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1/11/04 10:56:59
Name Kemicion
Subject 경험자가 바라본 무상급식관련 의견입니다.
학교게시판에 올린 글임을 미리 밝히고,
글을 하두 오래간만에 써서, 조금 조악하더라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먼저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 급식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는 걸 밝혀둡니다.
더 첨언하자면, 방학에는 정부에서 주는 도시락도 받아보았을 만큼 갖가지 혜택을 받은 사람이구요.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되는 게,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이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효율적인 방법이냐,에 관한 것입니다.
제 입장은 '아니다'입니다.
효과성의 측면에서 접근하면, 많은 분들이 이야기 하신대로 선별적으로 혜택을 주는 게 맞을 겁니다.
굳이 형편이 좋은 아이들까지 지원해주는 건 예산낭비이고, 제도적 보완을 통해 지원받는 아이들의 수치심을 어느 정도까지 없앨수 있다. 라는 데까지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지원을 누가 받는 지 전혀 모르게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쉽게 얘기해, 1년 정도 같은 반에서 생활만 해도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게 현실인데,
지원을 받는 것을 100%모르게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동사무소를 통한 지원등을 이야기하신 분이 많은데, 사회에는 그렇게 똑부러지지 못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하다못해, 지원신청만 하면 2-30만원씩 한달에 생활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그걸 몰라서 못받는 분들도 많구요.
물론 여기서 한가지 반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기 몪 못챙겨먹는 건 자기 탓 아니냐.' 맞습니다. 자기 탓.
그런데 이러한 부모의 판단력 부족문제가 아이에게 전가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러한 수치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면, 예산 투입대비 효과는 분명히 적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하위 2-30%의 수치심을 해결하기 위해 나머지 7-80%의 급식비용을 대는 것이니까요.
하위 2-30%의 수치심이라는 것이 객관화하기 너무 어려울 뿐더러, 7-80%의 급식비용은 확연히 측정되고 규모도 꽤나 클 겁니다. 토목사업과는 달리 지속적인 예산투입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구요.

위의 프레임으로 보자면 이러한 예산을 다른 저소득층 복지정책에 쓰는 게 바람직한 일이겠죠.


하지만, 급식문제를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고자 합니다.
사회적 정의의 측면에서 교육은 일정수준이상(고등학교 교육정도로 생각)의 기회의 평등을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은 일정 이상의 교육을 받아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동의하시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자세히 생각해보면 한가지 의문점이 듭니다. 왜 교육을 '권리'일뿐 아니라 '의무'로 만들어둔 것 일까요?
이는 아동이 교육에 참여하는 것을 실제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동 자신이 아니라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에야, 그럴 일이 없겠지만 교육이 의무화 자체가 산업혁명 후 부모들이 어린 아이들을 공장에 취직시키기 위해 학교에는 보내지 않는 현상등을 개선하기 위한 방편이었구요.
부모의 영향과는 별개로 아이에게는 일정 수준이상의 교육을 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보이는 면입니다.

위에서 이야기 한 국가가 보장하는 교육의 범위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분은, '학비'로 생각하고 계신것 같구요.

중고등학교 시절, 제 미술점수는 항상 하위권이었습니다.
당장 먹고 살기에도 급급한 현실에서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준비하는 미술준비물을 준비하는 건 불가능했고,
대부분의 경우, 학기 초부터 저는 '성실하지 않아서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은 아이'정도로 간주되곤 했으니까요.
친구에게 겨우겨우 빌리거나, 크게 무리를 해서 구입해 숙제를 제출하곤 했습니다.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위의 예에서 간단한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의무교육현장 내에서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영향과는 독립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여행 문제라던지, 교복문제라던지, 학교 내에서 저소득층이 겪는 고충은 생각보다 심합니다.

우스갯소리에 가깝지만,
고등학교 시절 한번 반장에 당선된 적이 있는데, 그때의 가장 큰 고민은 '한턱 쏘라'는 친구들의 잔소리였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반장당선된 아이가 반에 햄버거 정도를 돌리는게 일종의 관행이었습니다.
대학생이 된 지금에야 한 십만원정도 들여서 쏘면 되겠구나 싶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막막했습니다.
집에다 얘기하는 건 너무 죄송스럽고, 제 처지엔 너무 큰 돈이었으니까요. 결국 꾸역꾸역 버티다가 친한 친구 몇명에게 분식쏘는 정도는 넘기기는 했지만, 때문에, 다음 학기부터는 반장선거에 호명되는 족족 사퇴했습니다.

이런 문화적인 측면을 배제하더라도, 아직 우리 사회의 학교는 제대로 된, 이상적인 의무교육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학교 등교해 있는 시간만이라도, 모두가 어느 정도 보장된 환경하에서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학비,교재비,준비물비,급식비등을 모두 포함하는 이야기이고, 이런 것에 한 해서는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의무교육시에 모든 학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듯이 이러한 비용들도 '복지'의 개념이 아니라 '국가의 의무'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 이 모든것을 시행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위의 모습은 이상적인 모습이고, 현실적으로 부담이 되거나 불가능한 부분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능한 한 우리가 추구하고, 지향해야 할 모습입니다.
저는 현재 우리 사회가 무상급식정도는 지탱해나갈 힘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이를 '복지'의 관점이 아닌 '국가의 의무'관점에서 보면 감수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 아이때에 이르러서는,
위에 말한 학비,교재비,준비물비,급식비 정도는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이 당연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저도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꼬박꼬박 세금 잘 내야겠지요.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1-04 22:56)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1/11/04 11:06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100% 합의를 보기 어렵지만 저는 국가가 좀 더 많은 의무를 가지고 국민이 좀 더 권리를 가지는 방향으로
가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마바라
11/11/04 11:29
수정 아이콘
의무교육현장 내에서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영향과는 독립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가?

좋은 말씀이네요.
제 성향은 보수라고 항상 생각합니다만.. 말씀하신 내용은 유권자로서 세금내는 국민으로서 찬성합니다.
Dornfelder
11/11/04 11:3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무상급식은 복지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쪽에서는 왜 세금 들여서 부유한 집 자식들까지 먹여야 하느냐고 하지만, 부유한 집은 그만큼 더 많은 세금을 냅니다. 따라서 같은 급식을 먹이더라도 가난한 사람은 적은 돈을 내고 먹고 부유한 사람은 큰 돈을 내고 먹는 것이죠. 이것은 부의 분배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늘한바다
11/11/04 11:34
수정 아이콘
잘 읽었는데.. 조금만 더 정리해서 썼으면 좋겠네요...
히야쿵
11/11/04 11:48
수정 아이콘
잘 알겠습니다.
Siriuslee
11/11/04 12:17
수정 아이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간단계를 건너뛸수는 없지 않나요?
11/11/04 12:18
수정 아이콘
제가 무상급식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던 느낌을 정확히 말로 표현 해 주셨네요
'의무교육현장 내에서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영향과는 독립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가?'
저도 이 말이 하고 싶었습니다.
의무교육이라고 학교에만 덜렁 보내놓는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무교육이란 지식의 습득 외에도 인성교육을 통해 졸업 후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담배피는씨
11/11/04 12:2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복지제도는 만들어놓고 알아서 이용하세요.
이런 경우 복지제도를 이용하기 위한 조건 이라는 것이 붙는다고 생각합니다..
복지 해택을 받는 사람에게 제도에 대한 인식과 신청하고 처리 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을 요구합니다..
제도에 대한 인식과 시간과 돈이 부족한 계층에게 복지제도는 유명 무실 해질거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재정 분배의 효율성을 위해서 선별적인 복지가 이루워졌다면..
앞으로 인적 자원 감소로 인하여 전면적인 복지제도가 필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흰코뿔소
11/11/04 12:5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11/11/04 17:58
수정 아이콘
저는 아직도 저소득층에게만 무상급식을 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수치심논리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엔 교복도 없애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찰박찰박찰박
11/11/04 18:21
수정 아이콘
글 잙읽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살기 어려운 나라라고 많이들 말씀 하시지만 사실 복지제도 찾아보면 대한민국 꽤나 괜찮은 나라에요.
11/11/04 20:20
수정 아이콘
'학교내에서 저소득층이 겪는 고충은 생각보다 심합니다.'라는 말. 정말 공감합니다.
그렇기에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만 이야기하고 그보다 더 먼저 진행해야 할 고등학교 학비 및 급식비 지원 확대에는 무관심한 현 정치권의 논란에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학비나 급식비 미납으로 힘들어하는 고등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지원받으면서 느낄 학생들의 수치심도 중요하지만, 지원도 못받으면서 수치감만 느끼는 학생들 문제가 더 시급하며, 서울 시내 일반계 고등학교 1학기 등록금 89만원을 못내는 사람들의 삶을 돌보는 것이 서울시립대 1학기 등록금 119만원 만드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미라이
11/11/04 21:2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m]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528 [영상] Dear. 이현주... [7] 염력의세계4889 11/10/29 4889
1527 경험자가 바라본 무상급식관련 의견입니다. [18] Kemicion4705 11/11/04 4705
1526 [야구] 2011 시즌 <프로야구> 팀별 성적 + 선수별 성적 총정리.. # 1 [17] k`3715 11/11/04 3715
1525 그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어야한다. 한국 홍보의 문제점. [15] sungsik4399 11/11/02 4399
1524 (09)고백에 대한 몇가지 이야기.. [42] Love&Hate11351 09/12/09 11351
1523 (09)내가 진짜로 듣고 싶었던 말 [23] 키큰꼬마8078 09/12/04 8078
1522 (09)멀어지는 과정. [17] 50b5304 09/11/19 5304
1521 왕자의 난 - (1) 조선의 장량 [10] 눈시BBver.25032 11/11/02 5032
1520 다단계 피해 예방 혹은 ‘Anti’를 위한 글(+링크 모음) 本(본) 편 : 초대Ⅰ [4] 르웰린견습생5560 11/11/01 5560
1519 한미 FTA에 대해 알아봅시다. [92] Toppick8139 11/10/29 8139
1518 (09)[고발] 데일리e스포츠, 그들이 묻어버린 이름 '위메이드' [60] The xian12174 09/11/08 12174
1517 (09)라이터가 없다. [7] kapH4739 09/11/03 4739
1516 고려의 마지막 명장 - (5) 폐가입진, 해가 이미 저물었구나 [5] 눈시BBver.23927 11/10/26 3927
1515 꿈은 조금 멀어지고 죽음은 조금 가까워진. [19] 헥스밤6582 11/10/11 6582
1514 (09)Neo Kursk - By Flash & Firebathero, 경기 분석글. [14] I.O.S_Lucy5738 09/10/21 5738
1513 (09)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구두 만드는 일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결혼도 안하던 초식남 구두장인이 있었습니다. [36] 양치기6986 09/10/19 6986
1512 (09)매혹적인 행성들 [30] 세린6557 09/10/13 6557
1511 windows 8 사용기 [31] 5966 11/10/25 5966
1510 최대한 쉽게 써본 무선공유기 이야기 - (상) 무선공유기의 선택 [27] 마네6197 11/10/25 6197
1509 잃어버린 낭만에 대하여 [17] nickyo5534 11/10/24 5534
1508 (09)홍진호. 그 가슴 벅찬 이름에 바치다. [14] 세레나데8011 09/10/13 8011
1507 (09)[스타리그 10년-5]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스타리그 10년 [13] Alan_Baxter5376 09/10/11 5376
1506 (09)[인증해피] 신발에 관한 잘못된 상식들과 올바른 관리법! Part - 2 [28] 해피7286 09/10/06 728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