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글들에서 스타트업에서 첫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것을 의식의 흐름대로 적다보니
혼자(?) 재밌어서 (간만에 글 쓰는 것이기도 하고) 조금 더 적어보려고 합니다.
(첫 회사를 퇴사한지 5년이 지났다.
https://pgrer.net/freedom/97636?page=2)
나는 영업직으로 들어왔다. 업체와 제휴하여 자사 어플에 입점하고 서비스 비용을 받아내는 직무였다.
내가 속했던 영업팀은 따로 영업 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고 영업 사원이 직접 고객사를 영업하는 것이 목표였다.
로컬 방문부터 시작해서 콜드콜, 메일링, 소개 등 할 수 있는 영업 루트는 다 시도했다.
사실 미팅 자체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미팅도 박리다매로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따라 (본인 표현 방식으로는) 미팅 품질이 다소 상이했다.
예를 들어,
콜드콜의 경우 "사장님, 마케팅 회사인데요, 전화로 설명하기 힘드니 브레이크 타임때 매장에서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위 사례처럼 미팅을 잡을 경우 미팅은 많이 할 수 있지만 1분도 못하고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고객이 필요한 상품(서비스)인지 아닌 지도 확인 조차 하지 않고 갔기 때문이다.
물론 초반에는 이런 식으로 박리다매 느낌으로 미팅을 많이 잡았다. 경험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전 글들에 나왔던 팀장은 처음부터 같이 일한 것은 아니였고 한 2~3개월 지난 후 그의 팀으로 합류했다.
그와 같이 나갔던 첫 미팅은 망했다. 그리고 굉장히 창피했다.
그는 미팅 내내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가 마지막에 딱 가격 안내 및 협의를 할 때 몇 마디 나눴다.
미팅 내내 그의 다이어리는 빼곡히 뭔가가 적는 듯 보였다.
제일 창피하고 굴욕적이었던 순간은, 20분 내내 내가 이야기할 때는 집중 못하던 고객이,
마지막 1~2분 팀장이 이야기할 땐 고객의 눈과 반응이 달랐다는 것이었다.
그의 몇마디에 고객이 확 집중했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나보다 상급자 였다는 것도 알고 중요한 가격 이야기를 해서 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가 상품 설명 등을 다시 할 때 더 전달력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팅이 끝난 후 우리는 회사에 복귀하지 않고 카페에서 1시간 동안 이야기 했다.
1시간 동안 그는 내가 진행했던 미팅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었다.
여러가지 있었지만 그가 지적했던 중 하나는 언어 습관 이었다.
대표적으로 몇가지를 이야기 해보자면,
첫번째로는 이, 그, 저 같은 지시어를 많이 쓴다는 것이었다.
A상품의 특징은 이러이러 합니다. A상품 가격은 얼마 입니다.
B상품의 특징은 이러이러 합니다. B상품 가격은 얼마 입니다.
라고 해야하는 데
이 상품의 특징은 이러이러 합니다. 이거 가격은 얼마입니다.
그 상품의 특징은 이러이러 합니다. 그거 가격은 얼마입니다.
라고 하고 있었다.
위와 같은 딱 2문장만 보면 "저 정도는 다 쓰지 않나?" 라고 할 수 있지만
본인의 경우 정도가 심한 수준 이었다. 지시어 아니면 말을 시작 못할 정도였으니깐.
고객에게 상품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기억 남게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상품명을 계속 이야기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진 실제적으로 그런 효과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막상 녹음 된 것을 들어보니 조금 바보 같기도 해서 고치려고 했다.
두번째로는 우리(저희) 회사가 아닌 회사 이름을 말하라는 것이었다.
영업할 때 흔히 "이번에 저희 회사에서 이런 상품을 준비했습니다." 라는 멘트를 들어보셨을 것이다.
그런데 팀장은 항상 회사 이름을 이야기 하라고 했다.
"PGR21에서 신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신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객은 수많은 회사 담당자를 만나니 그 중 회사 이름을 기억나게 하려면 미팅할 때 회사 이름을 많이 말해야 한다는 것이였다.
시간이 지난 후 위 내용은 조금씩 공감되긴 시작했다. 생각보다 같은 상품(혹은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많을 경우,
회사 이름을 헷갈리는 고객들이 꽤나 많다.
지시어를 고치는 것보단 훨씬 쉬웠다.
소속감을 느끼는 편이 아니라서 (특히 회사니깐) '우리, 저희' 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빠졌다.
마치 애플, 삼성에서 신제품 나왔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마지막 세번째는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하고 완벽하게 고친 습관 중 하나인데,
어떤 것을 가리킬 때 검지로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을 전부 펴서 가리키는 것이었다.
미팅을 하다보면 무언가를 가리켜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제안서에 나온 내용을 가리킨다거나,
상대방과 이야기하며 자연스러운 제스쳐라던지 등등
이전의 나는 손가락 검지로 가리키는 습관이 있었다. 소위 손가락질 할 때 같은 느낌이라서
상대방이 불쾌할 수도 있는 행동이었다.
현재도 누군가가 만약 길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상황이면
손가락질이 아닌 손바닥을 편 상태로 상대방에게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그 후 팀장은 3개월 정도 나를 따라다니며 위와 같은 피드백을 계속 반복해줬다.
마지막으로 뜬금없긴 하지만 나의 워너비는 스토브리그의 백승수였다.
딱 필요한 말만 하지만 임팩트가 있고, 결론부터 이야기해도 다음말이 기대되게 만드는.
(물론 현재도 아니고...본인 스타일도 아닌 거 같은 느낌은 들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