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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7/08/28 04:49:53
Name ISUN
File #1 Byousoku.5cm.The.Movie.2007.DivX.AC3.2ST_puiAh[(085765)03_08_43].JPG (87.8 KB), Download : 173
Subject 노크필수


벌써 새벽 4시가 지났네요..
오랜만에 집에서 음악도 듣고 이런저런 정리도 하면서 머릿속에 있었던
'글로 표현하고 싶었던' 생각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기에 이렇게 글을 한번 끄적여 봅니다.


사람은 자신의 일생을 바쳐 자신의 운명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고 어느 소설가가 말했는데 불행하게도 지금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정말로 운명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딱 맞는 운명을 만나게 될까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적어도 운명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헤어짐의 이유는 아마 운명과 조금 다른 그 부분때문이겠죠.)




대학에 들어와서 친하게 지내게 된 친구녀석이 한명 있습니다.
입학하면서 과연 대학에서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친한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의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 준 녀석이죠.


과가 공대다 보니, 아시다시피 남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그 곳에서, 제 친구는 한 선배를 짝사랑 했습니다.
같은 과였고, MT, OT떄도 함께 해서 친하게 지냈던 선배인데요 (지금도 친하게 지냅니다.)
한학기 이상을 끙끙 앓는 녀석을 보면서, 용기를 내서 고백을 하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그녀석은 거절당할 경우엔 지금처럼 만나서 웃지도 못할거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하루하루 선배를 멀리서 (사실 친 남매처럼 잘 지냈습니다.)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입생환영회때 알고 지냈던 다른 친구녀석이 그 선배한테 작업하려는 낌새가 보이더군요...
그녀석 조금 껄렁해 보이는 편이었는데, 선배도 외로웠던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귀게 됩니다.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친구녀석 전화로 울었던.. 그리고 말없이 소주잔을 기울였던...

비록 제 친구에게 그 선배가 정확히 들어맞는 운명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눈앞에 자신의 운명과 비슷한 그사람을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나긴 쉽지 않겠죠... 그래서 혼자 그렇게 끙끙 앓고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껄렁한 친구는 약간은 반 장난식으로 선배를 꼬신거더군요...
제 친구가 그 선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리가 없는 그녀석은 우리들 앞에서
"아 빨리 차이고 싶다. 어떻게 해야 차일까?"
라는 헛소리를 내뱉고 있었죠. (머 각자 군생활 후로는 지금은 연락도 안합니다.)



그러더니 곧 헤어짐이 찾아왔고...
그 친구는 그 사이 끙끙 앓기를 수만번, 결국 해탈의 경지에 다다르게 되었고 결국 선배를 여자가 아닌 친누나처럼 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지가 벌써 4년이네요.


어렸을때부터 눈치 하나로 살아온 저는 뻔히 보입니다.
그냥 친하게 지내지만 느껴지는 쓸쓸함이...

만약 그녀석 결과를 두려워 하지 않고, 그 선배에게 진실을 말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녀석의 걱정처럼 더이상 만나지도 못하고, 만나서 웃지도 못하고 남남처럼 지내게 됐을까요?






SCV러쉬에도 타이밍이 있는데,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있어서의 타이밍은 두번말해서 뭐하겠습니까마나는,
사람간의 만남은 그 시기가 중요하며, 한번 어긋나버리면 다시 돌리기도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가끔 QnA 게시판에 사랑에 관해 고민하는 분들이 글을 올리십니다.
자신의 마음도 알지 못하는게 사람인데, 남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결과에 자신이 없고, 자신이 초라하게만 보이고,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거 아닐까 하고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은 그분을 사랑하고 있는겁니다.
더이상 그녀(그)에게 무엇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당신의 그사람을 향한 뜨겁고 진실한 마음을 보여주세요.



그사람을 위해 옷을 고르고, 머리를 만지고, 꽃다발과 선물까지 준비해놓고 문앞에 쪼그리고 앉아 좌절하는 수많은 사람들 속의 당신
너무나도 단단하고 커다란 문앞에 가만히 서 있으면서, 안에서 그사람이 문을열고 환하게 웃어주기를 바라지 마세요.
심호흡을 크게하고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노크를 하세요 -초인종을 눌러도 상관 없습니다. :)

노크를 하세요.
그럼 안에서 문을 열어줄겁니다.






P.S
어느날 선배와 술자리를 갖게 되어서 선배에게 물어봤습니다.

아이썬 : "선배는 그녀석이 선배 좋아하는거 눈치 챘었죠?"
여선배 : "응.."
아이썬 : "역시.... 그런데 왜 그런녀석하고 사귀었어요?"
여선배 : "상상과 현실은 다르니깐."
아이썬 : "역시 말로 표현해야 한다?"
여선배 : "당연하지. 그래야만 상상이 현실이 되니까."



P.S.2
웹툰중에 양갱님의 노크필수라는 만화의 제목을 무단으로 가져와 봤습니다.
한 남학생이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 한 여학생을 좋아하는 이야기인데, 왜 제목이 노크필수일까 고민했었죠.
그리고 마지막회에 무릎을 탁 치고 말았습니다.



P.S.3
초속 5cm를 최근에서야 보게 됬습니다.
여자친구님은 남자친구 다툴래염? 이라고 시간이 아까웠다고 한탄하였고
전 그날 과거를 회상하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역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미래를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지만
가끔은 이런류의 작품으로 과거를 회상하는것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


P.S.4
커플부대 만세 -0-/
* anistar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8-2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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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28 08:11
수정 아이콘
아...
뭔지 모르겠지만, 이글을 읽고나니 갑자기 머리속에 수만가지 생각이 나면서 정신이 없네요..
갑자기 울컥거리는 뭔가가...
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연합한국
07/08/28 08:20
수정 아이콘
꽤나 감동적인 글을 읽었다.. 라고 생각하고 스크롤 내리다 ps4보고 울컥 해버렸어요.
07/08/28 08:49
수정 아이콘
굉장히 느낌있게 읽은 글이네요..

지금 한 여자와 3번을 깨졌다가 4번째로 재결합한 사람으로써.
정말로. 뒤를 돌아볼수 있었던 좋은 글이었어요^^
키스!!
07/08/28 08:53
수정 아이콘
scv러쉬에도 타이밍이 있는법 <= 이 부분이 마음을 후벼 팝니다
언뜻 유재석
07/08/28 09:49
수정 아이콘
p.s.4... ISUN님 다툴래염? 자웅을 겨뤄 볼래염? 투닥투닥 거릴래염?
은(는) 진심70% 였구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상상이 현실이 되면 또 그렇게 좋지만 않을듯 해요.. 상상은 상상으로서의 매력이 충분히 있거든요..
물론 현실도 현실로서의 매력이 있겠지요..




아..p.s.4...-_-
marchrabbit
07/08/28 09:5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하지만 p.s.4가 정말... ㅠㅠ 강철의 솔로부대 만쉐!!!
Love.of.Tears.
07/08/28 10:25
수정 아이콘
당연하지. 그래야만 상상이 현실이 되니까..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Untamed Heart
07/08/28 10:53
수정 아이콘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나왔던 대사가 있었죠. 여자는 짐작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정말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타나면 자신의 마음을 진실되게 표현하는 것 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사실 저는 이해가 안됐어요.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는게..
저는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이 따라가고 있는터라.. 쩝..
생각해보면 참 많은 사람을 만나고, 즐거운 에피소드도 많았는데..
책으로 써도 한 3권 분량은 될듯한..
여친님이 알면 안되니. 이만... ^^;;
P.S 커플 부대 만세...
07/08/28 13:39
수정 아이콘
ISUN님// 커플 부대 만세(2)
리콜한방
07/08/28 15:07
수정 아이콘
아.....
'결과에 자신이 없고, 자신이 초라하게만 보이고,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거 아닐까 하고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은 그분을 사랑하고 있는겁니다.'

그랬군요.......(당시는->당신은 오타에요~)

초등학교 동창이기에 (계속연락하진 않았고 가끔하는 사이였는데) 더욱더 다시는 못볼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도 확실하지 않았는데 ISUN님 글보니 제가 열병에 빠진 거였다는걸 알았습니다..훗...

커플부대 탈퇴 1년이 훌쩍 지나서야 다시 재가입을 신청하려 합니다.

재입대를 받아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쥴레이
07/08/28 15:49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문구 몇개 가지고 가도 될까요.. 마음에 드는 문구들이 많네요 ^^
\
연휘가람
07/08/28 15:57
수정 아이콘
마지막 문구 하나로 사람 마음을 후벼파는 스킬도 가지고 계시는군요 ㅠㅠ
초스피드리버
07/08/28 16:28
수정 아이콘
후우... 부러우면 지는거야! (...)
07/08/28 16:56
수정 아이콘
리콜한방님// 수정했습니다.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
이쥴레이님// 저작권이 있는것도 아니고 마음껏 가져가셔요~
pennybest
07/08/28 17:10
수정 아이콘
기분이 좋다가 p.s.4에서 마우스를 들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조심하세요..언제 제 마우스가 붉은 빛을 뿝으며 ISUN님께 달려갈지 모른답니다...
07/08/28 20:03
수정 아이콘
//커플 부대 만세(3) 전 솔로부대 전역 6일째... 아직 천국입니다 ^^
07/08/28 22:44
수정 아이콘
초속 5cm... 1화는 보면서 참 기분이 좋았는데... 3화 보고난 후 상당히 우울했습니다-_-;;;
Oo건방진Oo
07/08/28 23:25
수정 아이콘
p.s4가 제일 마음에 드는 구절이군요.. 커플부대 만쉐..
세오카
07/08/29 05:12
수정 아이콘
공감이 안되는 군요.
커플이었던 적이 없는게 익숙해져서 커플 염장에는 면역이 되었는데, 이성 선배와 술을 마시고 본심을 듣게되었다는 부분이 새삼 신기하군요. 세상에는 정말로 여친이 아니면서도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는 선후배나 친구 이성 관계가 존재하는 것이었나. 순정물과 드라마에서만 존재하는 허구인줄 알았는데...
그러고보니 학교 다닐때 친하게 알고지내는 여자 선배나 여자 후배가 없었군요. 후.
학교얘들
07/08/29 23:22
수정 아이콘
ps1 뭔가를 느끼게 해주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_^
높이날라
07/08/30 00:03
수정 아이콘
너무 너무 멋지네요..

참 마음에 와 닿는 글이에요^^
My name is J
07/08/30 00:26
수정 아이콘
세오카님// 있어요--;;;; 제 친구녀석은 곧 결혼을 한다지요.
개인적으로 그녀석 데리고 살아준다고 마음먹은 그분이 너무 감사할뿐입니다. (그래서 축의금도 그녀석한테 말고 그분께 드릴까 해요. 으하하-)

그렇죠.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면 노력을 하고 용기를 내야지요.
뭐 종종 상상이 상상만으로 끝날때 더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여자 잡을껄...'같은 어느 설문조사의 후회처럼 말입니다.
7drone of Sanchez
07/08/30 10:35
수정 아이콘
흐아............... 이 가슴 속 뜨끔한 것 좀 보세요.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을 아침부터 들어야 하는 날인가 봅니다.. 휴~
07/08/30 15:29
수정 아이콘
상상이 현실이 되기위해서는 역시 표현을 해야하는거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FreeComet
07/08/30 22:51
수정 아이콘
음..좋네요 정말-_-aa
참소주
07/09/01 02:1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가슴에 와 닿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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