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포탈 사이트 인터넷 게시판에 김완섭씨가 개념을 상실한 내용의 글을 올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 글에 대해 적지 않은 네티즌들이 악플을 달았고, 그에 대해 김완섭씨는 악플을 단 네티즌들을 고소했습니다.

저도 이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의 상실된 개념부터 시작해서, 언행, 괴변 등이 너무 싫습니다.

그러나 그게 그 사람에게 악플을 달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만일 그 사람을 제제하고 싶었다면 적법하고 합법적이고 이성적인 절차로 그 사람을 제제했어야 합니다.

일례로 이 사람은 대한 제국의 황제였던 고종을 '뇌물을 좋아한 조선판 전두환'이라고 해서 고종 황제의 명예를 훼손시켰고, 그에 대해 고종 황제의 손자 이 석씨와 명성황후 유족 민병호씨, 일제 강제징용자 후손 5명, 종군위안부 할머니 6명으로부터 지난 2003년 5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혐의로 고소당해, 재판부로 부터 지난해 9월 김씨에게 원고 측에 모두 96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이끌어 냈습니다. (다음 뉴스기사 - http://feature.media.daum.net/culture/article02289.shtm - 에서 발췌)

여러분들도 모두 아시다시피 그 사람이 한 말은 거짓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당한 사료와 정보를 가지고 그의 의견을 비판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도 그가 틀린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허위사실 유포죄나 명예훼손 죄 등으로 고발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악플을 다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악플을 달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자는 '남이 하니까 나도 해도 괜찮겠지'라는 군중 심리로 악플을 달았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남이 한다고 해서 내가 해도 괜찮은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남이 하는 일이 옳지 않은 일이라면 해서는 안되는 것이겠지요.

또 다른 사람은 '니가 그따위 개소리를 해? 너도 한번 개소리 좀 들어봐라' 식으로 악플을 달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가 개소리 한다고 해서 나도 개소리를 한다면 내 수준과 상대방의 수준은 같은 것입니다. 누가 누굴 나무랄 처지가 아닌 것입니다.

또한 어떤 사람은 '고소를 하거나 하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 인간을 처벌하고는 싶은데 고소라는게 쉬운 것이 아니기도 하고, 내가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악플을 달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 생각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그 사람을 바로 잡거나 처벌할 생각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럴 생각도 노력도 없는 사람이 악플은 왜 답니까?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지.



우리 사회는 분명히 잘못된 사실에 대해 제제할만한 만인에 의해 공인 된  방법, 체제가 정비되어 있습니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그리고 위의 고종황제에 대한 명예훼손 판결에서 보듯이 그 법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씀 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김완섭씨 같은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만 하는데, 일반인이 학술 서적을 뒤져가면서 그 사람의 논리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혹은 고소를 하기에는 하루 하루가 너무 바쁘고 힘겹다'라고 말이지요.

그러나 굳이 악플을 달지 않더라도 우리가 이 사람의 언행에 제약을 가할 방법은 충분히 있습니다. 각 포탈 사이트의 청원 게시판에서는 이 사람을 처벌하자는 서명을 받고 있고, 위안부 할머니나 독립 투사의 후손들과 함께 움직이는 시민 단체들도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그 과정에 조그마한 일부라도 되고 싶다면, 서명을 하거나 혹은 그에 대해 대처하는 시민 단체에 작은 돈이나마 기부를 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제가 모르는 방식으로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수십, 수백가지는 있을 것입니다.

악플을 달기보다는 합법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김완섭씨를 제제하는 것에 동참하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마지막으로 글을 맺으면서 제가 얼마전에 봤던 드라마의 대사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커맨드 인 치프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인데, 미국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과의 대화 내용입니다.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날 시내 초등학교 여러 곳에 폭탄 테러가 예정되어 있는데 테러범들 중 한명이 사전에 잡힙니다. 대통령은 고문이 아닌 다른 군사행동과 경제적 압력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지만 법무부 장관은 고문을 통해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에 대해 대통령은 장관을 추궁합니다.

장관 : 원칙을 따르는 게 우리 뿐이라면 원칙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놈들은 우리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대통령 : 그 원칙은 그놈들을 보호하려는 게 아니에요. 우리를 보호하려는 거지. 다른 나라들은 우리가 하는 걸 따라해요. 우리가 고문을 한다면, 다른 나라가 우리 국민에게 똑같은 짓을 해도 막을 방법이 없어지는 겁니다 .



만일 우리가 상대방의 의견이 정당치 못하다는 이유로 악플을 단다면, 언젠가 우리가 남과 다른 이견(틀리지 않은, 단순히 남과 다를뿐인 의견)을 제시했을 때 그들이 우리의 글에 악플을 다는 것조차 막지 못하는 그런 날이 올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천마도사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08 04:45)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09 0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