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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0/17 16:27:41
Name TheLasid
Subject [일반] 펜벤다졸, 기적, 셀프 임상, 암 환자와 가족, 그리고 환자가 아닌 사람들 (수정됨)
저는 VHL 환자입니다. VHL(폰 히펠 린다우병)은 희귀 유전병으로, 간단히 말씀드리면 몸 여기저기에서 종양이 막 생기는 병입니다. 불행히도 종양 중에는 악성인 친구들도 있는데, 보통은 암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13년 전에 어머니가 신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면서, VHL 환자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저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과는 뭐... 그게 그렇게 됐네요. 이후로 주기적으로 스캔을 찍고, 수술도 몇 차례 받고, 약도 좀 먹고, 그냥저냥 잘 삽니다. 어머니도 꿋꿋하게 잘 사십니다. 지난 15일에는 모교인 정신여고에서 노래선교단 50주년 기념 음악회에도 참가하셨어요. 와~ 마지막에는 400명이 넘는 분들이 무대에서 합창을 하시더군요. 어머니 얼굴 찾느라 혼났습니다. 아무튼, 공연 중에 한참을 서 있느라 힘드셨는지 어제부터 발목이 아프시다고 툴툴툴툴 거리고 계십니다.

저나 어머니 얘기를 하려고 이 글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제가 환자임을 밝히고 글을 쓰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정확히는 좀 더 안전할 듯해서 미리 밝힙니다. 지금부터 제가 드리려는 말씀은, 특별히 펜벤다졸과 연관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제가 환자로서, 환자의 피보호자이자 보호자로서, 다른 환자들을 지켜봤던 사람으로서, 여태까지 보고 느끼고 배운 바에 관한 내용입니다.

환자로 살다 보면, 세상에 기적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굳이 이번 펜벤다졸이 아니더라도, 환자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환우 모임 카페를 들어가 보면, 암을 치료한 기적이 정말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당장 저희 어머니도 어디선가 전해 들은 기적에 가까운 이야기를 종종 하십니다.

기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보통 다시는 재현이 안 되고, 대개 매우 비싸고, 기전을 잘 모르고, 관련 연구가 없고, 온갖 암에 다 듣는 물질인데, 왜인지 사람에게 쓰는 약으로는 허가가 안 났거나 그냥 건강보조제고, 어째서인지 약효가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사람에 따라 편차가 매우매우매우 크고, 그렇지만 즉효성이라고들 하고, 가까운 누군가가 현대 의학으로는 가망이 없는 환자였는데 이걸 먹었더니 혹은 뭘 했더니 단번에 나았다는 기적의 전파자들이 있고, 이런 분들은 매번 돈 버는 데는 관심이 없는 착한 분들이시고, 그렇지만 워낙 구하기 힘든 물건이다 보니 혹은 같이 먹으면 좋은 뭐는 비싸다 보니 싼 가격은 아니라는 말을 하시고, 그러면서 연민 어린 눈빛과 말투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하지 않느냐고 하고, 이런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나타나는데 왜인지 병원에서 처음 보거나 카페에서 처음 보는 닉인 경우가 많고, 분명 처음 듣는 얘기인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인 느낌이 들고... 절박하신 소수의 분들이 ‘셀프 임상’을 해보시겠다며 실제로 나서시고, 이런저런 후기가 올라오고... 그러다가 후기가 끊어지고... 가끔씩 가족분들이 카페에 마지막으로 글을 올리시고... 이런 일이 형태만 바꿔 가며 계속 이어진다... 는 점만 빼고요.

기적은 기적입니다. 기적을 바라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는 기적팔이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드라큘라는 젊은 여성의 신선하고 순수한 피만 먹는다지만, 현실의 포식자들은 약하고 병든 먹잇감부터 노립니다. 난치성 환자에게, 불치성 환자에게, 말기 암환자에게 빨대를 꽂고 죽을 때까지 피를 빨아댑니다. 약육강식, 야생의 법칙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인간 아닙니까? 인간 사회에서는 이 정도로 끝나지 않습니다. 환자의 목숨을 인질 삼아 가족과 친지들의 고혈까지 쥐어짭니다. 인간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아니면 바로 인간이기에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두면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느냐고, 살아가려면 희망이 필요한 거 아니냐고, 잘 되면 좋은 거 아니냐고, 이런 말을 환자가 아니라 기적팔이들이 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꼭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자기도 환자 혹은 환자 가족이었다고, 자기는 착한 사람이라고, 적이 아니라고, 그 고통을 안다고, 자기는 좋은 일을 하려는 거라고요. 환자에게는 이런 말이, 위안이 필요합니다. 기적팔이들이 이런 말을 그토록 진실되게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들 역시 마음과 정신이 병든 사람이기에,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그런 합리화가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불행은 기적팔이들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괜찮습니다. 세상에는 원래 깨끗한 것보다는 더러운 것이 많고, 아름다운 사람보다는 추한 사람이 많으니까요. 제 불행은, 처음에 밝고 꿋꿋했던 다른 환자들이, 눈물을 훔치며 어떻게든 이겨내려던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마모되다가, 어느새인가 기적팔이들이 했던 바로 그 말을, 뭐라도 해봐야 할 것 아니냐고, 희망이 필요하다고, 잘 될 수도 있다고, 스스로 되뇌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앞으로도 한참 동안 더 봐야 할 거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불행은, 이런 모습을 수없이 봤으면서도, 어머니가 지금 쓰시는 약에 슬슬 내성이 생기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오만 생각을 떠올리는 바로 저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저는 펜벤다졸에 아무런 유감이 없습니다. 기적의 항암치료제가 아니라고 한들, 이 친구는 이미 강아지 구충제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적이 아니라고 한들, 희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적어도 아직까지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금전적으로 큰 피해를 주진 않는 듯합니다. 희망이 현실이 되기를, 기적이 일어나기를, 환자로서 인간으로서,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렇지만, 세상에 ‘셀프 임상’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누가 뭘 먹거나 뭘 해서 좋아졌다는 것은, 그저 개별 케이스일 뿐입니다. 여러 사람이 해봤다고 한들, 그저 개별 케이스가 여럿 쌓인 것일 뿐입니다. 암은 종류가 많고, 그 성질과 예후가 천차만별입니다. 설령 같은 부위에 생긴 암이라고 해도,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가령 제 신장에 생겼던 암은 clear cell type에 해당했습니다. 신장암에 쓰는 항암제라고 한들, 암의 종류에 따라 잘 듣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부작용에도 크든 작든 차이가 날 것입니다.

임상을 하는 이유는, 임상약이 유효하며 (나름대로) 안전하다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괏값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임상을 하려면, 임상에 적합하고 상태가 유사한 환자들을 일정 수 이상 모아서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누고, 실험 약물과 환자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환자들이 복용 방법이나 용량, 주기를 엄격하게 지키도록 관리해야 함은 물론이고, 실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약물(나아가 특정 성분이 포함된 음식까지)을 복용하지 못하게끔 통제해야 합니다. 임상 기간에는 부작용 때문에 너무나 고통스럽더라도 함부로 동네 의사를 찾아가면 안 됩니다. 담당 의사분이나 임상간호사분께 연락을 드리고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단순히 실험 결과가 오염돼선 안 된다는, 제약 회사 측 입장만 고려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복용하고 있는 임상약과 다른 약을 같이 복용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입니다. 즉, 환자의 안위도 고려한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아마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을 주의하면서 여러 사람이 신중하게 펜벤다졸을 복용한다면, 체계적인 실험 수준은 아니더라도, 충분히(혹은 어느 정도는) 믿을만한 임상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예. 아무도 안 먹어본 것보다는 분명 낫긴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슬프게도, 말기 암 환자분들은 애초에 임상 대상으로서 적격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정한 약을 오래 써서 내성이 생긴 환자보다는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가 대상으로서 더 적합합니다. 드물게 기존에 다른 약을 쓰시던 분들이 새로 임상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기존에 쓰던 약물이 체내에서 다 빠질 때까지 상당한 기간을 기다렸다 참가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죽은 사람은 말을 하지 못합니다. 소위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입니다. 현 상황에서 우리가 여태까지 접했거나 앞으로 접할 정보는 편향될 수밖에 없습니다. 펜벤다졸로 효과를 본 사람들, 최소한 먹으면서도 죽지는 않은 사람들의 의견을 상대적으로 많이 접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펜벤다졸을 복용했지만 결국 돌아가신 분들이 생전에 남긴 기록이나 영상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대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세상에 ‘셀프 임상’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이런 말은 좀 안 썼으면 좋겠습니다. 환자들이,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잖아요. 이만하면 답 나온 거 아냐? 라고 오해할 수 있잖아요. 제대로 된 임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펜벤다졸은 검증을 마친 약이 아닙니다. 그리고 임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여담이지만 메벤다졸이라는 유사한 약이 현재 임상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펜벤다졸이 효과가 없을 거라는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여태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전문가임에도 많은 의사분들이 말씀을 아끼시거나 아주 조심스러운 의견만 내시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한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리고 케이스가 충분히 쌓이기 전까지는 ‘확실한(혹은 뭐라도)’ 말씀을 하실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의사분들이 전문가답고 양심적인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박하신 분들이나 그 환자분들께 펜벤다졸을 절대 쓰지 말라는 주제넘은 말씀을 드리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선택을 내리시기 전에 이런 부분도 고려해 보시라는 말씀을 드릴 뿐입니다.

저나 제 어머니의 안위를 걱정해주시는 선량한 분들이 참 많습니다. 이런 분들 가운데는 좋은 의도로 항암 관련 정보를 알려주시거나, 심지어 아주 용하니 써보면 어떻냐고 특정 약이나 식품, 치료를 적극적으로 권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모자가 나란히 써보면 좋지 않겠냐는 말을 심심찮게 듣습니다. 요즘에는 펜벤다졸이 핫하네요. 관심과 배려는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에 관해서 마땅히 입을 다물어야 합니다. 타인과 관계된 일, 특히 생명과 관계된 일에서는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 펜벤다졸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우리에게는 대부분 특정 암 환자가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판단할 능력이 없습니다. 당장 환자 본인도 자기가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의사분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진료를 보기 전에 여러 의사분이 모여서 케이스를 검토하십니다. 다른 병원에 가보면 흔히 다른 처방이 나오곤 합니다.

그러니, 피지알 분들께서도 펜벤다졸이나 기타 효험이 있다는 무언가에 관해 말씀하실 때는 부디 충분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굳이 안 그러셔도, 환자들이 누구보다 빨리 정보를 찾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저조차도 페벤다졸 관련으로 쫙 구글링 했어요. 그러나 만약 제가 절박한 상황이었다고 한들, 제가 펜벤다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은, 제 주치의 선생님(혹은 세컨드오피니언을 주실 다른 의사들)뿐입니다. 아무리 선의라도 약이나 건강보조제를 선물로 주시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그 흔한 종합 비타민도 환자에 따라 못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령 신장암 환자들은 따로 만든 ‘레날민’이라는 소위 신장 비타민을 먹습니다. 홍삼, 제발 주지 마세요. 처치 곤란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힘든지, 저도 잘 압니다. 아끼는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르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당장 저희 어머니도 때때로 보험 처리를 받지 못하는 다른 환자분들에게 남는 항암제가 있으면 조금 나눠달라는 부탁을 받곤 합니다. 그러나 그 환자분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기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이런 식으로 약물을 복용할 경우 해당 주치의분이 사태를 파악할 방법이 없기에, 따라서 결과적으로 치료를 방해할 수 있기에, 어렵사리 거절하시고 며칠을 우울해하십니다(적법성 여부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약을 받아 비싼 값으로 되팔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쯤에서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범죄는 경찰에게라는 상투적인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오전에 펜벤다졸 관련 글을 봤는데, 댓글을 읽다가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피지알에 오랜만에 글을 썼씁니다. 이렇게 긴 글이 나올 줄, 저 자신도 몰랐습니다. 생각보다 제 안에 쌓인 것이 많았나 봅니다. 진심으로 펜벤다졸이 기적의 항암제로 밝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의사를 신뢰하고, 기적팔이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씀은 여전히 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펜벤다졸이 일부에게서만 나름대로 효과를 거두면 어떻게 될까요? 모르긴 몰라도 그 사람들이 치료된 것은 펜벤다졸 +@ 덕분이었다는 얘기가 나올 겁니다. 기적을 팔려는 사람들이, 거기에 편승하려는 사람들이 끝도 없이 나오겠지요. 부디 이것이 제 노파심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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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7 16:45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잘쓰시네요.. 막힘없이 읽었습니다. 글쓴이님과 어머님 모두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TheLasid
19/10/17 17:40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잇튼님과 가족분들도 항상 건강하시길 :)
아랫길
19/10/17 16:4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TheLasid
19/10/17 17:4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콜라제로
19/10/17 16:53
수정 아이콘
오늘 약국에 어떤환자분이 펜벤다졸 문의하셨는데, 모 판매처에서 한통에 60만원에 판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해당 제품을 다뤄본적이 없어서 일반적 가격은 잘 모르지만 저 가격은 말도 안되는 바가지죠..

그 분은 이미 경기도 전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한통에 6~10만원씩 주고 구매하고 있다는데, 일단 아는바를 최대한 설명해드리긴 했지만, 그 분도 알면서 혹시나하고 사모으더라구요. 여러모로 마음이 착잡했는데 이런 글을 보니 댓글을 안남길수가 없네요.
TheLasid
19/10/17 17:43
수정 아이콘
한통에 60만원....몇 알이나 들었는지, 몇 일 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이네요. 알면서도 혹시나, 봐도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약사분들이나 의사분들도 이번 일로 걱정이 아주 크시겠지요. 부디 기운내시길 바랍니다.
VictoryFood
19/10/17 17:1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글 쓰신 분과 어머님의 건강도 계속 좋은 상황이기를 바랍니다.
TheLasid
19/10/17 17:43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빅토리푸드님과 가족분들도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포카리
19/10/17 17:25
수정 아이콘
너무나 동감하는 얘기입니다. 특히 주위 사람 얘기는 1000% 동감합니다. 다 좋은 의도로 말씀주시는 선량한 분들이라고 생각하고 덕분에 너무도 다양한 치료 방법들에 대해 듣게 됐습니다. 하지만 현대 의학과 단절하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주치의와 해당 관계자들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간혹 '왜 아직도 이 치료를 안 받고 있냐'며 적극적으로 권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왜 지난 번부터 얘기했는데 안 받냐고 화도 내시고요), 솔직히 어떤 부작용이 있을 지, 그리고 이 치료를 통해서 수명이 더 줄어들거나 고통이 심해지게 되는 건 온전히 가족의 몫입니다. 좀 과한 비유일 수도 있겠지만 주식이나 코인 권하는 것과 뭐가 다른 지 하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선택에 대한 고민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 지에 대해서만 좀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TheLasid
19/10/17 17:58
수정 아이콘
정말 힘들죠... 당사자와 제3자 간에 온도 차이가 극심한 부분 같습니다. 기껏 너 좋으라고 '해준' 말인데 vs 피곤해도 예의상 '들어줬는데'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몸도 마음도 지칠 때가 많아요. 제 경우는 스트레스를 굳이 사서 받을 필요는 없으니, 핑계를 대서라도 말을 끊는 편입니다. 이런 문제가 많은 환자분들이 환자라는 사실을 오픈하거나 근황을 알리실 때 고심하시는 원인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분들이라도 당사자가 아닌 한, 말씀하신 선택과 고민의 무게를 알기는 어려우니까요. 당장 저도 아버지랑도 이런 얘기 잘 안합니다. 서로 피곤해요, 하하하하.

포카리님의 상황은 모르지만, 부디 좋은 결과가 따르길 기원하겠습니다.
에버쉬러브
19/10/17 17:34
수정 아이콘
친동생이 뇌종양 4기인데 먹으려고 하더군요
항암치료 너무 힘들어하고...식사를거의 못해요
이리저리 고민이 많네요 아직30대중반인데
TheLasid
19/10/17 18:00
수정 아이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동생분께 좋은 일이 일어나길 기원하겠습니다.
19/10/17 17:34
수정 아이콘
말기암 환자들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이것저것 시도하지만 제일 좋은 치료는 자신에게 잘맞는 임상약물 투여 인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2년전 이맘때쯤 이미 장기에 전이된 위암 말기였는데 다행이 잘맞는 임상치료약 투여로 완치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을 할 정도로 건강해지셨습니다.
TheLasid
19/10/17 18: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희 어머니도 수텐이 임상약이던 시절에 임상에 참여하셔서 큰 효과를 본 케이스입니다. 처음 간 병원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고 1년도 어렵다고 하셨어요. 결국, 임상이 끝나고도 한 5~6년 정도 더 드셨지요. 이제는 수텐이 신세포암 표준 치료제에서 탈락할 상황이라고 하니, 감회가 정말 남다릅니다.

아버지께서 많이 좋아지셨다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부디 그 상태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19/10/17 18:57
수정 아이콘
저도 어쨋든 희귀난치성질환 가지고 있는데 공감합니다
예전에 모임 나갔을때 다들 이것 저것 권유받는게 힘들다고 하던 얘기가 떠올랐네요

가끔 가다가 홍보로 자기들은 고쳤다고 하는거 보면 웃기긴 합니다 제 쪽은 아직 의학쪽으로는 완치 판정받았다는 얘긴 없다던데 크크
TheLasid
19/10/17 23:02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실제로는 완치는 커녕 '치료'라는 말도 쓰기 조심스러운데 말이죠. 그런 광고를 보면 처음엔 분명 웃긴데... 가는 분들이 실제로 계시더라고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해야 하려나요. 착잡합니다.

무슨 질환을 앓으시는지 모르겠지만, 관리 잘 받으시고 또 잘 하시길 기원합니다.
케로니
19/10/17 19: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글쓴님과 어머님의 내일에 희망이 있길 기원합니다.
다른 여러 말들은 사족일 것 같아 짧게 줄입니다.
TheLasid
19/10/17 23:0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사실 완치될 거라는 희망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희망이 있고, 그거면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케로니님께서도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19/10/17 20:1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TheLasid
19/10/17 23:0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절름발이이리
19/10/17 21:11
수정 아이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TheLasid
19/10/17 23:04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이리님도 건강하시길!
vanillabean
19/10/17 21:5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암 수술하고 나서 바로 발효액 같은 거 선물받았는데 진짜 난감하더라고요. 그 뒤에 계속 저런 류의 얘기나 선물 비스무레한 게 들어오는데 쳐내는 것도 피곤할 때가 있어요. thelasid님과 어머님 건강하시길 빌게요.
TheLasid
19/10/17 23:07
수정 아이콘
그런 게 생각보다 엄청 비싸더라고요... 무척 난감하셨을 것 같습니다. 저도 가능한 한 상처 주지 않고 쳐내보려고 아둥바둥하는데, 심력 소모가 엄청난 느낌입니다. 고맙습니다. 바닐라빈님과 가족분들도 건강하시길 빌께요.
19/10/17 22:50
수정 아이콘
너무나도 이성적이신...

글쓰시는 솜씨가 너무 부럽고 질투가 나네요

그렇기에 얼마나 남들보다 더 힘드실지.. 감히 상상도 안가네요.. 화이팅입니다 정말로요
TheLasid
19/10/17 23:12
수정 아이콘
아이고, 과분한 말씀 감사합니다.
거너스님도 분명 남들보다 힘드신 일이 있으시겠지요. 그런 일이 적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항상 화이팅하시길!
(그렇지만 힘든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듯하다는 사족도 덧붙여봅니다.)
19/10/18 02:4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너무나도 감사 드립니다.
TheLasid
19/10/18 19:21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
19/10/18 07:16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힘내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TheLasid
19/10/18 19:2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오호님과 가족분들도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19/10/18 07:2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북미에 살아서 지인들이 펜벤다졸 좀 구해달라고 성화인데 와닿는 점이 많네요.

글쓴 분과 어머님의 건강을 빌겠습니다.
TheLasid
19/10/18 19:23
수정 아이콘
아이고, 여러 가지로 정말 힘드시겠어요...
밴딩님과 가족분들도 건강하시길!
19/10/18 08:50
수정 아이콘
평생을 같이 할 친구가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는지라 자주 듣는 얘기기도 하네요.
주치의나 소위 말하는 '의사'분들께서 확실한 차도나 예후를 말하기 어려운 것은 말씀하신대로 전문가인 그들조차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공감이 되네요.

글쓴 분과 어머님이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TheLasid
19/10/18 19:26
수정 아이콘
친구분이 많이 힘드시겠네요. 몸도 마음도 힘든 직종인지라, 좋은 일 하십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라는 말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
그래도 그 분께는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클로프님이 계시니 다행이네요 :)
두 분도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
19/10/18 10:04
수정 아이콘
좋은글, 저도 환자의 가족으로써 너무 공감됩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환자가 될수도 있고 환자의 가족이 될수도 있고 또 환자의 가족을 지인으로 둘수도 있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글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TheLasid
19/10/18 19:27
수정 아이콘
저도 감사합니다. 가족분께서 쾌차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19/10/18 11:2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TheLasid
19/10/18 19:2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시암님도 건강하시길!
wish buRn
19/10/18 11:57
수정 아이콘
건강하세요.
TheLasid
19/10/18 19:27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위시번님도 건강하세요.
19/10/18 12:2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배려도 차분한 이성이 들어가야하는데
저도 무심코 불편한 배려를 상대방에게 주지 않았었나 고민하게 되네요.
TheLasid
19/10/1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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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사람인데, 어떻게 매번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있겠습니까.
배려와 관심에 항상 감사합니다. 상대방분도 아마 루인님께 고마워하셨을 거예요.
제가 본문에서 다소 강하게 말씀 드린 것은, 때때로 배려가 과할 때가 있어서에요.
가령 수십 만원어치 한약 같은 거요. 금액 자체도 부담스럽고, 먹을 수도 없으니 곤혹스럽습니다.

우리가 아는 사람한테 선물을 할 때, 상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고민하잖아요.
환자한테 선물을 주실 때는, 도와주고 싶으시다는 생각이 앞서셔서 그런지, 많은 분들께서 여러 면에서 과한 선물을 주시곤 합니다.
저는 가벼운 선물을 좋아합니다. 아마 다른 환자분들도 그러실 거예요.
제가 받았던 선물 중 가장 기뻤던 건 입원했을 때 받은 고급 화장지와 물티슈, 향이 좋은 핸드크림이랑 립밤 같은 거였어요.
실제로 요긴할 뿐더러, 정말 배려심이 느껴지는 선물이었습니다.
혹시 오해하실까봐 적는데, 저 남자입니다. 그렇지만 수술 후에는 온몸에 수분이 다 날아가는 느낌이라, 저렇게 보습에 도움이 되는 물건이 요긴해요.

암튼 잡소리가 길었네요. '불편한' 배려라는 말씀을 들으니... 제가 말씀을 잘못드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절거렸습니다.
불편하지 않아요. 때때로 과하게 느껴진다, 보답하기 조금 벅차다, 뭐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
Jeanette Voerman
19/10/1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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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TheLasid
19/10/18 19:46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퀴즈노스
19/10/18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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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TheLasid
19/10/18 19:46
수정 아이콘
퀴즈노스님과 가족분들도 부디 건강하시길!
턱걸이최대몇개
19/10/18 14:21
수정 아이콘
VHL 환자분이시군요. 전공의때 1케이스 봤었는데, 힘내시길 바랍니다. 그거와 별개로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선, 과학적 사고방식이 아직 국내 일반에 정착되지 않아서 라고 봅니다. 실험군-대조군, 통계적 분석, 이런거에 대해 전혀 익숙하지 않으니깐요. 유례없이 빠르게 성장한 나라인만큼 어느정도는 그럴수 있다고 봅니다.
TheLasid
19/10/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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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렇겠죠. 사실 과학적 방법론이 일반에 정착되기는 쉽지 않은 듯해요.
우리보다 더 선진화됐다고 일컬어지는 사회도 대동소이한 느낌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이라고 해야 할지, 의사나 여타 전문가들, 더 나아가 타인에 대한 신뢰가 많이 부족한 것 같긴 해요.
타당하든 아니든, 환자가 의사를 믿지 않는(혹은 못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의료 문제와 관련하여 환자 자신이나 지인들의 판단이 의사의 판단보다 과연 더 믿을 만한지는 숙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겪은 특정 의사가 믿을 만하지 않다고 해서, 의사는 다 그렇다고 확대 적용해도 안 되겠고요.

예전에 입원했을 때, 주치의 선생님(아마도 패컬티? 암튼 매우 쎄신 분)께서 인턴 및 레지던트 선생님들이랑 같이 새벽 회진을 다니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정말 우르르 몰려다니셨는데, 발소리만 듣고도 오시는 줄 알았죠.
그때 턱최몇님을 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아니시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니 재미있네요 :)
(저는 한 세트에 10번씩 다섯 세트 합니다!)

의사분들께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더 많이 글을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치킨은진리다
19/10/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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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만되도 주변에서 온갖 말들이 많은데 심지어 허리디스큰데 다리가 왜 아프냐고 디스크 알못을 만들기도 하구요. 암은 상상도 못하겠네요. 건강하시기를
TheLasid
19/10/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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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역으로 다리가 아픈데 왜 허리 mri를 찍냐 그러는 경우도 많고, 병이라는 게 여로 모로 참 어렵습니다. 치킨은진리다님도 항상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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