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6/17 18:16:10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하늘에서 개구리 비가 내린다...진짜로...
1954년 6월의 어느 날, 영국 버밍엄시 바로 북쪽에 위치한 Sutton Coldfield라는 곳에서 실비아 모우데이라는 여성이 그녀의 아이들을 공원에 데리고 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곧 폭우가 쏟아집니다. 그녀는 황급히 아이들을 데리고 비를 피할 곳을 찾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녀와 아이들이 쓴 우산 위로 무언가 이상한 것들이 떨어지는 소리기 나기 시작한 겁니다. 분명히 우박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그것보다는 더 부드러운 것들이 철푸덕!하고 떨어지는 소리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곧 깜짝 놀라고 맙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들은 다름 아니라 바로 작은 개구리들이었던 것입니다. 수많은 개구리들이 하늘에서 마치 눈꽃송이마냥 떨어지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그녀가 말하길 자신들은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할 발짝이라도 내딛었다가는 개구리들을 밟아 죽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죠.

고대 그리스 시대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하늘에서 눈이나 비 말고 다른 것들이 쏟아져 내려온 기록들이 꽤 있다고 합니다. A.D. 200년경에 활약한 그리스의 역사학자 아테나이오스(Athenaeus)는 개구리 비에 대한 기록을 남긴 바 있습니다. 그는 Deipnosophistae라는 자신의 책에서 "파이오니아와 다르다니아 지역에 개구리 비가 내려서 온 사방이 개구리 천지가 되고 사람들은 쌓이고 쌓이는 개구리들 때문에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들은 물도 마실 수 없게 되었고 급기야 죽은 개구리가 썩어가는 역겨운 냄새를 피할 수가 없게 되자 나라를 버리고 도망갔다."라고 기술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술을 보면 개구리 비를 마치 인간의 행동에 노여워한 신이 인간을 벌주고자 내린 천형과 같은 비유를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또 다른 기록을 하나 살펴보면 1794년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벌이던 당시 어느 무더웠던 오후, 약 150여명의 프랑스 군인들이 전장의 참호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참호로 물이 들이차기 시작하자 프랑스 군인들은 참호를 버리고 밖으로 기어 나왔습니다. 그런데 비가 한창 오는 와중에 갑자기 하늘에서 두꺼비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수많은 작은 두꺼비들이 땅으로 떨어지더니 이곳저곳으로 점프를 하면서 움직이더라는 겁니다. 비가 그치고 났을 땐 온 사방이 두꺼비 천지였다고 합니다.

20세기 초, 미국의 어류학자였던 유진 윌스 거저는 A.D. 300년부터 1920년대까지의 기록들을 검토해 본 결과 자신이 기록에 나와 있는 것들 가운데 71건의 "생선 비(fish rain)"를 진짜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진짜인 것으로 여겼던 생선 비 가운데 하나는 1900년 5월 로드아일랜드에 내렸던 비였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로드아일랜드에 살던 한 가족이 자신들 머리 위로 살아서 팔딱거리는 퍼치고기(perch: 농엇과 어류)와 메기들이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고기들이 떨어진 면적만 약 0.25에이커(약 1,000제곱미터)에 달했다고 합니다. 거저는 나름대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원인도 유추해 보았는데 그는 회오리바람과 같은 강력한 바람이 물을 빨아올리면서 그 속에 있던 고기들도 같이 빨아올리고 나중에 바람이 속도가 줄어들면서 그것들이 지상으로 떨어지게 된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것 말고는 도저히 이 현상을 설명할 다른 이론은 존재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것들보다 더 이상한 비도 있었습니다. 1969년 플로리다의 Punta Gorda라는 곳에 이상한 비가 내렸습니다. 그냥 평소처럼 비가 오나 싶었는데 난데없이 골프공들이 하늘에서 쏟아지더라는 거지요. 골프공들은 지붕위로, 길 위로, 차 위로 쏟아졌습니다. 지역 신문은 나중에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비가 오고 난 후 "수많은 골프공들이 길가에 나란히 줄지어 모여 있었고, 길옆 도랑에도 골프공들이 가득 있었다고" 묘사했습니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정확한 이론은 없지만 아마도 골프장이 많은 플로리다 지역의 어느 한 골프장 연못 속에 빠져 있던 골프공들이 용오름 현상에 의해 물과 함께 대기 위로 빨려 올라갔다가 나중에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이 감독하고 톰 크루즈가 주연한 1999년 작 영화 [매그놀리아]에서도 이렇게 개구리 비가 내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직접 보지는 못해서 이 개구리 비의 장면이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의 영화 속 잘못을 벌하고자 하는 천형의 은유로 쓰였는지 또는 등장인물들이 그렇게 심리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매그놀리아]의 개구리 비 장면...


이런 거 저런 거를 다 떠나서 하늘에서는 그냥 눈하고 비만 오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굳이 내려도 되는 거 꼭 하나만 더 넣으라고 하면...저는 "5만원권 돈다발 비" 정도를 추가하겠습니다...--;;; 100장을 한 묶음으로 해서 한 100묶음이면 되지 않을라나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안군-
16/06/17 18:21
수정 아이콘
돈다발 비가 내 머리위에만 내려주면 좋겠는데...
그게 대한민국 전역에 내리면, 엄청난 인플레가 일어나고, 경제가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스타나라
16/06/17 18:22
수정 아이콘
돈다발 비 보다는 무제한 신용카드비가 더 좋지 않을라나요^^

재밌는 글 잘 봤습니다~
Neanderthal
16/06/17 19:15
수정 아이콘
나중에 결제는 누구 돈으로...ㅠㅠ
스타나라
16/06/17 19:23
수정 아이콘
하늘에서 떨어지는 카드인데 결제걱정을 할리가 있나요 크크
16/06/17 18:25
수정 아이콘
오마넌 한장을 대충 1그람 잡고
100장이면 백그람, 거기에 중력가속도를 포함하면 돈다발을 모서리로 맞으면 꽤나 아프겠네요!
16/06/17 18:31
수정 아이콘
전 이거 믿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때 동네 아파트 놀이터에서 비오는데 하늘에서 미꾸라지가 떨어졌거든요. 한마리였지만 친구들 두 세명이 같이 봤는데, 사방에 이야기해줘도 아무도 안믿어서 아직도 억울합니다!!!
16/06/17 18:31
수정 아이콘
진짜 개구리 비 내리면 소름끼치겠네요..;;;
겜돌이
16/06/17 18:42
수정 아이콘
굶지마할 때 개구리비가 참 인상 깊었죠.
구밀복검
16/06/17 18:47
수정 아이콘
<매그놀리아>의 개구리 비 씬의 레퍼런스로는 두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것입니다만...

1) 단연 성서의 출애굽기입니다. 출애굽기 8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절 :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바로에게 가서 그에게 이르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내 백성을 보내라 그들이 나를 섬길 것이니라
[2절 : 네가 만일 보내기를 거절하면 내가 개구리로 너의 온 땅을 치리라]
3절 : 개구리가 나일 강에서 무수히 생기고 올라와서 네 궁과 네 침실과 네 침상 위와 네 신하의 집과 네 백성과 네 화덕과 네 떡 반죽 그릇에 들어갈 것이며
4절 : 개구리가 너와 네 백성과 네 모든 신하에게 기어오르리라 하셨다 하라

이후 이집트가 개구리 바다가 되죠. 실제로 <매그놀리아>의 경우 다소 노골적일 정도로 영화 내내 8과 2를 강조합니다.


2) 두 번째는 로버트 알트만의 <숏 컷>입니다. 애초에 <매그놀리아>가 <숏 컷>의 오마주에 가까운 작품이죠. 다중플롯을 이용해서 분열되어 있는 고립된 인간 군상들의 개인사를 교차시키는 것도 그렇고, 둘 다 배경도 LA죠. 러닝타임도 187분으로 동일하고요. 마지막 엔딩도 그러한데, <숏 컷>에서는 LA 전역을 뒤흔드는 지진이 일어나고 <매그놀리아>에서도 마찬가지로 LA 전역에 개구리비가 떨어집니다. 그런 식으로 그 전까지 분리 되어 있던 개별 플롯들과 그 안의 개인들이 하나로 통일되죠.
16/06/17 20:09
수정 아이콘
대놓고 길거리 광고판이었나...에 exodus 8:2라고 적혀있었죠 크크
숏컷은 보지 못했지만 적어놓은 것을 보니 판박이네요.
폴토마스앤더슨 영화 중 매그놀리아를 가장 재밌게 봤는데 숏컷도 볼만한가요?
구밀복검
16/06/17 20:20
수정 아이콘
네 매그놀리아가 재미있으셨으면 숏 컷도 보실만 할 겁니다.
첫걸음
16/06/17 18:50
수정 아이콘
윽... 상상만 해도 소름이... 장난 없네요;
마스터충달
16/06/17 18:52
수정 아이콘
저는 어렸을 때 자그마한 용오름을 봤는데요. 처음에 바람이 심하게 불다가 점점 회오리 모양이 되더니 금새 사라졌습니다. 한 1분 정도의 시간이었죠. 이렇게 별로 크지 않은 용오름이 호숫가에 생기면 별다른 기상 이변 없이 개구리가 하늘에서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Sgt. Hammer
16/06/17 19:03
수정 아이콘
옛날 미스터리 책의 단골 소재였죠 크크
우리는 하나의 빛
16/06/17 19:05
수정 아이콘
매그놀리아 극장에서 볼때 개구리비 장면 되는 즈음서부터 이뻘리고 봤었습니다. 너무너무 좋았었는데 개구리비가 실제로 일어난 적도 있는 일이었군요.
바보왕
16/06/17 19:23
수정 아이콘
여기서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 생각하는 저는 빼도박도 못할 겜덕후로군요.....셰오고라트 맙소사!
16/06/17 19:41
수정 아이콘
저는 굶지마를 떠올렸네요. 크크
shadowtaki
16/06/17 19:47
수정 아이콘
Frogs rains from above!!
제목을 보자 문득 이게 생각이 나네요. 파라가 하늘에서 개구리를 막 쏘는 장면도 상상되고..흐흐흐
인생의 마스터
16/06/17 19:58
수정 아이콘
신기하네요. 하늘섬?
16/06/17 20:00
수정 아이콘
저희 아버지 어렸을때 하늘에서 붕어 잉어들이 막 내렸(?)다고 하시던데 진짜였군요...
보드타고싶다
16/06/17 21:10
수정 아이콘
하늘에서 떨어지면 높이가 수km일텐데요... 어케 살아있지요?
영원한초보
16/06/17 21:26
수정 아이콘
물갈퀴를 쫘악 펴면...
후천적파오후
16/06/17 21:10
수정 아이콘
세상에서 개구리를 제일 혐오하는 저로선 진짜 내리면 그대로 기절해버릴듯..
영원한초보
16/06/17 21:26
수정 아이콘
부두술사는 두꺼비인데 하고 들어왔는데...
실제 두꺼비도 떨어졌군요.
현실적인 게임 디아블로
테임즈
16/06/17 22:36
수정 아이콘
얼마전 일본에서 야구장에 물고기가 떨어졌다는 기사가...
리스키
16/06/17 23:31
수정 아이콘
5만원 말고 100달러로 하면 괜찮겠네요?!
IRENE_ADLER.
16/06/17 23:31
수정 아이콘
저는 실제로 경험해봤어요. 바닷가에 살던 때라. 용오름이었는데 소나기인 줄 알고 건물 처마로 몸을 피했더니 미역줄거리랑 작은 생선이 같이 떨어졌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693 [일반] 2023년 영화 베스트 25 - 주관 100% [23] azrock7049 24/01/12 7049 15
100602 [일반] [팝송] 맷 말테스 새 앨범 "Driving Just To Drive" [2] 김치찌개3284 23/12/31 3284 0
98401 [일반] 뉴욕타임스 4. 1. 일자 기사 번역(베네치아의 바다장벽) [5] 오후2시10522 23/04/08 10522 11
97959 [일반] 뉴욕타임스 2. 8.일자 기사 번역(중국의 돼지 농장) [34] 오후2시13516 23/02/20 13516 6
95082 [일반] 나도쓸래성경) 끝까지 추했던 남자, 요나 [29] 토루8677 22/02/21 8677 21
93699 [일반] [팝송] 알레시아 카라 새 앨범 "In The Meantime" 김치찌개7305 21/10/10 7305 1
92742 [일반] 기술광들의 몽정: 특이점을 통한 영생 [5] FC13774 21/07/31 13774 2
88756 [일반] 기억에 남는 내 인생 최고의 남성보컬 BEST 20 꼽아봤습니다. [34] 요한슨17826 20/11/13 17826 7
84915 [일반] [스연] NBA 잡설 [51] 그10번7968 20/03/07 7968 3
79654 [일반]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진행되었습니다. [15] Rorschach7634 19/01/07 7634 0
76899 [일반] 닌텐도 라보 (어린이날 기념) 후기 [11] 영혼의공원9743 18/05/07 9743 1
72662 [일반] 2017 미국힙합 상반기 결산 [19] paauer8059 17/07/03 8059 15
71766 [일반]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인가요? [38] 쿠라18101 17/05/13 18101 0
70261 [일반] 잊혀진 우리의 역사: 한민족의 조상은 고대 이스라엘 민족!!! [53] KOZE14876 17/01/29 14876 6
70037 [일반]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중국에게 남중국해에서 유엔해양법을 따를 것을 촉구하다. [17] 테이스터7486 17/01/17 7486 0
69662 [일반] 스타워즈 레아공주 (케리 피셔) 사망 [20] 쪼아저씨6840 16/12/28 6840 1
69285 [일반] 중국은 어떻게 친구와 외교적 영향력을 잃어버리는지에 대한 표본이다. [10] 테이스터8627 16/12/08 8627 4
65800 [일반] 하늘에서 개구리 비가 내린다...진짜로... [27] Neanderthal12450 16/06/17 12450 5
65475 [일반] 5월 세계 증시 요약 - 미국 금리인상 가시권? [9] Elvenblood4641 16/05/31 4641 5
65472 [일반] [사진] 곰과 사는 러시아의 한 가족. [29] OrBef9153 16/05/31 9153 8
64661 [일반] (사진많음/저화질주의)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습니다. [45] 꼭두서니색5165 16/04/17 5165 7
56817 [일반] 미드추천- Fargo (부제: 빌리 밥 손튼의 미친 연기력) [12] autopilot8494 15/03/01 8494 0
55353 [일반] 텔레그래프 선정 세계 문학사상 가장 빛나는 첫문장 30선 [57] 여자친구25269 14/12/09 25269 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