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7/31 06:06:19
Name 김보노
Subject [일반] 마미증후군 회복기(2)
일찍 눈이 떠진 새벽, 자리에서 뒤척이다가 자유 게시판의 '하반신 마비 극복기'라는 제목의 글을 조금전에 읽었습니다. 제목을 봐서는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온 글쓴이가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인간승리의 과정이 적혀있을 거 같은데..약 3개월 전 제가 쓴 글입니다. 하하 극복이라니. 아이고야. 얼굴이 다 화끈거립니다. 그래서 제목을 고쳐봅니다. 하반신 마비는 너무 심각해보이니까 정확한 병명인 마미증후군으로, 불굴의 의지나 인간승리 같은 건 없으니까 극복은 회복으로요.

지난 주 퇴원 했고, 내일부터 다시 회사에 출근합니다.
이제 움직이지 않는 근육은 없고, 발목 근력이 아직 약해 보행이 불안정할 뿐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닐 수 있을만큼 회복했습니다. 몇 개월간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겠지만, 이만큼 나아진게 어딘가요.

지난 번 글을 적을 당시의 저는 불안했습니다. 다시 걸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고 혼자서 밥벌이도 못할 거 같았거든요. 그런데 지난 3개월을 되돌아 보면, 전 불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행복했다면 행복한 시간들이었던거 같아요.

그 이유를 꼽자면, 일단 통증이 없었습니다. 입원하면서 수술 후에도 통증이 없어지질 않아 자나깨나 고통스러워 하는 분들을 봤는데 전 다행히 수술하고 나서 통증은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수술 전의 고통을 떠올려보면 참 다행이었어요. 두번째로, 실비 보험으로 병원비 부담이 없었습니다. 재활에 비급여 치료가 많아 병원비가 제 반년치 월급만큼 나왔는데, 보험이 있어서 걱정없이 치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진 불행하지 않았던 이유고 행복했었던 이유는, 역시 사람들 덕이었어요.
입원하고 많은 회사 동료들이 병문안을 왔고, 지금까지 종종 연락하면서 응원해주었습니다. 팀원들은 제 자리 그대로 복귀할 수 있게 지금까지 충원 없이 제 일을 나눠서 해주고 있구요. 입원을 알리지 않은 타지의 친구도 찾아와주었고, 모임에서 몇번 뵙지 않았던 분들도 걱정해 주시면서 선물까지 들고 병문안을 와주었습니다. 친척들도 먼 곳에서 와주시고 여러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피지알에서도 얼굴도 모르는 저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응원과 격려를 해주셨구요. 과연 이 분들이 나처럼 아팠어도, 내가 이 분들만큼 할 수 있었을까? 라고 반성하게 될 만큼 큰 도움들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부모님, 저보다 더 고통스러워하고 회복에 저보다 더 기뻐하시는 분들과 입원기간 동안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음, 적고나니 마치 연말 시상식의 수상 소감 같네요. 왜 하나 같이 고마운 사람들 명단을 줄줄 읋는가 했었는데, 정말 감사드리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거였어요. 이제 고대하던 일상으로 돌아가니,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실천해야겠습니다. 응원해주셨던 피지알의 많은 분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글에서 심각했던거에 비해 금방 회복이 되어서 민망하지만, 우울했던 시기에 응원해주시는 댓글 보고 힘을냈어요. 다음번엔 말짱해져서 다른 글로 뵙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Janzisuka
18/07/31 07:26
수정 아이콘
어머니 관련 이야기인줄...!!크크

축하드립니다!! 이겨내신 김보노님 멋져요!화이팅!
파핀폐인
18/07/31 07:39
수정 아이콘
멋지십니다.... 일상으로의 복귀 축하드립니다!
4막1장
18/07/31 08:15
수정 아이콘
키야~~ 극복이든 회복이든 인간승리는 맞는듯요
얼른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켈로그김
18/07/31 08:43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건강이 최고에요
18/07/31 08:54
수정 아이콘
아침부터 정말 기분좋은 소식을 전해주시네요 ^^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소고기국밥
18/07/31 09:01
수정 아이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실 겁니다.
99유리
18/07/31 09:10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건강 잘 챙기세요!
18/07/31 11:18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18/07/31 11:55
수정 아이콘
다행이네요 축하드립니다!
VrynsProgidy
18/07/31 12:29
수정 아이콘
이전글은 봤는데 귀양가있어서 답글을 못 남겼던 기억이 나네요 축하드립니다!! 너무 기분 좋네요
18/07/31 12:55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제가 조언이라면 조언을 드렸는데 그 당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결과가 좋다니 다행입니다.
김보노
18/07/31 14:28
수정 아이콘
그때 해주셨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말씀 듣고 치료시간 외에도 꾸준히 혼자 움직이고 운동했고 운동하는 만큼 좋아지는게 체감이 되어 퇴원한 지금도 혼자 꾸준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그때 도움 주셔서 감사드려요!
vanillabean
18/07/31 13:27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이런 글 보면 당사자도 아닌데 기쁩니다.
현직백수
18/07/31 16:47
수정 아이콘
축하드려요 ^_^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7765 [일반] 더운 날 소변을 보면 더 더워질까? [14] 녹차김밥6205 18/07/31 6205 11
77764 [일반] "'성정체성 혼란' 군인권센터 소장이 군 개혁 주도" [98] 길갈11536 18/07/31 11536 13
77763 [일반] (소소한 일상글) 동대 상근병에게 받은 문자 이야기 [30] VrynsProgidy9324 18/07/31 9324 20
77761 [일반] 마미증후군 회복기(2) [14] 김보노7534 18/07/31 7534 28
77760 [일반]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켄드릭 라마 공연 후기 [40] RENTON10614 18/07/30 10614 5
77759 [일반] 청년 우대형 청약 통장 내일 출시됩니다. (수정) [73] 낙원16733 18/07/30 16733 0
77758 [일반] 태풍경로중 엽기(?)적인 코스 [10] 냥냥이10764 18/07/30 10764 1
77757 [일반] (블랙코미디?)현재 진행형인 연세대 총여사태 근황 [73] 치미14232 18/07/30 14232 20
77756 [일반] 태풍 종다리 큐슈 남쪽에서 부활 후 상하이로 직격 예정 [47] 아유11974 18/07/30 11974 1
77755 [일반] 수사기관,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 [11] LunaseA11313 18/07/30 11313 9
77754 [일반] 세계 주요 도시의 대중교통비 비교 [18] 삭제됨8832 18/07/30 8832 0
77752 [일반] 중도.jpg - 적절함.jpg은 어디쯤에... [4] 장바구니6281 18/07/30 6281 3
77751 [일반] (스포) <어느 가족>을 바라보는 6가지 시선 [14] 마스터충달8652 18/07/30 8652 11
77750 [일반] 서울 지하철 끊긴 뒤 전철노선 따라 심야버스 운행 추진 [66] 군디츠마라13175 18/07/29 13175 5
77749 [일반] 요즘 청년들은 노력이 부족해서 취업이.. [178] 피지알맨21550 18/07/29 21550 1
77748 [일반] [뉴스 모음] No.190. 장성들의 이례적인 '충성' 경례 외 [16] The xian12622 18/07/29 12622 26
77747 [일반] 서로 닮아도 너무 닮은 사이 [용호권 극한류 vs 스트리트파이터 풍림화산] [33] 마음속의빛8277 18/07/29 8277 0
77746 [일반] 산 속의 꼬마 - 안도라 [32] 이치죠 호타루12196 18/07/29 12196 31
77745 [일반] 정자검사 하는날 [37] 북고양이23610 18/07/28 23610 78
77744 [일반]  한강 걷기 2탄- 하늘 좋던 그제 [9] mumuban5003 18/07/28 5003 11
77742 [일반] 군 복무기간이 단축되네요 [202] 아리아20474 18/07/27 20474 13
77741 [일반] 5개월 운동 후기입니다. 바디프로필 찍고 왔어요.(혐주의) [149] 삭제됨20424 18/07/27 20424 29
77740 [일반] 여러분의 태풍에 대한 기억은 어떠하신가요? [54] 지니팅커벨여행16469 18/07/27 1646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