고 항해성능도 우수했으니까요. 상업용으로 널리 쓰인 건 물론이고 전투용으로도 손색이 없었죠. 초기에는 커봐야 200톤 수준이었지만 발전하면서 1천톤까지 거대해집니다.


그리고 서양의 범선하면 떠오를 갤리온이 등장하죠. 전투용으로 인식되지만 기본적으로 원양항해에 특화돼서 상선으로도 쓰입니다. 그냥 싸우면 전선, 수송하면 상선이죠 (...)a 크기는 더욱 커져 2천톤짜리도 만들어졌구요.


이후 전투용으로 극한까지 발전한 것이 전열함입니다. 2~3층에 보통 60~80문의 대포를 장착했죠.


상업용으로는 속도를 극한으로 올린 클리퍼까지 발전했구요.

16세기까지 대서양의 주인은 스페인이었습니다. 미대륙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귀금속의 힘이었죠. 레판토 해전으로 절정에 달한 힘을 자랑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16세기 말부터 몰락해 갑니다. 황금이야 잔뜩 들어왔지만, 스페인 자체의 산업은 너무 약했으니까요. 거기다 사방팔방 손을 뻗치면서 돈이 너무 나갔구요. 특히 네덜란드 독립전쟁의 여파가 너무 컸죠.

영국을 중심으로 한 후발주자들은 처음에는 사략선으로 맞섭니다. 넓고도 넓은 대서양은 해적들이 놀기에 아주 좋았고, 이들을 등용, 양성하면서 스페인의 상선들을 약탈했죠. 한마디로 국가공인 해적이었습니다.

스페인은 네덜란드를 돕고 사략을 펼치는 영국을 잡기 위해서 무적함대를 출동시킵니다. 무적함대의 호위 속에 대군을 영국 본토에 상륙시키려는 거였죠. 이렇게 칼레 해전이 시작됩니다.

나름대로 유명한 해전이지만 사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별로 없는 편입니다 (...)a 무적함대는 수송선단을 보호하는 데 집중했고, 영국 해군은 먼 데서 치고 빠지는 식으로 나왔죠. 스페인군은 사거리 짧고 강력한 캐논이 주력이었던 반면 영국군은 사거리는 길지만 힘은 약한 켈버린 등이 주력이었습니다. 멀리서 쏠 순 있었지만 오히려 무적함대에 큰 타격을 준 건 날씨였습니다. 칼레 앞바다에 정박한 상황에서 바람이 바뀌었고, 영국의 하워드 제독은 대형 상선을 동원해 화공을 펼쳤죠. 스페인군은 혼란에 빠졌죠.

+) 영국은 이 바람을 "프로테스탄트의 바람"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이 때 혼란을 부채질한 게 영국의 스파이들이었습니다. 괜히 문명 5에서 스파이 한 명 더 주는 게 아니고 007이 영국에서 나온 게 아니죠.

북해로 흩어져 회피한 무적함대, 겨우 정신을 차려서 진형을 재건하려 했을 때 바람이 또 바뀌었고 태풍이 덮칩니다. -_-; 별 수 있나요. 돌아가야죠. 결국 귀환하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태풍과 암초에 의해 괴멸됩니다.


당시 해전에서 날씨, 특히 바람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죠.

이걸로 대서양의 판도가 완전히 바뀐 건 아니었습니다. 스페인은 여전히 막강했고, 몰락의 원인은 계속된 전쟁으로 돈이 없어진 거였죠. 그래도 무적함대의 패배가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겠습니다만.

그 뒤를 이은 패자는 영국이 아니라 네덜란드였습니다. 17세기는 네덜란드의 시대라 해도 될 정도죠. 영국이 내전 상황이었던 것도 한 몫 했겠습니다만. 이들은 17세기에만 세 차례 맞붙었고(영란전쟁) 여기서도 영국이 밀렸죠.

그럼에도 영국은 천천히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만들어 갔으니... 다른 나라에는 없는 영국만의 장점 때문이었죠.

해군은 돈도 많이 들고 숙련자가 정말 많이 필요합니다.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줘야 하고, 인적 자원이 넘쳐흘러야 했죠. 바다에서는 사고도 참 많이 일어났고, 육전과 달리 해전에서 지면 피해가 너무 컸습니다. 심할 경우 복구에는 세대 단위가 필요했죠. 영국은 여기서 유리했습니다. 영국의 라이벌인 프랑스의 경우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인력도 적었고, 국가 정책에 따라 해군이 망하고 다시 일어나는 게 반복됩니다.

여기에 무엇보다 큰 강점은 육전을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거였죠.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 같은 소국은 나라가 위험하면 해군도 무시될 수밖에 없었고, 스페인과 프랑스도 유럽 본토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영국은 이럴 필요가 없었죠. 섬나라니까요. 영국은 유럽 본토에서 밀리는 쪽의 편을 들면서 절대강자의 탄생을 막았고, 안정적으로 바다를 지배해 갔습니다.

18세기로 가면 본격적인 영국의 시대가 시작되죠.


HMS 빅토리. 트라팔가르 해전의 기함

이 때 해전은 60~120문의 대포를 실은 전열함이 한 줄로 늘어서서 (전열) 어느 한 쪽이 물러날 때까지 죽어라 쏘는 식으로 전개됐습니다. 대포로 격침은 탄약고에 명중하지 않는 이상 어려웠고, 돛대 등을 맞춰 기동력을 끊는 등 선체에 피해를 주고 전투병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식이었죠. 아직 각 함간의 빠른 통신이 불가능했기에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이러다가 적선에 다가가 나포하는 식이었죠.

뭐 그렇다고 이들만으로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순 없었죠. 무장은 가벼워도 기동성이 좋은 호위함(프리깃)이 있었습니다. 이후 미국은 프리깃이라기엔 너무 강한 배들을 만들어서 따로 분류해도 될 정도죠.

여기서 중요한 건 바람이었습니다. 특히 풍상과 풍하에 따라 갈렸죠. 프랑스 해군은 풍하를 선호했습니다. 주로 다가오는 적을 격퇴하고 목표 거점을 지키는 게 방침이었죠. 풍하인만큼 진형을 짜기도 쉬웠구요.

반면 영국 해군은 풍상을 선호했습니다. 공격을 선호한 것이죠. 진형을 짜기 어려운 건 질로 극복해냅니다. 이들의 주요 목표는 적 함대를 무찌르는 거였죠.

의외로 18세기까지 군함은 프랑스나 스페인 쪽이 더 컸고 성능도 좋았습니다. 영국군이 앞다퉈 나포할 정도였죠. 그럼에도 이들은 영국 해군을 이기지 못 합니다. 영국군은 적당히 쏜 후 적 진형에 돌격, 적을 분산시켜 각개격파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연락이 어려웠기에 각 함의 지휘관과 수병들의 능력이 중요했는데, 영국군은 이걸 해냈죠.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시대가 가고, 네덜란드의 시대도 왔다 간 후 바다는 영국과 프랑스의 라이벌전이 계속 이어집니다. 하지만 거의 영국이 이겼죠. 라이벌이라 하지만 바둑의 조훈현 vs 서봉수의 느낌입니다.

대신 프랑스는 영국의 한 식민지의 독립을 도우면서 영국에 한 방을 날립니다. 이들을 돕기 위해 출동한 프랑스 함대는 참 역사를 바꾸는 승리를 거뒀죠.

이렇게 미국이라는 나라가 탄생합니다. 아직 내부의 문제가 컸지만 역시 떡잎부터 보인다고 18세기 초에 지중해 함대를 파견합니다. 지중해에서 악명이 드높았던 바르바리 해적을 몰아내 버렸죠 (...)a 이후 내부의 문제가 해결되면서 초강대국의 길을 걸어갑니다. 풍부한 땅과 자원, 두 개의 대양과 접하는 최상의 조건을 가지고 있었죠. 인접한 나라들도 캐나다와 멕시코 정도였으니 그 힘을 그저 외부로 발산할 수 있었습니다. 뭐 그 때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클 줄 몰랐겠지만요.

그렇다고 영국의 해가 저문 건 아니었습니다. 나폴레옹이라는 유럽의 절대자를 허용하긴 했지만 그의 몰락도 주도했죠. 나폴레옹은 영국을 고립시키려 했지만, 영국은 오히려 바다에서 프랑스를 고립시킵니다.


"영국은 제군들이 각자 의무를 완수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 넬슨

이렇게 일어난 트라팔가르 해전, 바다에서 영국의 적은 없다는 걸 보여줬죠.

자... 그럼 조금 정리해 볼까요.

해상무역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해군의 필요성이 생깁니다. 처음에야 상선에 군함에 해적선 이런 느낌이었겠지만, 바다를 제패하기 위해선 나라에서 적극 밀어주는 제대로 된 해군이 필요했죠.

특히 대항해시대로 해군의 가치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집니다. 부국을 위해선 더 좋은 성능의 배가 필요했고 이들을 지킬 더 강한 해군이 필요했죠. 이는 모든 분야의 발전으로 이어졌구요. 해군 함정 하나하나는 (특히 그 나라의 국기를 달 경우) 그 나라의 영토와 동등한 대우를 받았죠. 육군이 국가의 현재를 지킨다면 해군은 미래를 지킵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말이죠.

이런 걸 보면 동아시아의 해군이 더 이상 발전하지 않은 이유 역시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은 그 자체로도 잘 살 수 있었고, 이렇게 판도가 일찌감치 정해졌기에 다른 나라도 그 이상 해군을 키울 필요가 없었습니다. 해적들을 막는 정도면 충분했죠. 정화의 원정이 있었던 명이지만 정작 임진왜란 때 명 수군은 초라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명에서 해금정책을 폈기 때문이었죠. 조선 수군 역시 왜구를 막는데 특화됐구요. 일본도 쇄국정책을 폈죠. 왜구들이 동아시아를 들쑤시면서 여기저기 진출했지만 그 정도일 뿐, 나라에서 밀어주지도 않았고 일본인 중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해군이 발전할 수 없었죠.

그럼 유럽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19세기부터 새로운 시대가 찾아옵니다. 18세기 말부터 시작된 산업혁명 덕분이었죠. 바람이 아닌 또 다른 동력원을 찾아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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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져서 두 개로 자릅니다. -_-a 역시 이런 내용은 쓰기 힘들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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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
13/07/09 00:13
수정 아이콘
집을 옮기셨군요 흐흐; 기왕이면 롯데가 잘하고 있었으면 부산으로 돌아가신 김에 사직도 즐거운 맘으로 자주 찾으시고 할 텐데ㅠㅠ

그림이 많아서 글이 더더욱 재밌게 느껴지는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Starlight
13/07/09 00:38
수정 아이콘
초기 미국에 비하면 사실 멕시코는 무시할만한 세력은 아니었죠.
멕시코 공화국이 만약 100년만 더 독립상태에서 버텼다면(...) 캘리포니아 금광 + 텍사스 중질류 + 현재 미국에 사회문제로 대두될 정도인 히스페닉 인구빨로 미국을 압박했을지도 모릅니다..
역사에 만약이란건 없지만 말이죠.
키루신
13/07/09 01:20
수정 아이콘
세계적인 대도시를 보면 바닷가가 엄청 많은것 같아요. 런던이나 암스테르담, 뉴욕, 시드니 등이요.
그런데 우리나라 수도인 서울이 바닷가가 아닌걸 보면 프랑스의 파리처럼 우리나라도 전통적으로 농업 국가였기
때문에 굳이 바닷가에 중심지를 세울 필요가 없어서였나 싶기도 하네요. -_ -a

미국도 엄청난 규모의 농사를 짓지만 뉴암스테르담 시절에는 아무래도 무역에 더 중점이었을테니.....
아케르나르
13/07/09 10:55
수정 아이콘
아마 농업국가인 탓도 있지만, 왜구의 창궐도 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신라 경주에도 왜구가 접근했다는 기록도 있고, 고려 땐가는 왜구가 황해도까지 진출한 기록도 있다니까, 해안가에 수도를 정하기는 힘들었을겁니다.
불대가리
13/07/09 03:09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2부가 너무 기대되요.
문명5에 전열함이 괜히 사기인게 아니었군요.
13/07/09 08:41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아케르나르
13/07/09 10:57
수정 아이콘
저 당시 대포래야 고폭탄이 아니고 철환을 쏘는 것에 불과해서 큰 위력은 없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정작 대포에 맞아 부서진 나뭇조각에 수병들이 많이 부상을 당했다더군요.
불곰왕
13/07/09 14:30
수정 아이콘
저저.. HMS 빅토리가... 스페인의 140문 전열함 트리니..뭐시기 이미지로 바뀐듯 합니다.
국기부터 스페인이고 포갑판이 4층짜리네요
눈시BBbr
13/07/09 14:34
수정 아이콘
으덧; 진짜 산티시마 트리니다드네요;;; 감사합니다 (...);;;
마음속의빛
13/07/09 19:31
수정 아이콘
와우~ 읽는 재미가 솔솔하네요. 유럽쪽은 확실히 해전이 활발했군요. 동양쪽은 워낙 해전이 별로다보니 거의 신경을 안 썼었는데.. 이런 역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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