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과수원옆집입니다.

지역 이야기를 하다가 오랜만에 강원도 이야기를 댓글에 많이 달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 강원도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사실 댓글만 너무 많이 달아서 글을 한번 쓰고 싶...저는 강원도에서 22년6개월을 살았고, 저희 집안이 산 건 400여년 가까이 되는지라 사실 골수 강원도 감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강원도를 조금 더 이해하실 수 있으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혹시 저의 잘못된 이해나 얕은 생각을 정정해주실 도민(또는 명예도민)분이 계시면 댓글로 바로 잡아주시길 바랍니다.


1. 강원도의 세 솥발은 원주, 춘천, 강릉이다.
어느 지역에나 거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전남에 대장격인 광주가 있고, 더 남쪽에 목포, 여수, 순천이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강원도는 세 도시가 맹주(?)입니다. 바로 원주, 춘천, 강릉(인구 순)입니다. 역사적으로는 강릉, 원주, 춘천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애초에 강원도가 강릉과 원주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습니다.)

강릉은 아주 역사가 깊은 도시입니다. 과거의 이름은 하슬라, 명주였습니다. 중부지방 중 동해안에서 가장 따뜻하고 땅도 넓은 곳이다보니 옛날부터 태백산맥 동쪽(영동) 지방의 맹주입니다. 2000년대까지 강릉고등학교에 고성, 속초, 양양, 동해, 삼척, 태백, 평창, 정선의 수재들이 모일 정도였습니다. 또한 관동팔경 중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경포대가 있고 관광자원도 상당히 많습니다. 2018 올림픽으로 강릉에 KTX오게되면서 서울과의 접근성이 매우 높아진 덕분에 이전보다 인구는 줄어서 도내 3위 도시가 되었지만 도시 자체의 활력은 올라가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원주도 역사가 매우 깊습니다. 강릉이 궁예에 복속되는 김순식의 도시라면, 원주는 궁예가 뒤통수를 친 양길의 본거지입니다. 9주 5소경 중에 북원경에 해당하는 지역이고,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내륙 교통의 요지이기도 합니다. 또한 과거에 강원감영(도청)이 있을 정도로 중요성을 인정받은 도시입니다. 다만 유동인구가 많다보니 신기하게 관광자원은 부족한 곳이기도 합니다.(대신 치악산이 있습니다.)

춘천은 강릉 원주보다는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릉과 원주는 강원도의 패권(?)을 두고 다퉜고 그 갈등이 너무 심해서 제3지역인 춘천에 도청을 두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춘천은 한국전쟁 당시에 남한의 패퇴를 1차 저지했던 곳이라 군 관련 기념지역이 꽤 있습니다. 서울과 전철이 연결되어 있어 일부는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강원도는 이 세 도시들과 나머지 도시들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정도로 저 세 도시가 핵심입니다. 영동의 맹주 강릉, 최대 도시 원주, 도청 소재지 춘천(원주와 춘천은 태백산맥 서쪽 즉, 영서지방입니다.)이 강원도의 핵심인 것이지요.

네? 그래서 저 도시 규모가 어떻게 되냐구요? 강릉이 20만이요......원주는 30만 넘었어요....또르르...


2. 강원도의 인문지리는 바로 태백산맥으로 갈라진다
앞서서 말씀드렸지만 태백산맥 동쪽은 영동, 태백산맥 서쪽은 영서입니다. 이 두 지역은 사실 강원도라는 행정구역만 공유하고 다른 기질을 가진 다른 동네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참고로 막국수도 영서지방은 슴슴하고 영동지방은 칼칼합니다.

영동은 역사가 오래되고 보수적인 동네입니다. 저희 집안이 강릉에서 400년동안 살았습니다... 강릉의 관노가면극을 보면 가면극인데도 무언극으로 진행되는데 오죽 보수적이면 자유롭게 말도 못하냐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단오제도 천년을 해왔는데 이것도 사실 얼마나 옛것을 그대로 따르는지 보여주지요. 고속도로 뚫고 태풍이 왔을때 대관령 산신이 노해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떠돌던 동네입니다.

그리고 영동지방은 동시에 북한과 땅 그리고 바다로 접경한 지역이다보니 안보 관련 이슈도 많습니다. 저도 실제로 간첩을 본 적이 있고, 산에서 삐라 줍고 다니고 그랬습니다. 그러다보니 동네 자체가 보수적인 편입니다.

반면 태백산맥 서쪽인 영서지방은 영동보다는 서울 충청권과 교류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말도 억센 영동지방과 달리 나긋나긋합니다. 유동인구가 많다보니 보수적이지도 않습니다. 정치 지형 자체도 보수보다는 진보에 가깝습니다. 군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서 전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다만 영서지방은 춘천과 원주를 제외하면 완전히 산골입니다. 영동에는 강릉, 영서에는 원주와 춘천이면 영서가 당연히 세력이 세겠네?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지만 그 외의 시들은 모두 영동지방에 있습니다. (속초, 동해, 삼척, 태백)

다만 원주가 혁신도시로 선정되면서 원주의 발전이 눈부시다보니 영서지방의 세력이 더 커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화천과 홍천은 원주와 춘천 부근에 있는 곳이다보니 산골이지만 기질도 비슷합니다. 다만 철원은 경기북부에 가깝고, 영월은 충청권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철원같은 경우에는 면허도 경기도에서 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영서는 원주와 춘천을 제외하고는 인접 도에 강한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에? 영동지방은요? 인접도가 북한이라...(물론 삼척의 경우 경북과 인접해있기는 합니다.)


3. 태백산맥의 관문들
영동과 영서지방을 가르는 것도 태백산맥이지만, 영동과 영서지방을 잇는 것도 태백산맥입니다. 태백산맥들의 관문들을 보면 지역 간 교류를 다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위쪽부터 진고개, 미시령, 한계령, 대관령 등이 있습니다. 몇개만 짚어보자면 일단 미시령과 한계령입니다. 설악산을 둘러싼 고성, 인제, 속초, 양양에 있는 관문인데 인제로부터 미시령은 속초로, 한계령(양양에서는 오색령이라고 부릅니다.)은 양양으로 이어집니다.(과거에 속초와 양양은 한 동네였습니다.)

대관령은 평창과 강릉을 잇습니다. 강릉이 영동지방의 가장 큰 동네였기 때문에 태맥산맥의 가장 대표적인 관문도 대관령으로 여겨집니다. 최근에서는 평창에서 대관령이라는 이름을 적절히 스틸해서 도암면을 대관령면으로 바꾸었는데, 이렇게 이름을 바꿀 정도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워낙 굽이길이 심해서 감을 한접(100개)을 사서 한 굽이마다 하나씩 먹으면 딱 하나 남는다는 99굽이길로도 유명합니다. 현재는 고속도로가 뚫려서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이상 보기 힘든 길입니다.

아, 참고로 감은 과거 사람들의 가장 좋은 간식거리였습니다. 과자가 감을 흉내낸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이지요. 그런데 감은 북쪽으로 갈수록 잘 안됩니다. 강릉과 양양은 북쪽 지방에서 감을 사러 다닐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어서 이 지역에서는 또 감의 맹주(?)이기도 합니다. 창원분들이 보시면 빵 터지실 거 같습니다.


4. 강원도의 산들
강원도에는 높은 산이 많습니다. 그래서 서울에 가서 '고조 저희 동네에서는 이런 건 산으로 안칩니다.'드립을 치고 북한산 관악산 마니산을 올라갔다가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했던 기억이 있네요. 대표적인 산으로는 설악산, 치악산, 오대산, 태백산이 있습니다.

설악산은 남한에서 3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등반난이도는 가장 높지 않냐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의 산입니다. 설악산은 고성, 속초, 양양, 인제에 뻗어있고 대청봉은 양양에 위치해있습니다.(인제분들 나와주세요.)  최근에 케이블카 이야기가 나오는 곳은 대청봉은 아니고 중청봉인가 끝청봉인가 그럴 겁니다. 참고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집안에 주어진 케이블카는 권금성 케이블카입니다. 통일이 되면 고성은 진짜 좋은 곳이 될 것 같습니다. 남쪽으로는 설악산, 북쪽으로는 금강산이 보입니다.

오대산은 분명 높은 산이지만 오히려 고즈넉한 느낌을 줍니다. 왜냐하면 아예 고지대에 있기 때문입니다. 설악산이 해안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과 달리 평창에 있다보니... 유명한 사찰이 있고 휴양림이 있어서 더울 때 다녀오시기 좋습니다.

치악산은 아직 가본적이 없어 모르지만 은근히 관광자원이 적은 원주의 한줄기 빛입니다. 은혜갚은 까치 설화가 있는 곳으로 '악'이 들어갈 정도로 험하다고 합니다. '악!'

태백산은 비교적 남쪽에 위치해 경북 봉화로 이어지는 산이지만 매우 험한 산입니다. 이것때문에 태백시가 강원 남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5월 5일에 눈이내렸네 마네하네하는 이야기가 나돕니다.(태백시 사람으로부터 직접 들었습니다.)

이상 강원도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