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저곳 나라에 대해 소개해 보는 것도 의외로 재미있네요. 다만 메이저한 국가, 예를 들면 영프독 이런 나라들은 워낙 교민도 많고 여행자도 많고 하다 보니 런던과 파리 빼고는 발 붙여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사실 좀 다루기 겁나는 주제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위키피디아 같은 간접적인 자료를 통해 접하는 것보다 현지 교민 내지는 국적자들의 이야기가 백 프로 더 정확할 테니 말이죠. 그러다 보니 제가 소개를 위해 주로 고르는 곳들은 일차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들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좀 중증 유럽빠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유럽에 대한 동경이 강한 편입니다. 아무래도 인쁘라 - 모 해설이 생각납니다만 넘어갑시다 - 때문이겠죠. 비단 교통시설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손쉽게 좋은 곳에서 묵고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일종의 편견이 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뭐 아시다시피 반례는 특히 발칸 반도에 널리고 널렸죠. 보스니아, 세르비아, 코소보, 그리고 발칸 반도는 아니지만 몰도바 등등...
잡담은 이쯤하고 본론으로 넘어갑시다. 오늘 소개할 나라는 안도라입니다. 유럽에 그런 나라가 있었어? 하시는 분들도 꽤 많은데 말이죠. 유럽의 6개 초미니 국가들 중에서는 그래도 제일 사이즈가 큰 덩치 포지션이긴 합니다... 그래도 서울시보다 작습니다만. 서울시의 면적이 대충 605 ㎢인데 안도라는 그 3/4 수준인 467.6 ㎢입니다. 대충 서울시에서 강남 3구 + 강동구 정도를 날리면 엇비슷하겠지 싶네요. 근데 서울의 인구가 1천만 명 가까이 되는데 안도라의 인구는 고작 7만 7천 명. 인구밀도로 따지면 서울의 1/100 가량이 되고, 이와 비슷한 인구를 가진 도시는 속초시나 진천군 정도라네요. 가장 엇비슷한 건 대구광역시 중구(7만 7천 명, 2016년). 그러니까 광역시의 구 하나 정도 되는 인원이 서울시 전체에 퍼져 산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럴 수밖에 없는 게... 이 나라는 피레네 산맥에 올라타 있는 나라입니다. 인지도면인 측에서 알프스에 밀려서 잘 언급되지 않습니다만 피레네도 어지간히 골때리는 곳. 괜히 로마 사람들이 그 옛날 포에니 전쟁에서 한니발이 설마 피레네를 넘겠냐고 했던 게 아닙니다. 해발 3천 m에 달하는 고봉들이 즐비하니 사막 출신의 카르타고 군이 이걸 넘는다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였을 터. 한니발이 넘은 진군로는 사실 바다 쪽에 붙은 해발 800 m 가량의 구릉지였습니다만 이걸 이야기하고자 하는 글은 아니니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죠. 하여간 이런 이유로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의 자연국경을 만드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마치 샌드위치에 낀 피클 조각마냥 끼어 있는 나라가 안도라라는 거죠.
지도로 이야기합시다. 출처 위키미디어. 이하 글에서 나오는 나머지 이미지는 별다른 설명이 없을 경우 죄다 위키미디어가 출처입니다.
점선이 국경선인데, 중간에 점선이 둘로 갈라지는 지점이 바로 안도라가 있는 지점입니다. 원본 지도를 첨부하고 싶었는데 원본 지도가 무려 7MB에 달하는지라... 하여간 안도라 바로 옆에 높이 3,143 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고봉이 있습니다. 이름인 피카 데스타츠(Pica d'Estats). 피레네 산맥 최고봉인 아네토(Aneto)의 3,400 m에 준하는 만만치 않은 높이죠. 카탈루냐 지방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인 건 덤. 이런 산이 바로 옆에 있는데 안도라가 산지가 안 되고 배기겠습니까.
이러다 보니 해발고도에 있어서는 유럽의 타 국가들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세계 순위로 놓고 봐도 부탄, 네팔,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이상 모두 아시아), 레소토(아프리카)에 이어 6위. 유럽으로 이야기를 한정지으면 이 뒤를 아르메니아(9위)가 따라오는데 아르메니아는 아시아인지 유럽인지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해서 패스하고(개인적으로는 아시아로 보는 편이긴 합니다), 스위스(15위), 터키(23위 - 저는 터키도 아시아로 분류하는 편), 몬테네그로(27위)가 따라오고 있네요. 차이는 좀 나는 편입니다. 알프스를 낀 스위스가 1,350 m (대충 강원도 원주시의 치악산보다 높은 정도), 아르메니아가 1,792 m (설악산과 지리산의 평균)인데 안도라는 1,996 m. 한라산보다 높습니다... 아깝다 4미터.
생각해 보면 퍽 괴이한 일입니다. 피레네 산맥이 어디 뭐 개마고원처럼 좌~악 펼쳐진 것도 아니고,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 북부 구릉지를 구분짓는 자연 장애물 정도의 수준이거든요. 대체 이런 곳에서 어떻게 조그마한 나라가 생겼으며, 그 나라가 현재까지 이어질 수 있었는가? 나라가 생기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고 그 나라가 그것도 보통 강대국이 아닌 프랑스와 스페인을 끼고 살아남은 것 자체가 참으로 이상하지 않습니까? 시계를 천 년 전으로 되돌려 봅시다.
뭐 영문 위키피디아에는 샤를마뉴가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신뢰성에 좀 의문이 가서 넘어가고... 이 나라의 역사는 우르젤(Urgell, 카탈루냐 지방이기 때문에 g를 히읗 발음이 아니라 지읒 발음으로 합니다)과 관련이 깊습니다. 첫 시작도 988년에 우르젤 백작 코렐 2세(Correll II)가 우르젤 교구(그러니까 카톨릭 교에서 관할하던 지방)와 협상을 하여, 안도라 일대를 우르젤 교구 하에 두고 대신 우르젤 동쪽의 세르다냐(Cerdanya) 일대를 받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유럽 역사에서 안도라보다 훨씬 큰 땅도 갈라먹고 바꿔치기한 게 뭐 하루이틀이 아닌데 어째서 이게 중요하냐? 바로 이 시점에서
안도라의 국가 원수 내지는 통치자 중 한 명이 우르젤 주교로 정해졌기 때문이죠.
딴 얘기로 잠깐 새자면 안도라도 카탈루냐 지방이라서 카탈루냐 어를 쓰는데 공식적으로 카탈루냐 어를 국어로 쓰는 나라는 안도라가 유일합니다. 카탈루냐 지방은 스페인의 지방이지 정식 국가가 아니라서...
그런데 지금 인구도 7만 7천인데 오래 전의 인구가 되면 얼마나 되었겠습니까? 남녀노소 다 합해도 기껏해야 수만 정도에 불과했을 텐데 이 정도 되는 땅덩어리를 그냥 보고만 있을 우르젤 백작이 아니었을 테고 더구나 조상 대대로 우리 땅이었다는 '훌륭한' 명분도 있지 않습니까. 우르젤 주교라고 이걸 모르지는 않았고 그래서 우르젤 주교는 안되겠소 다른 나라 힘을 좀 빌립시다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카탈루냐 지역의 유력한 지역 왕초... 적당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나네요... 하여간 세력가와 협상하게 되죠. Lord of Caboet이라고 하는데 이게 지역명인지 사람 이름인지 정확하게 모르겠어서 번역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아무튼 이 때부터 안도라는 두 명의 국가원수를 모시게 됩니다.
그런데 아까 말한 그 지역 유지의 딸이 자작가에게 시집을 가고, 이 자작가의 딸이 프랑스의 푸아 백작 로저 베르나르트 2세에게 시집가면서 얹혀 가는 영토의 얹혀 가는 영토가 되면서(...) 프랑스가 이 안도라라는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게 됩니다. 근데 그러다 보니 당연히 우르젤 주교와 싸움이 날 수밖에 없던 게, 우르젤 주교 입장에서는 땅을 지켜 달라고 협상을 했더니 멋대로 권리를 넘겨서 남의 나라에게 갖다바친 격이 되었고 푸아 백작으로서도 정상적인 상속을 통해 안도라의 통치권을 계승받은 것이었단 말이죠. 이러니 서로 싸움이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는 입장이었고, 결국 아라곤 왕의 중재로 1278년에 완전히 양측의 공동 통치로 확정됩니다.
잠깐 딴 이야기를 해 보면 오늘날 안도라의 정식 국명은 안도라 공국(Principality of Andorra)이거든요. 발음 조심합시다, 발음... 어험 아무튼 우리 나라에서는 Duchy와 Principality가 죄다 공국으로 번역되는 통에 골치가 좀 많이 아픈데 대충 말씀드리면 Duchy가 Principality보다 격이 높습니다. 당장 안도라의 국가원수가 된 것도 Count, 그러니까 백작이죠. 하여간 정확히 하면 안도라 백작국쯤 될 텐데(사실 이것도 나라마다 귀족의 계급이 다르고 체계가 달라서 정확한 번역이 되지 못합니다), 오늘날 안도라 공국이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그렇게 백 년이 지난 후... 로제 베르나르트 2세의 방계 후손인 이사벨라가 시집을 가게 됩니다. 이 결혼으로 푸아 백작 지위가 통째로 또다시 다른 집안으로 넘어갔고, 이 둘의 결혼으로 낳은 아들이 결혼한 상대가... 나바르 공의 딸.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싶으실 겁니다. 나바르 공의 지위도 여기저기 토스되긴 했습니다만 최종적으로 마리 데 메디치와 나바르 공 앙리 2세가 결혼하면서 마침내 최종적으로 승계권이 이 가문에게로 넘어가게 되니 그 이름하야
부르봉 가! 그 나바르 공 앙리가 바로 프랑스의 국민이라면 적어도 일요일에는 수탉을 잡아먹을 수 있도록 하라 했던
앙리 4세 되겠습니다. 이렇게 안도라의 국가원수 직위는 우르젤 대주교와
프랑스 왕이 서로 겸직! 이것이 빅------픽챠! 크킹이 울고 갈 만한 결혼 대작전!!
바로 이것이 현대까지 내려온 통에 이렇게 해서 안도라는 두 명의 국가원수를 모시게 된 겁니다. 하나는 우르젤 주교로 종신직이며, 나머지 하나는 말할 것도 없이 프랑스의 대통령. 그래서 안도라의 국가 원수는 반쯤 형식적이라고는 해도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이 됩니다. 그러니까 현 프랑스 대통령은 5년제 임기짜리긴 합니다만 어쨌든 안도라 백작 내지는 안도라 공작이라 할 수 있는 거죠. 부르봉 가에 충성을 바치는... 뭔가 좀 이 대목에서 피식 웃게 되네요. 아니 크킹이나 유로파 같은 데 군주가 나왔는데 마크롱이 나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것도 양복 정장 쫙 빼입고 옛날 궁정에 가서... 이쯤합시다. 크크
그 뒤로 안도라의 역사는 산골짜기에 파묻힌 백면서생마냥 그야말로 조용하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안도라도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내부적으로 불만이 없던 건 아니었고 그러다 보니 이따금 반란 같은 게 터지기도 했죠. 예를 들면 카지노를 금지하자 야 안 그래도 지금도 못 살겠는데 진짜로 말려 죽일 셈이냐 못 살겠다 갈아보자 하고 들고일어난 적도 있고... 그러나 역시 찻잔 속의 태풍은 찻잔 속의 태풍이었는지 몇 년 안 가서 흐지부지되고 그런 일이 다반사였죠. 관광업으로 먹고 살기 이전에는 산 속에서 살아서 그런지 야금술로 먹고 살았다는군요.
이처럼 워낙 산 속의 작은 소국이라 세계사의 주류 흐름에서 좀 떨어져 있습니다만 안도라도 얽힌 역사가 퍽 재미있는 축에 속합니다. 이건 현대도 마찬가지죠. 제1차 세계대전이 1958년에 끝났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얼대 1918년의 오타가 아닙니다. 이게 이 안도라 하나 때문에 일이 그렇게 되었어요. 국가원수인 프랑스 대통령이 독일과 전쟁에 들어가자 안도라도 쫄래쫄래 독일 제국에 선전포고를 합니다. 프랑스군에 자원입대한 사람들도 있었다는 모양입니다만 안도라가 군이 있길 합니까 뭐가 있길 합니까(당시 6백 명, 6천 명도 아니고 6백 명의 민병대가 전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못했죠.
근데 이것도 또 나비효과가 된 게 엄연히 안도라는 주권국이었고, 그래서 독일 제국에게 선전포고를 한 상황에서 당연히 베르사유 조약에 포함이 되었어야 했는데... 멍청하게 그 베르사유 조약을 맺으면서 안도라가 조약 명단에서 쏙 빠져 버린 통에 졸지에 안도라는 독일과 1958년까지 공식적으로 전쟁 중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안도라 입장에서는 공식적으로 제1차 세계대전은 1958년에 종전이 된 전쟁입니다. 뭐 하긴 그렇게 가르칠 사람이 얼마나 될지나 의문이긴 합니다만. 이거 주권국끼리의 명백한 전쟁 상태이기 때문에 종전일까지 있습니다. 1958년 9월 24일. 뉴욕 타임즈에도 떴던 기사이니 참 볼만하죠.
그리고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더 이상 안도라를 고립된 소국으로 두지 않았죠. 이런 나라가 있었어? 하면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뉘신지요 할 게 아니라 어서 옵셔! 우리 물건도 사 갑셔! 해야 정상 아닙니까. 그래서 1970년대에 들어서 안도라가 내부 법령 등을 대대적으로 손보게 되는데 기가 막히게도 그 이전까지 거의 봉건제 수준의 제도가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워낙 주류에서 밀려난 나라에 인구도 적었던지라 그렇게 낡은 체제가 굴러갈 수 있었던 거죠. 체제가 굴러간 건지 아무도 신경을 안 쓴 건지 좀 아리송하긴 한데...
하여간 이렇게 대대적으로 갈아엎으면서 안도라도 1993년에 드디어 입헌 군주국으로 헌법을 제정하고 보통선거를 실시합니다. 단, 첫 번째 선거는 아니었는데 봉건제 하에서도 선거가 있기는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말 아리송하게도 봉건제 폐지는 1993년에 한 주제에 의회에 대한 선거권은 이미 1933년에 주어져 있었습니다(...) 더욱이 이게 또 알다가도 모르겠는데, 안도라의 인구는 아까 7만 7천 명이라고 했었잖아요. 근데 등록된 선거인은 고작 2만 4천 명 수준에 불과합니다. 뭔... 그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 내지는 미성년자일 리도 없는데 차이가 너무 심하죠. 정말 아리송한 부분입니다. 이건 아무리 찾아도 정답이 안 나오더군요. 어쨌든 28명으로 이루어진 의회가 구성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자 이제 안도라의 교통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사실 안도라는 그렇게 찾아가기 쉬운 나라가 아닙니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워낙에도 산속에 처박힌 탓에(...)
어떻게 보면 공항이 있을 법도 한데 의외로 안도라는 공항이 없습니다. 산지라서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위험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네요. 아무튼 이 때문에 가장 가까운 공항을 이용하려면 프랑스 남부의 뻬르삐냥(Perpignan) 아니면 카르카손(Carcassonne)의 공항을 이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거리는 약 130 km. 서울에서 청주 거리. 물론 공항에서 내린다고 다가 아니라서 환승 몇 번 할 각오는 하셔야 합니다.
철도? 공항이 없는데 철도가 있겠습니까? 그것도 이런 산지에? 다만 안도라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철도가 하나 있기는 해요. 안도르-로피탈레 역(Gare d'Andorre-L'Hospitalet)이 그것입니다. 프랑스의 큰 도시인 툴루즈(Toulouse, 프랑스 내 인구는 4위)와 명실상부 카탈루냐의 종주도시 바르셀로나를 잇는 철도선상에 있어요. 직선상으로는 3 km 가량 떨어져 있는데 실제로 길을 보면 한참 돌아가야 합니다. 문제는 이 역에서 안도라로 가는 버스가 하루 3회... 여담인데 이 로피탈레 역에서 남쪽으로 20 km 가면 라투르 드 카롤 역(Gare de Latour-de-Carol)이 있는데 여기에서 노랑열차(Yellow Train, Train Jaune)라는 협궤열차가 뻬르삐냥으로 빠집니다. 이거 경치가 죽여준다고 하니 산악열차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 이 역의 해발고도는 1,429 m로 이와 비슷한 높이의 역은 저~기 북한의 개마고원에 있는 부전령역 정도...
그래서 안도라로 가려면 거의 도로이동이 강제됩니다. 그나마도 길이 많은 것도 아니고 프랑스나 스페인과 통하는 길은 고작 3갈래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안도라도 우리 나라와 무비자 협정을 맺어서 90일간은 비자 없이 체류가 가능하다는 것 정도겠네요. 그 교통 지도가 이렇게 생겼습니다. 맨 오른쪽에 안도르-로피탈레 역도 보이네요.
참고로 싱가포르보다 작은 나라인 주제에 뭔 수도가 있어서 별표가 있나 싶으실 텐데 말하자면 서울시가 여러 구로 갈라진 가운데 서울시청이 중구에 있어서 서울의 행정 중심지는 중구다, 이렇게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싱가포르보다 작은 사이즈라고 해도 엄연히 하위 행정구역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스포츠 이야기를 해 봅시다. 이 조그만 나라에 무슨 스포츠인가 싶으실 테고 실제로 승점자판기 신세입니다만 2017년에 월드컵 예선에서 헝가리의 뒷덜미를 제대로 물어 1-0 승리를 거둔 적도 있죠. 그렇다고 축구 강국이라는 건 아니고 10전 전패가 거의 당연하게 여겨지는 몇몇 팀 중 하나일 뿐입니다. 뭐 나라가 작고 인구가 적어서 경기 나갈 선수를 손으로 세야 할 판이니 별 수 있나요. 그래서 그런지, 이 소국들도 메달 맛을 좀 보고 싶었는지...
유럽 소국 경기대회(Games of the Small States of Europe)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말 그대로 유럽의 소국들이 나와서 경기하는 대회입니다. 전통적인 유럽의 소국이라 하면 초미니국가인 바티칸, 모나코, 산 마리노, 리히텐슈타인, 몰타, 안도라를 의미하는데 여기에서 바티칸이 빠지고 키프로스(사이프러스)와 룩셈부르크가 들어가서 1985년에 첫 대회를 연 이래로 2년에 한 차례씩 대회를 열었습니다. 근데 어이없는 게, 이 첫 대회에 참관국도 아니고 당당히 참가국으로 참가한 한 나라가 있는데 바로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는 땅덩어리가 우리 나라보다 더 큽니다...; 물론 인구가 고작 33만 명으로 몰타보다도 적고 룩셈부르크의 절반에 키프로스의 40% 수준이라 참가가 가능했던 거죠.
이렇게 여덟 나라에서 별의별 경기를 다 합니다. 육상, 농구, 사이클링, 비치발리볼, 체조, 유도(!), 사격, 수영, 탁구, 테니스, 배구... 누적 금메달은 아이슬란드가 가장 많이 가져가긴 했는데 이들 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은(88만 명) 키프로스가 아이슬란드의 뒤를 바짝 쫓고 있고 총 메달 수 순위로는 아이슬란드를 넘었습니다. 안도라는 여기에서도 바닥... 안습. 그래도 산 마리노, 리히텐슈타인, 모나코에 비하면 인구가 두 배인데...
그리고 2009년에 몬테네그로가 가입합니다. 인구는 룩셈부르크보다 많은 62만 명이고 영토는 거의 경기도 내지는 강원도만해서 다른 소국의 몇 배에서 몇십 배에 이르는 나라가 어째서 '소국'의 타이틀을 달고 참가하는지는 좀 의문입니다만 합의 하에 정식 회원으로 등록되어 참가한다고 하니 뭐... 그래서 몬테네그로도 2011년 대회부터 계속 참가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몬테네그로 없이도 하위권이었는데 강려크한 경쟁자가 생겨버린 안도라 입장에서는 또 안습...
누적 메달 수는 금메달 45개로 9개국 중 금메달 순위 8위를 기록중인데 9위가 바로 그 몬테네그로입니다(...) 금메달 순위 35개로 10개 차이라 곧 있으면 추월당할 게 아주 확실하죠. 이 나라에도 어쩌면 만년 하위권의 설움이 짙게 녹아들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인구수로는 대국인 키프로스, 룩셈부르크나 땅덩어리가 엄청난 아이슬란드를 못 이기는 건 그렇다치는데 우째 모나코와 산 마리노도 못 잡고 이러고 있는지 원... 참고로 7위가 산 마리노인데 금메달 개수 61개로 16개 차이입니다.
하여간 이런 대회도 있다는 점이 퍽 흥미롭습니다. 성적이 좀 받쳐 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 말이죠. 아 맞다, 이거 유럽의 승점자판기로 유명한 페로 제도(Faroe Islands)도 군침 질질 흘리며 참가를 노리고 있는데 하필 IOC에 준하는 소속인데다가 아시다시피 IOC는 주권국이 아니면 분할참가를 잘 인정 안하잖아요. 페로 제도는 덴마크령이고... 그래서 좀 애매한 점이 있다나 봅니다.
안도라에 대한 소개는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몇 가지 사진으로 마무리하죠.
수도 안도라 라 베야(Andorra la Vella) 전경. 퍽 작은 산 속의 마을 생각나지 않습니까? 참고로 안도라 라 베야는 구(舊) 안도라라는 뜻. 안도라 라 베야에서 안도라를 걷어내고 단순히 라 베야라고 하면 카탈루냐 어로 할머니(...)라는 뜻이 된다네요. 영어로 번역하면 Old woman이 되는데 지금은 서비스 종료한 웜즈 온라인이라는 게임에서는 이 단어를 '할망구'라는 머엇진 단어로 번역을... 안도라 할망구라니...
다른 곳에서 본 안도라 라 베야.
안도라 제2의 행정구역인 에스칼데스-엥고르다뉴(Escaldes-Engordany).
안도라의 엥캄(Encamp)이라는 행정구역입니다. 이처럼 안도라는 정말 산 속에 깊숙히 파묻혀 있는 동화 같은 나라라고 해야겠네요. 하긴 1993년까지
봉건제가 굴러가던 나라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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