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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0/22 22:31:33
Name Love.of.Tears.
Subject ‘病身’에 대한 짧은 생각, 긴 여운…




<알립니다>
이 글은 사전에 작성하기에 앞서 이 주제에 대해 운영진의 자문을 구했으며 그 분들의 동의하에 작성하는 글입니다. 허나 그와는 별개로 많은 분들이 거북해 하신다면, 그 부분에 관해서는 운영진의 어떠한 조치이든 받아들일 것입니다.

病身이라 하면 대개 사람들이 좋은 편이라고 느끼기 보다는 안 좋은 표현이라고 여기실 텐데 사실 맞습니다. 좋은 표현일 리 만무하죠. 헌데 다르게 생각하면 ‘병 병’의 ‘몸 신’ 즉, 몸에 병이 들었다는데 나쁜 표현만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 말을 나쁘게 여길까요? 아마도 어투 때문이 아닐까하고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옛 어르신들이 거동이나 생활이 불편한 이들을 보고 ‘불편한 분’이라 칭하지 않고 ‘病身’이라 칭했던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고 여겨집니다. 이는 타인에게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이런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길을 가다가도 이 말을 자주 듣기도 해서 이질감은 없습니다. 다만 어르신 아닌 다음에야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화를 냅니다만 어쨌든 저는 친한 분들에게는 종종 이 말을 사용하긴 합니다. 물론 이야기가 무르익으면요.

그런데 과연 病身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병이 있는 사람? 만약 그렇다면 다행이지요. 하지만 병자의 입장에서 이 말을 들으면 서러울 겁니다. 병이 있는 것도 많이 힘들거든요. 그러나 문제는 요즘에는 의미 그대로 사용되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잘못을 해도 病身이고 실수를 해도, 장난을 쳐도 病身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病身의 기준은 이것입니다.


ks 표준 마크


만일, 제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많은 이들은 그들의 친구와 이웃, 동생까지 장애인으로 몰아가는 것입니다. 만약 옆에 있는 누군가가 진정한 病身이라면 그 이에게 病身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놀리고 조롱하기 위한 말이 아닌 그저 ‘아픈 사람’으로서의 의미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런 의미에서라면 우리 모두는 다 病身입니다. 눈이 나쁜 사람, 귀가 먹먹한 사람, 색맹인 사람, 천식이 있는 사람, 미각을 잃은 사람 등 이 모든 것은 다 병에서부터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겐 病身이라 칭하지 않습니다. 다른가요? 같은 병인데?

기준이 무엇입니까? 기준은 없습니다. 病身과 病身 아닌 이의 차이도 없습니다. 다 그저 그릇된 잣대일 뿐입니다. 기준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되도 않는 기준 따위는 버리고 제한도 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평등을 말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다만 세상만사가 모호한 기준을 세워두고 바보 같은 행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없길 바랄 뿐입니다. 저는 病身입니다. 그러나 병심(病心)은 아닙니다. 그리고 행여 그리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중입니다.

病身이라 살기 힘든 세상, 아니 病身이 아니더라도 힘들긴 합니다만 무심결에 여러분도 모르는 새 누군가를 보고 病身이라 여겨졌다면 그들을 무시하기 이전에 그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사는지 한 번만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제가 이런 주제를 들고 온 건 토로(吐露)가 아닙니다. 나눔의 일부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대여. 언제나 나와 같이 하지 않겠는가? - Love.of.Tears.  
  

  Written by Love.of.Tears.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0-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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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11/10/22 22:35
수정 아이콘
바보에게 바보라고 하는건 욕이다라는건...차별일수도 있다... 어려운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욕을끊어서 -0-... 더욱 어려울수도 있겟네요.
Love.of.Tears.
11/10/22 22:40
수정 아이콘
올빼미 님// 차별이란 단어는 본문엔 없습니다.
11/10/22 22:52
수정 아이콘
별로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인데, 글을 읽고 나니 제목처럼 여운이 남네요.

또한, 토로가 아니고 나눔이라는 마지막 문장도 마음에 남습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존중과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양정인
11/10/22 22:56
수정 아이콘
네... 원래 저 단어는 지금 흔히. 널리 사용되고 있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 저 단어의 의미는 사전적인 의미보다는 조롱, 비하 등... 절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의미로 사용되고 있죠.
낱말/단어 에는 없던 의미가 생겨나기도 하지만 있던 의미가 사용되지 않아서 없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病身 이라는 단어는 지금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아픈 사람' 이라는 의미보다는 조롱, 비하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그래서 病身라는 단어보다 아픈 사람을 환자 라고 칭하고 있구요.

病身 이라는 단어가 원래 그런의미로 사용되려고 만들어진 단어는 아니겠지만... 사람들이 다른 의미로 사용하면서 어쩔 수 없이 사용되어서는 안될 단어가 되버린 불행한 단어들 중의 하나가 되겠죠. 사람들이 病身 이라는 단어의 원래 사전적인 그런 의미로만 사용하려는 인식의 변화도 기대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추)病身 이라는 단어가 평범한 단어로서 사용되어지는 것이 아닌 '욕설' 의 대표적인 단어의 하나로서 변해간 것처럼... 사람들의 생각도 그렇게 변해간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타깝죠. 그저 아무렇게나 病身 이라는 단어를 누구에게나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것이...
Love.of.Tears.
11/10/22 23:01
수정 아이콘
양정인 님// 힘들거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조롱의 목적으로 사용을 안 했으면 합니다만
자제라도 해봤으면 합니다.
부끄러운줄알아야지
11/10/22 23:16
수정 아이콘
훔..같은 장애인으로써 공감이 갑니다
한걸음걸을때마다 의식되는 타인의 눈초리를 느껴보지않는분들은 모르겠지요
이것 하나만 마음에 담아주시면 될거같아요
나또한 그리될수 있다는거ᆢ
이아슬
11/10/22 23:32
수정 아이콘
양정인님 말에 동감합니다. 대다수가 진정 장애가 있는분들에게 病身이라 칭하지 않습니다. 의미가 변질된 비하,조롱,가벼운 욕설로써 사용하죠. 상당히 이상한 논리일지 모르겠지만 장애가 있는 분들 혹은 아프신분들에게 지칭할 때 쓰이는 단어는 이미 病身아닌 경우가 일반적이라면 받아들이시는 사고를 전환하는게 어찌 보면 더 빠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통계로도 나오지만 점점 욕설의 사용 빈도가 심해지는 사회현상을 볼 때 病身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부탁,사고의 전환이 이루어 지는건 현실적 큰 벽이지 싶습니다.

뭐 가장 좋은건 조롱,비하,욕설 없는 사회일테지만 그건 뭐 파라다이스를 꿈꾸는것과 같을테니깐요. 그렇다고 비하,조롱,욕설로 사용하는 걸 옹호하는건 아닙니다.

ps.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환자나 병자 장애인 분들에게 병신이라고 하는건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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