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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2/08/24 09:31:34 |
Name |
공룡 |
Subject |
<허접꽁트> 락바텀 (4) |
락바텀 (4)
2010년 10월 24일 일요일 오전 9시 30분 이진성 사무실.
동수는 이진성과 독대를 하는 중이었다. 이진성은 더 없이 만족스런 표정으로 동수의 어깨를 두들겨주고 있었고, 동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앉아 있을 뿐이었다.
"하하! 우리의 슈퍼스타! 좋아 좋아! 지금까지 아주 잘 해주었네. 이제 마지막 경기야. 잘 알지? 며칠 전에 알려준 대로만 하면 되는 거야. 맵은 '트루 오브 스타크' 약간은 저그에게 유리한 맵이지. 그래서 장창천에겐 9드론을 하게 할거야. 자네는 원게이트 돌리면서 정찰로 9드론 저글링인 것을 알고 뒤늦게 막는 것처럼 질럿 한 기와 프로브 두 기로 입구를 막는 거지 그리고......"
"잘 외우고 있습니다."
동수는 이진성의 말을 끊었고, 이진성은 멋쩍은 듯 웃으며 다시 동수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는 자리에 앉았다.
"신경이 날카로운 거 이해하네. 그리고 오늘이 자네의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말이네."
이진성은 거기까지 말을 꺼내고 안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동수 앞에 놓았다. 열어보니 백지수표 한 장과 새로운 계약서가 있었다.
"내용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난 자네와 새로 계약을 하고 싶네. 알다시피 요즘 밀어주고 있는 테란의 신허균의 인기가 생각보다 오르지 않고 있네. 원래 테란이 강한 종족이니까 상대적으로 저그나 프로토스 게이머보다 인기를 얻기가 쉽지 않군. 게다가 그 녀석은 하드코어를 싫어해. 그것이 인기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나봐. 얼마 전에도 자네가 그 녀석 경기에 난입했을 때 흥분해서 시합을 망칠 뻔한 행동을 하지 않았었나! 정말 불안하더군. 그래서 자네가 떠올랐어. 난 자네와 2011년까지 1년 간 계약을 하고 싶네. 물론 이번 경기에서는 장창천이 이기겠지만 내년쯤부터는 WSC의 새 주인이 바뀔 거야. 그리고 하드코어는 물론 각종 타이틀을 모두 따게 되는 초슈퍼 히어로가 탄생하는 거지! 바로 다름 아닌 자네가 말일세!"
동수는 계약서를 대충 읽어보았다. 파격적이고 엄청난 대우였다. 옛날 즐겨보던 NBA나 메이저리그의 특급선수의 그것에 못지 않다. 계약서 위쪽으로 빙글빙글 웃는 이진성의 얼굴이 보였다. 이진성은 동수가 계약서를 읽어 가는 동안 계속 이야기했다.
"아직 히어로즈 모드에 대해서는 경험이 생소할 테니 연습을 좀 해두게. 뭐,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야. 기존 모드에서 영웅만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경기니까. 그리고 하드코어는 이미 땄으니 상관없지만 너무 오래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니 금년 말쯤에 장창천이나 전입선에게 몇 달 맡겨두는 것도 괜찮겠군. 모든 촛점은 내년 5월에 열릴 월드사이버즈 올림픽과 한 달 뒤에 열릴 통합챔피언전에 맞춰 보자구."
"......"
"허허, 자네는 여전히 말이 없군. 좋아, 계약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 하기로 하지. 너무나 엄청난 계약조건이라 놀랐을 수도 있겠지. 어쨌든 오늘 경기 잘하길 바라네. 그리고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오늘 경기에서 괜히 욕심을 부려서 시나리오대로 따르지 않고 이기려고 하거나 하는 일은 없길 바라네. 그건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일이야. 난 여기에 많은 돈을 걸었고, 일이 틀어질 경우 화풀이를 할 에이전시 회사들도 둘이나 가지고 있지. 뭐,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알아서 처신하리라 믿네."
"알겠습니다. 그럼 시합 준비를 위해 먼저 가보겠습니다."
동수가 나가고 조금 뒤 이진성은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전화를 했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이장관님, 이번에는 장창천입니다. 무조건 그쪽으로 배팅을 하세요. 김동수의 주가를 올려놔서 대부분이 김동수에게 걸 테니 이번 건은 굉장히 클 겁니다. 유럽 쪽의 도박사들도 대부분 김동수의 손을 들더군요. 하하, 예? 물론입니다. 저도 상당히 많은 돈을 걸었죠. 액수는 비밀입니다만 하하하하! 그럼요! 추석에 직접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이만."
이진성은 그 뒤로도 몇 군데에 전화를 더 했다. 전화를 하는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김동수란 녀석 대단했다. 올드팬의 복귀라는 아이템으로, 단발성 이벤트로 그칠 줄 알았는데 너무나 잘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대회에서 인상적인 경기와 독특한 무대매너를 보여주고 있었고, 그 카리스마는 관중들을 매혹시켰다. 2008년에 기록했던 60.4퍼센트의 시청율을 최근에 다시 기록한 것은 순전히 김동수의 공이었다. 이번에 장기계약을 통해 김동수를 크게 한번 띄울 생각이다. 이번 도박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최근 어려워진 다른 지부의 형편도 해결하고 새로운 사업도 시작할 생각이었다.
이진성은 비서실로 연결된 인터폰을 눌렀다.
"아, 나야! 리무진 대기시켜. 오늘 장충체육관은 붐빌 테니 미리 가서 기다려야겠군. 로열박스에 오실 손님들은 헬기로 오실 테니 위층에 미리 안내원 대기시키는 것도 잊지 말고."
일찍 갈 생각이다. 워낙 중요한 경기였기에 장창천의 매니저와 김동수의 매니저는 벌써부터 장충체육관에 가서 상황실 시스템을 점검 중이었다. 선수들이 시나리오를 잘 알고 있긴 하지만 순간순간 상황에 따라 다른 지시를 내릴 수도 있었고, 엘리전을 계획하고 있었기에 타이밍 또한 중요했다. 전화를 끊고 이진성은 정장을 차려입었다. 마치 테란의 배틀크루저 함장을 연상시키는 옷이다. 거울 속의 그가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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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뒤 이진성이 장충체육관에 도착할 무렵, 동수 역시 장충체육관에 있었다. 벌써부터 체육관 주변에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고, 이미 2주 전에 매진이 된 표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암표라도 있을까 해서 사려는 사람들까지 어우러져 그야말로 시장판을 방불케 했다. 들리는 말로는 S석의 경우 최고 200만원까지 치솟고 있다고 한다. 동수는 창 밖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보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앞쪽에는 서글서글한 눈매를 지닌 남자가 그런 동수의 모습을 약간은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동수형,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이진성 그놈 정말 악랄한 놈이야. 성춘이 형이 아무 탈 없이 감옥에 간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정치하는 놈들도 많이 알아서 쉬운 일이 아닐 거야."
"진호야."
"응?"
"겁나니?"
홍진호는 씨익 웃으면서 답을 회피했다. 사실 겁이 나긴 했다. 일주일 전 동수가 그를 찾아와서 부탁을 했을 때 그는 동수가 미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현재 진호는 꽤 커다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어엿한 사장님이었다. 전기배선 관련 일을 했는데, 작년에 맡았던 이곳 장충체육관의 공사를 포함해서 꽤 굵직굵직한 건을 많이 맡아서 빠른 성장을 했고, 이젠 같은 업계의 사람들로부터 경계와 부러움의 눈초리를 동시에 받고 있는 촉망받는 젊은 사업가였다. 그런 그에게 동수는 정말 상상도 못할 부탁을 했다. 잘못될 경우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탑이 모두 무너질지도 몰랐다. 이진성을 건드려서 제대로 살아남은 세력이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진호는 동수의 부탁을 뿌리치고만 싶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설득과 아직도 남아 있던 스타에 대한 애정이 결국 그를 여기까지 데려오게 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동수가 포기해주길 바랬다.
"걱정하지 마. 네가 관련되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게 할 테니까. 스위치는 만들어 놨지?"
"응, 형 의자 아래쪽에 있어요. 근데 형!"
"왜?"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하려는 거죠?"
동수는 이제 그런 행동을 취할 나이가 지났음에도 진호의 머리를 한 번 헝클어 주고는 웃었다.
"왜일까? 정말 모르고 물어보는 거니? 아니면 알면서 물어보는 거니?"
이번에도 진호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저 어색한 웃음 한 번 흘리고는 뒤돌아 섰다.
"형이 준 이 티켓으로 오랜만에 경기나 봐야겠군요. 그리고...... 조심해요."
진호는 달려갔고, 동수는 그런 진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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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제 시작하겠다!"
"야! 재수 없게 거긴 왜 틀어? 딴 데 틀어! 그 자식 나오는 쇼는 뭐 하러 보게?"
"아, 정말 형은 내가 휴가 나올 때마다 분위기 무섭게 만드냐?"
정석은 빈소주병을 거꾸로 잡고 노려보는 도경이 전혀 무섭지도 않은 듯 오히려 채널의 볼륨을 높였다.
"무슨 놈의 휴가를 한 달이 멀다 하고 나오냐? 요즘 군대 정말 좋아졌다. 나 군대 다니던 시절에는......"
"형 공익이었잖아!"
"......"
"그리고 보니까 형도 동수형 방송 계속 봤구만. 티비 트니까 바로 여기 채널 잡히는 것만 봐도 그렇고."
"시끄러! 술이나 마셔!"
"근데 오늘 동수형이 통합타이틀 딸까?"
"내 술잔 비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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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니임!"
"으...으응?"
정민은 새로 들어온 아르바이트 학생이 소리 높여 부르는 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 티비에서는 철지난 아이스바 광고를 하고 있었고, 화면 우측 상단에는 WSC 통합타이틀전의 자막이 떠 있었다. 곧 시작이다.
"소방서에서 관계자분 오셨다고 말씀 드렸는데 못 들으셨어요?"
"아, 미안하다. 그런 건 보통 상근이가 대신......"
정민이 거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상근이라 여겨지는 제법 나이가 든 청년이 정민의 사무실 문을 붙잡고 있던 신입 알바의 머리통을 갈겼다.
"이 자식아! 이 시간대에 사장님 방해하면 안 된다고 말했잖아! 머리통에 뭐가 들었냐?"
기가 죽어 쫓겨가는 알바 학생을 보며 정민은 미소를 지었고, 그런 정민에게 상근은 깊게 고개를 숙였다.
"사장님 죄송해요. 이번에 새로 들어왔는데 교육이 덜 되어서...... 혹시 필요한 거 있으세요? 맥주라도 더 사올까요?"
"아냐, 충분해. 그럼 수고 좀 해라."
"예. 사장님."
정민은 다시 티비로 얼굴을 돌렸다. 시작이었다. 귀에 익은 신해철의 음악이 들리며 동수가 천천히 입장하는 것이 보인다. 붉고 푸르게 염색한 머리, 목 쪽에 문신으로 새긴 다크템플러의 형상, 그리고 귀와 이마 쪽에 있는 피어싱들...... 두 달쯤 전에 만났던 동수와는 많이 바뀐 모습이었지만 정민의 눈에는 그리 낯설지 않았다. 그동안 계속 방송을 보면서 동수의 변화를 지켜봤던 정민이다.
팡!
맥주 뚜껑이 시원한 소리를 내며 따졌다. 요즘은 나오지 않는, 병따개로 따서 마시는 맥주다. 왠지 비틀어서 따는 맥주는 맛이 나지 않는 듯 해서 며칠 전에 특별히 주문해서 가져온 맥주였다.
"형......"
맥주를 목으로 넘기며 정민은 티비 볼륨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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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어제 배탈나서 다 토하고 그랬더니 배가 고파서 일찍 깨었지요.-_-;
속이 쓰리군요. 뜻밖의 호응에 빨리 올립니다. 이제 이거 말고 한 편정도만 남았군요.
5편도 빠르면 오늘 안에 올라갑니다. 개봉박두(-_- 모냐)
김칫국 : 이 글의 무단퍼감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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