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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0/16 23:35:25
Name 엄지
Subject [일반] 설리 씨의 조문을 다녀오며.
지금도 감정이 쉽사리 정리가 되지 않아, 글이라도 남겨봅니다. 원래 하던 생활을 하면서 잊다가도, 이따금씩 떠오르면 '아....' 하는 마음이..



좋아하거나 크게 관심있는 연예인은 아니었습니다. 그룹 f(x)의 전 멤버였던 것, 그리고 f(x) 노래 몇 개 알고 있는 정도가 끝이었죠. f(x) 그룹 데뷔 몇 주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벌써 10년 좀 더 된 것 같군요. 아무튼.

행적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개성 강한 친구라는 점 정도는 느껴지더군요. 무언가 논란이 있어온 건 알겠는데 자세한 내막은 모릅니다. '이 쪽이 옳은 건가? 저 쪽이 옳은 건가?' 정도 쯤의 생각은 했었는데 '흠.. 잘 모르겠다.' 생각이 들면서 이내 제 관심에선 멀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속보로 사망 소식을 접합니다. 여느 때처럼 이 게시판 저 게시판 눈팅하다가 스연게를 본 순간. 이틀 전 17시 20분? 경. 맨 위에 올라와있는 글의 제목.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엥?????????????.. 믿을 수 없었습니다. 오보이길 바란다는 감정이 이런 거였구나 싶었죠. 물론 다시는 접하고싶지 않은 감정입니다. 서둘러 네이버에 검색해봅니다. 안그래도 실시간 검색어에 가득차있네요. 네 아직 사망 확정이라는 문구는 안 보입니다.

그러나 쏟아져나오는 후속 기사들.. 그리고 다시 검색했을 때.. 출생 1994년 3월 - 사망 2019년 10월 14일 ..
.......
아..



다음 날(10/15). 팬을 위한 조문실을 15, 16일에 따로 마련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곧바로 지도 경로 검색을 해봅니다. 21시까지랍니다. 조금 빠듯하지만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직접 빈소까지 가기엔 어떻게 보면 생전 본 사이 없는 남이기도 하고, 응원하던 셀럽도 아니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렇게 사망하는 사람 한 명 한 명 슬퍼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고, 괜히 유난떤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고,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방문을 했습니다.

뜻이 있어도 못 가는 분들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고.. 또 타 아이돌의 팬 입장에서도 그냥 넘기기 힘든.. 그런 소식이었습니다. 관심있는 분야의 비보라서 그런지 상심이 더욱 큽니다. 약 2년 전, 종현 씨의 마지막 자리도 같은 뜻으로 다녀왔었죠. 환하게 웃고 있던 그 영정 사진은 2년이 다 되어가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때도 한동안 멍- 하니 있으면서, 안타깝고, 식장을 빠져나오며 더 이상은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랐는데..

일 마치자마자 서둘러 약 두 시간을 걸려 도착하여, 같은 뜻으로 오신 다른 분들과 묵념하고 나왔습니다. 다른 조문객들을 위해 퇴장해야 하는데 사진에서 눈이 안 떨어지네요.
다음 날의 본인 일정도 있고 하니 이젠 발걸음을 돌려야하는데, 쉽게 떨어지지가 않습니다. 자꾸만 조문실을 쳐다보게 됩니다. 멍- 해집니다. 환하게 웃고있던 예쁜 그 사진.. 꽃다운 젊은 나이. 94년생. 동갑내기 친구.
........



사람의 죽음이라는 데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참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좋은 의미의 특별은 아닙니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이기에 그렇겠죠. 생명은 하나고, 잃으면 더 이상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요.
얼마나 슬펐으면 그 하나뿐인 목숨을 스스로 끊고 싶었을 지 이따금씩 상상하게 되는데.. 감정이입이 자꾸만 됩니다.

자세한 연유를 적긴 좀 그렇지만 저 또한 마음이 좀 아팠던 적이 있는데, 사람이 그냥 무력해지더군요. 어떤 행동이라도 하기 싫어지는, 그런 감정 상태가 됩니다. 하기 싫었던 건지, 할 수 없는 거였는지는 헷갈리네요. 둘 다였나.. 아무튼. 길 한복판에서 이제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뭔가 그냥 발이 안 떨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행동이 안 됩니다. 그래도 다행히 그 때는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만, 육체적인 고통만 고통이 아니란 걸 느꼈던 경험이었죠. 이게 훨씬 심해지면 삶의 지속을 포기하게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참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렇게 조문실 옆에서 3-40분을 더 멍하니 앉아있다가 마감 작업하시는 것을 보고서야 일어났습니다. 뜻을 함께 한 수 명의 사람들 속에 앉아있는동안, 침묵 속에서 참 많은 잡다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지금 또한 그럽니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과 계통의 질병은 현대에 와서 생긴 새로운 병일 지? 옛날엔 그저 육체적인 노동만 있던 때라 이런 병은 느낄 새가 없었을 지? 기술의 발전은 인간들의 필요에 의해 쭉 이어져왔고 지금도 진행중인데 때론 인간에 해를 입히기도 하는 건지? 그 중에서도 인터넷이라는 건 분명 어마어마한 발명품인데 좋은 면만 부각될 순 없는 건지 등등..
다소 엉뚱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이런 안타까운 사건 앞에선 한없이 감정적이게 됩니다. 평소에 상당히 냉정하고 리액션도 거의 없는 편인데..
건물을 완전히 빠져나와서도 발걸음은 여전히 무겁습니다. 여기서도 수 십분은 지체했습니다. 떠나긴 떠나야 하니 간신히 집에 오긴 했습니다.



그 후 설리 씨의 영상, 친했던 주변 지인들과의 케미 등 찾아보고.. '뭐야 정상인데???' (중의적일 수 있어서 첨언 - 설리 씨의 몸 상태가 정상이라 단언하는 게 아닌, 수많은 악플 세례를 받을 정도가 전혀 아니라는 생각)
논란이 됐던 부분도 잘잘못을 떠나서 죽음에 이를 정도의 악플 세례를 받을 사안이 전혀 아닌 것 같고........
이제 세상을 떠난 이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니 참.. 복잡미묘한 생각과.. 아니 이렇게 멀쩡한 사람, 흔한 연예인 중 1을 왜..

동료 연예인들의 수많은 추모글과, 가까웠던 지인들과의 케미영상, 소식을 듣고 급하게 귀국하는 동료들, 이것만 보더라도 설리씨가 그만한 악플을 받을만한 이가 아니란 건 단숨에 알 수 있더군요. 그와 동시에.. 제가 느끼는 이 안타까운 감정을 저만 느끼는 게 아니고, 같은 감정을 공유받는 느낌도 드네요. 이걸 안도 내지 위로라고 말하긴 좀 그렇고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네요.



https://youtu.be/nnl2mh6j7Ug
태연과 설리가 이 정도로 각별한 사이인 지는 몰랐습니다. 연습생 시절을 내내 함께 했다는데 그게 새삼 느껴지는 모습이네요.
아니 이렇게나 착한데.. 개성이 좀 강하단 이유로..?? 생각이 다르단 이유로?

https://www.fmkorea.com/best/2287381893
바로 아래 글 댓글에 달린 링크인데... 와.. 할 말이 없어지는.. 11초짜리.. 영상..

그 외 설리 씨 영상 몇 개 보다보니 맞춤 동영상으로 과거의 여러 영상이 줄줄이 뜨네요. 차마 계속 클릭하기가..



무거운 자게의 첫 글쓰기 버튼이 이런 주제가 될 줄은 몰랐네요. 어떻게 보면 연관 1도 없는 그저 한 개인일 뿐인데, 주제넘은 글로 보일 수도 있는, 그런 글이 됐습니다. 우울증이라는 병,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에 이르면 어떻게 방법이 없는 걸까요. 제가 학창시절 어렴풋이 배운 바로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는 자는 참다참다 조용히 목숨을 끊을 것 같지만 의외로 무조건 주변에 암시를 하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를 쓴다는데요. 종현 씨도 의사까지 찾아 치료를 시도했지만,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잠시 잊고싶어 게임도 건드려보고 하는데, 뭔가 그냥 잊어버리기엔 또 안타깝고.. 이런 복잡미묘한 감정의 반복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무뎌질테고 제 개인의 일까지 영향을 받으면 안 되겠지만.. 안타깝기 그지없네요. 맘이 아파요.
저도 고분고분 할 말은 하는 타입인데, 역시나 아직은 시기상조인 걸까요.

이상 두서없는 글이었습니다.
그 곳에선 행복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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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yFood
19/10/16 23:37
수정 아이콘
다녀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지보딩
19/10/17 00:00
수정 아이콘
이쁜줄 모르겠던지라 별 관심을 안 둔 연예인인데 막상 자진한 연예인 중 가장 슬픈 감정을 주고 떠나네요.
19/10/17 00:05
수정 아이콘
(수정됨) 곱디고운 얼굴 안 꾸며도 이쁘고 꾸며도 이쁜얼굴
너무 이뻐서 이뻐 보일 생각도 없어 보이는 느낌이었어요
너무 예뻐서 못끼는 자리도 불러주지도 않는 자리도 많았을 거란 생각도 드네요
본인 깨는 모습까지도 좋아해 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 아닐까
많이 외롭고 진짜 정을 받고 싶어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드네요
누가 봐도 불안해 보였기에 더 안타까운가 봅니다
아웃프런트
19/10/17 02:18
수정 아이콘
별로 관심은 없고 가끔 런닝맨 재방 보다 아 저친구 미모 미쳤네 그런 감정만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떠나니 너무 허전하네요.
밀리어
19/10/17 04:31
수정 아이콘
여러가지로 2000년대 활동했던 유니를 떠올리게 하는 연예인이었습니다.
19/10/17 11:13
수정 아이콘
안타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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