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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3/02/19 15:03:46
Name 시크릿전효성
Subject [K리그 이야기] 끝나지 않은 꽁지머리 신화 '김병지'
K리그 개막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부터는 틈날 때마다 그간 K리그를 빛낸 선수들에 대한 짤막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주 1회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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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진행 중인 꽁지머리 신화 김병지





▶골키퍼 전성시대를 열다.


내가 어릴 적 동네에서 삼삼오오 축구공을 들고 모이면,
으레 가위바위보에 진 녀석이 맨손으로 골키퍼를 한다든가,
축구에 소질 없고 흥미도 별로 없는 녀석을 억지로 골키퍼를 시키곤 했었다.
어릴 적 우리에게 골키퍼란 그런 포지션 이였다.
그저 멍하니 골대 밑에서 수비수 녀석과 잡담을 한다거나, 흙장난을 하다가 공이 오면 걷어 내거나
그냥 쿨하게 한 골 내주면 그만인 그런 자리였다.
그런데 언제쯤일까.
축구를 제일 잘하던 녀석들이 너나없이 골키퍼를 하겠다고 나서고,
그냥 맨손으로 대충 서 있던 녀석들이 어디서 목장갑이라도 구해 와서는 이리저리 옷을 다 버려가며
다이빙 펀치를 선보이곤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김병지의 등장이 동네 꼬마들 축구까지 바꿔 놓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당시 김병지의 등장은 굉장했다.
골을 먹어도 미안한 표정 없이 오히려 수비들에게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고,
골을 넣으면 모두가 모여 세리모니를 할 때 혼자 골대 뒤에서 서포터즈를 향해 덩실거리며 기뻐했다.
김병지가 주로 하는 꽁지머리에 노란 염색은 당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급격하게 유행했고,
울산 공설 운동장에서 멋지게 선방이라도 하는 순간에는 연신 김병지를 외쳐댔다.
그야말로 골키퍼 전성시대를 연 선수였다.




▶꽁지머리 일 내다.



1998년 10월 24일. 울산 공설운동장. 포항 스틸러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1-1로 맞선 후반 45분.
경기장에는 비장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당시 1차전에서 포항에 3-2로 패배한 울산은 이대로 경기가 끝날 경우 결승진출이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찬스, 김현석이 간접프리킥을 준비하던 순간, 누군가가 문전으로 잽싸게 달려왔다.
김병지였다. 초등학생들은 김병지를 외쳐댔고, 어른들은 '저놈이 또 무슨 쇼를 하려 그러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공이 김현석의 발을 떠나 허공으로 뜨는 순간, 누군가의 머리에 맞고 골문안으로 들어갔다.
워낙 순식간의 일이라 사람들은 "뭐야?!" 하는 표정을 지엇고 포효하며 벤치로 달려가 고재욱 감독에게
안긴 사람은 다름 아닌 김병지였다.
김병지의 골로 기적적으로 총합 5-5로 비긴 울산은 승부차기에서 또다시 김병지의 선방 쇼에 힘입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사실상 김병지 원맨쇼였다.
이 골은 골키퍼 사상 K리그 첫 골이었고, 페널티킥이 아닌 필드골로는 아직도 김병지가 유일하다.


▶600경기, 그리고 끝나지 않은 신화


항상 성실하고 자기관리를 해온 김병지가 600경기를 넘어 700경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김병지가 K리그 20여 년 동안의 기록은 605경기. 경기당 실점률 1.129이고, 컵대회를 제외하면 500경기가 넘는 경기에서
0점대 실점률을 기록 중이다. 그런 김병지가 700경기를 향해 달리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김병지를 이운재와 겨루어 한국 최고의 골키퍼를 논한다.
결승전, 단 한 경기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경기라면 나는 김병지가 아닌 이운재를 선발로 내세울 것이다.
왜냐하면, 나 역시 이운재가 역대 한국 골키퍼 중 최고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승전이 아닌 오늘 경기를 지더라도 다음번에 만날 때 를 대비해 공격수를 기죽고 우리 팀의 사기를 유지하게
만들어야 하는 리그 경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어떤 공격수도 김병지를 껄끄러워했고,
김병지는 단순한 골키퍼가 아닌 '또 다른 한 명의 최종 수비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K리그 최고의 골키퍼다.
김병지. 나의 K리그 노트에서 당연 1페이지다.



▶김병지 골장면. 5분 30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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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19 15:14
수정 아이콘
하~ 노르웨이 전 맞나요? ;;;;
빨간당근
13/02/19 15:16
수정 아이콘
술, 담배를 안하는건 기본이고
92년 데뷔 때 체중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유지하고 계시는....
자기관리의 甲이시죠;

PS. 본문 내용이 좀 잘못됐는데, 이미 600경기 출전은 돌파하셨습니다(2012 시즌 605경기 출전).
김병지 선수 목표는 700경기 출전으로 알고 있습니다
에프컵스쿨
13/02/19 15:18
수정 아이콘
포항팬으로서 잊을수 없는 헤딩;;이었지만 그래도 포항에서 잘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마음속 한국 골키퍼 넘버원
Purple Haze
13/02/19 15:22
수정 아이콘
예전에는 꽁지머리를 김병지머리라고 부를정도로 유명한 선수였죠. 흐흐.
불쌍한오빠
13/02/19 15:24
수정 아이콘
근데 김병지의 출장기록은 후대에 평가절하 될 수 있는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필드플레이어가 아닌 골기퍼인것도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골기퍼는 용병을 쓸수없는 규정때문에 상대적으로 골기퍼 자원을 구하기가 어렵거든요
골기퍼용병이 허용됐다면 과연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을까 싶기는합니다
순두부
13/02/19 15:40
수정 아이콘
이운재만 없었으면 한국 최고의골리라고 할수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신은 김병지를 낳고 동시대에 이운재를 낳아서..
아리아
13/02/19 15:43
수정 아이콘
어렸을때 TV틀었는데 김병지가 딱 저 장면이 생방송으로 나오고있었는데
왠지 어린마음에 김병지가 하나 넣을 것 같다 넣어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진짜 들어가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13/02/19 15:56
수정 아이콘
하프타임 때 티켓 확인하는 사람없을 때 살살 들어가서 후반전 보고, 컵라면 먹고봤던 시절이네요
김병지의 득점을 현장에서 본 거는 공설운동장 시절 내 자랑 ㅠㅠ
황선홍, 홍명보, 라데 덕에 포항을 더 좋아했던건 함정.
20대가 되니 울산 멤버도 쩔었었구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근데 왜 96밖에 우승 못했나ㅠ..
Practice
13/02/19 17:49
수정 아이콘
제가 국가대표 감독이 되어서 단 한 경기를 뛰어야 하는데 누구를 쓸 거냐, 고 한다면 이운재를 쓰겠지만
제가 클럽의 감독이 되어서 한 시즌을 전부 치러야 하는데 누구를 쓸 거냐, 고 한다면 김병지를 쓰겠네요.
광개토태왕
13/02/19 22:56
수정 아이콘
그런데 김병지에게도 어두운 역사가 없었던건 아니죠.
히딩크 감독 시절때가 절정이었는데
파라과이전에서 너무나도 어이없는 뻘짓을 한 나머지 그 경기 이후로 김병지는 다시는 주전 골키퍼로 나오지 못했죠..
나하나로충분하다
13/03/19 20:04
수정 아이콘
히딩크 감독이 파라과이전이후 이운재 선수에게 마음이 기울기 시작한거겟죠.. 월드컵 개막전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도 김병지 선수가 나와었죠^^
프랑스전 어쩔수 없는 골이라고 생각했지만 히딩크 감독은 김병지의 위치선정이라던지 골문을 지키는 무게감등이 이운재선수한테 밀린다고 생각해서
월컵 본선에선 김병지 선수가 한경기도 출전못했다고 라는 글을 본거같네요~^^
13/03/19 17:21
수정 아이콘
저 김병지 헤딩골이 98년 이었군요
라이브로 봤던 기억이 생생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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