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3/05/31 10:56:39
Name 공룡
Subject [연재] 최면을 걸어요 (3)
3. 위기

  8강전이 있기 전 날 정민은 급하게 블리자드 한국지부에 불려가게 되었다. 영문을 모르고 불려간지라 정민은 무척 기분이 상한 상태였다. 설마 광고를 찍는다거나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리그 중에는 광고를 찍지 않기로 이미 계약서에 약속을 한 상태였던 것이다. 특히나 오늘처럼 시합이 있기 전날은 계약서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귀찮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블리자드사의 구두서약이었다. 그런데 블리자드는 한창 연습 중이던 정민을 갑자기 불러낸 것이다.

  “무슨 일이시죠? 약속이 틀리군요. 분명 시합 전날은 어떤 방해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요.”

  얌전한 정민이었지만, 시합 전날은 매우 날카롭기도 했다. 블리자드사의 직원들은 그런 정민의 반응에 찔끔한 모습이었지만 그들도 급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네. 하지만 이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리그는 취소되었다네.”

  정민은 처음에는 이들이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우절이 오려면 아직 한참이 남았고, 이들 모두 다 너무나 진지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겁을 집어먹고 있는 모습이었다.

  “농담은 아니신 것 같군요.”
  “방금 결정된 일이네. 리그는 완전히 취소가 된 것은 아니고 당분간이네. 그게 언제까지가 될지는 나도 모르지만 말일세. 대부분의 구단에도 연락이 되었네. 내일은 편히 쉬고 다음주 월요일부터 특별전이 있으니 그걸 준비하도록 하게. 기타 경기에 관련된 내용은 집으로 보내주겠네.”

  정민은 아직 구단이 없는 상태였다. 블리자드사는 일종의 스폰서였고, 구단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정민이 소속되었던 구단은 마침 계약이 종료되는 기간이었고 정민이 죽은 것으로 알려지자 당연히 재계약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재계약을 원하고 있고, 그것은 다른 구단도 마찬가지였다. 정민은 숙고하고 있었고, 그 동안 블리자드에서 임시로 스케쥴 관리를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왔다.

  “정민아! 너 들었냐? 리그 취소다. 망했다. 너랑 나랑 내일 붙는데, 이거 언제 다시 재시작 할지도 모른단다. 너랑 붙는다고 일주일간 밤새워 연습했는데 다 꽝이다.”
  “어, 나도 방금 들었어.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그때 이야기하자.”

  동료 게이머에게서 온 전화를 끊고 정민은 차분히 의자에 앉았다. 갑자기 웬일일까? 방송 스폰서를 맡았던 회사가 도산이라도 했나?

  “놀랬나? 그리 걱정할 것은 없네. 갑자기 생기긴 했지만 이번 특별전은 상금도 많지. 참가하는 선수들은 전원 상금이 주어지고 연승을 할 때마다 그 상금은 계속 늘어나네.”
  “갑자기 왜 리그를 중단하고 특별전을 하죠?”
  “아직은 말해줄 수 없네. 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만 알려주지. 자네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행복이 사라질 지도 모르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정민은 집으로 돌아오며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 이상했다. 단지 게임을 하는 것인데 그게 왜 자신의 행복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하지만 대답해주는 이는 없었다. 돌아와 게임방송으로 채널을 돌리니 마치 속보 형식으로 시간마다 리그 취소를 알리고 있었다. 그것도 게임방송이 모두 리그를 중단하고 통합 마스터즈 대회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그 명단에 정민도 끼어 있었고, 첫 번째 주자였다.

------------------

  <다음날>

  “후우!”

  정민은 심호흡을 했다. 상대는 강력한 저그 강도경이었다. 유즈맵세팅으로 처음부터 두 가지 이상의 종족을 선택할 수 있었고, 3판 2승 중 2승을 한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강도경은 프로토스와 저그를 골랐고, 정민은 그냥 테란 하나로 선택했다. 경기는 시작되었고, 정민은 경기에 집중했다. 맵은 처음 보는 맵이었지만, 그건 별로 상관이 없었다. 스타크래프트2는 맵에 그리 구애를 받지 않고 전투를 벌일 수 있었고, 정찰 방식도 간편해져 있었던 것이다. 곧 도경의 진지를 발견했고, 선제공격에 나섰다. 도경은 두 종족을 적절히 이용하며 상당히 짜임새 있는 공격 해왔지만, 이미 정민의 부대는 도경의 본진을 포위하다시피 한 상태였기에 승기는 정민에게 기운 상태였다. 하지만 gg가 나오지는 않았다. 왜 gg를 치지 않는 것일까? 여기저기 스캔을 찍어 보아도 남은 것은 도경의 본진 뿐이었다. 병력이 꽤 모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부대를 막을 정도는 아니다.

  ‘아, 저거였군!’

  이리저리 스캔을 하던 정민은 도경의 본진 구석에 모여진 퀸들을 보았다. 디파일러도 보인다. 아마도 브루들링으로 탱크의 조이기를 느슨하게 하고 인스네어와 다크스웜으로서 역전의 발판을 바라보겠다는 뜻인 듯 하다. 하지만 이미 정민에게는 상당수의 베슬이 있었다. 디파일러를 기점으로 모여 있던 퀸들은 차례로 이레디를 맞았고, 탱크부대는 그대로 언덕을 넘어 본진을 쳤다. 하지만 여전히 gg는 없었다.

  ‘이상하네, 이제 유닛도 없는데......’

  정민은 묘한 기분이 들어 슬쩍 반대편의 도경을 바라보았지만 도경은 얼굴에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에서도 매우 진지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무아지경에 빠진 듯 했다. 정민은 어쩔 수 없이 엘리를 시켰고, 도경은 그제서야 꿈에서 깨어나듯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벌렸다. 하지만 이내 웃으며 정민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정민 역시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두 번째 게임은 더 싱겁게 끝이 났다. 벙커링과 마린메딕의 조합으로 한번에 밀어버렸다. 역시 프로토스와 저그를 한꺼번에 하려면 초반 빌드에 있어서 갈등을 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러한 점은 단단한 플레이를 하는 정민을 상대로는 치명적이었다. 승리를 해서 기쁜 정민이었지만 왠지 뭔가 이상했다. 평소의 도경과는 플레이가 너무 딴판이었던 것이다. 저그만으로도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는데 왜 프로토스까지 선택을 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엘리가 될 때까지 계속 마우스를 놓지 않았던 점도 그답지 않았다.

  “형, 아까는 왜 그랬어?”
  “응? 응, 그냥 컨디션이......”

  도경은 얼버무리며 정민을 지나쳤고, 그런 도경을 잡으려 했지만 이미 달려든 소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도경이형, 좋은 게임이었어요! 이따 밤에 만나요!”
  “응!”

  도경은 다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갔다. 정민은 웃으려 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왠지 쓸쓸해 보이는 그의 어깨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괜히 기분이 우울해진 정민은 소연과 함께 서둘러 대회장을 빠져나가며 집으로 향했다.
  
-------------------

  “전멸이오.”

  연합군 수뇌부는 아이우의 말에 경악했다. 2차 공격을 감행해 온 테란의 병력에 맞서던 프로토스와 저그의 연합군 1개 군단이 깨끗하게 전멸했던 것이다. 완벽한 진영으로 공격을 해오는 테란의 병력은 너무나 강력했고, 설령 증원군이 있었다고 해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번 전투를 지휘한 이가 전략전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았던 한국군의 전략부분을 맡고 있는 강도경 중장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 군에 자원한 이후 직업군인의 길을 택했고, 전투시뮬레이션이 발전하면서 그 능력을 인정받아 급속한 승진을 거듭했다. 그의 뛰어난 전략은 전세계적으로 펼쳐진 모의전투에서 항상 한국을 1위로 만들었고, 덕분에 1년 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며 군 자문을 맡아오던 터였다. 그러했기에 저그족과 프로토스족은 희망을 가지고 이번 전투의 지휘를 강도경에게 맡겼지만 아쉽게도 그는 완벽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지구 대표인 UN의 총재 백소란은 믿기지 않는 다는 듯 계속 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그런 백소란의 손을 잡아주며 아이우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의 그자라면 강도경 중장이라고 해도 어찌하지 못합니다. 이런 결과를 우리도 예상을 했었지요. 하지만 솔직히 이정도의 패배일 줄은......”

  저그족의 수장 힐주스도 놀랍다는 듯 더듬이를 실룩였다.
  “음, 이제 우리는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좀 더 강력한 지휘관은 없을까요? 이번 전투로 인해 확실히 밝혀졌습니다. 상대는 거의 무적입니다. 우리 역시 그러한 지휘관을 빨리 찾아야만 합니다.”

  백소란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물론 강도경보다 더 뛰어난 감각과 지휘력을 가진 이도 있었다. 한국은 게이머들의 천국이고,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를 그러한 용도로 개발했다면 당시 스타크래프트를 했던 게이머들은 대부분 그러한 자격조건에 충분히 들어간다. 하지만 가상과 현실은 다르다. 가상이 아닌 실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일반인이 지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강도경은 원래 군인이었기에 그나마 견뎌냈지만, 그 역시 자신의 지휘가 실패할 경우 죽게 될 수많은 생명들에 대해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다. 만약 군인이 아닌 일반인이 지휘를 맡게 된다면 그 피해는 더 커질 것이 분명했다.
  백소란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한국에 오래 머물러서 사정을 많이 아는 아이우가 의견을 냈다.

  “우선은 자문단을 모아보도록 합시다. 아직도 한국에는 고전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잊지 못하고 동호회를 만들어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군이나 기타 단체 등에 강사로서 활동하는 전 프로게이머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의 대표자들을 모아서 방법을 강구해 봅시다. 어쩌면 그들 중에 강심장이 있어서 강도경 중장 못지않은 지휘력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모두들 동의했고, 백소란 역시 동의했다. 지금은 그 방법밖에는 없었다. 테란이 증오스러웠다.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방법을 쓰는 것일까? 그렇게 모든 것을 파괴하고 그들은 무엇을 가져가려는 걸까? 소란은 당장 집으로 달려가 침대에 쓰러져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동수씨...... 난 어쩌면 좋죠?”

  남편은 해외 출장중이지만 아마 곧 돌아올 것이다. 이번에 아이우가 모을 자문단에 그의 남편이 들어가지 않을 리가 없다. 게임계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의 국방부 소속이기도 한 그였다. 그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아니 방법을 찾지 못해도 좋았다. 그저 어서 와서 자신을 위로해 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지구의 대표라는 직책을 어깨에 걸치고 있기에는 지금의 위기상황이 너무나 무겁고 힘겨웠다.

---------------------
흠, 묘하게 흘러가는군요. 상투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글의 무단 퍼감을 금합니다. 도장 쾅!(저주저주!)


* 항즐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3-06-07 01:00)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3/05/31 11:12
수정 아이콘
하하하;; 저주 까지;;
icarus[RanGer]
03/05/31 11:56
수정 아이콘
반사 -_-v
비타민C
03/05/31 12:59
수정 아이콘
우리의 정민씨가 아무것도 모른채 순식간에 ..인자가 되어버렸...ㅠ_ㅠ
황세웅
03/05/31 13:02
수정 아이콘
음....이렇게까지 재미있을줄은.....^^;; 벌써 다음편이 궁금하군요.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미네랄은행
03/05/31 13:23
수정 아이콘
절대 쓸모 없는 주연(지휘관)예상...
1순위 : 김정민 - 작가 성향상 이대로 뭍혀버릴리가 없다.
2순위 : 김동수 - 이름도 살짝 나오고...이제는 이런 글에서만 볼수 있는 전설(?)의 전략가
3순위 : 홍진호 - 대 테랕전 극강,거의 완벽한 랜덤 가능..전략 전술 모두 특출난 저그의 영웅
4순위 : 임요환 - 스타란 게임의 전략에서 그가 가지는 위치란 신에 가깝다고 생각된다.테란의 모든것을 알고 있다.
5순위 : 강민 - 프로토스의 희망.그의 말대로 테란 속에서 살아남은 차세대 전략의 대가
6순위 : 박경락 - 말이 필요없는 테란의 베스트슈퍼울트라초극강
7순위 : 이제훈 - 역시 말이 필요없는 대 테란전 베스트...역시 완전 랜덤이 가능한 전략가
.
.
.
하지만 가장 유력한 0순위는!!!
엄재경 - 그냥...혹시나해서..모든 프로게이머를 힘을 하나로 모아 테란을 물리친다는....
미네랄은행
03/05/31 13:24
수정 아이콘
헉...이제훈->이재훈입니다....-_ㅜ
03/05/31 13:27
수정 아이콘
공룡님/ 뒤통수를 딱 맞은 기분입니다! 그렇구나...하고 이제야 실마리가 보인다는(웃음) 정민님이 그야말로 '인류의 적'이 되셨군요. 이런; 하루에 한 편씩만 올려주시니 매일매일 시간 가는 것만 기다립니다 ㅠ_ㅠ
미네랄은행님/ 0순위 재경님을 보고 웃다가 기절할 뻔했습니다;
Hewddink
03/05/31 14:34
수정 아이콘
하하하...
미네랄은행님 말씀 대박이네요...^o^~~
"0순위 엄재경 " 원츄 !!! o0o b
03/05/31 15:34
수정 아이콘
게이머들이 합체하여 엄재경님으로 변신!!!
후니...
03/05/31 17:36
수정 아이콘
점점 재미있어시네요.. 다음 편이 너무나 기대되요.. +_+
03/06/01 00:00
수정 아이콘
흥미진진하군요..^^ 정민님이 그러셨다니!!!^^;;;재경님의 등장을 기다립니다..+_+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81 변화하는 대한민국인 1. 공간의식 -> 시간의식 [14] 삭제됨6049 03/08/05 6049
180 게시판에 글을 올리시는 모든 pgr식구들에게 [43] 이길성6734 03/07/26 6734
179 "MYCUBE 2003 온게임넷 스타리그 공식맵 설명 및 분석" [55] 변종석15018 03/07/24 15018
177 퍼오는 글에 대하여. [21] 공룡6895 03/07/17 6895
176 [잡담] 열려진 공간에서의 글쓰기 [23] white5494 03/07/20 5494
175 온게임넷 음모론(4) 네이트배편... [31] Starry night14981 03/07/20 14981
174 온게임넷 음모론(3) 스카이배편... [28] Starry night12654 03/07/19 12654
173 온게임넷 음모론(2) 코크배편... [39] Starry night13686 03/07/17 13686
172 온게임넷 음모론(1) 한빛배편... [25] Starry night16652 03/07/16 16652
171 그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43] 해원12478 03/07/18 12478
170 [잡담]당신에게 스타크래프트란? [18] Bar Sur8222 03/07/01 8222
169 [잡담] Don't Cry BoxeR... [27] 수시아12434 03/06/14 12434
168 "온게임넷 스타리그 공식맵 뒷 이야기" [37] 변종석15858 03/06/11 15858
167 [연재] 최면을 걸어요 (9) - 최종회 [25] 공룡8614 03/06/06 8614
166 [연재] 최면을 걸어요 (8) [10] 공룡5821 03/06/05 5821
165 [연재] 최면을 걸어요 (7) [13] 공룡6051 03/06/04 6051
164 [연재] 최면을 걸어요 (6) [8] 공룡6064 03/06/03 6064
163 [연재] 최면을 걸어요 (5) [16] 공룡5911 03/06/02 5911
162 [연재] 최면을 걸어요 (4) [9] 공룡6073 03/06/01 6073
161 [연재] 최면을 걸어요 (3) [11] 공룡5915 03/05/31 5915
160 [연재] 최면을 걸어요 (2) [10] 공룡6406 03/05/30 6406
159 [연재] 최면을 걸어요 (1) [19] 공룡7712 03/05/29 7712
158 [연재] 최면을 걸어요 (프롤로그) [29] 공룡9798 03/05/28 979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