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력이 부실하면, 부적절한 판단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판단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것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하고 느낄 것이다. 따라서 평판과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 권위가 필요한 위치와 역할이 있다면, 그 권위가 사라지게 된다. 그로인해 사람들은 그에게 부당한 태도를 보이게 된다. 예의없게 굴어도 아무렇지 않게 느끼게 된다. — 그 결과 사회에 대해서 부당함을 느끼고 분개하는 사람이 생긴다. 만약 그가 힘을 가졌다면, 그 힘을 폭력적으로 쓰게 된다. 만약 그가 힘이 약하다면, 우울해질 것이다.

사고력이 좋아도, 표현력이 부실하다면 어떨까. 그 판단이 결론은 맞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결론에 이르는 사고과정을 알 수 없다. 따라서 그것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고 느낄 것이다. 따라서 똑같은 결과에 이르게 된다.

제대로 돌아가는 사회가 되려면, 사고력과 표현력이 모두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표현의 자유다. 근육을 활발히 써야 근육이 강해지듯, 표현을 활발히 해야 표현력이 좋아진다. 표현을 활발히 하려면, 표현의 자유가 필요하고, 표현의 공간이 필요하고, 표현의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생각을 활발히 해야 사고력이 좋아진다. 사고력을 키우려면 생각의 자유가 필요하다. — 생각의 자유는 어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지식인이 있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공사장의 시끄러운 드릴소리만 들어도, 나는 생각을 온전히 하기 곤란하다. 인간은 감각을 통해 외부에 개방되어 있고, 그 감각을 통해 그 인간의 자유를 침범할 수 있다. 거짓정보가 활발히 감각되고, 시끄러운 소음이 활발히 감각되고, 폭력이 고통을 일으켜 감각되고, 그런 상황에서 생각의 자유는 제한된다. 이러한 것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표현의 자유이다. 표현의 자유는 역으로 타인의 정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로써 거짓을 제어하고, 소음을 제어하고, 폭력을 제어할 수 있다. 따라서 — 생각의 자유가 소중하다면, 표현의 자유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없으면, 생각의 자유를 지키기 곤란하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비겁함이다. 비겁한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어 있다. 그 표현의 자유가 어떤 짓을 벌일지 두렵기 때문에, 아예 사전 차단하기 위해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게 되고, 그러면 생각의 자유가 억압된다. 비겁함을 늘리는 방법 중 하나는 연민이다. 모든 감정은 균형과 조화가 필요한 것인데, 연민이 폭주하면 비겁이 늘어나게 된다. — 연민은 비겁에 보상을 한다. 점점 그 보상을 따라 비겁이 늘어난다. 그들의 용기는 오직 분노에서 비롯되고, 그들의 분노는 오직 연민에서 비롯되며, 따라서 그들의 용기는 탈을 쓴 비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