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2/19 16:31:52
Name 한종화
Subject [일반] 올림픽의 영향들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고 있자니 30년전의 서울올림픽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88올림픽이라고 주로 불렀었지요. 네. 제목은 약간 낚시입니다. 88서울올림픽이 한국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글을 쓰고 싶은데 그보다는 그냥 당시를 살았던 제가 회고하는 올림픽 관련 잡상들 정도가 되겠네요.

평창올림픽 개막식 이전에는 사실 올림픽이라는 거대 행사에 대한 실감이 잘 안났습니다. 유치 결정 이후 온 나라가 올림픽을 위해서 그야말로 호들갑을 떨었던 과거 88올림픽에 비해 정부의 홍보도, 언론의 주목도, 국민의 관심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미지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체감상으로는 30년 전에 비해 100분의 1정도나 될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1981년 9월 30일에 서울올림픽 유치결정이 났습니다. 유치 결정이 난 곳은 독일의 바덴바덴, 당시 올림픽 위원장 이름은 사마란치, 경쟁상대는 일본의 나고야, 투표결과는 51대 27로 압도적... 이런 세부사항은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대충 기억이 나는데, 그 이유는 이후 7년동안 방송이든 신문 잡지이든 계속해서 올림픽 상황을 특집으로 다루어서 귀에 인이 박힐 정도로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주 가끔씩 사서 볼 수 있었던 당시의 어린이 잡지들 - 새소년, 어깨동무, 소년중앙 - 에서도 올림픽 전반에 대해 여러번 특집을 다루었기 때문에 1896년의 1회 아테네 올림픽부터 23회 LA올림픽까지의 세부사항들도 저절로 알게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동계올림픽이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막부터 폐막까지 7개월이 걸린 적도 있었고, 마라톤의 거리가 42.195킬로미터로 정해진 것은 4회 런던올림픽부터이며, 최초 TV중계가 된 것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남자 100미터에서 10초의 벽을 깨고 9초대의 기록을 세운 이는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의 짐 하인즈, 그 외에 제시 오웬스, 마크 스피츠 등의 다관왕...

심지어 학교에서 본 정식 시험에서  '우리나라는 올림픽을 개최하는 몇번째 나라인가'라는 문제를 풀었던 적도 있습니다. 답은 16번째로 기억하는데, 서울올림픽이 24회라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함정에 걸린 많은 아이들이 틀렸었죠.

84년 LA올림픽은 한국인들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았었죠. 정부도 81년 이후 태릉선수촌에 엄청난 투자를 했기 때문에 이 대회에서 한국은 무려 금메달을 6개나 따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전까지는 76년 몬트리올에서의 양정모 선수가 따낸 금메달 하나가 유일했었죠. 36년 손기정의 금메달은 일본의 메달로 기록되었을 테고.
김원기, 안병근, 하형주, 서향순, 유인탁, 신준섭이 그  여섯명의 이름이었는데, 88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선수들보다 84년의 그들이 훨씬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손기정 하니 생각이 나는데 KBS에서 손기정과 남승룡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방영했었습니다. 김두한과 궁예로 훗날에 더 전성기를 맞는 김영철씨가 손기정 역할을, 지금은 고인이 되신 강태기씨가 남승룡 역할을 맡았었죠. 이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은 당시 무척 신선한 시도를 했는데 베를린에 도착해서 마라톤 시합을 하기 직전까지는 김영철과 강태기 배우의 연기를 보여주지만 마라톤 장면은  당시의 필름을 그대로 틀어줬다는 점이죠. 마치 1987에서 여주인공이 버스 위에 올라서자 비치는 풍경이 실제 사진으로 바뀌는 장면과 같은 감동을 주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12.12와 5.18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정부는 정통성이 없는 만큼 민심을 얻기 위해 나름의 유화정책을 여러개 썼습니다. 야간 통행금지 해제, 교복 및 두발 자유화, 영화 및 가요 검열 완화 등이었죠. 그리고 스포츠를 통해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취했던 정책이 바로 올림픽 유치와 프로야구 출범이었습니다.

정권을 잡은 전두환에게 올림픽 유치를 권유했던 이는 박정희 시절부터 한국의 정치권 및 군부와 교류가 깊었던 세지마 류조(대본영 작전참모 출신의 기업인)라고 하죠. 국가발전과 체제안정을 위해서는 올림픽이나 만국박람회 같은 행사를 유치해 보라고 조언했다는데, 일본의 경우 도쿄 올림픽과 오사카 박람회의 성공으로 자민당의 독주체제를 더욱더 공고히 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받는 모양입니다.

하여튼 정부는 체육부를 신설하는 등 나름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외국인들에게 보이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무척이나 신경쓰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사회 전반의 환경과 위생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게 되는데 지저분한 식당 주방을 밖에서도 들여다볼 수
있게 깨끗하게 바꾸자든가 묻지마식으로 나오는 반찬들로 인해 음식물쓰레기가 많으니 원하는 음식(반찬) 주문하는 주문식단제를 실시하자든가 하는 캠페인도 기억납니다. 보신탕이나 뱀탕을 하는 음식점들이 업종을 바꾸거나 이름을 영양탕 등으로 바꾸게 하기도 했고요. 써머타임제를 실시하여 봄가을로 1시간씩 왔다갔다하는 소동도 있었지요. 올림픽 이후에는 흐지부지됩니다.

물론 부작용도 많았는데 '상계동 올림픽'이라는 다큐영화를 보면 당시 성화 봉송로 근처에 있는 미관이 아름답지 못한 집들을 강제로 철거하려는 시도와 그에 싸우는 서민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물론 이런 어두운 이야기들은 당시의 언론에는 나오지 않았죠.

"86은 디딤돌, 88은 도약대"라는 표어도 기억나는데, 86 아시안 게임을 거쳐 88 올림픽은 꽤나 성공적으로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해외에서의
관심도 높았던 것이, 세계적으로 봐도 올림픽의 위상이 지금보다는 높았었고 80년의 모스크바와 84년의 LA 올림픽은 각각 보이코트가 있었기 때문에 12년만에 동서 양진영이 모이는 올림픽으로서 정치적 의미도 컸었죠.

그러던 와중에 1987년이 밝아오고 박종철열사 사건이 터지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6월항쟁이 일어납니다. 79년 10.26 당시에 차지철은 부마항쟁의 시민들을 가리켜 크메르처럼 탱크몰고  몇십만명 쓸어버리면 된다고 지껄였다는데, 당시 박정희 정권은 그런 짓을 한다고 해도 딱히 이상하지 않은 정권이었고, 그 직후의 전두환세력은 80년 5월에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도 했지만 87년에는 그러지 못합니다. 저는 그 이유가 올림픽을 1년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이 나름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만일 올림픽을 유치하지 않았더라면, 80년대 내내 호황을 만나 경제적으로 부유해 지지 않았더라면, 그에 따라 시민들의 의식이 일정정도 깨어나지 않았더라면 1987의 (절반의 승리이긴 했으나) 승리는 이루어지지 못했을 거라 추측합니다. 충분히 다시 한번 탱크와 헬기로 발포할 수 있는 놈들이었거든요.

개헌이 이루어지고 71년 이후 16년만에 대통령 직접선거가 이루어졌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지만 그래도 한국 사회는 그 전보다는 반발짝 앞으로 전진한 것이죠. 그리고 1년이 채 못되어 드디어 올림픽이 개막됩니다. 지금의 이명박과 달리 전두환은 개막식에 참석을 못합니다. 아마 백담사에 있던 시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갓띵곡 "손에 손잡고"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개막식이 열렸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당시 아직 정정하셨던 손기정 옹이 두팔을 흔들면서 성화를 들고 주 경기장에 뛰어들어오는 장면이었어요.  비둘기 몇마리가 불꽃에 타들어가는 듯이 보였던 것 외에는 딱히 흠잡을 데 없는 개막식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직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9월의 맑은 하늘 아래 각종 경기가 열렸습니다. 벤존슨, 칼루이스, 그리피스 조이너, 김수녕, 비욘디, 술레이마눌루 등등의 스타들, 그리고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했죠. 저는 시골에 있었기 때문에 서울의 분위기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방송과 신문을 통해 많은 영상과 사진을 접했는데, 그 중에서도 어깨와 배를 드러낸 탱크탑을 입은 여성 관광객들의 사진이 뚜렷이 기억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외국인 여성 관광객들의 노출이 당시의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이 꽤나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전에도 헐리웃 영화나 선데이 서울같은 타블로이드 잡지에서 많이 접했던 모습이었겠지만 실제로 서울의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죠. 60년대 윤복희씨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비행기에서 내린 사건과 비견할 수 있겠습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일본의 버블은 꺼졌어도 한국 경제는 비교적 호황을 이어갑니다. 올림픽 이후의 자유롭고 개성을 중시하는 분위기에다 경제적 풍요가 겹쳐서 한국 사회는 그전까지의 경직된 분위기에서 어느정도 벗어나게 되고, 90년대는 문화적으로 다양해진 시대를 맞게 됩니다.

88올림픽 1년 전에 6월 항쟁이 있었듯이 불과 1년여 전에 촛불 시위가 있었고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가운데 올림픽이 또 열렸습니다. 설날에 가족들과 올림픽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이번 올림픽에서는 관객(국민)들이 과거처럼 금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동메달이나 후순위권이라도 선수들을 격려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점, 또 클로이 킴이 한국계라는 점에 언론은 호들갑을 떨었지만 사람들은 뜨뜻미지근하며 오히려 귀화한 선수들이 주목받는 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많이 달라졌다고들 했습니다. 물론 긍정적으로요.

평창 동계올림픽 끝까지 잘 마무리되기를,  한국 사회도 더 긍정적으로 변화되기를 기원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틀림과 다름
18/02/19 16:56
수정 아이콘
저는 88올림픽때 국민학생이었습니다
그때 낮이었고 바가지를 이용하여 탈을 만들고 있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방학숙제였던가요?
흑백텔레비전이었을겁니다
칼루이스와 벤존슨의 100미터 달리기도 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한종화
18/02/19 17:09
수정 아이콘
저는 삼성 이코노 14인치 컬러텔레비젼으로 봤습니다. 당시 제일 큰 텔레비젼이 20인치였죠^^.
고란고란
18/02/19 19:09
수정 아이콘
그 경기가 있었던 날을 저는 토요일로 기억합니다. 두 눈으로 벤 존슨이 올림픽신기록이자 세계 신기록을 세우는 모습을 봤었죠. 물론 이후에 도핑테스트로 약물을 한 게 밝혀져서 메달은 박탈되고 기록은 삭제됐죠. 칼 루이스는 그 후 올림픽 2관왕(100미터, 멀리뛰기)을 하고 200미터 달리기에선 은메달을 땁니다.
이쥴레이
18/02/19 16:58
수정 아이콘
어릴적 저녁 8시였나... 올림픽때 방영되었던 88호돌이 애니메이션이 기억나네요.
그걸 볼려고 올림픽때 잠 안자고 버티고 있었죠.

그리고 굴렁쇠는 그때 대인기였습니다..
한종화
18/02/19 17:08
수정 아이콘
굴렁쇠 소년을 뽑는 행사도 있었습니다. 개최가 결정된 81년 9월 30일생들을 대상으로 선발해서 뽑았죠. 굴렁쇠 소년도 이제 30대 후반이 되었겠군요.
18/02/19 17:17
수정 아이콘
지금 배우하더라구요. 몇 달 전까지 듀오 모델이었는데 지금은 아닌거 같네요 하하
ImpactTheWorld
18/02/19 19:44
수정 아이콘
지금 아우디 광고 계속나오죠
로우킥황제
18/02/19 16:59
수정 아이콘
올림픽에선 금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후순위권 선수에게도 격려하는 분위기가 있다는점.....
그런 천사같은 국민들이, 왜 월드컵만 되면 결과에 연연하며 대표 선수들을 못죽여서 안달일까요?
아마추어리즘의 올림픽정신과 총성없는 전쟁으로 비유되는 월드컵. 두 대회의 특성 차이때문일까요?
18/02/19 17:02
수정 아이콘
올림픽은 졌잘싸 느낌이라면
월드컵은 그냥 졌다 라서....?
Normal one
18/02/19 17: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지구상 최고의 축제인데 대회 자체가 올림픽 만큼 명분을 내세우진 않죠. 화려하게 부내를 뿜뿜 풍기면서 축구 잘하는 짱짱국 한번 뽑아보자 모드죠. 국내에서도 메이져 종목이다 보니 특별한 경우 아니면 성적이 안나왔을때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동정적인 시선이 별로 없죠. 대부분 막상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받는 연봉 알려주면 놀라지만요.

하지만 축구선수에게는 네가 받는 연봉이 얼만데!!!가 자연스럽죠. 실제로 많이 받기도 하지만요 크크크.
18/02/19 17:33
수정 아이콘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굳이 이해를 하자면 스포츠 자체가 놀이를 통해 인간의 공격성을 분출하는 기능을 하는데, 그중에서도 축구는 전쟁을 대신하는 종목인 것 같습니다. 놀이는 져도 웃고 넘길수 있지만 전쟁은 지면 안 되니까요. 그게 아니라면 세계 40~50위권 대표팀에게 16강 못 갔다고 엄청난 질타를 하는걸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루트에리노
18/02/19 17:36
수정 아이콘
월드컵은 우리나라만 그런게 아니잖아요 뭐...
마라카낭 사건 당시엔 현지에서 권총자살한 분도 있으니
18/02/19 17:40
수정 아이콘
올림픽도 딱 한 종목만 하면 똑같을 겁니다.
맘모쓰
18/02/19 18:27
수정 아이콘
월드컵은 전쟁이니까요. 크크
꿀꿀맨
18/02/19 19:25
수정 아이콘
기대보다 못한 실력이 자꾸 나오니까요. 져도 잘싸운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처참하게 져버리면 욕이 나오는거죠.
욕도 많이 먹었지만, 마냥 욕만 하는 것도 아니고 최근에 신태용호 경기력은 많이 올라와서 칭찬도 하고 있구요.
18/02/20 00:13
수정 아이콘
홍명보 때는 빙상연맹이 욕먹는거랑 비슷했죠.

근데 축구가 욕먹는게 심하긴 해요.
연필깍이
18/02/20 10:01
수정 아이콘
02년 뽕맞은게 너무 강해서...
RainbowWarriors
18/02/19 17:00
수정 아이콘
(수정됨) 86아시안게임이랑 88서울올림픽은 그런대로 기억하는데 87년 6월은 아예 기억이 없습니다. 깡시골에 살때라 그런 소식을 접하지 못해서 그랬는지...
마스터충달
18/02/19 17:01
수정 아이콘
와... 글에 역사가 녹아있네요.
한종화
18/02/19 17:25
수정 아이콘
단순히 과거일을 떠올리며 쓴 글일 뿐인데 칭찬(맞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스터충달
18/02/19 17:57
수정 아이콘
당근 칭찬이죠!! 읽자마자 선추천 후댓글 달았습니다!!
18/02/19 17:02
수정 아이콘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88년에는 4살이어서 모르는데, 읽는데 시각지원이 되는 느낌이네요
18/02/19 17:08
수정 아이콘
88년 올림픽을 본다고 그때 처음으로 골드스타 VTR을 샀는데 잘 몰라서 음성만 녹음이 되고 화면은 녹화가 안 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국민학교 6학년이었는데 할머니가 잠실2단지 살고 계서서 - 83년에 200만원 주고 들어와서 2005년에 6억 주고 입주권을 파셨죠. 그 이후로도 12억인가 오르고.... - 사촌형과 개막식 불꽃놀이 본다고 근처 갔다가 오락실에서 수왕기에 빠져버린 바람에 불꽃놀이도 제대로 못 본 추억이 생각나에ㅛ.
한종화
18/02/19 17:12
수정 아이콘
당시 잠실에 사셨다면 올림픽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으셨겠군요. 부럽습니다. 저는 중학교때 수학여행을 서울로 와서 잠실주경기장을 본 기억이 납니다. 숙소가 주경기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여관이었는데 그 주위는 허허벌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신천역 근처가 아니었나 싶네요.
18/02/19 17:18
수정 아이콘
저는 안양에 살고 있었고 할머니가 잠실에 살고 계셨죠.
그 당시는 아직 2호선 아랫라인이 미개통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잠실 가려면 신설동까지 가서 2호선 타고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갔었네요. 당시 국철은 창문이 위쪽에 정사각형으로 되어 있어서 바깥이 안 보였는데 2호선은 직사각형으로 길게 되어 있어서 전철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아했었죠.
사업드래군
18/02/19 17:12
수정 아이콘
어릴 때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해서인지 '손에 손잡고'는 지금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명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칼 루이스와 벤 존슨의 100m 결승경기가 있기 1시간 전까지 태권도장에 있다가 집에 돌아가는데, 거리에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움 그 뒤
18/02/19 17:53
수정 아이콘
손에 손잡고 가 아시아나 라는 그룹이었었나요?
올림픽 이후 내한공연 왔을때 콘서트 간 기억이 나네요 크
한종화
18/02/19 17:59
수정 아이콘
코리아나였죠. 멤버 중 한 분의 딸이 클라라.
그리움 그 뒤
18/02/19 19:23
수정 아이콘
코리아나.... 아시아나는 뭐여 크크
강미나
18/02/19 21:33
수정 아이콘
아시아나는 임재범씨 있던 그룹 흐흐흐
모나크모나크
18/02/20 00:34
수정 아이콘
오밤중에 빵 터졌습니다. 항공사 이름 때문에 헷갈리신 것 같은데 하필이면 코리아나라 아시아나하고 라임까지 딱 맞네요.
지금, 우리
18/02/19 17:15
수정 아이콘
어제 강릉에 다녀왔습니다. 택시기사분이 택시 수요가 감당이 안되서 기쁜 비명을 지르시더라고요.. 88때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서울 올림픽때 그랬던거 처럼 강릉,평창 위주로 강원도도 같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18/02/19 17:23
수정 아이콘
저희 집도 88올림픽을 앞두고 컬러TV와 VTR을 구입했던 기억이 나네요. 마침 VTR구매 사은품이 86아시안게임 하이라이트 비디오라서 수없이 돌려보곤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88올림픽을 통해 세계무대에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렸고, 2002월드컵을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이번 2018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이 상당한 완성도를 갖추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국력과 시민의식 모두 세번의 국제대회를 겪으며 급격히 성장하고 성숙했구요.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스포츠이벤트가 가져오는 무형의 효과라고 봅니다.
한종화
18/02/19 17:28
수정 아이콘
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88올림픽과 02월드컵은 우리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죠. 거기에 우리 사회 내부에 끼친 영향도 막대했구요. 이번 올림픽도 긍정적인 내적 외적 효과를 거두리라 기대합니다.
홍승식
18/02/19 17:27
수정 아이콘
제게 88 올림픽의 기억은 집 근처에 성화가 온다고 해서 아버지 자전거를 타고 보러갔는데 성화 행사가 끝나고 집에 오려는데 자전거가 사라졌더라구요.
분명히 녹슬어서 고철로 밖에 못 쓰는 자전거고 주변에 더 좋은 자전거가 있었는데 왜 가져갔을까요?
털래털래 집에 울면서 집에 걸어가 어머니께 말씀드리니까 아버지 요즘엔 안 타고 다니신다고 괜찮다고 하셨던 게 기억납니다ㅏ.
감전주의
18/02/19 17:42
수정 아이콘
"손에 손잡고"를 음악시간에 열심히 불렀던게 기억에 남네요.
고딩때 취미로 우표수집을 했는데, 88올림픽 관련 추억은 고스란히 우표집 안에 남아 있습니다.
슈퍼히어로
18/02/19 17:45
수정 아이콘
저는 개막식 때 친구들이랑 야구했습니다.
친구 아버지가 개막식 녹화하라고 임무를 주셔서 녹화 눌러놓고 나갔나 머 그랬던 기억이..
어린 나이에는 개막식이 조금 따분한 행사였고 야구하러 가면서 길가에 왜 이렇게 사람이 없나
내가 큰 걸 놓치고 있는건가 생각이 들었던 초등학교 2학년 때네요.
Quantum21
18/02/19 17:50
수정 아이콘
확실히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한 88올림픽때와 비교하긴 좀 그런것 같습니다.

평창올림픽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혼아일체가 되서 티비앞에서 응원하는 아이들을 볼때면 88올림픽때가 기억나기도 하고 덩달아 가슴이 뜨거워 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과연 국가란 무엇일까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읽으면서 당시 개막식때 모습을 떠올랐는데 태권도 시범같은것하고 굴렁쇠 소년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18/02/19 18:00
수정 아이콘
올림픽 관련 글이 올라온 틈을 빌려서, 본문과는 관계없지만 '올림픽'에 관한 제 생각을 써보자면...

고3시절로 기억하는데, 그때 수학선생님이 좀 발상이 신박한 사람이었습니다.
수업에서 문제풀이하는 방식도 그렇고, 평소에 썰푸는거라든지 그런거 들어보면 평범한 인간은 아니다 싶은 선생님이었죠.
그 선생님이 언젠가의 수업 중에,
"야 난 올림픽이니 뭐니 거기서 메달 딸 때마다, 아 저 인간한테 내가 낸 세금이 연금으로 얼마나 흘러들어갈까, 싶어서 아까워죽겠다."
"스포츠로 국위선양 그런거 사실 안된다. 그렇게 생각 안하냐?"
이런 이야기를 했더랬습니다. 그때야 뭐 수업시간의 잡담1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나이가 드니까 저도 좀 그렇게 생각이 되더라구요.
종목을 불문하고 뭐 이기면 엄청 좋긴 한데, 주모!!!!!!!!!!!!!!! 이러면서, 사실 그게 국위선양까지는...? 싶은 거였죠.

그런데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보면서 드는 생각이,
메달 따는 건 국위선양이 아닐지 몰라도, 올림픽 개최한다는 건 국위선양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도 처음에는 엄청난 적자가 뒤따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부정적인 시각이 좀 있었는데,

개회식 보면서
올림픽은 "돈을 얼마냐 남기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돈을 얼마나 간지나게 쓰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막 명품 사고 돈 뿌리고 다니는 건 부유층(=선진국)만 할 수 있는 특권이니까요.
(부유층의 그런 행동을 가능하게 하고, 또 뒷감당을 하는 저소득층이 있겠습니다만...)

지금까지는 엄청 간지나게 돈 잘 쓰고 있는 것 같은데, 남은 기간 동안 별탈없이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만년실버
18/02/19 20:25
수정 아이콘
키야.....간지나게 쓴다라....진짜 좋은표현이신거같네요 크크크 제 마음속에 추천드리고 갑니다
임나영
18/02/19 18:51
수정 아이콘
생생한 역사를 써주셨네요.
추천과 감사드립니다.
살려야한다
18/02/19 18:51
수정 아이콘
그냥 나열만 한 것 같은데도 멋진 글이네요..
새강이
18/02/19 19:03
수정 아이콘
그때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끼고 갑니다 추천드려요
18/02/19 19:11
수정 아이콘
어릴땐 집이 가난해서 셋방살이 할때라.. 가끔씩 주인집 텔레비전 가서 찔끔씩 보곤했던 기억이 약간은 남아있네요..

손에 손잡고는 불세출의 명곡이었습니다.
다크템플러
18/02/19 19:58
수정 아이콘
어머니가 올림픽 회상할때면 항상 그땐 소매치기들도 애국하자고 단체로 휴업했다던데 사실인가요
-안군-
18/02/19 20:00
수정 아이콘
거기까지는 오버라 쳐도, 그때만큼 거리가 깨끗하고, 사람들이 줄을 잘 서던 시절이 없었긴 한 것 같아요.
18/02/20 11:49
수정 아이콘
88년에 태어나서 그때의 올림픽을 경험하지 못한게 아쉬웠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살면서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 한번더 하계 올림픽을 열면 좋겠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875 [일반] 흙수저 고딩의 인생이야기 [37] 삭제됨10333 18/02/20 10333 33
75874 [일반] 한국 여권(Passport,旅券)의 영향력 [50] 급진개화파14729 18/02/20 14729 5
75873 [일반] 팀추월 관련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 SBS 반박기사 추가 [90] 길갈23541 18/02/20 23541 8
75872 [일반] [후기] 프랑스의 수도 파리, 짤막한 여행 후기 [42] aurelius9329 18/02/20 9329 8
75871 [일반] 김보름, 박지우 선수와 빙상연맹에 대한 청와대 청원이 역대 최단시간에 2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390] 사업드래군28644 18/02/20 28644 17
75870 [일반] 장수지, 김보름 인터뷰 논란에…“이게 같은 나라 국민들이 할 짓인지” [37] P1us15904 18/02/20 15904 2
75869 [일반] 혼자 떠난 후쿠오카 여행기 上 [18] 응원단장7784 18/02/20 7784 9
75868 [일반] 여자 팀추월 경기. 추악한 사회생활의 민낯을 보이다. [380] mak_ID33646 18/02/20 33646 119
75866 [일반] 사이트에 가입후 처음 글을 적습니다 [23] 한이연7598 18/02/20 7598 8
75865 [일반] [뉴스 모음] 39년 만에 드러난 부마민주항쟁의 위법한 군 투입과 반민주적 진압 과정 외 [7] The xian9660 18/02/20 9660 34
75864 [일반] 박영선 의원, 회장 안내 관련 해명 거짓으로 밝혀져 [125] Leeka16497 18/02/19 16497 26
75863 [일반]  스마트폰, n 년 performance review [31] 회색사과10911 18/02/19 10911 7
75862 [일반] 올림픽의 영향들 [47] 한종화15033 18/02/19 15033 48
75861 [일반] [잡담] 그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9] 언뜻 유재석6411 18/02/19 6411 13
75860 [일반] 넷플릭스 내맘대로 추천 [60] OUTIS16704 18/02/19 16704 1
75859 [일반] 내 인생의 책, TOON(박무직) [42] 글곰9493 18/02/19 9493 25
75858 [일반] 중국 청소년 게임중독치료를 위한 군대식 사설 합숙소 성황 [90] 염력 천만13333 18/02/19 13333 11
75857 [일반] 우체국 택배서비스를 민간으로 이양하면 어떨까요? [314] 홍승식16403 18/02/19 16403 1
75856 [일반]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감상문 [9] 삭제됨8310 18/02/19 8310 2
75855 [일반] 다큐 Dreaming of Vincent: China's Copy Artists 소감 [12] 웃다.8028 18/02/18 8028 20
75854 [일반] 대충대충 쓰는 오키나와 여행기 (5) [11] 글곰7531 18/02/18 7531 5
75853 [일반] 서울 대형병원 간호사, 설 연휴에 숨진 채 발견 [126] swear19155 18/02/18 19155 3
75852 [일반] 우리는 북한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 일까? [130] The Special One10512 18/02/18 10512 1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