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hat, 阿羅漢, 깨달은 자, 공경받을 자, 부처를 가리키는 다른 이름, 부처의 제자, 신앙의 대상, 구원자.
작년, 국립춘천박물관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창령사 터 오백나한전, 올 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종의 앵콜 전시로 열리고 있다.
전시기간은 2019. 6. 16. 까지(원래는 2019. 6. 13. 까지로 예정되어있었으나, 호응에 힘입어 이번 주말까지 전시를 연장하기로 한 듯).
강원 영월의 한 폐사지에서 발견된 317점의 나한상(완체가 발견된건 60여점, 나머지는 몸통만 있거나, 머리만 있거나, 불상도 일부 함께 발견되었다)들. 원래는 절에 있는 오백나한전에 모셔져있던 나한상들일 것이다.
절도, 기록도, 이야기도 남아있지 않은 창령사터의 오백나한전. 12세기~13세기 경 조성된 것으로 제작년도가 추정될 뿐.
개경도 아닌 지방의, 규모도 크지 않았을 절에 오백나한전을 만들고자 했던 자의 마음, 의뢰를 받아 한 점 조각도 힘든 화강암 덩어리에 서로 다른 오백 나한의 얼굴을 조각해내야 했던 석공의 마음, 그 나한들을 보고 몇 백년간 기도를 했을 지방 사람들의 마음, 절이 불타없어진 후 500년 가까운 시간동안 땅속에 묻혀있었어야 할 나한상들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나한상들을 만든 사람들은 이 나한상들이 수백수천수억년간 계속남아 많은 중생들의 기도를 들어주고 그들을 구원할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그네들이 버틴 건 고작 몇십년, 절이 버틴건 고작 몇백년. 많은 돈, 많은 노력, 많은 생각들이 아무리 쌓인다 한들 세월앞에서는 세상 만사 덧없다.
하지만 절이 없어지고 몇백년이 지나도 나한상은 남는다. 그리 남아서 이 순간 누군가를 구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만사 덧없고, 네가 하고 있는 일들 또한 하찮으나, 그래도 괜찮지 않냐며 웃어줌으로. 나한상들은 그렇게 천년의 시간동안 웃어주고 있다.
* 전시정보 : 관람료 3000원, 마지막 입장시간은 박물관 폐관 30분전, 관람에는 30분~1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 전시는 자연속의 나한, 도심속의 나한이라는 두 파트로 나뉘어집니다.
* 자연속의 나한은 32점의 나한상과 1개의 빈 좌대로 이뤄져 있음. 1개의 빈 좌대에서 자신 마음속의 나한을 찾으라는 의미. 33은 불교에서 여러 의미를 가지는 숫자.
* 자연속의 나한 전시장 바닥은 1백년전 벽돌 1만여장으로 이뤄져있고, 이 중 700여장에는 여러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만, 전시의 양념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듯 합니다.
* 나한상들이 올라간 좌대는 나무를 의미, 처음 부처님의 제자였던 아라한들이 숲속에서 활동했던게 모티브라나요. 역시 크게 신경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 도심속의 나한은 730여개의 스피커 안에 나한상과 불상을 배치. 입구 정면에 있는 분이 불상입니다. 스피커는 빌딩, 거기서 나는 소리는 물소리와 소음. 의도는 쉽게 아시겠죠? 의도보다도 느낌이 좋았던 공간입니다.
* 스피커탑 주변을 탑돌이 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이 때 들리는 소리는 해인사 빗질소리.
* 그 외에도 자잘한 요소가 많이 숨겨져 있습니다만, 역시 핵심은 나한상이겠죠. 입술에 안료가 남아있는 나한상들이 있는것으로 보아, 어쩌면 거조암 나한상들처럼 회칠 후 색칠이 되어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