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용어 정리를 하고 가겠습니다. 원래 프린터는 인쇄하는 데 쓰이는 기계를 모두 일컫는데요. 그러다가는 구텐베르크 활자, 직지심체요절, 타자기, 3D 프린터 다 나와야 할 판이라서 여기서는 컴퓨터에 연결해 종이에 인쇄하는 그러니까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프린트로 한정을 지어 이야기하겠습니다.
Fig.1 178년 만에 완성된 최초의 프린터
[Figure.1 컴퓨터의 할아버지 차분기관, 왼쪽 서랍장처럼 생긴 것이 프린터]
최초의 프린터 제작 시도는 1822년에 있었습니다. 왕립천문학회의 창립 멤버였던 찰스 배비지Charse Babbage가 삼각함수까지 계산할 수 있는 차분기관Difference Engine 그러니까 컴퓨터의 조상님쯤 되는 기계를 설계하면서 그 장치의 일부로 프린터도 설계했거든요.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을 시작했지만 1931년 비용 문제로 제작이 중단되었죠.
만들다 만 기계는 옥스포드 과학사 박물관에 남아있었는데요. 1989년 배비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다시 제작하기 시작해서 2000년에는 프린터까지 완성했죠. 이 프린터는 4,000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2.5톤에 육박하는데요. 최초의 프린터임에도 행간과 자간을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고 합니다.
[Figure.2 UNIVAC, 왼쪽에 있는 무식하게 큰 장치가 바로 프린터 ⓒcomputerhistory.org]
실제로 사용된 최초의 컴퓨터 프린터는 1953년 레밍턴 랜드Remington Land 에 의해 제작되었는데요. UNIVAC에 사용된 프린터로 자기 테이프를 읽어 분당 600줄을 인쇄하는 고속 프린터였죠. 총과 타자기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레밍턴이 컴퓨터용 프린터를 만들었다는 것이 의아할 텐데요. 레밍턴이 UNIVAC을 만든 회사인 에크르트-모츨리 컴퓨터 코퍼레이션Eckert-Mauchly Computer Corporation 을 인수했거든요.
작동하는 모습은 [여기]서 볼 수 있어요.
Fig.2 프린터로 그림도 그릴 수 있다고요?!
[Figure.3 최초의 도트매트릭스 출력 방식을 사용한 헬슈바이어 ⓒhffax.de]
타자기와 프린터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타자기가 정해진 활자만 인쇄할 수 있는 반면 프린터는 어떤 형태든 인쇄할 수 있다는 점일 겁니다. 이를 최초로 구현한 것이 잉크를 픽셀처럼 찍는 도트매트릭스 방식 프린트였죠.
도트 매트릭스 기술 자체는 1925년 루돌프 헬Rudolf Hell 이 만든 전신 타자기, 헬슈바이버Hellschreiber에 처음 사용됩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통신 시스템에도 쓰였죠.
[Figure.4 OKI Wiredot printer ⓒmuseum.ipsj.or.jp]
이 기술의 초기 형태는 타자기에 결합된 방식이었는데요. 1968년에 출시한 OKI의 와이어닷 프린터Wiredot printer 가 그 주인공이죠. 이 프린터는 문자를 7x5 도트로 구성해 총 128개의 문자를 표현할 수 있었는데요. 강판을 통해 35(7x5)개의 와이어에 잉크를 묻을 위치를 조절하고 와이어의 끝이 종이에 활자를 찍는 형태였죠.
Fig.3 지진계에서 프린터로
[Figure.5 사이폰 레코더, 저 지진계같은 그래프를 해석해 텍스트로 변환한다]
오늘날 가정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프린터는 잉크젯 프린터인데요. 잉크젯 프린터는 그 방식에 따라 크게 잉크를 계속 흘려보내되 잉크가 나오는 방향을 조절해서 프린트하는 CIJ(연속식 잉크젯 Continuous Inkjet) 방식과 한방울씩 필요한 시간에만 잉크가 나오는 DOD(Drop-on-demand) 방식으로 나뉩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CIJ 방식으로 1867년 윌리엄 톰슨William Thomson 이 만든 사이폰 레코더에 사용되죠. 사이폰 레코더는 지진계가 진동에 따라 바늘이 움직이는 것처럼 전기신호에 따라 바늘이 움직이는 기계인데요. 해저 케이블의 수신기로 사용되었죠.
[1987년에 해저 케이블 수신기? 해저 케이블은 언제 만들어졌지?]
사이폰 레코더에 사용된 초보적인 형태의 CIJ는 선이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을 수 밖에 없어 문자를 인쇄할 수 없었는데요. 잉크의 흐름을 방울로 바꾸는 방법이 개발되어 1951년 드디어 CIJ 방식 프린터가 개발됩니다.
Fig.4 출력 방식이 뭐가 중요할까 돈 되는 게 중요하지
[Figure.6 최초의 DOD 방식 프린터 Seimens PT 80]
계속 잉크를 흘려보내는 CIJ와 달리 필요한 때에만 잉크 방울을 떨어트리는 DOD 방식은 1972년 졸탄Zoltan 에 의해 발명됩니다. 졸탄의 방식은 전기 신호가 들어오면 변형되는 피에조 소자를 이용해 압력을 주어 잉크를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피에조 DOD 혹은 압전 DOD라고 부르죠. 그로부터 5년뒤 1977년에는 압전 DOD를 이용한 프린터 Seimens PT 80가 등장합니다.
압전 DOD 말고도 열을 이용한 Thermal DOD 방식도 있는데요. 1981년 캐논과 HP에서 거의 동시에 개발합니다. 이 방식은 노즐에 열을 가하면 열을 가한 부분에 수증기 거품이 발생하고 거품이 터지면서 잉크방울이 떨어지는 원리였는데요. 이 때문에 버블젯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Figure.7 잉크 카트리지 개념을 도입한 HP의 ThinkJet ⓒbusiness insider]
1984년 HP에서 버블젯 방식을 이용해 저렴한 프린터를 만들어내는 데 이것이 바로 ThinkJet 프린터입니다. 이 ThinkJet 프린터는 버블젯을 사용했다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특징이 있었는데요. 바로 잉크젯 헤드를 아예 갈아 끼우는 잉크 카트리지 개념을 최초로 도입했다는 것이죠. 이 잉크 카트리지는 오늘날 프린터 회사들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가 됩니다.
Fig.5 복사기 회사에서 프린터를 외치다..
[Figure.8 최초의 레이저 프린터 Xerox 9700 ⓒXerox]
1959년 출시한 복사기로 크게 성공한 제록스는 뒤이어 팩스 속도를 개선하는 연구에 한창이었습니다. 이때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가 레이저였죠. 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었던 게리 스타크웨더Gary Starkweather 는 레이저 기술을 팩스가 아닌 프린터에 접목시키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하는데요. 그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프로젝트 하차와 제록스의 PARC 연구소로 전근.. 다행히 좋은 의미로 전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9개월 만에 레이저 프린터를 만들어 내거든요.
레이저 프린터는 우선 레이저로 종이에 정전기를 일으키고, 분말 형태의 토너가 레이저를 쏜 자리에 달라붙으면 열로 고정하는 원리인데요. 스타크웨더의 레이저 프린터는 초당 1페이지를 인쇄할 수 있었어요. 이 시제품은 1977년 Xerox 9700 레이저 프린터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는데요. 제록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제품 중 하나가 되었죠.
참고로 PARC 연구소에서는 이 레이저 프린터를 활용할 수 있는 컴퓨터도 개발하는데요. 이것이 바로 최초의 GUI 컴퓨터 제록스 알토 Xerox Alto 였어요. 그러니까 레이저 프린터는 상업적인 성과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 거죠.
하지만 Xerox 9700이 최초의 상업용 레이저 프린터는 아니였는데요. IBM이 1년 앞서 데이터 센터의 컴퓨터 주변 기기로 레이저 프린터 IBM 3800을 제공했거든요.
Fig.6 애플이 왜 거기서 나와?
제록스의 레이저 프린터가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면, 그 외에도 레이저 프린터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 많이 있는데요.
연구용이 아닌 최초의 일반 데스크탑용 레이저 프린터 1979년에 출시한 캐논의 LBP-10
사무용으로 설계된 최초의 레이저 프린터 1981년 Xerox Star 8010 등이 있죠.
[Figure.9 프린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애플의 레이저 프린터 12_600PS]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애플입니다. “애플이 프린터 이야기하는데 왜 나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실 텐데요. 90년대까지 애플은 프린터를 만들었어요. 이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면서 정리되었지만요. 어찌 되었든 애플도 프린트의 역사에 한 획을 긋습니다. 1995년 최초의 컬러 레이저 프린터인 12/600PS를 출시하거든요. 물론 애플다운 가격 7,000달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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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히스토리] 회오리 오븐 vs 레이더레인지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5-14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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