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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2/19 12:53:06
Name 글곰
Subject [일반] 내 인생의 책, TOON(박무직)
  어려서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볼품없는 살림살이였지만 어머니는 책 사 주는 돈만은 아끼지 않으셨다. 책 읽는 것이 미덕인 시절이었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때 이미 집에는 천 권이 넘는 책이 있었고, 이후로도 책은 계속 늘어만 갔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그 때 읽었던 책들이 아닐까 싶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책들이 있다. 어젯밤 잠을 자려 딸아이 옆에 누웠을 때 문득 그 때 읽었던 책 중 하나가 생각났다. 책은 본가 책꽂이에 꽂혀 있어서 나는 열심히 머릿속 책장의 먼지를 떨어내며 기억을 되살려야 했다. 그리고 그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그러모아 다시금 하나의 온전한 퍼즐로 맞춰냈다. 그래. 그런 책이 있었지. 나는 고개를 주억이며 추억에 잠겨들었다.

  이 글은 나를 나로 만든 책에 대한 헌사다.



  박무직이라는 만화가가 있었다. 보기 드문 남자 순정 만화가였고, 만화작법에 대한 이론에 밝았으며, 안타깝게도 재능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인물들의 표정은 어색했고 동세는 어설펐다. ‘무일푼 만화교실’이라는 만화 작법서를 통해 이름을 얻었고, 작가로서는 참으로 슬픈 일이지만 그 이상 가는 작품은 그리지 못했다. 그는 애당초 제대로 완결한 장편이 하나뿐인 범재였다.

  그 유일한 장편이 바로 ‘TOON’이다. 흡사 만화에 대한 헌사와도 같은 이 작품에서 박무직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에 골몰한다. 그 결과가 좋았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물론 그는 당대 최고의 순정만화 잡지였던 윙크에 연재할 만큼의 실력을 지닌 만화가였지만 그중에서 돋보이는 편은 아니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앞서 말했다시피 재능의 부족이었다. 만화에 대한 그의 애정은 실로 어마어마했지만 그것을 담아낼 그릇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냉정하게 말해 TOON은 별로 안 팔리는 만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OON의 5권에 등장한 에피소드는 어렸던 내게 큰 울림을 가져다주었다.  
  (TOON은 절판된 지 오래고 내가 가진 책은 본가에 있기에, 나는 오직 기억에 의존해서 그 내용을 여기에다 글로 옮길 수밖에 없다. 혹 잘못 기억한 부분이 있다면 그건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잘나가는 젊은 만화가 황시옥이 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다. 황시옥이라는 이름은 작가 박무직이 존경한 세 명의 선배 만화가. 즉 황미나-유시진-강경옥의 이름에서 따 온 것으로 이른바 오너캐에 가까운 인물이다. 만화를 통해 부와 명성을 한꺼번에 움켜쥔 그에게도 두 가지 고민이 있다.

  그중 첫 번째 고민은 작고 사소한 문제다. 그를 돕는 어시스턴트 중 한 명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녀는 만화에 대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애정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성공한 만화가인 황시옥의 눈으로 볼 때 그 어시스턴트의 재능은 명백히 수준 이하였다. 황시옥은 어차피 성공하지 못할 그녀를 지금이라도 쫓아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 번째 고민은 좀 더 본질적인 것이었다. 내가 그리고 있는 만화가 진정 나의 만화인가? 하는, 창작자로서의 근본적이고도 원천적인 고민이었다. 그러나 그 동안 달려온 성공가도로 인해 이 고민은 어렴풋하게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우연히 선배 만화가를 만나기 전까지는.

  거리에서 만난 선배 만화가는 묻는다.

  “황시옥의 작품에 들어 있는 것은 황시옥인가?”

  독자가 원하는 것을 그려야 하는가, 아니면 내가 원하는 것을 그려야 하는가. 그 갈림길에서 황시옥은 회의하고 번뇌한다. 결국 그의 결정은 후자였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실은 무자비하게 그를 응징한다. 순식간에 하락하는 평가. 추락하는 판매량. 냉정한 독자의 반응. 편집장은 그의 만용을 비판하고 그의 작품을 사랑하던 독자들은 그의 작품을 비난한다.

  여기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만화 규제는 황시옥의 목을 옥죄어 온다. YWCA 등 기독교 계열 단체가 주도한 만화 규제 운동은 만화불매운동과 폭력만화 화형식으로 번져 갔고,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되며 천 종류가 넘는 만화가 일시에 유해매체로 지정되었으며, 십여 명의 만화가들이 유해매체를 만들어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야 했다. 잘 나가는 만화가 황시옥도 예외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갑작스레 화풍과 작법을 바꾸면서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낸 그의 만화는 가장 알맞은 공격 대상이었다. 그는 피고인으로 법정에 소환된다.

  게다가 하지만 황시옥은 현실의 공포에 떨면서도 스스로가 옳다고 되뇐다. 어시스턴트들이 하나 둘 곁을 떠나고 그 홀로 남으면서도 그는 선배 만화가가 남긴 말에 천착한다. 분노하고 또 좌절하면서도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한다. 황시옥의 작품 안에 들어 있는 것은 황시옥이라고. 그는 마지막까지 그의 곁에 남은 재능 부족한 어시스턴트마저 쫓아내고는 홀로 자신의 만화를 그린다.

  그리고 우연히 다시 선배 만화가를 만난다.

  황시옥은 구원을 갈구한다. 선배님. 저는 선배님 말대로 했어요. 오롯이 저의 작품을 그리고 있어요. 독자가 떨어져 나갔지만, 어시스턴트들이 저를 버렸지만, 그래도 저는 선배님 말대로 했어요. 제가 지금 그리는 만화는 진정한 저의 만화예요. 그렇죠? 그렇죠? 저 잘 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선배는 어색한 얼굴로 대답한다.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그거 미안하네.”
  “젊은 나이인데도 돈 잘 벌고 잘 나가는 후배를 보니 심술이 났던 모양이야.”
  “그래서 그저 트집을 잡았던 게지.”
  “나는 요즘 학습만화를 그리고 있어.”
  “아내와 자식들에게도 다시 월급을 가져다주게 되었네.”
  “이제야 가장 노릇을 하는 것 같군. 허허허.”

  그가 의지할 마지막 기둥마저 박탈당한 황시옥은 무너진다.

  그러나 그가 유해매체를 만들어내는 작업실로 돌아왔을 때, 그곳에는 그의 손에 의해 쫓겨났으면서도 다시 스스로 돌아온 재능 없는 어시스턴트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화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버리지 못해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그녀. 모든 것을 잃어버린 황시옥의 곁에 남은 것은 만화가로서의 재능도, 명성도, 돈도 아닌 오직 만화에 대한 애정뿐이었다.

  황시옥은 그녀를 붙들고 하염없이 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펜을 잡는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누구도 보지 못할 그들만의 만화를 완결하기 위해. 뒤이어 출석한  법정에서 그는 왜 만화를 그리느냐는 질문에 한 마디로 대답한다. 심심해서. 지루함을 잊고자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그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진리.

  그러나 박무직은 황시옥을 압제에 맞서 싸우는 투사로 만들지 않는다. 여기에 바로 이 이야기의 아이러니가 있다. 황시옥은 도망친다. 잘 나가는 인기 만화가의 자리를 거부하고, 유해매체를 제작하는 악독한 죄인의 처지도 벗어던지며,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자신만의 유토피아로 도망친다. 잊혀지기 위해. 마치 백석의 시처럼.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에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완결된다. 별다른 결론도 내놓지 않은 채.




  왜 글을 쓰는가, 누군가가 물어볼 때마다 나는 대답한다. 글 쓰는 게 재미있어서요. 박무직이 심심해서 만화를 그린다고 말한 것처럼 나는 내가 재미있기 위해 글을 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누군가가 선인세 십억 원을 준다고 한다면야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매우 유감스럽게도 그럴 일은 없을 듯하고 그리하여 나는 그저 내가 좋으려고 글을 쓴다.

  좋지 않은가? 그저 재미를 위해 시간과 삶과 인생을 살뜰히 낭비할 수 있다는 것이.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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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2Universe
18/02/19 13:01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듣네요 박무직 작가. 19금 만화 그려줘 고마웠던 작가였는데 일본 건너가 활동하다 적당히(?) 흑화도 되고 그랬다는 소문만 들었던 기억 나네요.

만화 그리던 친구가 만화가가 글이나 쓰냐고 햇던 생각나는데 이 사람 글들이 참 그 시절 맘에 들었더렜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검열.
검열이란게 작가들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사람들이 기억해줬으면 하네요. 백번 노력해 다 이해할 수 있지만 머리속을 검열해야한다는 한 영화학도 페미니스트의 말이 자꾸 생각납니다. 씨네21 인터뷰 읽으며 어떻게 씨네21이 이런 인터뷰에 대해 별 코멘트 없이 올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네요
설명충등판
18/02/19 13:08
수정 아이콘
박무직은 현재 한국인 최초로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중입니다. 작가나 예능인 계열은 진짜 언제 대박날 지 예측이 불가능...
즐겁게삽시다
18/02/19 13:2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어... 씨네21의 어떤 인터뷰인지 힌트 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궁금하네요.
18/02/19 16:01
수정 아이콘
닥터 스톤이라고 하는 책인데 현재 점프 내에서도 상위권입니다.
Go2Universe
18/02/19 19:33
수정 아이콘
그냥 영화학도들 인터뷰에요. 혹시나 박무직씨 인터뷰인가 오해하셨을까봐 댓글 달아둡니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8160

정확한 표현이 머리속 검열은 아니긴 합니다만.. 검열이란 단어가 저리 쉽게 나올수 있나 하는 생각에 충격을 크게 받았달까요.
심지어 학생들인데..
즐겁게삽시다
18/02/19 20:40
수정 아이콘
아 네네 저도 좀 전에 찾아서 읽어보고 있었네요. 링크 감사합니다.

http://m.cine21.com/news/view/?mag_id=88158
저도 1부부터인 링크 남기고 갑니다.
18/02/19 16:59
수정 아이콘
검열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투쟁해 온 창작자들이 그간 얼마나 고통받아 왔던가요. 마광수 교수가 겪었던 치욕을 생각하면 감히 검열을 말하기 어려울 텐데 말입니다.
18/02/21 00:03
수정 아이콘
박무직씨는 현재 일본의 모든 작가를 통털어 가장 실력적으로 인정받는 대 히트 작가중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굉장히 높은 클래스의 유명 작가입니다. 작화실력도 어마어마하게 늘었습니다.
칼라미티
18/02/19 13:02
수정 아이콘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글이네요. 요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라 정말 몰입해서 봤습니다...
일단 추게로 가시죠.
사악군
18/02/19 13:10
수정 아이콘
(수정됨) TOON 정말 시대를 앞서간 만화죠. 전권 가지고 있다는게 자랑..

기억이 거의 정확하신데 '심심해서'는 황시옥의 독창적인 대답이 아니라 만화그리는 아이에게 황시옥이 물어보았다 들은 답이었을 겁니다. :)
18/02/19 17:00
수정 아이콘
그 꼬맹이가 바닥에 그림 그리던 신혜였죠. 기억납니다.
사악군
18/02/19 17:42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정체불명의 주인공 신혜.. 막상 저는 그 꼬마 이름은 기억이 안났습니다 크크크
잉크부스
18/02/19 13:11
수정 아이콘
어릴적엔 저도 꿈이 문학소년이었고
그나이에 걸맞지 않게 꽤나 많은 책도 읽었고
교육열이 어마하신 어머니 덕분에 집은 책이 넘쳐났었죠
학교에서 조용했던 저는 존재감이 0에 수렴하는 아이였고 어느날인가 독후감을 쓰고 브라인드로 동급생들이 점수를 줘서 상을 주던 당시로서는 신선한 시도였던 백일장인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외국에서 살다오신 부모님은 살만한 처지에도 촌지를 주지 않아 담임에게 미움을 독차지 하던 저도 어리둥절 같은반 애들도 어리둥절 담임은 당황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그 후로도 언제인가는 문학소년이 될거라는 믿음이 있었으나 고딩 진로 상담에서 문과를 가면 선생님을 하다는 담임 말에(어린 시절의 선생에 대한 트라우마로) 가볍게 진로를 이과로 변경했고 다행스럽게도 이과에서도 어줍잖은 재능을 발현하여 먹고살만 한 형편입니다만 그래도 늘 문학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죠
글곰님의 글을 보니 예전 진로 상담해주었던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생기네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고 전 그냥 문학을
좋아하면 된다는 것을 일깨워 주시네요

부럽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셔서요
18/02/19 17:26
수정 아이콘
좋아하지만 잘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좋아할 뿐이죠. 그것만으로도 족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요.
잘하고 싶습니다.
1perlson
18/02/19 13:17
수정 아이콘
정말 어릴때 아니 지금처럼 인터넷에서 자유?를 누리기 이전에 참 여자 몸을 이쁘게 그리는 고마운? 분이구나... 정도로만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기억나는건 '무일푼 만화교실'뿐...
18/02/19 17:29
수정 아이콘
필링 연재 때도 여체는 기가 막히게 그렸는데, 문제는 꼴릿하지 않다는 점이었죠. 그래도 좋은 시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악군
18/02/19 13:17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면 사실 TOON도 장편이라기엔 단편 모음집..
18/02/19 13:23
수정 아이콘
사실 그 때 박무직은 글쓴분 말대로 뭔가 부족했죠. 제가 중학교 때 처음 접한 사람이었는데 그 때에도 느낄 수 있었던...

뭐 그 때에 제가 가장 좋아하던 작가는 채널 어니언의 신훈이었으니 보는 눈이 좋았다고 할 순 없지만.
18/02/19 17:36
수정 아이콘
그러면 실질적인 장편은 TRY....후우.
Love&Hate
18/02/19 13:21
수정 아이콘
닥터스톤으로 성공가도 달리시는 중이시죠
카멘친트
18/02/19 13:23
수정 아이콘
예전에 필링인가 므흣한 그림보고 헛 했었는데...그림체가 이뻐서...오..이러고 있다가...나중에 찾아보니까 한국에 안계시더라고요
대학교때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 아들이 박무직이었습니다. 제가 하숙생활을 좀 오래해봤는데...정말 잘해주셔서...아직도 고마운 기억이 있네요
아들이 만화가라고 해서...그냥 흘러들었는데..알고보니..박무직이라고 하시길래 흠칫했습니다..
츠라빈스카야
18/02/19 13:31
수정 아이콘
박무직 최고의 흑역사는 아마 디아블로메타트론이 아니었나...그리생각합니다. 1권만 나오고 소식이 없던...
18/02/19 17:33
수정 아이콘
사실 흑역사가 의외로 많은 편.....이죠. 클클.
새출발
18/02/19 13:31
수정 아이콘
요즘 오리진이라는 만화를 그리고 계신데 그림도 멋지고 재미있습니다.
18/02/19 13:3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윙크에서 본 단편 별에 닿는 팔 을 보고 팬이 되었습니다. . 무일푼 만화교실과 하늘속 파람 그리고 별 소장중입니다. 블랙 엔 화이트를 못구한게 아쉽네요.
18/02/19 17:37
수정 아이콘
하늘 속 파람 그리고 별 / 블랙 앤 화이트 두 단편집은 훌륭하죠. 특히 SF마니아들에게는요.
걸스데이민아
18/02/19 13:40
수정 아이콘
와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네요
마스터충달
18/02/19 13: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요리 만화 보면 흔하게 나오는 서사가 있죠. 너는 왜 요리하니? 사람들이 내 음식을 먹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게 좋아서요.

누가 저보고 왜 글을 쓰냐고 묻는다면 저도 그리 대답할 겁니다.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재밌어하는 게 좋아서라고. 물론 이것은 매우 긍정적인 표현이죠. 부정적으로 말한다면 저는 그저 관종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근데 그게 뭐 나쁜 걸까요? 자극적인 제목으로 낚시질 하거나, 분란유도글을 쓰거나, 시류에 편승해 이랬다 저랬다 하거나, 특정 집단 편들며 정의를 팔아먹거나... 이런 게 아니라, 잘 쓴 글로, 읽는 사람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들어, 가슴에 여운 한 조각 새기는... 그렇게 관심 받는 거라면 관종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나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 과연 "누구에게" 표현하는 걸까요? 저는 창작의 기쁨을 이 지점에서 찾았습니다. 내 글을 읽고 기뻐하는 사람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글쓰기는 소통입니다. 나는 글을 쓰고, 너는 글을 즐기고, 나는 그로 인해 행복해집니다. 저에게 글쓰기는 너에게 나를 보내는 일입니다.

그래서 기꺼이 독자가 원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매문쟁이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 글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번식하는 것처럼. 내 생각의 유전자를 만민의 뇌속에 심어놓고 싶습니다. 누군가 가장 강력한 소통 방식은 바로 섹스라고 하더군요. 저도 글로써 그토록 농밀하게 소통하고 싶습니다.
18/02/19 18:13
수정 아이콘
저도 대략 비슷하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갈 필요는 없지 않나 하고요. 투수코치들이 흔히 말하더군요.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제구력이 떨어진다고요.
18/02/19 13:47
수정 아이콘
크으..
추억의 이름이네요.
팬이라 단행본 다 모으고 그랬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에피소드지만,
툰도 명작이죠.
초심을 되찾고 우오오옷 하는게 아직
기억에 남는군요.
18/02/19 18:13
수정 아이콘
우오오옷 한 다음에 주인공이 재수하는 결말....ㅠㅠ
드라고나
18/02/19 13:56
수정 아이콘
하늘 속 파람 그리고 별과 블랙앤화이트와 더불어 명작이라 생각합니다
18/02/19 18:14
수정 아이콘
동감 한 표 던지고 갑니다. 명작이라고 말하기에는 뭣하지만, 적어도 제게는 명작입니다.
달팽이
18/02/19 13:56
수정 아이콘
일본에서 연재중인 닥터스톤이 원피스보다 순위가 더 높다는 글을 봤었는데 신기하더군요.
사악군
18/02/19 14:00
수정 아이콘
닥터스톤이 재밌게 잘 나오기도 했고, 원피스가 망가져서..드래곤볼의 라이벌 답게
요새 에피소드는 드래곤볼 슈퍼와 자웅을 가려야 할 것 같아요.
18/02/19 14:22
수정 아이콘
박무직..논란도 많은 분이라...
생각의탄생
18/02/19 15:33
수정 아이콘
돈만 적게 주고 그냥 일만 시키는 열정페이는 뭐 업계관행이니 이해합니다만, 박무직이 하는 행동은 거의 90년대수준인듯 합니다. 박찬주 대장 와이프의 공관병 갑질도 연상시키게 하구요 크크. 자기만의 욕망으로 가득차있는 사람이나 악인이라도 그에게서 배울점은 있겠으나 존경받을 사람은 아니라고 봅니다.
18/02/19 16:04
수정 아이콘
이상주의자인척 하면서 적폐를 그대로 계승하는 모순적인 사람이죠.
18/02/19 18:20
수정 아이콘
자신이 강력하게 비판했던 일을 그 스스로 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이상과 시궁창인 현실의 차이까지 몸소 알려주고 계신 갓화백니뮤... ㅠㅠ
18/02/19 15:50
수정 아이콘
제기억속의 박무직은 ( 검색안하고 단순히 기억에만 의존)
90년대말 아이큐점프에 만화연재는 아니고 몇장씩 그림그리는법을 알려줬었는데요
당시 느낀 감정은 소년만화스타일은 아니고
여성캐릭을 잘 그리지만 생동감같은게 안느껴졌었어요 물론 정적인 캐릭만 그려서 당연히 그리 느껴졌겠죠. 나중가서 내 생각보다 훨 대단한 분인걸 알았죠
허클베리핀
18/02/19 18:14
수정 아이콘
TOON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라 많이 공감합니다.
음란파괴왕
18/02/19 19:40
수정 아이콘
툰은 좋아하는 작품이었는데. 그 이후 박작가의 행보를 보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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