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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4/15 11:36:04
Name 1q2w3e4r!
Subject [일반] 화재경험으로 소방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의 깨달음.
https://pgrer.net/pb/pb.php?id=qna&no=118654
질게 요글 후기 입니다.

주말에 친구집에서 모임으로 놀러갔다가 안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밤 12시 근처쯤에 방에 있었는데 갑자기 펑! 펑펑 소리가 나는 겁니다. 머지 했는데 몇초 후에 창문밖으로 뻘건 모닥불 같은게 보입니다.
방 안에 5명이 있었는데 다들 저게 머지..? 몇초 생각하다가 헐 불이다!! 하고 귀증품만 챙겨서 빨리 나가자! 하고 나갔습니다. 불 난걸 처음 보니까 이게 불인지도 솔직히 인지가 안되더라고요. 창문도 불투명하기도 했고요.

밖에 뛰쳐 나온 후, 아 맞다 중요한거 뭐 안가지고 나왔어 하고 다시 들어갔더니 유독가스 냄새가 바로 훅 들어와서 머리부터 몸속까지 고통스럽더라고요. 어릴 때 학교에서 소방교육 받으면 젖은손수건에 물 뭍혀서 자세 낮추고 빠져나오라고 하잖아요.
개뿔 그런거 생각도 안나요. 오래됐거든요. 이번에 깨달은게 있다면 불이나면 타죽는게 아니라 유독가스 마시고 죽는다는 거였어요. 화생방이랑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해요. 급이 다릅니다. 몇초 참기도 힘들어요.

그러니까 가까운 곳에서 화재발생시 물건챙기지 말고 다시 들어가지 말고 몸만 빨리 빠져나와야 합니다.
아마 이거 보시고 당연한거 아님? 님이 이상한거 아님? 할 수도 있는데 현장에서 겪어보지 않았다면, 집안에 있는 귀중품이 떠오를 수 있고 유독가스의 위력을 간과할 수도 있습니다.

나와서 확인하니 지하1층이 술집인데 주인분이 손님에게 서비스로 요리 해주려고 팬이 기름넣고 올린걸 깜빡해서 주방에 연기가 가득 찼었데요.
근데 주인분이 당황해서 밖에 손님에게 도와달라 요청했고, 팬에 기름이 있는걸 모르는 손님은 불이난건줄 알고 주방안이 안보이니까 물을 떠서 부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펑...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고요. 근데 환풍구가 1층인 친구집 창문옆에 있어서 거기로 불이랑 연기가 같이 다 올라온거고..
근데 식당안에 있던 소화기가 관리를 안해서 분사를 해도 안나왔다고 합니다. 주방있는 술집 식당인데..

다행히 119 소방관분들께서 빠르게 오셨고 불은 금방 진압이 됐습니다. 신고하면 소방관 경찰관 도시가스 다 빠르게 옵니다.
건물주도 현장에 왔는데, 윗 질게 내용에도 적었듯이 건물주는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예정이라 전세비를 최대한 빨리 빼줄테니 방을 빼라는 입장이고.. 제 친구는 계약기간인 올해 7월까지 절대 나갈 수 없는 상황이고.. 방은 도저히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불난집에 가서 정신없을텐데 당일날 주인분께 보상얘기 할 수도 없고.. 일단 오늘 정리가 쫌 되면 불난가게 주인분을 만날 예정입니다.

제집에 와서 소화기 체크도 해봤습니다.


IMG_20180415_093632.jpg


집 안에는 작은거랑 2.5kg 2개 있었습니다. 집에  소화기가 있다 정도만 알았지 다른건 몰랐어요.


IMG_20180415_093813.jpg

얘는 작은건데 23초 분사가 된다고 합니다. 분말이 아니라 액체같습니다. 


IMG_20180415_093855.jpg

2.5kg 짜리 분말로 된 형식은 압력계? 표시가 있습니다. 

저게 초록색으로 가야 정상이고 낮으면 작동이 안되고 크면 터진다고 합니다.


IMG_20180415_094201.jpg

이사온지 1년이 넘었는데 엘베옆에 소화기가 있는줄 몰랐습니다..

아마 복도에 하나씩 비치해 두어야 하나 봅니다. 얘는 3.3kg짜리 네요.


IMG_20180415_094356.jpg

소화전도 처음 열어봤어요.


IMG_20180415_094407.jpg


작은거든 큰거든 휴대가 가능한 소화기의 분사시간은 20초 내외.. 짧은 초기진압용도 밖에 되질 않습니다.

이번에 찾아보기 전까진 몰랐어요. 그리고 압력이 초록색 정상인지 확인! 흔들었을 때 안에서 분말소리가 나야 합니다. 그리고 사용가능 기간은 제조일부터 8년정도 라고 합니다.



정리하면..


1. 불나면 물건챙길 생각 절대 하지 말고 빨리 빠져나오자. 불보다 연기가 훨씬 위험. 수건등 물에 적셔서 몸을 낮추고 대피.


2. 생명을 구해야 하는 상황 제외하고는 화재현장에 절대 다시 들어가지 말자.


3. 소화기 위치를 파악해두고 소화기는 주기적으로 관리해주자. 그러나 소화기는 분사시간이 20초내외로 매우 짧음으로 초기대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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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5 11:38
수정 아이콘
소화기 사용 방법은 중요하죠. 배워둘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군생활 하면서 기동타격대 임무를 1주일동안 수행한적이 있는데, 당직사령 앞에서 소화기 물뿌리개를 사용하지 못해 난처했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음핫핫.
蛇福不言
18/04/15 11:42
수정 아이콘
지하철 등지에 방독면 많던데, 그 방독면이 일산화탄소도 거를 수 있나요? 아니면 다른 유독가스만 거르는 수준인가요?
방독면 꺼내서 쓰는 시간에 더 빨리 대피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무식해서 잘 모르겠네요.
1q2w3e4r!
18/04/15 11:49
수정 아이콘
글쎄요..효과가 있으니 비치해 두지 않았을까요?
예전에 대구 참사사건 이후에 생긴걸로 압니다.
18/04/15 14:17
수정 아이콘
재난용 전시용 산업용 죄다 성능이나 규격이 조금씩 다릅니다. 말씀하신 지하철역에 어떤 것이 배치되어 있냐에 따라 거를 수도 있고 못 거를 수도 있습니다 (안읍읍?)
제가 알기로는 일산화탄소 거르는 제품들은 대다수가 주기적으로 갈아 줘야 하는 정화통을 쓸겁니다
쟤이뻐쟤이뻐
18/04/15 16:40
수정 아이콘
그거 6분 정도 버틸수있지않나요?
만년실버
18/04/15 11:48
수정 아이콘
소화기는 1년 한번정도 뒤집고 흔들어주세요. 너무 오래놔두면 가루가 아래에 쌓인채로 굳어서 분말이 안나올수있거든요~
카랑카
18/04/15 11:59
수정 아이콘
(수정됨) 3달에 한번 뒤집어야 합니다. 그리고 귀를 붙여서 뒤집힐때 소리가 나오는지 확인합니다.
가루떨어지는 소리가 안나오면 굳어버린것이니 새것으로 교체하죠.
만년실버
18/04/15 12:05
수정 아이콘
헐 의무소방근무하면서 반장님께 들은얘긴데 좀더 자주 해줘야되는군요.. 감사합니다
월간베스트
18/04/15 11:52
수정 아이콘
실제 화재나면 비상구 불빛과 벽 짚고 걸어가기 중요함
연기 때문에 시계 제롭니다
특히 화재나면 노인들 계단 부분 노답
그리고 그렇게 시간 잡아먹는 구간동안 질식 안하도록 젖은 수건으로 버티는게 중요
뭐 요즘은 핸드폰에 다 라이트 달려 있으니
18/04/15 11:59
수정 아이콘
별 탈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화재에 무턱대고 물을 뿌리면 큰일 납니다.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보통 소화기는 대부분의 화재 유형(ABC)에 전부 대응되므로 소화기만 찾으셔도 됩니다(그래도 ABC 표시는 확인하는 편이 좋음).
소화기 사용법은 매우 쉽습니다. 안전고리 뽑고 바람을 등진 상태에서 분사하면 되구요. 소화기 관리법은 그냥 정기적으로 뒤집어 흔들어 주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화재 발생 시 화생방보다는 약하지만 연기는 한모금만 마셔도 정신 못차립니다.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연기를 보면 바로 숨을 참은 후 손수건 등을 물로 적셔서 호흡기에 가져다 대시고 신속하게 이동해야 합니다.
1q2w3e4r!
18/04/15 12:13
수정 아이콘
맞아요. 연기안에 들어가 있었던 것도 아니였는데도 몇초 버티기 힘들었어요.
한 3분도 못버틸거 같아요.
문지기문지기문열
18/04/15 12: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별탈없으셔서 다행입니다.
저도 예전에 아파트 같은라인 윗윗집에서 크게불이난적 있었는데
집에서 컴퓨터하다가 몰랐었어요...크크크

근데 화재경보기소리에 밖에서 소란스러운소리가 계속들려서 밖을보니.. 사람들이 다 저희집쪽을 구경하면서 어떡해어떡해 그러더라구요... 눈앞에서 윗집 유리창도 떨어지고 그래서 집밖으로 빨리 나갔습니다. 나갈때 소방관분들 계단으로 올라오시고... 화재경보기소리에 멘붕이었네요..

아직도 그때 기억이 트라우마로있네요 고층가거나 지하가면 항상 비상구 확인하고.. 화재경보기 소리들리면 심장이 막 뛰네요. 크크

거의 이제 7년이 지났는데 윗집 아닌 아랫집에서 불났으면 죽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무섭더라구요

그래도 덕분에 화재경보기 오작동에서 혼자만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1q2w3e4r!
18/04/15 12:46
수정 아이콘
헐.. 저도 아파트에서 화재경보기가 리얼로 울렸으면 트라우마로 남았을듯 해요..
18/04/15 13:26
수정 아이콘
대학생때 동아리 회장 자격으로 화재교육 간 적이 있었는데
소화기로 직접 불도 끄고, 완강기 사용법? 도 배우고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훈련 이후 항상 새로운 곳을 가면
소화기, 비상구, 대피경로 이렇게 먼저 확인하게 되네요
18/04/15 13:29
수정 아이콘
민방위 교육 이런류를 전국민으로 확대해야한다고 봐요 그래서...
비마이셀프
18/04/15 13:43
수정 아이콘
최근에 현장 소방대원에게 소방교육 받아봤는데요. 예전 교육이랑 다르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줘서 좋았어요. 화재가 몇 층에 났느냐에 따라 대피를 위로 갈지 아래로 갈지 아니면 그냥 베란다에서 구조를 기다려야하는지 정답이 다 다른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그 분 하시는 말이 유독가스는 3번 깊게 들이마시면 그냥 죽는거라고... 젖은 수건 쓰라고 하는 이유도 마른 수건보다 연기가 덜 흡입되기 때문이래요. 그런데 우리는 교육 받을 때 늘 젖은 수건 이야기는 들었는데, 막상 그 상황에서 물을 찾는게 비현실적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자기 침을 수건에 뱉으라고 하더군요. 또 우리가 매번 바람을 등지고 소화기를 뿌리라고 교육받았는데, 실상 우리가 소화기 써야 하는 화재는 대부분 실내에서 발생하는 거라서 바람이 없다고, 그럴때는 바람을 등지는게 아니라 여차하면 자기가 도망갈 수 있는 문쪽을 등지고 소화기를 써야 하는거라고 하더군요. 소화기도 분사량이 많지 않아서 꼭 화재발생지역으로 가까이 가져가서 핀 뽑는거라고.. 생각보다 되게 구체적이여서 좋았어요.
18/04/15 16:07
수정 아이콘
지진도 비슷한 대처 맞나요?
Phlying Dolphin
18/04/15 16:29
수정 아이콘
지진은 지진 났을 때의 대처보다는 예방적/사후적 대처가 중요하죠.
낙하물 방지와 화재 예방을 주로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비취도적
18/04/15 17:08
수정 아이콘
사진으로만 봐서는 소화기도 2013년도 이후 것으로 보이고 소화전호스도 잘 개어져 있어서 괜찮아 보이네요
소화기는 10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하니까 제조년월을 확인해주시면 좋습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대피시 나오다가 귀중품 찾아서 돌아가는건 매우 위험합니다
연기가 차는 속도는 개인이 인식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르게 차고 고온에 유해가스를 품은 연기는 한번만 제대로 흡입해도 그 뒤로는 피난이 불가능해 집니다
나의규칙
18/04/15 17:22
수정 아이콘
대구시민안전체험테마파크에서 체험할 수 있는 지하철안전체험을 한번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지하철에서 화재가 나서 지하철 역 안으로 순식간에 연기가 차오르고 그 연기 속을 헤쳐나가는 체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열기도 없고, 연기 때문에 호흡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기 때문에 시야가 없어지는 것만으로도 꽤나 공포감이 느껴지더라고요. 화재의 공포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ComeAgain
18/04/15 17:48
수정 아이콘
군대에서 교육 나갈 때, 소화기를 챙겨야 하는 담당이었는데. 짬찼다고 평소에 챙기는둥 마는둥 했는데.
아침에 뭐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하고 소화기 두 개 덜렁덜렁 들고 대열 뒤에 따라갔고...
그런데 야간 훈련 중 어딘가에 조명탄이 떨어졌는지... 교육 끝나고 강평하는데 저 멀리 보이는 노랗고 붉은 아른거리는 불빛...
헐레벌떡 소화기 들고 뛰어가서 큰 불은 잡았지만 이미 여기저기 퍼진 불똥들. 교육받던 교육생들 조교들 간부들 다 달라붙어서 겨우 껐어요.
진짜 그날 소화기 안 챙겼으면, 영창이 아니라 육군교도소에 있지 않았을까 식은땀이 주르륵...
그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산림을 지킵시다 하는 공익광고 사례로 계속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휴.

마무리는 한 소대장이 119에 신고했다고... 중대장, 대대장으로부터 갈굼 받는 걸로... 흑흑...
아무튼 소화기는 정말 중요하다는 것!
겟타빔
18/04/15 23:57
수정 아이콘
주머니에 여유가 있으시다면 하론소화가 하나 갖다 두셔도 좋을듯 싶습니다
분말이나 그런것보다 하론이 모든면에서 낫습니다 비용면에서만 제외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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