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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2/08/23 18:46:31 |
Name |
공룡 |
Subject |
<허접꽁트> 락바텀 (3) |
락바텀 (3)
2010년 9월 19일 일요일.
공허했다. 모든 것이 공허했다. 하드코어 경기를 치르고 상대 선수의 얼굴에 고의로 키보드를 던진 동수였지만 관중들은 더욱 환호했다. 그에게 배속된 시나리오 작가이자 매니저인 남자에게서 헤드셋을 통해 계속 지시가 내려왔고, 동수는 그대로 따랐다. 두 번째 경기까지 자신이 직접 지시를 내렸던 이진성은 동수가 잘 해나가자 새로운 매니저를 붙여줬고, 그 뒤 한 달 가까이 훌륭하게 경기를 치른 동수는 오늘 하드코어까지 완벽하게 소화함으로써 이진성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좋아요! 이제 상대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인 후 제지하는 진행요원과 적당히 몸싸움을 하다가 퇴장하면 됩니다."
동수는 그대로 했다. 그리고 진행요원이 양쪽에서 붙잡자 그중 한 명을 신경질적으로 뿌리쳤다. 너무 세게 뿌리친 덕에 진행요원은 나뒹굴었고, 하는 척만 할 뿐 실제로 힘을 주지 않는 보통의 게이머들을 대해왔던지라 생각지도 않았다는 듯 눈을 껌뻑이며 쓰러진 상태에서 멍한 표정을 짓는다. 다른 쪽을 잡고 있던 진행요원 역시 의외의 상황에 놀라 동수를 쳐다보았지만 동수는 그런 그들을 못본 척 하고 그대로 혼자 퇴장했다. 퇴장하는 그의 뒤쪽으로 신해철의 음악이 깔렸고 관중들은 김동수를 연호하며 박수로 체육관을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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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아주 좋았어! 이대로만 가면 한 달 뒤에 있을 장창천과의 경기도 아주 호응이 좋을 거야. 사실 요즘 자네에 대한 호응이 너무 좋아서 주인공을 바꿀 생각도 있을 정도지"
"주인공.......이요?"
"흠흠, 그러니까 챔피언 말이지. 어쨌든 요즘처럼만 해준다면 정말 자네와 장기계약도 고려해 볼만 하군. 저번 기자회견때도 참 말을 잘해 주었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얼굴 좀 펴게. 이제 스타인데 표정관리 좀 해야지?"
능글거리며 웃는 이진성을 뒤로 하고 동수는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건물 뒤쪽으로 나왔을 때 자신의 벤을 둘러싼 여고생들의 모습을 보고 또 한숨을 쉬어야 했다. 여고생들은 동수의 모습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사인공세를 펼쳤고, 옷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뒤늦게 달려온 보디가드들과 매니저가 간신히 그들과 동수를 떼어놓았고, 동수는 겨우 차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댁으로 갈까요?"
"예."
대답을 막 한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동수는 아직도 시계에서 안테나를 꺼내는 것이 서툴렀다. 세상이 좋아지긴 했다. 시계로 전화도 하고 티비도 보는 세상이다.
"여보세요? 김동수의 핸드폰입니다."
"나다 도경이."
"......"
"여기 예전에 우리가 잘 가던 갈비집이다. 정석이도 있어."
"......"
"올 거야 말 거야?"
"......갈게."
한숨을 쉬며 동수는 운전사에게 차를 돌리게 했다. 예전 한빛소프트에 소속되어 있던 시절 자주 가던 갈비집으로 향했고,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여전히 잘 운영되는 그곳에서 동수는 도경이와 정석이를 보게 되었다. 셋 모두 표정은 굳은 상태였다.
"왜 연락 안 했냐?"
"......"
"우선 앉아라. 엄마! 여기 소주 세 병이랑 돼지갈비 5인분!"
도경이는 식당 아줌마에게 갈비를 시키고 먼저 자리에 앉았고, 동수는 맞은편에 앉았다. 정석 역시 동수 옆에 자리를 잡았다. 군복 차림이다. 아마도 휴가를 나온 모양이었다.
"정석이가 휴가 나와서 너 보고싶다고 해서 부른 거야. 뭐, 나도 할말이 있기도 했고."
"......"
"왜 그렇게 조용해? 무슨 죽을죄라도 지었냐?"
동수는 말 없이 도경이 내민 술잔을 받았다. 정석은 여전히 순진하고 착해 보였다. 까무잡잡하게 탄 얼굴이 건강해 보인다. 반면 도경이는 상당히 살이 빠져 있었고, 염색을 그렇게 자주 하던 머리색이 까만색이었다. 머리결을 보니 꽤 오래도록 염색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께! 너 이제 그만 해라."
"형!"
정석이 도경에게 질책하는 듯한 눈길을 보냈지만 동수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나도 너희 집 사정 알아. 그래도 이제 벌 만큼 벌었잖아? 그리고 나 요즘 사업한다. 많이는 못주지만 너희 집 식구 생활할 정도의 월급도 줄 수 있고 니 아버지랑 동생 수술할 돈 정도도 빌려줄 수 있어. 뭐, 지금쯤 그 정도는 벌었겠지만."
"......"
갑자기 도경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왜 말이 없나? 옛날 그 당당하던 동수 그노마는 죽었나? 너 정말 그 짓 계속하고 싶나?"
흥분하면 나오는 사투리가 어김없이 터졌고, 예전 같으면 놀렸을 그 어설픈 사투리에도 동수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렇게 동수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자 도경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마침 나온 생갈비를 신경질적으로 석쇠에 올렸다.
"에이, 도경이 형 나 오랜만에 나왔는데 먹다 체하라구 소리만 지르냐? 그러지 말고 오늘은 그냥 옛날 이야기나 하면서 즐겁게 마셔요. 응?"
애교 있게 말하는 정석의 말에 도경은 슬쩍 웃음을 지었지만 동수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미안하다. 그런데 네가 그 짓 하는 거 정말 더 이상은 못 보겠다. 다른 애들도 다 그런다. 너 이제 안 만난다고."
"...... 미안. 하지만 계약을 했다. 앞으로 한 달간은 이 짓...... 더 해야 해."
늘어진 동수의 어깨를 보고 있던 도경은 씁쓸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술잔을 넘기고는 바닥에 탕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 알았다. 그만 하고 묵자. 정석아 형님 술잔 비었다!"
"아이고 미안해요! 도경이형 근데 어째 건배도 한 번 안하고 그냥 혼자 묵나?"
셋은 건배를 했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정석 혼자 분위기를 띄우며 옛날 같이 고생했던 이야기를 주절주절 풀어놓았다. 도경은 가끔 그때를 생각하며 웃기도 했지만 동수는 그저 술만 들이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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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내가 한 말은 잊어라. 사람마다 다 사는 방식이 다르니까."
식당을 나와 헤어질 무렵 도경은 그 말을 남기고 정석과 함께 2차를 위해 술집으로 향했다. 동수가 비틀거리며 자신의 차로 가보니 운전사와 매니저가 의자를 뒤로 젖히고 늘어지게 자고 있는 것이 보인다. 갑자기 위가 뒤집어지는 고통이 느껴지며 동수는 재빨리 옆 골목으로 들어갔고, 근처의 전봇대를 붙잡자마자 목구멍 깊은 곳에서 입안 가득히 토사물이 쏟아져 나왔다.
"웩웩!"
한참을 쏟아낸 뒤 일어섰지만 다리가 휘청거렸다. 바닥에 흘러내리는 토사물들이 자신을 비웃듯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
퍼억!
주먹이 벽을 때렸고, 거친 벽은 동수의 손등을 할퀴어 피를 냈다. 피가 흘러내렸지만 아픈 줄도 몰랐다.
"크흐흑!"
눈물이 방울져 볼을 타고 흐른다. 어린 시절 승부조작을 하는 경마나 기타 스포츠들을 보면서 욕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모른다며...... WSC는 그 옛날 WWF나 WWE와 같은 레슬링이 아니었다. 프로레슬링은 모두가 알고 있는 쇼였고, WSC는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승부조작과 연극이었다. 그리고 지금 동수는 그 연극의 가장 중요한 조연 내지는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들은 바로는 승부가 도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물론 그 도박에서 대부분의 승리자는 이진성과 그의 고객들이 될 것이다.
도경이에 대한 이야기는 며칠 전에 따로 들은 것이 있었다. 도경이도 WSC 창단 시절 잠시 활약했던 게이머였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통해 이진성이 승부조작을 한다는 발언을 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까지 당하고 프로게이머 협회에서 제명을 당했다. 도경이처럼 그런 전철을 밟은 당시 프로게이머들이 몇 있었고, 정민이처럼 잠시 버티다가 결국 스스로 포기한 게이머들도 많았다. 가장 유명한 게이머중 한 명이었던 임요환은 해외에 있다고 했다. WSC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아예 한국을 떠났다고 한다. 가끔 외국의 대회에 참가하곤 한다고 하는데 예전의 그가 아니기에 언론에서 별로 다루지도 않아서 지금은 어디에 사는 지도 잘 모르는 상태였다. 그리고 동수가 친형처럼 따랐던 임성춘은 지금 감옥에 있다고 했다. 죄목은 폭행이었다. 이진성을 폭행해서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다시 또 찾아가 폭행을 해 결국 감옥에 가게 된 것이다. 그의 성격으로 보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요즘은 감옥도 티비가 나온다. 임성춘은 물론이고 아마 동수를 아는 모든 이들은 지금 동수의 경기들을 보고 있을 것이다. 창피했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다. 이제 한 달만 더 참으면...... 주먹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동수는 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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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도배로군요. 이제 곧 온게임넷이 +_+
사투리가 어설프군요. 전라도쪽이라 경상도쪽 사투리가 영 ^^;
이제 열심히 온게임넷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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