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5/11 15:52:43
Name 목화씨내놔
Subject [일반] 사람 일이 참 마음같지 않습니다 징징글
저는 노조위원장입니다 노조원은 40여명입니다
하고싶어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노조활동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요
누군가가 부탁을 해서 어쩔 수 없이 맡게 되었습니다
저라도 안했으면 노조가 없어질 상황이었거든요

노조위원장 선출 당시에도 조합원을 모아놓고 얘기했죠

[저는 노조위원장을 할 수 있는 재목도 아니고 그리고 전임노조도 사실상 할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서
제대로된 노조 활동을 하려면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야한다
뭘 해야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노조원들이 정하고 전 그대로 따르겠다
저한테 일시키지 말아달라 대신 노조활동을 하면서 거기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지고
노조원들이 원하는 바가 있으면 회사에 요구해서 무조건 얻어내겠다]


선출된건 그게 작년 초였습니다 이제 1년이 훌쩍 넘었네요
회사는 굉장히 안좋은 상황이 되었고 지금은 최악의 최악으로 가고 있습니다
사실상 어용노조 수준의 단체협약에서는 할 수 있는게 없기에 단체협약을 새로 하려고 합니다
노조가 회사 경영을 감시해야된다 그렇게 할 수 있다 라고 얘기하지만 공허의 메아리네요

절대 노조일을 안하고 책임만 가져갈테니 알아서들 운영하시라 라고 했던 얘기는 지금은 구름처럼 사라지고
현재 본업도 하면서 야간에 노조 관련 일을 혼자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문도 쓰고 자문도 받고 단체협약도 고치고 법조문도 훑어보고
회사 자금 상황에 대한 내용도 받아보고 직원들 퇴직금 챙기고 임금협상 진행 기초 자료 만들고 등등

뭐하는건가 싶네요

얼마 전에 노조 대위원 한명과 우연히 술을 먹는데 저한테 서운한 말을 하더군요
"무슨 얘기를 해도 노조에서 안된다고만 한다"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사람 마음이 다 같은게 아닌가 봅니다
노조에서 나가는 모든 문서도 저 혼자 만들고 법률 검토도 저 혼자 하고 아이디어도 저 혼자 내고 단체협약도 저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얘기는 피복비 30만원/연 복리후생으로 추가하는 부분에서 매달 나눠서 달라는 피드백 뿐이네요
단체협약을 통해서 노조에서 경영 활동 감시를 하고 회사를 정상화 시키기 위한 액션과 권리 찾기를 하기 위해서
수많은 조항이 바뀌고 신설되고 불리한 조항은 폐지하고 그리고 그런 과정 내에서
노조가 양보할 수 있는 건 무조건 지켜내야할 것 등등 하나하나 정리해서 공유하고 협상 방법까지 적어놨지만

"회사 언제 없어질지 모르니 피복비 신설하는거 매달 주는걸로 바꿔서 한달에 3만원이라도 더 받게 해줘요"

이거네요

그리고 말도 안되는 요구와 판단으로 사람 열받게나 하고요
최근에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개발 쪽 팀장이 있는데 지금 회사에 20년 정도 다니신 분입니다
저보다 나이도 한 6살 이상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날 찾아와서는 퇴직금 관련된걸 묻길래 법 테두리 안에서 잘 진행되고 잇는걸 설명을 해줬지만 이해하지 않고 횡설수설 하더라고요
그러다 하는 말이

"아니 그래서 지금 직원 두명이 관둔다고 하는데 그러면 사업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이 스탑될텐데 위원장님은 무슨 해결방안이 있는데 자꾸 퇴직금은 법규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얘기하세요 너무 현실감각 없는거 아닌가요?"

너무 화가 나서

"직원 관둬서 사업 안돌아가는건 팀장님하고 위에 본부장 새끼하고 둘이 손잡고 올라가서 대표한테 보고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지 왜 그걸 노조에다가 얘기해요? 내가 남의 팀 일까지 해줘야합니까? 그리고 두명 나간다고 사업팀 일이 전부 스톱되면 나머지는 뭐하는데요? 다 쳐놀고 있습니까?"

제가 너무 올드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전 지금 회사에서 근무한지 거의 10년이 다되어가고 그 동안 보잘것 없는 사람을 회사에서 잘봐줘서 계속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회사가 망가졌어요 누가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망가져버렸습니다 심폐소생이 될지 안될지 판단도 안되요
전 노조원들이 힘을 모아서 위기를 헤쳐나갔으면 좋을거 같아요

지금 당장 1년에 30만원을 두번에 나눠받는지 한달에 3만원씩 받는지 그런 문제가 아니라
그 동안 우리 회사가 저라는 사람을 노동자로 있게 해줬고 울타리를 쳐줬으면
경영진의 방만 또는 배임으로 지금 회사가 많이 아픈데요 우리 임직원들이 힘내봐야죠

그렇다고 희생을 요구한느건 아닙니다
구두상이기는 하지만 복리후생 포함해서 실질적으로 올해 연봉인상률 최소 6% 이상으로 확답 받았습니다
지금 노조에서는 직원들 사기 진작 차원에서 8%를 요구하고 있어서 제가 서명만 안하고 잇는 상태이고요

전 낭만주의자가 아닙니다 무조건 회사를 돕자 이게 아닙니다
회사가 경영진의 잘못으로 완전히 망가져버렸습니다
앞으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누군가가 감시를 해야하는데 그걸 노조에서 하자는거지요
할 수 도 있는 부분이니까요 그리고 내가 다니는 회사잖아요

근데 노조원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저를 마당쇠 정도로 생각하는거 같아요 노조회비 내고 있는데 왜 이런 것도 안해? 이런 느낌이네요

그래서 오늘 얘기하려고요

이번 임금협상과 단체협약 개정 마무리 하고 노조위원장 때려친다고 얘기할겁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테크닉션풍
20/05/11 15:54
수정 아이콘
힘든일 하고계시내요 이번일 잘마무리하시길...
sidsiddl
20/05/11 15:59
수정 아이콘
욕보십니다.
원래 사람들이 그런 자리에 책임감 강한? 사람 앉혀놓고
뒤에서 훈수질 많이 합니다. 말만 하는거죠 말만..
그런 후에 결과 나오면 그때는 또 잘했니 못했니 평가질을 합니다.
사람들이 원래 그런 것이니 넘 상처받거나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만 이용당하시고 본인만 챙기세요. 각자도생 아니겠습니까
회사가 망가졌다면 망가뜨린 사람이 고쳐야죠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알아요
아! 저사람 앞장세우면 내가 좀 편하겠구나
저 사람을 이용해 먹어야 겠구나

조별과제 할때 조장 뽑는 것처럼요
아실겁니다. 과제할때는 안도와주다가 결과 나오면 학점 뭐냐고 따지고 들죠..
20/05/11 16:00
수정 아이콘
"내가 노조비 내는데 이런것도 안해?" => 조합장이든 위원이든 조합비는 모두 내죠 크크크. 알면서도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참 힘 빠지는 일입니다.
아말감
20/05/11 16:00
수정 아이콘
이상하게도 어떤 자리를 맡다보면 잘 해나갈수록 더 힘들도 어렵고, 대충하려 할수록 더 쉽고 편하더라구요.
잘하려고 하셨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목화씨내놔님께서 하신 행동들 하나하나가 다 의미있겠지만 의외로 그 힘들 과정과 결과에서 보람을 찾기는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싶네요.
보람은 그 노력한 과정보다 다른사람의 반응이나 결과로만 판단되기 쉬우니까요.
분명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고마워하는 분들도 많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악군
20/05/11 16:10
수정 아이콘
아이고 고생이 많으십니다..ㅠㅠ 참 진짜 할 사람 없다고 해서 떠맡고
맡았으니 할건 하려고 하는데 그런 소리 들으면 참 힘빠지죠.
두부두부
20/05/11 16:14
수정 아이콘
노조일이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네요...(참고로 전 사측.... )

저희쪽 노조관계자분들이 말씀하시는 애환은...
조합원에게 어떤 의견을 물었을 때 아예 의견이 없거나. 혹은 의견 주셔도 엄청 지엽적인거.. 아님. 개인적인 말만....(우린 이익단체다 이러면서..)
고충상담은 앞뒤 맥락없이 호소만 하시고 해결을 바라신다고..

힘내세요.. 저같은 사람은 목화씨내놔님의 애환을 이해하고 애쓰심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러니 하지만 노-사 힘내요!
20/05/11 16:15
수정 아이콘
너무 고생하십니다. 사람들이 무슨 직함이 있으면 권리만 누리는줄 아는 경우가 대다수지요.
에휴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봐서 얼마나 속이 타실지 이해갑니다.
회사는 회사대로 노조원은 노조원대로 요구하고 중간에서 얼마나 고생하실지...
몸 안상하게 정말 조심하세요. 그래도 위에 분들 말대로 표현은 안해도 고마워하고 의지하는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정말 고생하십니다. 건강 항상 조심하세요.
쿠크다스
20/05/11 16:31
수정 아이콘
한 팀에 두 명만 있어도 일 하는 사람과 노는 사람 따로 있죠.
노조의 예를 드셨지만 어디서 무슨일을 하든 다 똑같은거 같습니다(..)

회사 공용 쓰레기통과 분리수거함을 아무도 안 비워서 몇 년째 혼자 비우다
며칠간 안 하면 꽉 찼는데 왜 안 비우냐는 말이 나오거든요 크크크
저그우승!!
20/05/11 16:47
수정 아이콘
너무나도 힘든 자리일텐데 고생 많으십니다.
넵튠네프기어자매
20/05/11 17:17
수정 아이콘
부디 잘 때려치시길(???) 빕니다.
저러면 꼭 뒤끝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계속 하라고 시비걸수도 있고...
매일매일
20/05/11 17:48
수정 아이콘
가장 책임감있고 열심히하는 사람이 가장 힘들게 되는 현실이죠 ㅠㅠ 힘내세요
마리아 호아키나
20/05/11 18:59
수정 아이콘
비슷한 상황이라 추천 올리고 갑니다.
전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인데 목화씨님은 그전에 잘 탈출하시길...
tannenbaum
20/05/11 22:13
수정 아이콘
에휴
고생이 많으십니다.
벗어버리세요.
20/05/12 05:38
수정 아이콘
조별과제인줄 크크
롤링씬더킥
20/05/12 08:50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아스트란맥
20/05/12 09:02
수정 아이콘
고생하시네요 정말.....
남일같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약은먹자
20/05/12 09:27
수정 아이콘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상황 잘 봐가면서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6165 [일반] 사람 일이 참 마음같지 않습니다 징징글 [17] 목화씨내놔7099 20/05/11 7099 15
86164 [정치] 민경욱 의원이 발표한 4.15 부정선거 의혹 정리 [132] Ryan Klesco13043 20/05/11 13043 0
86163 [일반] 노 저을 줄 모르는 전통시장 [59] 봄바람은살랑살랑11284 20/05/11 11284 12
86162 [일반] 초중고 개학이 다시 한번 연기됩니다... 기정 사실화 단계... [53] 興盡悲來12949 20/05/11 12949 0
86161 [일반] 게이에 대해 뜬금없이 든 생각 [63] 아웅이10689 20/05/11 10689 2
86160 [일반] [1보] 텔레그램 'n번방' 개설자 '갓갓' 검거 [48] 파이톤사이드12979 20/05/11 12979 5
86159 [일반] PC용 르누아르 CPU 발견 (루머) [35] 토니파커10232 20/05/11 10232 0
86157 [일반] 중국은 패권국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가? [67] 아리쑤리랑28765 20/05/11 28765 133
86156 [일반] 위즈덤(Wisdom)이론 [9] 성상우6336 20/05/11 6336 4
86155 [일반] 인구절벽, 인구학적으로 알아보는 미래의 경제 이야기 [62] MissNothing13270 20/05/11 13270 5
86154 [정치] 이걸 정치 이야기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28] 공기청정기10880 20/05/11 10880 0
86153 [일반] 스연게 재오픈 및 운영방침 공지 [50] jjohny=쿠마9005 20/05/10 9005 4
86150 [일반] 유쾌한 우주 활극 [27] 퀀텀리프10096 20/05/10 10096 1
86149 [일반] [12] 게임 덕후 의사의 충고 [10] ioi(아이오아이)9160 20/05/10 9160 4
86148 [정치] 오늘 극우계열의 반페미 집회 (혐주의) [92] 나디아 연대기20973 20/05/10 20973 0
86147 [일반] [스연][여자친구] 눈사람과 해맑게 춤추는 유주 [3] 메자이의 학점약탈자6625 20/05/10 6625 0
86145 [일반] [스연] 오마이걸이 SBS 인기가요 1위도 차지했습니다. [25] 멀면 벙커링9152 20/05/10 9152 1
86144 [일반] 파우치를 몰아내려 여성에게 거짓 미투를 종용한 트럼프 지지자들 [19] 데브레첸10098 20/05/10 10098 3
86143 [일반] [역사] 중세의 대성당들은 누가 지었을까? [21] aurelius9238 20/05/10 9238 11
86140 [일반] [스연] 부부의 세계 레전드 회차 14회 (feat. 부모의 마음) [21] 세종대왕10552 20/05/10 10552 2
86139 [일반] [스연] 김희애 한 미모 하셨던 리즈시절(가수시절) [13] 카랑카13507 20/05/10 13507 0
86138 [일반] [스연] 아는형님 긴급 3주 편성 확정 [48] Leeka13735 20/05/10 13735 1
86137 [일반] 한국(KOREA)형 음식모델(17) [4] 성상우6662 20/05/10 6662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