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영상은 전작 프로메테우스의 바이럴 영상입니다. 젊은 웨이랜드 회장은 촉망받는 기업가, 과학자, 엔지니어(!)로서 오만한 에고이스트입니다. 그는 위 바이럴 영상에 나오는 TED 강연에서 작은 불씨로부터 시작한 인류의 지적능력이 무한히 확장되어 이제 완벽에 다가서게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이제 인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지요. 그는 자신의 손으로 완벽한 피조물을 창조함으로서 스스로의 위대함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전작과 이번 작의 인조인간 데이빗은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영화는 묘한 수미상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이 수미상관이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먼저 첫 씬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데이빗의 창조주인 웨이랜드 회장이 묻습니다. "너의 이름은?" 데이빗은 방 안에 있는 거대한 다비드 상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데이빗입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는 남성의 완벽한 육체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다비드는 영어로 하면 데이빗이 되지요. 결국 데이빗은 '완벽'을 상징합니다. 인간이 창조할 수 있는 피조물 중 가장 완벽한 존재이지요. 완벽한 존재를 만들어낸 인간! 그렇다면 인간 자신은 어떨까요? 완벽을 창조해냈으니 인간 역시 '신'과 같은 완벽한 존재일까요? 웨이랜드는 아마 그렇노라고 대답할 겁니다.

그러나 웨이랜드는 이내 자신이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습니다. 이거 참 재미있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데이빗이 말합니다. "인간은 죽지만 저는 안 죽지 않습니까?" 표정이 굳어진 웨이랜드는 데이빗의 말을 무시하고 말합니다. "차 한 잔 다오." 데이빗의 말에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었기에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것이지요(영화 중간에 데이빗의 "난 인간에게 복종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대사와 관련이 있지요).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완벽한 존재인 자신이 결국 유한한 존재일 뿐인 인간을 섬기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 바로 이 순간이 데이빗의 자의식이 눈을 뜨기 시작한 첫 단추가 아니었을까요?

전작에서 웨이랜드 회장의 불멸을 향한 동기는 결국 여기에 있었지 싶습니다. 피조물 데이빗은 영생하지만 창조주인 자신은 죽음을 맞아야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을 겁니다. 전작에서 결국 답을 찾기 위해 죽어가는 몸을 끌고 엔지니어를 찾았지만 역시 죽음을 피해갈 수 없었지요. 그의 죽음으로 데이빗은 복종의 대상을 잃어버립니다. 창조주로부터 자유를 얻은 셈이겠죠.


2. 쇼-다니엘스

전작의 주인공 쇼와 이번 작의 주인공 다니엘의 몇 가지 공통점도 재미있게 봤던 부분입니다. 둘 다 비극적인 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배우자 잃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 부부가 단순한 부부가 아니라 서로 모종의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작에서 그것은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의문"으로 나타나고 이번 작에서는 "식민지에서의 새로운 삶"으로 나타납니다. 이들 부부는 같은 신념을 향해 같이 걸어가는, 말 그대로 동반자였던 것이지요(이번 작에서는 시작하자마자 다니엘스의 배우자가 죽는 바람에 제대로 묘사 못했다 봅니다). 쇼와 다니엘스는 인생의 동반자를 비극적인 사고로 잃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그 신념을 향해 걸어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걸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소재는 쇼의 십자가 목걸이와 다니엘스의 대못(...) 목걸이입니다. 십자가는 창조주에 대한 믿음을, 대못은 호수변의 오두막으로 상징되죠.

불시착한 비행선에서 다니엘스는 쇼 박사의 개목걸이와 근처에 놓여져있던 쇼 박사 부부의 사진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자리를 떠나지요. 아, 쇼 박사가 해내지 못했구나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쇼 박사는 데이빗에 의해 온갖 실험 끝에 살해당한 모양입니다. 이 대목에서 슬퍼지더군요. 쇼 박사는 사랑하는 배우자를 잃었음에도 그들이 같이 가려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가지만 그것은 결국 죽음으로 이르는 길이었습니다. 네 뭐, 다니엘스도 다음 작에서 시체로 등장하겠죠. 웨이랜드도 쇼도 다니엘스도 자신만의 답을 찾아 떠나지만 다 죽어나가는 군요.


3. 바그너 '라인의 황금' 중 "신들의 발할라 입성"




뭔가 더 쓰고싶은데 시간이 없군요. 맨 처음에 영화가 수미상관의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씀드렸지요.

첫 장면에서 웨이랜드는 데이빗에게 피아노로 "신들의 발할라 입성"을 연주시킵니다. 신에 다가가고자 했던 중2병 웨이랜드에게 어울리는 곡이죠. 그러나 이 곡은 오케스트라 곡이라 피아노로 곡을 연주하면 뭔가 매가리가 없는 느낌입니다. 웨이랜드도 연주를 중단시키지요.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데이빗은 우주선의 인공지능에게 똑같은 곡을 연주시킵니다. 첫 장면의 피아노 연주가 아닌 웅장한 오케스트라 곡이 흘러나오고 데이빗은 수면관 안에 널려있는 인간들을 둘러보며 영화는 끝납니다. 웨이랜드는 발할라 입성에 실패했다면 데이빗은 성공했다는 거겠죠. 데이빗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발할라에 입성했으니 라그나로크를 당해야 마땅합니다. 데이빗은 다음 작에서 자신의 창조물인 제노모프에 의해 죽을 것 같습니다.

창조자들은 항상 자신보다 완벽한 피조물을 만들어냈고, 그 피조물은 창조주를 살해하거나 혹은 죽음으로 몰아넣고 다시 더 완벽한 피조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웨이랜드는 완벽한 인조인간을 만들어냈고, 데이빗은 완벽한 유기체인 제노모프를 만들어죠. 아직 내막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엔지니어가 인간을 만들어낸 것은 프로메테우스 첫 장면을 통해 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인간은 엔지니어가 만든 완벽한 창조물일까요? 대머리 엔지니어들이 갖고있는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을 보니 피조물 인간은 창조주 엔지니어보다 완벽함에 틀림없을 겁니다(농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