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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2/02/27 02:19:04
Name 유유히
Subject 연인보다 먼, 우정보다 가까운 남녀 이야기

연인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남녀의 이야기



#1. 명동 거리

내가 3년을 좋아한 여자. 연인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그녀와 만날 때는 언제나 즐겁고도 조마조마한 기분이 내 마음에 가득 찬다.

오늘은, 그녀와 만난다.

급하게 빨던 담배를 저 멀리로 던지고 심호흡을 한 뒤 그녀를 맞이한다. 명동 지하철역 5번 출구에서 막 나온 그녀는 많이 기다렸냐며 천연덕스럽게 인사한다.

"미안, 치과 갔다오느라. 많이 기다렸어?"

"아니. 방금 왔어."

"정말? 만져봐야겠다."

내 팔을 만진다. 내 팔이 차갑다고 놀란다. 20분 기다렸는데, 날씨가 추워 많이 차가웠나 보다. 그녀는 미안한 표정을 짓고는, 언제나 그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가자며 내 팔을 툭 친다.
그녀와 걸을 때는 언제나 서로 어깨를 붙이고 걷는다. 이 어색한 자세는, 약 1년 반전부터 그래왔다.
그리고 난, 3년 동안 이 어깨에 미치도록 손을 올리고 싶었다.
언제나처럼, 자기 회사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일을 재잘거리는 그녀의 어깨에 걸쳐진 코트와 내 팔이 맞닿는다. 자동차가 지나갈 때, 그녀를 앞에 세우고 양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부드러운 알파카 털이 날 따뜻하게 했다.
시간은 네 시 이십분. 그녀는 일곱시 영화를 예약해 왔다. 밥부터 먹자며, 팔꿈치로 내 등을 가볍게 툭툭 치며 메뉴를 고르라고 재촉한다.

"밥 먹자. 빨리 골라."

"고기 먹을까? 근데 시간이 없네."

"시간 완전 많거든?"

"한시간 사십분 남은 거 아닌가?"

"바보. 두시간 사십분이잖아."

"그럴 수도 있잖아. 태클이야. 그나저나 니가 쏘는 거지?"

"내가 영화티켓도 샀는데...?"

"전번에 내가 샀잖아. 오늘 니가 늦기도 했고."

"크크..배째. 먹고 죽을래도 없다."

그녀가 웃을 때마다 교정기가 빛난다. 교정이 잘 되지 않아 벌써 2년째. 가슴이 아프다. 상당히 괴롭다고 들었는데. 아픈 마음을 들킬까봐 짐짓 말을 돌린다.

"음.. 여기 즉석떡볶이가 유명하단 말 들었어."

"아 그거 어딘지 알아. 가봤는데, 그저 그랬어. 이름이 뭐더라?"

"먹 뭐였는데, 기억이 안나네. 그저 그랬으면 딴데 가자."

"오늘은 오빠 먹고싶은 거 먹어. 기다렸으니까."

"별로라며?"

"그냥 먹을만 했어. 가자."

........
........
........


"못찾는거 아니지?"

"이상하다. 이 근처였는데. 에이 딴거 먹자. 빨리 정해."

"왜 계속 나만 정하는...."

"아 빨리!"

생글생글 웃으며 내 등을 툭툭 치는 그녀. 내가 그녀를 좋아한 건, 예쁜 얼굴과, 보기 좋게 마른 몸매 말고도, 대화를 나눌 때 보여주는 놀랍도록 넓고 깊은 생각의 수준과, 이런 바보같은 행동 사이의 Gap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녀의 팔에 맞으며 아픈 척 엄살을 부리다가, 세상이 가끔 선물하는 기적같은 행운이 일어나, 수많은 가게 중에 딱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찾았다, 먹쉬돈나!"

"아 맞아! 저거였어!"


#2. 떡볶이집

떡볶이집에 들어가 치즈와 해물떡볶이를 시켰고, 김말이, 야끼만두, 튀김만두 사리를 시켰다. 나온 떡볶이는 그저 그랬다. 떡볶이는 불어 있었고, 그녀는 기대하고 시킨 김말이가 불어서 맛이 없다며 좌절에 빠졌다. 그녀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과, 어제 뉴스에서 본 비극들을 이야기한다. 여자는 결혼하면 집안일 하느라 인생 끝이라는 등, 중국 곰쓸개즙 채취 관련 동물학대가 정말 심각하다는 등, 탈북자 북송 문제에 있어서 국제관계에 시민운동이 갖는 한계를 체감했다는 등, 택시기사가 강도를 당해 얼굴을 돌로 스무 번을 찍혔다며 택시기사 보호대책이 필요함과 동시에, 세상엔 정말 사이코가 많다는 등. 나는 언젠가 뉴스에서 본 황산테러 이야기를 꺼낸다.

"전번에 그거 있었잖아. 황산테러. 불특정 다수한테."

"아 그거 보고 진짜 무서웠어. 그래서 화장실 갈때마다 고개 숙이고 있어."

"....그..변기에 앉아서?"

"응. 언제 문밖에서 날아올지 모르니까!"

"...그러면 뒤통수가 다 까지지 않을까?"

"얼굴보다는 낫잖아!"

그녀는 별로라고 툴툴대면서도 볶음밥까지 시켜 싹싹 비웠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배부르다고 말하는 그녀의 미소. 난 이 미소를 보기 위해 살아온 것처럼 기뻤다. 그리고, 동시에.

그 미소를 가질 수 없어 슬펐다.
슬픈 기분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더 밝게 말했다.

"영화 시작하려면 한 시간 남았지? 뭐할까?"

"보드게임 까페 갈래?"



#3. 보드게임 까페

"오, 아직도 그런 게 남아 있었어? 다 없어진 줄 알았는데."

"여기 오면 종종 가는 데 있어. 전번에 친구랑 갔었는데 좋더라고."

"괜찮겠어? 나 완전 잘하는데."

"뭐? 나 보드게임으로 져본적 없어."

자신감 넘치는 그녀가 앞장서서 보드게임 카페에 가서 음료수를 시키고 게임을 주문했다. 게임비는 따로란다. 비싸다. 밥에 영화까지 얻어먹는게 미안해서 음료수를 샀다. 그녀가 친구랑 해서 져본 적이 없다는 블로커스라는 게임을 하기로 했다. 대략적인 설명을 들은 뒤 바로 어리버리하게 놓은 탓인지 첫판을 졌다. 두번째 판이 되자 이기는 수가 보였다. 전체적으로 바둑과 흡사한 게임이었다. 마치 한 수 한 수가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는 바둑처럼 보였다. 두번째 판을 크게 이기자 그녀가 분한 표정을 짓더니 한판 더 하자고 한다.

"한판 더해."

"시간 없는데. 곧 영화 시작이야."

"첨엔 광고하니까 괜찮아."

"그러자. 먼저 해."

세번째 판이 되자 그녀의 입이 조물조물거리며 긴장한 눈치가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올 뻔 했다. 그녀는 골똘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이거 이렇게 생각하면서 하는 거 처음이야."

"그래?"

"하나만 물러주면 안돼?"

"...그래."

결국 그녀가 이겼고 그녀는 웃으며 나의 무식함을 비웃어주었다. 적당히 그녀의 기분을 맞춰준 뒤, 우리는 영화를 보러 나섰다.

#4. CGV

"팝콘 사줘."

"살찐다?"

"(못들은 척)치즈팝콘 시켜야 돼. 저게 맛있어."

범죄와의 전쟁. 추격자 풍의 범죄 스릴러가 아닐까 추측했던 우리의 예상과 달리 영화는 블랙 코미디 시대극에 가까웠다. 최민식의 섬뜩하면서도 웃음이 나는 진지한 연기와 하정우의 리얼한 건달 연기가 일품인 영화였다. 그녀는 마지막 결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투덜댔지만 하정우는 정말 멋있다는 평을 내렸다. 나는 여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불평을 했다. 혹시 최고의 여배우가 나왔더라도, 내게는 내 옆의 그녀만 못했겠지만.


#5. 케익이 맛있다는 카페

영화를 보고 나오니 아홉시가 훌쩍 넘었다. 이대로 보내긴 너무 아쉬웠다.

"뭐라도 마실래?"

"그럴까? 괜찮은 까페 있어."

의외였다. 조금만 늦어도 피곤하다며 징징대던 그녀가 이 시간까지 집에 가지 않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내가 정말 원한 건 술 한잔이었지만, 티내지 않고 그녀가 말한 까페로 갔다. 달콤한 케익을 주 메뉴로 하는 까페인 모양이었다. 계산대엔 각종 큐브케익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녀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나의 레모네이드를 앞에 놓고, 우리는 다시 시덥잖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여기 케익 되게 맛있다?"

"하나 시켜줄까?"

"괜찮아. 배불러. 아, 오빠 컨설팅 해볼생각 없어? 어울릴 것 같은데."

"난 노예 되기 싫다니까. 컨설팅을 아웃소싱하는게 괜히 하는게 아니잖아."

"어차피 회사원은 다 노예야. 아, 내 바로 위 선배가 있잖아..."

특별할 것도 없는 소소한 이야기들. 그녀가 일상 속에서 겪은 이야기들. 내가 겪은 이야기들. 그녀의 회사에 대한 귀여운 불평들. 웃으며, 때로는 맞장구를 치며, 때로는 트집을 잡으며 들어주었다.

"나 화장실 좀."

"어."

그녀가 화장실에 간 사이, 혼자 앉아 멍하니 그녀를 생각한다. 이 짧은 시간이 미치도록 외롭게 느껴졌다. 그녀의 집은 멀다. 곧 집에 들어가야겠지.

오늘만은, 그냥 보내기 싫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슬픈 예감에 사로잡혔다.
이토록 행복한 하루가, 내 욕심으로 인해 내 인생 최대의 비극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었다.



#6. 지극히 개인적인 비극

그녀가 들어와 자리에 앉으며 핸드폰 시계를 보며 말했다.

"열시 오십분이다. 열한시에 들어가야지~."

"너 연애 안해?"

그녀는 내 질문에 약간 놀란 듯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눈을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며 웃는다.

"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

1초간 숨을 멈추고,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그냥 툭 던지듯 내뱉는다.

"두 번째야."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나랑 할래?"

그녀의 입이 벌어진다. 동그랗게 변했던 그녀의 눈은, 천천히 다시 초승달 모양으로 변한다. 입은 다물고 미소를 띤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눈매와 입가가 파르르 떨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 있다. 10초라는 시간. 짧은 시간이지만 터질 것 같은 내 심장에게는 너무 가혹하도록 길다

그녀의 대답은 없다. 웃는 얼굴이 차츰 오른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왼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다시 오른쪽으로, 다시 왼쪽으로. 아주, 아주 천천히.

"....미안해...미안해..."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고 나서 고개를 푹 숙였다. 나 역시 고개를 푹 숙이고 묵묵히 가게에서 받은 삼양 설탕스틱 봉지를 쥐었다 폈다 하며, 펜 굴리듯 굴렸다. 두 번째 거절이다. 내 눈에 설탕봉지를 굴리는 내 손가락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인다.

"너도 알잖아. 전번에 고백했을 때, 니가 한 말."

"..전번에 여지는 안 남긴 것 같은데.."

"응. 나 혼자서 계속 좋아한 거야.니가 자기 할 일에 열중하는 남자가 좋다고 해서,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어. 난 너한테 어울리는 남자가 되고 싶었어."

그녀는 1년전 내가 학교 근처 바에서 고백했을 때, '정말 미안하지만 오빠는 내 이상형이 아니야'라는 말로 거절했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상형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남자'. 나태와 무기력에 빠진 내 삶을 일으켜 세운 단 하나의 구원이었던 그 말. 나는 그 이후로 성전을 봉독하는 사제처럼 그녀의 말을 섬기며, 그녀가 원하는 내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담담한 내 말에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받았다.

"오빠도 알겠지만.. 나는.. 내 머릿속에 내 남자친구의 모습을 완성해 놨어. 그 모습이 아니면 절대 안 만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러다간 평생 아무도 못 만날 것 같아서 새해에는 좀 고쳐볼까 생각했었어. 그런데 마침 이렇게 되네.. 신기하다. 그지?"

그녀는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얼굴은 경련하듯 떨리고 있었다.

"그런데.... 무서워..."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기회는 줄 수 있잖아."

그녀는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나는 다시 고개를 떨궈 설탕 스틱을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독백하듯 말했다.

"하루만에 차여도 원망 안할게. 우리, 같이 있으면 즐겁잖아. 그리고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잖아. 기회는, 기회는 줄 수 있잖아. 내가 너한테 더 잘해줄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잖아. 왜, 왜 안되는 거야? 뭐가 무서운 거야?"

횡설수설하듯 말하는 내게 그녀는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잇는다.

"오빠랑 나.. 아는 사람 많이 겹치잖아. X나 Y같이.. 만약에 오빠를 만나 봤다가.. 깊이있는 사이가 되지 못하면.. X나 Y한테.. 그런 모습 보이는 게 싫어.."

친구 사이의 안주거리가 되기 싫다는 건가? 마치 타이르는 듯한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들며 반항하는 학생처럼 말한다.

"비밀로 하자."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든다. 그리고 그 눈을 보는 순간 나는 알아차렸다. 그녀는. 정말로 망설이고 있다. 좋게 돌려 거절하기 위한 게 아니다. 어쩌면, 어쩌면 모른다. 희망의 전조를 느끼며, 나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 내가 너한테 남들 얘기 많이 하는 거, 내가 남 얘기 하는 거 좋아해서가 아니야. 내 친구들이 다 아는 사실, 너 혼자 모르고 바보가 되지 않았으면 해서야.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그렇게 바보취급 당하는 거, 정말 싫었어."

그녀는, 내가 가끔 비밀이라며 귓속말로 친구들과 관련된 얘기를 하면 깔깔 웃다가도, 때론 정색하면서 오빠는 남 얘기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며 핀잔을 주곤 했다. 그때는 웃으며 넘어갔지만, 지금 와서 내 입이 싸다고 오해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만약에, 우리가 정말 깊은 사이가 될 수 있으면, 그때 가서 말하면 되잖아."

그녀는 다시 고개를 푹 숙인다. 이번의 침묵은 길다. 아무 말도 없이 그녀의 정수리만 응시하며, 시계조차 볼 수 없이 너무도 긴 시간이 지나간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10분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천년이 넘게 느껴지는 고역이었다.

나는 어색한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입을 연다.

"나 이러는 거 내 인생에 처음이야. 연애를 안 한건 아니지만 내가 이렇게 좋아했던 여자는 없었고, 내가 이렇게 고백했던 여자도 없었어. 그거 알아? 나 지금 구차하게 매달리는 거야. 내가..."

나는 말을 잇지 못한다. 그녀의 기어들어가는 말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미안.. 정말 미안... 아무래도 용기가 안나네...너무 오래 혼자 있었나봐. 오빤 분명히 좋은 사람인데.. 막상 사귄다고 하니까..막상..."

좋은 사람 드립이라니. 아. 이 얼마나 통속적이고도, 관습적이고도, 비참한 선고인가. 갑자기 온몸의 힘이 쭉 빠지고, 귀에서 삐 소리가 나더니 정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찾아온 어지럼증 탓일까.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격한 말을 해버리고 만다.

"XX랑 YY, 정말 죽여버리고 싶었어."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고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왜?"

"생각해봐. 그 둘, 공통점이 있잖아."

"무슨.. 아아."

그녀는 웃었다. 그 둘은 그녀를 울린 적이 있다. 복잡한 사정이 있긴 했지만, 나는 정말 그때 그 둘을 불러내서 한판 벌이고 싶었다. 그녀의 입장이 너무도 난처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내 최후의 이성을 붙여놓았다. 만약 그때 정말 그들과 치고받고 싸웠다면, 나는 그녀를 지금 내 앞에서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속이 후련해졌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했고, 그녀는 거절을 말했다. 말 한마디 못해 겁쟁이 버즈처럼 냉가슴을 앓던 시간들이, 내 눈앞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제 더이상 아무 말 못하는 병신이 아닐 수 있다는 희망이 솟구쳤다. 그러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나는 짐짓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물."

그녀는 나를 놀란 듯 쳐다보았다. 그녀는, 갑자기 밝은 목소리를 내는 나를, 불길한 선고를 들은 사람처럼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 니가 말했던 책."

그녀는 오늘 만나기 전 카톡에서 정말 보고싶은 책이 있는데 너무 오래된 책이라 서점에서 팔질 않는다고 불평했었다. 나는 짧은 시간 인터넷을 이리저리 수소문한 끝에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서 간신히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가방을 뒤져 그녀에게 책을 내밀었다.

"뭐라도, 해주고 싶었어. 회사에서 선물을 받으면, 너한테 다시 선물하고 싶었어. 경영전략을 가르쳐 달라면, 내가 아는 모든 걸 가르쳐 주고 싶었어. 공연 티켓이 생기면, 보여 주고 싶었어."

나는, 한숨과 함께 말을 맺었다.

"좋아했으니까."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끝났다. 내가 3년 넘게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했고, 그녀에게 확실한 대답을 들었다. 이제 더 이상 후회는 없다. 이제야 잊을 수 있게 됐다. 더 이상 혼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꿈에 그녀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제 상사병에 몸져누운 나를 주변에다는(심지어 그녀에게까지도!) 몸살감기로 속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3년의 사랑이, 이제야 끝났다.

"열한시 훨씬 넘었네. 일어나자. 데려다 줄게."

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다. 나는 창밖을 바라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그 북적거리던 명동거리가 한산해진 광경은 나를 흥미롭게 했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평소에 이야기하듯, 평소에 시시콜콜한 화제를 꺼내듯, 자연스럽게 말했다.

"오늘 토요일이잖아, 막차 일찍 끊겨. 아, 나 어플 새로 깔았는데, 이거 지하철 도착 시간도 정확히 다.."

그 순간 고개를 돌린 나는 심장을 망치로 맞은 충격을 느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7. 종점

연인이나 다를 바 없는 하루. 더 무엇을 원했던 것일까? 나는 그녀를 완전히 갖고 싶었다. 그래서 평생 하지 못하고 담아둘 것만 같았던 말들을 했고, 앞으로 평생 후회하지 않을 것만 같은 후련함도 느꼈다. 내 부족함 때문에 승락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미련을 남기지 않았다. 언제나 주저하기만 하다 최악의 결과만 가져오기 일쑤였던 나로선, 꽤나 만족할 만한 손익계산서였다. 이제 그녀를 지하철에 데려다 주기만 하면, 모든 게 다 끝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물은 나의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 놓았다.

나는 설탕스틱을 테이블에 던지고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넘어졌다. 의자를 바로세울 정신도 없이 급하게 티슈를 찾아왔다.
그리고, 자리에 돌아와, 의자를 세워 앉아 천천히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왜 그래?"

혀를 깨물고 싶었다. 안하느니만 못한 말이었다.

그녀의 눈가에 검은 화장이 지워져 흘러내렸다. 살짝 벌어진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가슴이 아프다. 그녀의 우는 얼굴은 세 번째. 먼발치가 아니라 코앞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 괴롭다. 힘들다. 방금 전의 후련함은 사라지고, 아픔만 가득 나를 메운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올려 티슈를 대고 있는 내 손에 맞대었다. 그리고 내 손의 티슈를 가져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나는 그 손을 아주 어색하게 회수했다. 그녀는 티슈로 얼굴을 감싼 채로 코맹맹이 소리로 말한다.

"....고마워서...."

이번엔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것 같았다. 고맙다니. 그녀에게 들을 때마다 미치도록 좋았던 말 중 하나다. 그런데 이 말이 이런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구나. 내가 고마워서 운다는 여자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껏 연애를 하며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때문에 울린 적은 많았어도, 고마운 일을 해줘서 울린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것도 방금 차가 되어버린 (I was car) 상황 앞에서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한참의 침묵이 흐른 뒤.

"...가자."

나는,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주지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지도 못한다. 차가 끊기기 전에, 그녀를 보내줘야 한다. 나는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차 끊겨...데려다 줄게."

그녀는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일어선 후 한참 있다가, 그녀가 따라 일어섰다. 나는 버릇처럼, 당연한 것처럼, 그녀의 가방을 챙겨, 카페에서 함께 나왔다. 이건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매너일까, 아니면 무거운 가방을 드는 그녀의 어깨가 안쓰러워서일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이게 마지막일 테니까.

#8. 한산한 명동 거리

차가 끊기기 십분 전. 명동 거리는 한산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 두어 명 말고는 우리뿐이었다. 그녀와 나의 어깨는 떨어져 있었다. 어색한 걸음이 이어졌다.

"지금.. 니가 차인 것 같은 거 알아?"

나는 붉어진 눈시울의 그녀에게 농담을 던졌다.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 공허해서 아팠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

"내일 되면.. 후회할 것 같아."

애정과 분노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감정. 사랑하면, 그 사랑이 대가를 받지 못했을 때 분노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녀의 말에 갑작스럽게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그녀를 울렸다는 이유없는 죄책감은 사라지고, 내 감정을 이렇게 할퀴어 놓고도 다시 한번 여지를 남기려 하는 그녀에게 화가 났다. 후회할 거라고? 그럼 난, 연락 기다릴게. 라고 해야 하나? 처참하게 짓밟힌 나의 감정에 한번 더 불을 지피려 하는 건가? 나는 약간 퉁명스럽게 말을 받았다.

"좋은 남자 만나."

그녀는 약간 놀란 기색으로 나를 쳐다보고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려울 것 같아. 난 평생 혼자 살 팔잔가봐."

화가 누그러지고, 연민이 생겨났다. 그녀는 나를 좋아한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는 나와의 깊은 우정을 사랑으로 변환시키는 것을, 너무도 두려워하고 있었다. 겉으로 언제나 당당하고 강인하고 할말을 척척 하는 그녀의 속은, 상상도 못할 만큼 여리다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내가 아는 그녀의 연애사는 두 번.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그녀는 그 둘을 진정으로 사랑한 적 없었다. 그렇기에 나와의 사랑도 두려운 것인지 모른다. 어쩌면 나에게 더 큰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정말 많이 좋아해줄 자신이 없어서, 나를 위해서 나와의 연애를 거절하는 것일지 모른다.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나를 위해. 나를 위해... 나를 위해? 정말?

나는 모른다. 그녀에게 나와 같이 연인과 친구 사이에 서 있는 남자가 또 있을까. 또 있다면 몇 명이나 될까. 나는 그녀에게 특별한 존재일까. 아니면 그냥 수많은 친한 오빠 중에, 그나마 유독 들이댄 개념없는 놈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끝나고, 생각과 거리의 반비례 법칙에 따라, 너무도 빨리 지하철역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9. 지하철 역
"...잘 살아."

나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내 두눈에 새겨두고 싶었다. 다시는 연락하지 않을 테니까. 이게 마지막일 테니까.

"...또 봐."

그녀는 힘겹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지만, 고개를 저었다.

"...미안, 그건 안되겠어."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나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잖아. 이제, 끝내고 싶어. 보면, 내가 힘들어."

그녀는 장난스럽게, 하지만 불안한 눈을 하고 말한다.

"...또 보게 될것 같은데. 다같이 모이면..."

"피해 다닐 거야. 다른 애들한테 연락해서, 니가 있다면 안 갈 거야."

내가 말을 하면서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해야 했다. 나쁜 놈이 되어야 했다. 더 이상 은밀하게 상처를 받는 착한 놈이기는 싫었다. 그녀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 그녀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이렇게 매정한 말을 하는 건, 내가 그녀를 알고 나서 처음이었으니까.

"그래도.. 또 봐."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고 있다. 친구라는 끈으로 우리의 인연을 남겨두자고 계속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손을 잡지 못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어쩌면, 내게도 용기가 부족한 것일지 모른다는 걸.

조금만 더 다가가면, 그녀를 내 것으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울며 애원하면, 무릎 꿇고 빌면, 아니면 지금 그녀를 와락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으면.. 어쩌면, 그녀는 내 연인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이도저도 아니면, 또 보자고 한 뒤 다시 한번 영화라도 보자며 천연덕스럽게 권하고, 친구로서 만나며 여지를 남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용기가 부족해서였다. 그녀에게, 끝까지 쿨한 남자이고 싶어서였다.
속으로는, 피눈물이 나면서도.

계속 느껴왔던 거지만, 우리는 서로 너무 닮았다. 겉으로 센 척하는 것, 속으로는 너무 여린 것, 감정 표현이 서툰 것, 지적 허영심이 과도한 것, 그리고, 용기가 없는 것까지도.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모자란 것 없이 살아온 그녀와, 이 사회의 밑바닥에서 자란 내가 이렇게 닮은 면이 많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십 년 뒤쯤? 그때쯤이면... 다 잊어버릴 수 있겠지"

그녀는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

나는 한숨을 쉬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들어가.난 버스 타고 갈게."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도리질을 했다.

"먼저 들어가. 뒷모습 보이기 싫어."

그녀와 헤어질 때면 언제나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나서 헤어졌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일까. 나는 그 사실을 지적하는 대신, 조용히 말했다.

"...아냐, 들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구나? 크크."

그녀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비로소 보통 때의 그녀 목소리. 그녀는 그렇게까지 크게 상처받지는 않은 것 같다. 정말 다행이었다.

"아니면, 데려다 주든지?"

그리고, 그녀는 내 팔을 잡아끌었다. 나는 허수아비가 된 것처럼, 그녀의 팔에 이끌려 지하철역 아래로 걸어 내려갔다. 나는 내려가며 무심결에 말했다.

"...좀 영화흉내 좀 내면 안돼? 마지막이잖아."

"안돼. 크크.. 오그라들어."

완벽히 평소의 대화구나...이것도 이제 마지막이겠지. 다시 한번 슬퍼지려던 순간, 그러다, 문득 알아차렸다. 그녀는 내 팔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꿈꾸던, 그렇게나 매일 꿈꾸던, 연인처럼, 걷고 있었다.
너무나도 짧은, 꿈꾸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꿈은, 꿈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녀는, 지하철 개찰구에 섰다.

"...안녕."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이별을 선고했다. 어쩌면,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연애를 한 연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을 내려오는 10초간, 단 10초간 우리는 서로 연인이었다. 그녀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꿈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엔 공허만이 가득했다.
내가 원망스럽고, 그녀가 원망스럽고, 그녀가 미웠고, 내가 미웠다.
비참했다.

그녀는 개찰구 안에 서서, 슬픈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

“안녕.”

그리고 나서, 나는 미련없이 돌아섰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들어온 입구로 다시 나왔다. 나오자 추위가 엄습해왔다. 몸과 마음에, 동시에.

#10. 에필로그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꺼내, 그녀의 번호를 지웠다. 카카오톡에 있는 그녀와의 채팅창을 껐다. 그녀와 같이 수다를 떨던 친구들과의 그룹채팅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나자, 비로소 눈물이 새어나왔다.

손이 떨려서 담배를 찾아 물고 불을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담배에 간신히 불을 붙인 후, 호흡 대여섯 번 만에 한 개를 다 피우고 다시 하나를 물었다. 가로수 근처의 벤치에 간신히 주저앉아 담배연기를 빨았다.
눈을 찡그렸다. 눈이 얼어붙을 것 같다.

이어폰을 꺼내, 핸드폰에 꽂았다. 듣고 싶은 노래가 있었다. 눈물이 범벅이 된 손이 그새 얼어붙은 데다, 덜덜 떨려서, 노래를 찾아 재생하는 데도 한참 걸렸다.




돌아서 눈 감으면 잊을까
정든 님 떠나가면 어이해


가끔 나를 눈물짓게 했던 김현식의 탁성을 듣고 있자니, 인위적으로 슬픔을 극한으로 자극하는 것 같은 내 모습이 가식적이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발길에 부딪치는 사랑의 추억
두 눈에 맺혀지는 눈물이여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와의 지난 추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같이 갔던 엠티에서 새근새근 코를 골던 그녀의 옆에 누워 나 홀로 설레던 기억. 도서관에서 추레한 몰골로 시험공부를 하던 나의 어깨를 툭 치며 싱글싱글 웃던 모습. 같이 과제를 하며 골똘히 몰두하던 그녀의 턱선. 그 모든 것들을 아주 소중하게 추억함과 동시에, 이제 와서 무슨 의미냐고 나 혼자 도리질을 했다.




사랑했어요 그댄 몰랐지만
내 마음 다 바쳐서 당신을 사랑했어요
이제 알아요 사랑이 무언지
마음이 아프다는 걸




세 번째 담배에 불을 붙이고 나서, 노래가 끝나면 다른 노래를 재생하며, 가슴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얼마나 노래를 듣고, 얼마나 쉴새없이 담배를 피웠을까. 정신을 차려 보니 발밑에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니코틴의 치사량이 얼마더라..? 몸을 일으키자 머리가 어지럽고 다리가 휘청했다. 과다흡연의 후유증으로 구토감이 일었다. 화단에 헛구역질을 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눈물과, 콧물과, 위액이 섞여, 아래로 떨어졌다. 추하다. 주머니를 뒤져 보니 그녀의 얼굴을 닦아 주다 남은 티슈가 주머니에 있었다. 얼굴과 입가를 거칠게 문질러 닦은 뒤, 시계를 보았다. 열두시 사십오분. 평일이라도 지하철, 버스 모두 넉넉히 끊길 시간이다.

택시를 잡아 탔다. 기사는 내 몰골을 보고 만만찮게 마신 취객이라고 생각했는지 돈이 있으시냐고 넌지시 물어봤다. 나는 지갑을 보여주었고, 기사는 그 후로 말을 걸지 않았다.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른 노래를 재생했다.


달리면 사랑을 잊나요
빗속을



눈물은 간신히 멎었다. 주머니에는 삼양 설탕스틱 봉지가 만져졌다.

택시는 맑은 밤거리를 질주했다. 노래와는 맞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비는 내 마음속에 충분히 내리고 있었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3-0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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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knows
12/02/27 02:38
수정 아이콘
남자입장에선, 여자가 나쁘네요. --;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좋아했다면 조금 더 잡아보는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정말 좋아하면 그런 자존심, 쿨해보이고 싶다는 마음도 던지게 되더라고요...
지니쏠
12/02/27 02:42
수정 아이콘
어제 굉장히 재밌게 봤는데 지워져서 아쉬웠는데, 다시 올라왔네요. 문장이 좀 추가된 듯 해요. 저도 짝사랑 몇년째 하고 있는데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요. 이대로 끝이 아니었으면 하는 이기적 기대도 조금 생기고 그러네요. 힘내요. [m]
낭만랜덤
12/02/27 02:48
수정 아이콘
끔찍하게 슬프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유유히
12/02/27 03:13
수정 아이콘
어제 올렸었습니다만, 졸문이 부끄러워 지웠었습니다. ㅠㅠ
그런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읽고 나서 쪽지로 저를 격려해 주신 분이 계셔서, 다시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역시 이것이 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 모든 짝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세상 모든 연인보다 먼 우정보다 가까운 남녀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흐흐
리치나다옐로
12/02/27 03:52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약간의 경험이 글쓰시는데 도움을 줬나요? 뭐 다들 짝사랑 경험은 있겠지만..
Love&Hate
12/02/27 04:5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글속의 남자는
'차이고 싶은 남자'네요..
'차여서 안식을 얻고 싶은 남자'

연인간의 사랑은 보통 불안함을 이유로 찾아옵니다.
편안해지면 식은듯한 느낌을 받는것도 이때문이죠.
다만 그 불안한 상태를 견뎌내기도 힘든것도 사실이구요..
어째든 사랑과 안식은 한꺼번에 얻기 힘든겁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버려야겠죠...
네오크로우
12/02/27 05:43
수정 아이콘
이.. 그 무슨 느낌이죠. 묘하게 소름끼치는.. 나쁘거나 불쾌한 느낌은 아니지만 묘하게 스산한 느낌..
유유히님의 절절만 속마음이 그대로 확 와닿네요. 으악.. 기분이 이상해진다..;
12/02/27 07:17
수정 아이콘
으. 요즘 사랑과 친구 사이를 고뇌하는 계절이라도 됐나요. 왜 나랑 비슷한 고통을 겪는 사람이 이리도 많이보이는지 크크
잘 읽었습니다.
12/02/27 08:41
수정 아이콘
좋네요.
좋은글이에요.
힘내시기바랍니다. [m]
힘내라공무원
12/02/27 09:08
수정 아이콘
정말 글쓴이의 슬픔에 저에게 격하게 다가오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좋은 글이네요..

글쓴이님 힘내시고요!!

더 좋은 인연이 있을거라 믿습니다.
미소천사선미
12/02/27 09:24
수정 아이콘
너무 몰입해서 봤습니다.
여자한테 다시는 만난 일 없을 꺼라는 말 할 때 저도 같이 너무 감정이입 했습니다.
아... 내 맘이 찢어지네요...
이쥴레이
12/02/27 09:24
수정 아이콘
인생에서 가장 슬퍼하는게 고백한번 잘못한것입니다.
진짜 그런 마음이 아니었는데, 어찌보면 내가 원하는게 적당한 거리감이기에...
과감히 고백했고 되면 좋고 안되면 내가 원하는거라는 모순적인 행동을 했습니다.

원하는대로 되었지만, 후회하는게 더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수 있었을텐데 입니다.
거리감을 원했다면 그렇게 상처주면서 하는게 아니었는데..
역시 나이가 들다보니 치기어린시절이 생각이나 후회되고 부끄럽기는 하네요.

이 글 보니 생각이 나는 월요일 아침 입니다.
Calvinus
12/02/27 09:50
수정 아이콘
아 아쉽네요.. 글을 읽으면서 끝에서라도 여자분이 마음을 돌리길 바랬는데..
2년반을 아빠, 딸하면서 지내다가.. 지금은 1년 반째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도
처음 사귈때나, 지금도 싸울때면 헤어지는게 무서워서 사귀기 두렵다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여자분 마음이 이해가 되고 또 가슴이 아립니다.
또 매정하게 마지막을 뿌리치려하는 글쓴분의 마음도 가슴이 아리네요.
월요일 아침에 감사한 글 잘 읽었습니다.


진지와 감동을 때려치고 첨언을 하면
"그녀가 나를 싫어하네요 - 슈퍼키드" 한번 들어줍시다.
재규어스타
12/02/27 10:18
수정 아이콘
멋있습니다~~ 저렇게 멋지게 끊기가 쉽진 않은데 잘 하셨네요! 아니라고 밀어낼때는 과감히 놓아줘야죠. 새로운 최고의 사랑은 반드시 또 옵니다!
오발탄
12/02/27 10:56
수정 아이콘
읽다가 눈물이 조금 나오네요. 저 위엣분 말씀대로 끔찍하게 슬픕니다. 저는 작년에 실패한 여자와 친구라도 되어서 길게 바라볼까 생각했는데.. 글을 보니 또 망설여 지네요. 전 글쓴이분처럼 자기 일 제대로 하는 사람도 아닌 데 삼년인 들, 오년인 들 그렇게 해봐야 그녀가 나를 좋아해줄까 하는 생각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극복하시길..
12/02/27 12:02
수정 아이콘
너무 감정이입이 됩니다.
제가 겪은것처럼 가슴아프네요.
진리는 하나
12/02/27 13:00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ReadyMade
12/02/27 13:11
수정 아이콘
저도 겪었던 일이라 감정이입 제대로 했습니다. 저는 세번째 고백했고 그녀는 자기 생활이 안정되는 3년쯤 후라면 사귈 수 있을텐데 라고했었죠.
올해 2월로 그 3년이 되었네요. 지금도 그녀와는 친구로 지내지만 다시 잘해볼 생각은 없어요. 이미 다른 여자친구가 생겼거든요.
정말 새로운 사랑은 반드시 옵니다. 저는 항상 현재의 여자친구가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단지 어차피 헤어질거 알면서도
나중에 헤어질 때 죄책감을 덜어보려는 제 인지부조화라 느껴질 정도로 자주 오더군요;;
삼년간 그녀 이후로 벌써 네번째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네요. 역시 지금도 여자친구와 결혼할 것 같아요. 이번엔 진짜이기를;;
네오유키
12/02/27 14:45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좋네요. 회사에서 읽다가 울뻔 했어요 ㅠ 저런 경험은 없는 것 같은데, 왜 자꾸 제 얘기 같죠... 당사자는 힘들겠지만 왜 저는 저런 사랑이 해보고싶죠;
켈로그김
12/02/27 15:22
수정 아이콘
이로써 아름다운 그리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좋은 사람 만나셔야죠.
끝없는사랑
12/02/27 15:30
수정 아이콘
그거 아십니까? 누군가를 가지기 위해서 먼저 극복해야할 그 것은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저도 와이프에게 고백하기전까지 너무나도 괴롭고 애매한 관계였을때 가장 먼서 느낀게 나의 확신이. 그녀와 함께 해야만 한다는 확신이 있어야 그 사람의 두려움을 극복해줄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결혼하기전까지 미치도록 힘들고 괴로운 순간도 많았지만 한 번도 이 사람이 내 여인이 아니란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데요.
많이많이 아쉬운 결말입니다.
여지껏 마음 먹고 다가간 여인들 중 한 명도 놓치지 않았던 것도 그런 확신 혹은 무모함 덕이었는지도..-_-;;;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와이프가 알면 죽을지도 모를 댓글을 달고 있군요.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그래도 안 열리면 그 문을 부셔버려라 .
찍어라. 그러면 꺽일 것이다. 그래도 안 꺽이면 그 나무를 뽑아버려라.
라는 조언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KillerCrossOver
12/02/27 18:2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아프네요....
무한낙천
12/02/27 20:32
수정 아이콘
예전에 비슷했던 경험이 생각나네요
그래도 그때가 순수한 사랑을 하던 시절인거 같아요
이젠 그런게 없네요.. 겁이 많아진 건지..
Dreamlike
12/02/27 20:37
수정 아이콘
아... 감정이입 제대로 하고서 봤네요...ㅠㅠ

마음이 너무 아파요. 거절과 이별의 순간은 너무 아픈데

아플줄 알면서도 시작하는게 사랑이죠. [m]
12/02/27 20:3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보는내내 저 마음이 다 안타까웠어요ㅠㅠ [m]
Kemicion
12/03/02 22:14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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