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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3/16 18:49:26
Name aDayInTheLife
Subject [일반] <쓰리 빌보드> - 복수에 대한 지독한 코미디? (스포)
밀드레드는 어떤 사람인가. 이 사람을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밀드레드의 딸은 강간당하고 살해당했습니다. 경찰 수사에는 진전이 없었습니다. 밀드레드는 광고판 세 개를 활용해 경찰을 비난했습니다. 밀드레드는 피해자입니까?

비난을 받은 경찰서장은 평판이 나쁘지 않고 나름대로 수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서장은 췌장암으로 인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또 불을 지른 것 같다는 심증 하나 만으로 경찰서에 보복으로 불을 지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밀드레드는 가해자입니까?
영화는 두 가지 시선을 아슬아슬하게 왔다갔다 합니다. 두 시선을 동시에 이어 붙이기도 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가기도 하면서 영화를 웃프게 만듭니다.

영화에서 좋은 부분을 몇 가지 뽑자면 저는 일단 광고판의 첫 등장을 뽑을 거 같습니다. 만약 1번, 2번, 3번 순이었다면 말이 되는 순서대로 보고 관객이 이해했겠지만, 반대편에서 3번, 2번, 1번을 보면서 관객이 받는 충격이 더 커지게 됩니다.
또 다른 점은 아이러니컬함입니다. 인종차별주의자였던 딕슨이 술집에서 얻어맞을 때, 도와주려고 했던 사람은 흑인이라든가, 영화 초반 분노의 대상이 될 경찰서장이 가장 처량한 신세이질 않나, 밀드레드는 성격이 배배 꼬여서 주변에 적들 밖에 없습니다.
결국 영화는 확실하다 믿던 것들을 불신하게 만들면서 혼란스럽게 합니다. 재밌는 건 이점이 초반부와 정반대 상황이 된다는 거죠. 말보다 주먹이, 행동이 앞서던, 태만경찰 딕슨도, 가시 돋친 말만 내뱉던 밀드레드도 결말에선 바뀌게 됩니다.
복수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영화 상에서 가장 중요할(진범이 아니더라도) 결정에서 두 사람은 이 질문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복수를 했느냐, 용서를 했느냐는 온전히 관객이 선택하게 됩니다.

이는 분노가 더 큰 분노를 일으킬 뿐이라는 대사를 통해 조금 더 구체화됩니다. 그리고 그 어떤 사람도 아닌 딕슨과 떠남으로써 분노가 누그러지고 세상 바깥에서 (두 캐릭터의 집은 다 약간은 벗어난 지역으로 언급됩니다. 한쪽은 수많은 계단으로, 한쪽은 평원 넘어서요.) 두 인물이 서로에 대한 연대로 마무리하게 되는 셈이죠.

p.s. 어쩌다보니 팬텀 스레드와 이 영화를 연속으로 봤는데, 두개를 다쓰긴 좀 애매해서... 흐흐
연출은 확실히 팬텀 스레드, 각본은 쓰리 빌보드가 능수능란하네요. 둘 다 좋은 영화니 놓치시지 않기를...
p. s.2 블로그를 쓰려고 준비하는데, 은근히 소개하기에 민망하네요. 졸필에다 블로그 꾸미기도 자신없고... 나중에 때가 된다면 언젠가 같이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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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왕 말로른
18/03/16 19:04
수정 아이콘
몇년 된 영화인데, '폭력의 역사'랑 같이 보면 재미있겠더군요.
자전거도둑
18/03/16 19:06
수정 아이콘
팬텀스레드,쓰리빌보드 올해 아카데미 영화는 진짜 다 좋았습니다. 아이토냐도 좋고 셰오워는 말할것도 없고...
aDayInTheLife
18/03/16 19:13
수정 아이콘
아이 토냐를 못봤습니다.ㅜㅜ 그래도 나머지도 두루두루 골고루 잘 만든거 같아요.
Rorschach
18/03/16 19:17
수정 아이콘
그런데 사실 재밌는게 또 어떤 면에서는 전혀 변하지 않았어요. 변한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좀 달라졌다는 것 뿐.

영화의 도입부를 보게 되면 딸이 강간살해를 당했음에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부패한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죠. 서장의 말로만 전해지긴 하지만 전 정황상 경찰이 노력은 했다고 보거든요. 밀드레드는 자기가 뭔가를 판단해버리고 그냥 그걸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반부에 광고판에 불이 난 이후 경찰서를 불태우는 것을 보면 그렇죠. 물론 경찰 중 한 명(특히 딕슨)이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나 확신할 수 없는 것이고 설령 그렇다해도 관공서 테러를 하는건 지나치게 나간거죠. 하지만 딕슨과의 교감 등 몇 몇 일들로 인해 조금 변하는 모습을 보이긴 합니다.

딕슨은, 뭐 사실 경찰하면 안 될 사람입니다. 인종차별 주의자에다 분노조절도 잘 안되죠. 그게 극단적으로 나오는 장면이 웰비 폭행 장면이예요. 물론 딕슨과 서장의 관계를 생각하면 정말 화가나는거 이해못할바는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그 정도의 폭행은 결코 이해해줄 범위가 아니죠. 게다가 사실 웰비는 서장이 시한부인거 알고나서는 오히려 광고비를 구실삼아 (소극적으로나마) 밀드레드의 광고를 내리게 하도록 설득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그런 딕슨도, 월러비 서장의 유서와 실제 범인을 잡고싶은 경찰로서의 마음가짐으로, 결국엔 범인이 아니었지만 웰비의 용서를 느낀다거나 용의자를 특정하며 검거를 위해 노력하면서 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마지막 두 주인공의 드라이브였는데 사실 그 양아치 같은 놈이 진짜 다른 곳에서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알 수가 없어요. 그저 허풍쟁이일 가능성도 제법 있거든요. 하지만 두 주인공은 이번에도 그냥 그 양아치가 실제 범죄자인 것으로 확정을 지어버립니다. 그들의 고민은 정말로 그 녀석을 죽일지 아닐지에 대한 고민이지 그 녀석이 정말 범죄를 저질렀느냐 아니냐가 아니었죠.

아무튼 각본이 참 대단했던 영화였습니다. 정말 예측못하는 방향으로 영화가 막 흘러가요. 앞에서 말한 도입부의 느낌과 실제가 전혀 다른 것도 그렇지만 중간중간의 전개도 말이죠.
등장인물들의 연기도 엄청 좋았고요. 오스카가 이를 증명하기도 했죠. 전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연기도 대단했지만 샘 록웰이 더 인상적이었네요. 요즘 영화에 대한 정보를 최소한으로 알고 들어가려고 노력해서 샘 록웰이 나오는지 몰랐는데 초반엔 샘 록웰이 나오는구나 생각했다가 잠시 정말 샘 록웰이 맞나 잠시 고민도 했었네요. 아이언맨2의 해머와 이 영화의 딕슨을 보여주면 모르는 사람들은 동일인물인지 모르지 않을까 싶어요.


그나저나 팬텀 스레드 보고싶네요.
셰이프 오브 워터랑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봤고, 레이디 버드는 내일 볼 계획인데 팬텀 스레드를 극장에서 볼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어요.
전 이상하게 아이 토냐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별로 땡기지가 않네요.
Zoya Yaschenko
18/03/16 20:33
수정 아이콘
좋은 영화가 너무 많습니다..
리콜한방
18/03/16 22:48
수정 아이콘
전 너무 과장되거나 작위적인 부분이 많아 아쉬웠어요
18/03/17 00:28
수정 아이콘
각본을 정말 잘썼더라고요. 각본의 힘이 어마어마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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