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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8/07 21:40:43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영화공간] 배우 곽도원과 조진웅을 말하다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영화공간] 배우 곽도원과 조진웅을 말하다


배우 조진웅이 웅변적으로 연기한다면, 곽도원은 흘려내듯 연기한다. 이 둘의 연기스타일은 흥미롭게 지켜볼만한 차별점들이 있다. 물론 베테랑 배우들인 만큼 반대로 연기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다만 이 둘의 전체적인 연기에서 개인적으로 받은 인상을 거칠게 분류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조진웅과 곽도원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작품은 공교롭게도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이다. 이 영화에서 조진웅은 최형배(하정우)를 견제하는 부산 조폭두목 김판호를 연기했고 곽도원은 검사 조범석으로 분했다. 이 영화에서 두 배우가 인상 깊은 연기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관객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방식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가 느껴진다.

우선 조진웅이 작품 안에서 캐릭터를 대하는 방식은, 마치 스크린을 찢고 관객 앞으로 다가올 것처럼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다소 연극적이랄까? 배우 조진웅은 한 스크린 안에서 여러 배우와 동시에 연기해도 관객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빨아들이는 능력을 지녔다. 이른바 배우로서의 독특한 아우라와 존재감. [범죄와의 전쟁]의 김판호가 그랬고 [끝까지 간다]의 박창민이 그랬으며 [아가씨]의 코우즈키가 그랬다. 심지어는 그의 초창기 작품인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의 브루터스 리도 많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집중시켰고, 단지 목소리만 연기했던 [국가대표]에서의 해설자 역도 많은 관객들의 귀를 잡아당겼다. 그는 아마 본능적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법을 체득하고 있는 모양이다.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그 중에는 다소 연극적으로 느껴지는 그의 연기스타일도 한 몫 한다는 생각이다.(손석희의 <뉴스룸>에 출연해 인터뷰하는 조진웅의 모습을 두고 마치 연기하는 것 같다며 짧게 평한 손석희의 언급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도 조진웅을 거치면 그 캐릭터에는 조금 더 그만의 이채로움과 독특함이 더해진다. 이른바 조진웅만의 찰진 맛.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의 '말더듬이' 기태와 [암살]의 속사포 또한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 다소 밋밋하고 평범한 (혹은 다소 코믹한) 캐릭터로 단순 소비될 수 있었음에도 조진웅을 통해 조금 더 입체적 색깔과 깊이가 입혀진 채로 완성되었다는 느낌이다. [분노의 윤리학]의 사채업자 박명록도 마찬가지. 박명록 같은 독특한 괴짜 캐릭터는 누구나 연기할 수 있지만, 오버하거나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 색깔과 깊이를 더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다시 [범죄와의 전쟁]으로 돌아와, 한마디로 이 작품에서 조진웅이 연기한 부산조폭 김판호는 그 시대에 실제로 존재했을 법한 사실성 넘치는 캐릭터이기 보다는 극에 긴장감을 더하는, 그만의 묵직하고 색깔 있는 캐릭터에 가깝다.



그런 측면에서 곽도원은 조진웅과는 정반대의 지점에 서있다. [범죄와의 전쟁]의 검사 조범석은 그 당시 90년대에 실제로 있었을 법한 속물검사처럼 느껴진다. 그 당시 그러한 사건을 맡은 검사가 있다면, 실제로 저랬을 거 같은 느낌. 이렇듯 곽도원의 존재감은 캐릭터에 부여하는 사실적 질감에 있다. 즉, 배우 곽도원의 힘은 스크린을 찢고 나오는 대신, 스크린 안에서 하나의 풍경처럼 존재하는 데에 있다. 결국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 같은' 캐릭터로 만들어버린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배우가 연기하는 것 같지 않은 느낌. 나는 아직도 나홍진 감독의 [황해]에서 곽도원을 처음 봤을 때의 신선한 충격과 이질감을 잊지 못한다. 그의 연기를 최초로 마주했을 때 든 생각은, '이건 연기가 아니잖아?'였다. [황해]의 김승현 교수는 정말 유도선수 출신의 사업가였고, [곡성]의 경찰 종구는 그냥 전남 곡성에 상주하는 시골 경찰이었다. 이만큼 생활밀착형 연기에 능하고 캐릭터에 사실적 질감을 불어넣는 데에 탁월한 배우는 송강호 정도를 제외하곤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밀양]의 송강호처럼, 곽도원은 작품에 풍경처럼 녹아들 때 가장 큰 매력과 힘을 발휘한다.



결론적으로 곽도원의 연기가 [밀양]의 송강호와 같다면, 조진웅의 연기는 [타짜]의 김윤석과 같다. 어떤 연기가 더 낫고 못함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관객의 한사람 입장에서 느껴지는 인상과 더불어 이 둘을 지켜보는 일이 그만큼 흥미롭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송강호와 김윤석이 그러했듯, 곽도원과 조진웅도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어 한국영화계 최고의 배우로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우뚝 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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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만나러갑니다
16/08/07 21:53
수정 아이콘
곽도원이 참 좋더라구요. 캐릭터에 자기 자신를 완전 녹여내는 느낌. 반면 조진웅은 캐릭터를 자기것으로 만드는 느낌이 들구요. 남자 연기자는 끈임없이 인재가 나오는데(신인이든 아니든) 여자쪽은 인재가 보이지 않아요. 언제까지 김혜수 손예진인지...
무무무무무무
16/08/07 22:00
수정 아이콘
요즘 젊은 여배우들 좋던데요. 김고은 박소담 천우희 한예리.... 다들 외모가 신선하고, 개성도 뚜렷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하죠.
동년배 남자배우들보다 훨씬 나아요.
지금만나러갑니다
16/08/07 22:07
수정 아이콘
김고은의 경우 첫 작품 은교에서가 최고였고 그 뒤로 협녀 계춘할망 등 다 말아먹으면서 연기력논란까지.. 한예리는 아직까진 보여준건 많이없죠. 천우희는 저도 기대중입니다~ 한공주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였는데 곡성에서도 괜찮더라구요.
16/08/08 00:46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천우희씨 제외하고는 전부 기대이하더라구요

박소담도 위태위태하고
마스터충달
16/08/07 23:03
수정 아이콘
신인은 아니지만, 정유미 있습니다.
지금만나러갑니다
16/08/07 23:04
수정 아이콘
정유미는 10억에서 안경쓰고 나왔을때부터 첫눈에 반했습니다^^
Eternity
16/08/08 08:40
수정 아이콘
[아가씨]의 김태리도 앞으로 지켜볼만 하죠.
UnderDoG
16/08/07 21:57
수정 아이콘
두 배우의 좋은 연기를 한 작품에서 감상할 수 있는 [분노의 윤리학] 추천합니다.
글에서 언급해주신 대로 조진웅의 여유있는 건달연기와, 기존의 작품에서 대부분 악역이나 강한 캐릭터로 나오던 곽도원이 철저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감상 할 수 있습니다. 용두사미식 결말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나오는 모든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작품입니다.
Eternity
16/08/07 22:01
수정 아이콘
저도 [분노의 윤리학]에서의 두 배우의 연기를 좋아합니다. 글 중간에 삽입한 조진웅의 연기 영상도 [분노의 윤리학] 영상이에요. 두 배우의 연기가 모두 인상깊죠.
자전거도둑
16/08/07 22:28
수정 아이콘
저도 '분노의 윤리학' 좋아합니다. 연출이 연극스러워서 굉장히 독특했는데, 대부분 혹평이더군요.
펠릭스
16/08/07 22:22
수정 아이콘
곽도원씨 같은 캐릭터가 진짜 매력이 있죠.
마나나나
16/08/07 22:25
수정 아이콘
저도 곽도원같은 캐릭이 좋더라고요 조진웅 연기를 보고 있자면 나 연기 이렇게 잘하는데 어때 쩔지? 이런 느낌이라서
Eternity
16/08/08 08:51
수정 아이콘
저도 종종 조진웅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본문에서도 적은 것처럼 이른바 웅변적으로 연기한달까요.
마스터충달
16/08/07 22:34
수정 아이콘
<황해>는 다른 장점도 많지만, 김승현 교수를 연기한 곽도원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죠. 너무 현실적이어서 생경하게 느껴질 정도의 연기가 덜덜했죠.
Eternity
16/08/08 08:53
수정 아이콘
사실 본문의 곽도원 연기 영상에 [황해] 곽도원씬을 넣고 싶어서 한참을 검색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른 영상을 넣었습니다. 본문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지만 단한가지 포인트만 꼽자면, [황해]에서의 곽도원 얘기를 꺼내고 싶을만큼 인상적이었죠.
혹등고래
16/08/07 22:35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보는 영화공간이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JISOOBOY
16/08/07 22:48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조진웅 다른 연기는 그렇다 치고 죽는 연기 하나만큼은 정말 동 시대 최고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 꺼져가는 호흡이랑 촛점잃은 눈빛 같은 것을 잘 써서, 죽어갈 때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어요.
영원한초보
16/08/07 23:07
수정 아이콘
범죄와의 전쟁 조연들 다 잘 풀렸죠
조진웅, 곽도원, 김성균
그리고 최근 핫한 마동석
꽃미남 스타가 아닌 배우들을 주연급으로 쓸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게 격세지감 이네요.
스프레차투라
16/08/07 23:08
수정 아이콘
곽도원은 <범죄와의 전쟁>, <변호인>으로 처음 접해서인지 그 카리스마가 어색치 않은데,

조진웅은 <폭력써클>에서 자기 몸 반쪽도 안되는 양아치(연제욱)한테 쫄아서 뚜들겨맞은 씬이
특히 기억에 남아서인지, 근래에 무게잡는 연기 보면 약간 피식하게 됩니다 껄껄.

어쨌건 류승룡이 잡나 싶다가 애매해진 차기 성격파 배우의 권좌는 당분간 두 사람이 나눠먹을 듯.
김성균, 조우진(내부자들 조상무) 등의 차차기 꿈나무(?)들도 기대가 되고요.
마나나나
16/08/07 23:11
수정 아이콘
사실 류승룡이 잡았다가 평소 행실 문제로 놓쳤죠 뭐
16/08/08 00:53
수정 아이콘
아....오버워치에 너무 익숙해져선지 여기서 류승룡이 나오니까 되게 어색하고, 내가 아는 그 배우 이름이 류승룡이 진짜 맞는지 되묻게 되네요...
16/08/08 01:22
수정 아이콘
저는 범죄와의 전쟁에서 마동석이 찌질하게 나와서
그후에 나온 이웃사람등에서 적응이 좀 안되더군요 요즘 들어서 좀 강한 이미지가 어색하지 않아지고;
확실히 배역이 중요한건가봅니다.
살려야한다
16/08/07 23:13
수정 아이콘
황해 보고 김승현 교수가 가장 궁금하더군요. 어디서 저런 배우가 나온건지.
네오크로우
16/08/07 23:28
수정 아이콘
영화 보면서 '저 xx 진짜 줘 패고 싶다.' 생각 든 거로 넘버원은 곽도원입니다. 크크크
그 전에 저런 생각 든 거는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 황정민이었는데...이후로 황정민은 그다지 악역을 안 해서 희석됐지만..
곽도원은 곡성에서 그런 절절한 연기를 해도 뭔가 감정이입은 2% 부족하더군요.
'넌 원래 나쁜 놈인데 왜 힘들어 해??' 막 이런 이미지가 콱 박혀 있으니....

그에 비해서 조진웅은 인상 자체가 좀 선한 편이라 악역을 못하는 건 아니고 연기 자체는 잘 하지만
진짜 몸서리 쳐질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Exposure
16/08/08 00:26
수정 아이콘
저는 우리형에서 조진웅씨를 처음 봤는데 참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나네요. 원빈한테 맞고 폭주하던 씬!
실론티매니아
16/08/08 08:26
수정 아이콘
뿌리깊은 나무에서 무사 무휼!!! 로 나왔을때의 조진웅씨 연기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세인트
16/08/08 13:25
수정 아이콘
두 분 다 각기 다른 색깔과 매력이면서도 연기를 참 잘 하셔서 너무 좋은 분들...
둘 다 너무 좋아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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