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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14 15:54:17
Name santacroce
Link #1 http://santa_croce.blog.me/220681373483
Subject [일반] 부자가 가난한 자보다 15년을 더 오래 사는 나라 그리고 뉴욕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이 시행한 한 연구가 미국 주요 언론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 사망 통계를 분석하였더니 소득별 차이가 크다는 것인데 특히 상위 1% 소득의 40세 미국 남성은 87.3세까지 사는 것으로 기대되어 최하위 소득 1% 40세 남자의 기대수명 72.7세에 비해 약 15년이나 더 오래 산다고 합니다.  


* 미국 40세 남녀의 소득 분위에 따른 기대 수명


기대수명의 변화를 소득 분위가 아닌 절대 소득에 따라 표시하면 연간 5만 달러를 전후해서 변화가 급격히 커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미국 40세 남녀의 소득에 따른 기대 수명



그런데 이 연구에서 특기할 점은 가난하다고 하여도 기대수명은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는 것입니다. 당장 뉴욕의 경우 소득에 따른 기대수명 차이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 차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작은 편인데 특히 남자의 기대수명이 74.8세에 불과한 디트로이트와 비교하면 뉴욕의 가난한 이들은 기대수명이 79.5세로 거의 5년이나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 지역별 기대수명 차이: 뉴욕 vs 디트로이트


즉, 가난한 이들에게는 사는 지역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소득이지만 뉴욕이나 LA는 디트로이트, 인디애나폴리스 등에 비해 가난한 이들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을 주는 것 같습니다.  


* 가난한 이들의 기대수명이 긴 지역들과 짧은 지역들



특히 뉴욕은 가난한 이들의 기대수명이 매우 높은 곳입니다. 


* 저소득자의 기대수명 변화: 뉴욕 vs 미국 평균



그런데 이러한 지역에 따른 기대수명 차이는 부자들에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지역별 기대수명 차이는 지자체의 정책 차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부자 동네 주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이들이 불평등에 대한 스트레스는 더 느끼겠지만 부자들이 내는 세금 덕택(?)에 건강/보건 정책의 확대와 도시 인프라의 개선 효과를 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미국 지역별 연 소득 28,000 달러 미만 40세의 기대수명(적색일수록 일찍 사망, 푸른색일수록 더 오래 삶)



지역에 따른 가난한 이들의 수명 차이를 보면 좀 극단적 사례지만 미국과 브라질의 흑인 노예의 비교가 떠오릅니다. 

브라질과 미국 남부 중 어느 곳이 그나마 노예들이 좀 더 버틸만했을까 하는 잔인한 비교를 해 보면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주인을 잘 만나는 것이 제일 중요함에도 일반적으로는 미국 남부 상황이 그나마 생존 조건에서는 좋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우선 기대수명에서 1859년에 태어난 미국의 노예는 35.5살이지만 브라질은 20살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글자 해독에 있어서도 미국 노예가 20명에 한 명꼴로 글을 읽을 수 있었지만 브라질 노예는 그 비율이 천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흑인 노예의 인구 증가율에서 양쪽 지역의 차이는 매우 커서 미국 흑인의 인구증가율이 훨씬 높았다고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브라질에 온 흑인 노예의 성비가 남자 2명 대 여자 1명으로 극심한 불균형이 있었고 열대의 풍토병으로 인한 가혹한 조건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정량적 지표에서 미국 흑인의 조건이 우월함에도 불구하고 노예제 해방 후의 양국의 사회적 차별에 있어서는 미국이 흑인에게 더 가혹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생생한 경험담도 있습니다. 브라질 제정 시기 물라토(흑백혼혈) 경제학자이자 엔지니어였던 Reboucas는 1873년 공무로 뉴욕에 방문했는데, 인종적 이유로 호텔을 잡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브라질 영사관이 힘을 써서 3류 호텔에 간신히 방을 잡았는데 투숙 조건이 식당에는 절대 얼씬거리지 말고 식사는 방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단편적 이야기이긴 하지만 흑인의 차별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브라질이 미국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인 생계 자체 해결이 어렵지만 사회적 차별은 별로 느끼지 않는 브라질 북부의 흑인과 미국 시민권을 가졌고 브라질 흑인에 비해 더 잘 먹고 더 오래 살지만 감옥에 갈 확률은 월등히 높은 미시시피 흑인의 삶 중 누가 더 행복한 삶일까 고민해 보면 명확한 답이 있을까 합니다. 

보다 일반화 시키면 생산력이 극히 떨어지는 지역에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빈곤층은 비록 사회적 차별을 별로 겪지 않지만 부유한 지역의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빈곤층은 사회적 냉대를 수반하지만 더 건강하고 오래 사는 것이 사실이라면 둘 중 어느 곳이 낫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아마도 두 집단은 자신들은 이미 채워져 필요성을 못 느끼는 서로의 단점보다는 서로의 장점에 더 매료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두 집단간 인구 이동은 양방향 보다는 한방향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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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매직
16/04/14 16:00
수정 아이콘
역시 막장의 대명사 디트로이트...
저 나라는 의료비가 너무 초월적이라 이런 통계가 극단적으로 나오는 듯 합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기본 10배에 심하게는 100배 단위로 의료비 차이가 나는 분야도 있습니다.
16/04/14 16:00
수정 아이콘
오... 신기하네요...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6/04/14 16:42
수정 아이콘
그래프와 그 해석은 잘 이해가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부자 동네 주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이들이 불평등에 대한 스트레스는 더 느끼겠지만 부자들이 내는 세금 덕택(?)에 건강/보건 정책의 확대와 도시 인프라의 개선 효과를 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라고 하신 부분은 물음표가 뜨는것이,
뉴욕:디트로이트가 나와서 드는거지만 gdp부터가 3배가까이 차이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부자 100명이 디트로이트 간다해도 유의미한 개선이 있을런지는.. 부자들이 세금도 많이 내겠지만 중산층과 그 이하가 내는 세금은 그 몇십배 일테니까요.
santacroce
16/04/14 16:45
수정 아이콘
부자라는 의미가 최고 부자 몇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대로 중산층 이상을 포함하는 포괄적 의미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파르티타
16/04/14 17:44
수정 아이콘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Otherwise
16/04/14 18:21
수정 아이콘
항상 양질의 글 올려주시네요. 감사합니다
Camomile
16/04/14 20:23
수정 아이콘
역시 부자는 어디를 가도 부자군요.

미국은 소득과 비만도가 비례한다고 하던데 기대수명과 비만문제가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요?
santacroce
16/04/14 20:26
수정 아이콘
빈곤층은 돈이 없어서 일찍 죽는다기 보다는 저가의 고열량 음식 섭취도 사망을 앞당기는 데 한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Camomile
16/04/14 20:31
수정 아이콘
제가 깜빡하고 '반'비례를 비례라고 적었군요 크크
sway with me
16/04/14 20:35
수정 아이콘
당연히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비만 뿐만 아니라, 아래 santacrose 님이 말씀하신 영양 섭취도 영향이 있겠고, 이게 비만의 중요한 원인일 겁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사람은 환경에 의해 다양한 나쁜 습관을 가지게 될 수 있습니다. 흡연과 음주와 같은 것이 쉬운 예이겠고, 영양, 비만과 함께 가장 영향이 많은 요인일 겁니다.
그 외에도 영향력의 크기는 적더라도 범죄율, 사고율과 같은 것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sway with me
16/04/14 20:26
수정 아이콘
이 연구는 상당히 반향이 큰 연구입니다.
다만 '미국'이라는 특정 사회에 대한 연구이기 때문이라기 보다, 보편적으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증된 명제라고 하기 어려웠던 '소득 수준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상당히 잘 실증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 사회가 다른 고소득 사회에 비해 보건의료 시스템 상 불평등이 극단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사회이긴 하지만요.
소득 수준 못지 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적 결정요인인 교육 수준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말씀하신 논문에 대한 editorial에는, 지역적 차이가 왜 가난한 계층에서 두드러지는가에 대한 해설로 가난한 이들은 거의 지역 환경 내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지역 환경에 의존적이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은 지역을 초월한 더 큰 그들만의 공동체 속에서 산다는 것과 같은 주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일정 소득 수준을 넘어가면 지역에 상관없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산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 주장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santacroce
16/04/15 08:27
수정 아이콘
유익한 도움 말씀 감사합니다.
품아키
16/04/14 23:59
수정 아이콘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찾기 힘든 헬메리카의 수많은 자랑거리들!! 이러한 헬미국의 암울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미국인들에게 전세계와 우주가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From 디시위키
데로롱
16/04/15 17:10
수정 아이콘
확실히 사는 지역이 중요하다고 느끼는게, 라스베가스만 하더라도 일반인들의 눈에는 화려하고 놀것으로 가득한 도시지만 미국에서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지역중에 하나죠..
뉴욕의 경우에는 시장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범죄율을 획기적으로 낮춤과 동시에 폐허로 변해가던 구시가지/할렘가들을 재건축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도시로 변모하면서 저소득 계층의 삶의 질 등에도 변화가 있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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