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8/02/27 22:13:03 |
Name |
폭풍검 |
File #1 |
dlqudals.jpg (72.8 KB), Download : 583 |
Subject |
이것은 커튼콜이 아니다. |
0.
시간은 흐르고
많은 것들은 변합니다.
지금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변화는 너무나 빨라서
모든 것을 잊어버릴것만 같아
두렵습니다.
1.
프로토스는 영웅과 혁명을 꿈꾸며 반역하는 저항의 종족이며
저그는 몰아치는 폭풍을 타고, 투신의 숨결을 타며, 또한 마에스트로의 흐름에 혼을 맡긴다.
테란은 제국으로서
황실의 계보라 할 만한 세 명의 아래 수많은 제후와 왕들이 성처럼 늘어서며
프로토스의 저항과 저그의 기류는 번번이 그 길고 드높은 장성에 맞부딪쳐 흩어졌다.
테란의 왕들은 한 시대를 풍미하면서도 항상 황제들의 뒤에서 그 빛을 바랜다
삼황의 일출과 치세
심지어 제국의 석양이 침몰할 때도
다만 길고 긴 검은 그림자로서 빛을 바랜다.
2.
그 등장은 최연성이라는 거대한 재능과 함께였기에 빛을 바랬고
그를 각인시킬 수 있었던 그 순간에 그는 최연성의 힘 앞에 처참하게 압도당했다.
새까맣게 하늘을 뒤덮은 레이쓰
만인을 경악시킨 할루시네이션 리콜
천지에 번뜩이며 SCV를 몰살시켰던 사이오닉 스톰
온게임넷 스타리그 저그의 숙원이 풀어지던 에버 2005와
박경락, 잠시나마 부활의 꿈이 날개치던
스타리그를 빛낸 그 수많은 순간순간에서 그는 항상 조역이었다.
물론 그 조역조차 되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선수들도 많다.
그럼에도 그는 다만 길고 긴 검은 그림자였다.
사람들은 그걸 알았고
온갖 방법을 다 써서 그런 이병민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GG의 마술사.
Dlqudals von emfznekftm.
‘입영민 사진’이란 이름의 엑스박스나
‘김병민 테마곡’이란 이름의 ‘파일을 찾을 수 없습니다’
‘뱅미 나오면 쌩큐 클럽’에 박힌 아비터와 장재호, 카트라이더.
그 모든 것들이 그를 향한 팬들의 애정표현이었지만
이병민은 그런 방식으로밖에 표현될 수 없었던 자신에게마저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더더욱 노력했다.
머리를 감싸쥐며 무너진 에버 2005 결승의 GG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오늘은 그의 복수전이었다.
누군가는 처절한 클래식이라고 표현했다.
클래식, 이병민도 어느새 수많은 위기의 베테랑 중 하나가 되었다.
그도 이제 올드(Old)다.
3.
에버 2005
저그의 숙원, 결승에서 거꾸러진 테란.
이병민과 박성준은 다시 한 번 맞붙었고 이번에는 승자가 바뀌었으나
그 무대는 그 날의 결승과는 너무도 멀다
레알 마드리드
스타군단, 강호 KTF
그러나 오늘 이병민이 어깨에 둘러멘 이름은 외인구단 이스트로
이병민을 가려버린 거대한 이름, 그를 바래게 만든 이름
세 번째 황좌
그의 이름은 더 이상 이병민을 가릴 수 없고
그는 더 이상 이병민에게 패배를 안길 수 없고
이병민에게는 더 이상 복수전의 기회조차 없다
하늘을 덮은 원혼(wraith)
황혼의 노스탤지어 - 향수(鄕愁) - 의 그 날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병민은 홀로 섰다.
4.
그래요.
시간은 흐르고
많은 것들은 변합니다.
그래요.
변합니다만
결코 변하지 않는 것도.....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세요.
레지스탕스.
그렇게 불렸던 우리의 ‘대장’은 다시 한 번 반역의 기를 올리고
듀얼로, 스타리그로, 양대리거로 달려 나갈 테지요.
엠페러.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결코 물러서지 않을 테니까. 몇 번이고 그래왔으니까.
이윤열과 서지훈. 한 명의 ‘황제’와 한 명의 ‘왕’.
본좌와 그 적수였던 두 사람은, 지금 나란히 베테랑으로서 재도약을 준비합니다.
신정민. 오랜만에 듣는 이름입니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문득 듀얼 토너먼트에서 그 이름을 발견하고
‘어라, 그 신정민인가?’ 어리둥절해서 한참을 쳐다봤었죠.
도진광. 다시 한 번, 스타리그, 또한 프로리그에서
기쁨으로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벅차 붉어진 그의 눈시울을 볼 수 있기를.
그리고....
5.
이병민.
자신을 수없이 가렸던 장막
지금 이병민은 그 장막 앞에 홀로 섰다.
화려한 조명과 소품들은 모두 장막 뒤로 모습을 감추었지만
이병민은 그 장막 앞에 오롯이 홀로 서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쏟아지는 박수 갈채를 받으며...
여러분,
더욱 더 많은 갈채를.
시간은 흐르고 많은 것들은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도 있을 거라고,
우리의 믿음에 답해준
그들에게 가장 큰 찬사를.
6.
이것은 커튼콜이 아니다.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와 그들의 여로가 끝날 때까지.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3-02 16:22)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1-08-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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